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13
311. 자격시험 (2)
초월자.
그것은 어느 특정 개념의 끝, 그리고 수많은 이의 숭배를 통해서 도달하는 신격의 자리다.
어느 세계든 간에 신성을 얻은 자는 꽤 있었고, 회한의 신도 그러한 케이스 중 하나였다.
심지어 신성을 얻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신격의 자리에서도 더더욱 높은 곳으로 나아간.
한낱 필멸자에서 개념 영역의 신성을 획득하여, 진정한 의미에서 영원불멸의 높은 경지로 나아간 신격.
‘……이게 정녕 신격이 맞는 건가?’
회한의 신은 객관적으로 자기 자신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알고 있었다.
고대 신격에 비하자면 어린아이와도 같은 정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식 신격의 기준에서 보자면 한없이 드높은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그런데 그런 회한의 신이 아예 전의를 상실했다.
[ ……여태까지 살아오며 그대 같은 괴물은 본 적도 없었네만. ]회한의 신은 피가 흥건한 대지를 힐끗 보고는 허탈하게 웃었다.
[ 아무래도 오늘이 이 늙은이의 마지막이 될 듯하구려. ]아니.
[ 초월의 신이여. ]그것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피로 물든 대지의 너머에 있는, 어느 남성을 보며 미소를 내지은 것이었다.
「초월의 신이 눈앞에 있는 먹잇감을 흥미롭게 바라봅니다.」
[ 그렇겠지. ]바로…….
[ 이제는 흑마법 수련으로 입가심하는 것도 끝났으니 말이야. ]한성윤이었다.
고작 하루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그는 수많은 흑마법사를 살해하여, 모든 비전 술식을 탈취하는 것에 성공했다.
심지어 흑마법의 종류마저도 가리지 않고서.
회한의 신은 눈앞에 있는 이 젊은 청년의 모습을 한 괴물이 한 짓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 ……모든 종류의 술식을 그냥 보는 것만으로 빼앗는 것도 모자라, 아예 그 술식 자체를 개조할 수 있다니. 그따위의 재능은 본 적도 없었다네. ]그럴 만도 했다.
여태껏 한성윤이 마계 곳곳을 탐험하며 숙달한 흑마법의 경지는 명백히 상식선을 벗어났으니까.
마치 얇은 종이의 밑에 그림을 놓고, 그걸 따라서 그리는 것 같은, 흉내의 재능.
이는 술식이라는 개념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면 고작 그림 따위를 따라서 그리는 것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흑마법 자체의 감응력도 상당하고, 그것도 모자라 불가해의 직관까지 갖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성윤은 한 번도 그걸 어렵다는 식으로 대하지 아니했다.
‘……저것이야말로 진정한 괴물이잖은가.’
그러니 회한의 신의 입에서 자살해도 되겠느냐는 말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더더욱 충격적인 것은 따로 있었다.
눈앞에 있는 괴물 같은 청년은, 흉내의 재능만을 가진 게 아니다.
그걸 넘어서 본질적인 원리 자체를 직관적으로, 그리고 공통점 따위를 분석하여 이해하고, 개조하여 쓸 수 있다.
‘이쯤 되면 신격도 한 수 접고 가야 하는, 그야말로, 역천의 재능일 것 같네마는…….’
그것은 신격이라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불가해의 영역일 뿐이다.
재능?
회한의 신은 이제 저런 것을 재능 따위로 불러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지금껏 마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천재라며 칭송받은 흑마법사들이, 눈앞에 있는 청년을 괴물이라고 하며 죽음을 맞았다.
저것은 이제 재능이 아니라 일종의 권능에 도달한 하나의 힘이다.
[ ……아마도 나는 그대를 이길 수 없겠지. 그러니 살려만 줄 수 있겠나. 그리한다면 무엇이든 보상하겠네. ]회한의 신은 필사의 각오를 했다는 듯 그리 살려 달라고 말했다.
[ 탑의 진실을 알고 싶지 않나? 그렇다면 알려 주지! 그리고, 이 마계에 있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최고 군주의 자리가 뭘 의미하는지까지도 말해 줄 수 있…….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진 않았다.
[ 거짓말. ]순식간에 한성윤의 눈동자가 파충류의 그것처럼 변화하며 번뜩였다.
「스킬 ‘화룡안’이 상대의 말에 거짓이 있음을 간파합니다.」
[ 탑에 대해서 아는 건 없을 텐데. ]회한의 신의 같잖은 거짓말이 탑의 스킬에 의해서 단숨에 간파된 것이다.
그리고 그에 회한의 신은 숨이 턱 막혔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온갖 기술을 전부 흉내 내어 습득하는 재능, 그리고 상위 신격의 끝에 가까워진 신성, 더불어 탑에서 얻은 각종 스킬들까지…….
이제는 그의 주특기인 모략으로 상황을 타파할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 ……핫, 하핫, 하하핫. ]그리고.
[ 탑이 진짜로 신을 절멸시킬 수 있는 괴물을 키우고 있었던 건가……. ]이내 회한의 신이 진짜로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순간.
[ 빌어먹을……. ]회한의 신은 바로 가식을 집어치우고 한성윤에게 이를 드러냈다.
[ 도망칠 수 없다면, 없애면 될 뿐이지……!! ]눈 깜짝할 사이에 힘을 되찾은 회한의 신이 백색의 신성을 흩뿌리며 흉흉하게 살의를 내뿜었다.
마치 조용히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맹수가 발톱을 드러내는 것과도 같은 모습.
실제로도 그러했다.
[ 설령 그대의 격이 상위 신격의 끝을 보고 있다고 해도, 나도 불멸의 경지를 이룩한 신격이지 않은가. ]회한의 신은 상위 신격에 이른 강자답게 그는 드높은 격을 가지고 있었다.
단지, 이전에는 신성 의 어이없는 실패 탓에 그걸 잃었을 뿐이지.
이제는 도망칠 생각을 깔끔하게 배제한 회한의 신이 격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흉포하게 소리쳤다.
[ 이제는 나도 쉽게 당해 주지 않을 것일세……!!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한성윤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 그래? ]서로 간의 신성은 그렇게 격이 차이 나지 않는 상황.
[ 그렇지 않아도 잘됐어. ]하지만 한성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 이걸로 성장의 결과를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 ]단지, 이제부터 있을 전투에서 얻게 될 것들을 기대하듯 그렇게 말할 뿐.
그리고.
「초월의 신이 먹잇감을 바라보며 웃습니다.」
[ 간다. ]다음 순간.
꽈아아아아아아아앙─!!
그대로 서로 다른 색을 가진 신성이 흘러넘치며 격돌했다.
***
드드드……!!
순식간에 하얀빛이 번뜩이며 회한의 신이 힘을 터뜨렸다.
이전에 요람의 결투장에서 본 신성 과는 달리, 진짜로 신격으로 쌓아온 모든 힘이 넘쳐흐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가지는 의미는 단순히 힘의 표출에서 그치지 않는다.
쩌저적.
‘……신성의 갑주에 금이 간다고?’
여태껏 마계에서 승천의 퍼센테이지를 올리며 강화된 신성의 갑주가 깨졌다.
심지어 회한의 신이 드러낸 힘의 잔재에 의해서.
아마도 이대로 있다간 그대로 신성의 갑주 자체가 깨지고, 신체가 외부에 노출될 터이지.
그렇기에 나는 신성의 갑주의 농도를 올리며 흑마법 [검은 후광]으로 신성의 갑주를 보조했다.
‘……생각한 것보다 강하네.’
회한의 신이 필사의 각오로 드러낸 저력은 만만하게 볼 수 없었다.
최소 악신보다도 더 높은 경지에 도달했다는 게 살갗으로 느껴질 정도.
심지어 회한의 신은 신체적인 능력마저 뛰어난 탓에 흐릿하게 잔상만을 남기며 재빠른 움직임을 구사했다.
콰아앙-!
[ 바라건대 제발 그냥 곱게 죽어 주게……!! ]어느새 눈앞까지 다가온 회한의 신이 백색으로 물든 일격을 날렸다.
하지만 흑마법 [검은 후광]의 보조를 받는 신성의 갑주는 이 정도로 깨지지 않는다.
그대로 나는 눈을 찌푸리며 각종 스킬, 그리고 권능을 차례대로 발동하고는 바로 앞에 검은 별빛을 생성했다.
키이이이이이이잉─!!
「권능 스킬 ‘성광’이 활성화되어 신성 을 머금은 별빛이 생성됩니다.」
신성 이 깃든 검은 별빛이 몽글몽글 형태를 갖추자 회한의 신이 경악했다.
[ 뭣……! ]그래도 나름대로 신격으로 격을 쌓아 오며 이런저런 경험을 얻은 덕일까?
회한의 신은 성광의 힘이 곧 일종의 다이너마이트와도 같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아마도 서로 맞붙은 상태에서 자멸기처럼 성광을 꺼낼 줄은 몰랐을 거 같은데…….
어차피 신성의 갑주로 보호받는 상태에서는, 성광의 폭발에도 다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 진정 미친놈이라도 되는 겐가……!! ]그리고 그 사실까지도 어느 정도 추측했는지, 회한의 신은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신화 에 의해서 권능 스킬 ‘성광’이 감속됩니다.」
[ 갑자기 자폭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것 같은가! ]심지어 그것도 신화로 성광의 발동을 늦추며.
‘대충 시간 개념에 간섭하는 신화인 건가.’
신성 으로 시간 개념에 간섭할 수 있듯, 그는 성광의 사용에 시간적 제약을 걸었다.
아마도 이대로 성광을 써봤자 일종의 슬로우모션처럼 터질 터이지.
그렇다면 성광의 힘은 회한의 신에게 닿을 수 없었다.
‘신성 을 다루는 신격이라 그런지 시간 개념에 관련된 능력이 많네.’
하지만 그다지 상관은 없었다.
[ 짜증 나게 굴긴. ]어차피 새롭게 얻은 힘이 있다면 이건 그냥 짜증 나는 제약에 불과할 테니까.
「신성 이 사용됩니다.」
「도전자 한성윤이 가진 모든 능력이 크게 가속되어 빨라집니다.」
[ 한정적인 시간 감속 따위야 어차피 힘으로 밀어붙이면 끝이잖아? ]간단했다.
회한의 신이 성광에 걸은 시간 감속의 제약을 그냥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
그게 바로 내가 선택한 파훼법이었다.
어차피 느려진 것을 보충할 수 있을 정도로 속도를 올리면, 성광의 감속 따위야 문제도 되지 않을 터이니.
이내 최대한 멀리 벗어난 회한의 신이 경악하듯 눈을 부릅뜬 순간.
[ 그냥 좀 죽어. ]그대로 나는 회한의 신에게 귀찮다는 듯 그리 말하며 성광을 터뜨렸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앙───!!
순식간에 검은 별빛이 몸부림치듯이 곳곳으로 퍼지며 마계의 대지를 죽음으로 물들였다.
설령 정식 신격이라고 해도 닿는 것만으로 토혈하며 신성이 붕괴할 수 있는 수준.
회한의 신이라고 하여 다를 것은 없었다.
[ 젠장! ]어느새 회한의 신은 백색의 신성을 터뜨리며 재차 힘을 발했다.
설마 성광을 신성의 힘으로 지우기라도 하려는 걸까?
잠깐은 그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회한의 신은 그렇게 패도적인 성향이 아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회한의 신은 성광의 시전 범위에서 최대한 멀어지며 도망칠 준비를 했다.
「신성 에 의해서 주위에 있는 공간으로 회한의 신이 도약합니다.」
공간 도약.
심지어 그것도 신성의 영역에 맞닿은 공간 이동을 시전한 것이다.
놀라웠다.
설마 저렇게 바로 도망칠 수 있는 신성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신성도 참 다채롭게 가지고 있구나.’
하지만 놀라운 건 놀라운 것이고, 어차피 크게 중요하진 않았다.
[ 공간 도약이라면 이미 질리도록 봤어. ]그도 그럴 것이…….
[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말라고. ]마계의 곳곳에 있는 흑마법사들을 상대하며 공간 계열 능력에는 익숙해졌지 않은가.
여태껏 쓸데없이 각기 다른 흑마법의 비술을 탐했던 게 아니다.
이제는 알카이드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흑마법은, 신성의 힘에도 의미 있는 제약을 줄 수 있었다.
바로 이렇게 말이다.
【 가장 오래된 지배자의 공간 붕괴 】
어느 이름 모를 흑마법사를 쥐어 패며 습득한 일종의 비전 술식.
츠츠츠!
그것이 사용되자마자 눈 깜짝할 사이에 굉음이 일며 새로운 공능이 손에 깃들었다.
‘대충 어떻게 쓰는 건지는 알 것 같네.’
직접 써 보는 건 처음이긴 한데…….
그다지 사용에 어려움이 느껴지진 않았다.
어찌 써야 하는지는, 이미 본능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으니까.
신성의 권능으로 공간을 도약한다고 한들 애초에 공간을 넘어서는 것은 그 공간이 멀쩡해야 가능한 것.
그렇다면 뭘 해야 할지는 뻔하지 않겠는가.
[ 회한의 신. ]흑마법 [가장 오래된 지배자의 공간 붕괴]는 그냥 공간을 붕괴시키는 게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공간에 관한 지배력을 손에 넣는다고 해야 할까?
그렇기에 공간을 어찌 부서뜨릴지는 사용자의 기량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 아마도 도망치는 게 주특기인 거 같은데……. ]이내 공간에 관한 지배력을 활용하여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꽉 움켜쥔 순간.
[ 그대로 한 번 어디까지 도망칠 수 있는지 직접 알아봐. ]그대로 일대의 공간이 트럭에 치인 유리창처럼 깨져 나가며 붕괴했다.
쩌저저저저저저정───!
[ 그래 봤자 끝은 정해져 있을 테니. ]그것도 아주 화려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