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14
312. 자격시험 (3)
쩌저저저저저저정───!
순식간에 일대의 공간이 처참하게 깨지며 회한의 신의 신성 에 간섭했다.
‘도망치는 건 이제 불가능해.’
어차피 신성을 이용하는 공간 이동이라고 한들, 최소한 이동할 공간이 있어야 작동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아예 공간 이동을 사용할 수 없게 공간을 붕괴시키면 될 뿐이었다.
아마도 회한의 신이 신성 의 개념 영역을 주관할 수 있을 정도의 깊이가 없다면, 어찌 될지는 정해져 있었다.
바로…….
「신성 이 공간 붕괴에 의해서 사용이 중지됩니다.」
[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저렇게 공간의 붕괴를 견디지 못하고 공간 도약에 실패하는 것이다.
어느새 신성 의 발동 중단으로 튕겨 나간 회한의 신이 피로 물든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럴 만도 했다.
회한의 신의 팔은 마치 뭔가에 의해서 뭉개진 것처럼 됐는데, 저것이 바로 공간 이동의 실패로 인한 대가였다.
‘공간의 도약 과정에서 신체 일부분이 붕괴에 휘말린 건가.’
아마도 공간 도약으로 임의로 공간을 넘어서야 했을 신체가 공간의 붕괴로 같이 여파에 휘말린 거겠지.
그래도 공간 붕괴를 감지하고는 바로 몸을 빼냈는지, 기껏해야 팔 하나를 잃은 정도긴 하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에 팔이 삼켜져 붕괴한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터.
하지만 회한의 신이 격통에 적응할 틈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꽈아아아아아아아앙───!!
[ ───!! ]어느새 신성 이 깃든 성광이 회한의 신을 집어삼키듯 몰아붙인 탓이다.
회한의 신이 성광의 빛을 피하여 거리를 벌렸다고 한들, 신성 이 가미된 검은 별빛은 결코 느리지 않았다.
그대로 검은 폭발에 휘말린 회한의 신은 짐승 같은 비명을 내지르며 검은 별빛에 노출됐다.
그리고 동시에 신성 이 회한의 신의 본질이 있는 곳에 도달했음을 느끼며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이겼네.’
신성 은 모든 것을 죽음으로 물들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신성이 상위 신격의 체내로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면야, 이제는 아예 승패를 논할 가치도 없었다.
전투의 신조차도 신성 이 침식된 상태에선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상위 신격이 되며 한층 더 깊은 영역으로 올라선 신성 의 힘을, 회한의 신 같은 이가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실제로…….
[ 컥……! ]어느새 바닥에 주저앉은 회한의 신이 검게 죽은 피를 토했다.
그래도 아직 전의는 남았는지 최대한 신성을 발동해 보려 했지만…….
회한의 신의 심장에 깃든 신성력은, 이제는 그의 통제를 따르지 않았다.
「신성 이 신성 에 의해서 침식되어 발동이 취소됩니다.」
치지직……!
회한의 신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은 채 망연자실하게 오른손을 바라봤다.
아마도 최대한 신성을 끌어모아서 오른손에 집약시키려 하는 거 같은데…….
그의 심장에서 비롯된 신성력은 전부 제대로 된 형태마저도 이루지 못하고서 허공에 산화하듯 사라졌다.
[ 신성이 형태를 이룰 수도 없다고……? ]신성 이 한계까지 적용된 결과물이라고 해야 할까.
이걸로 이제 시간 개념에 간섭할 수 있는 회한의 신이 뭘 할 수 있는 틈을 주지 않을 수 있었다.
어쩌면 회한의 신의 전력은 많이 남아 있을 수도 있었다.
그것이 신성이든 신화이든 간에 충분히 많은 변수를 창출할 수 있었을 터이고, 그걸로 의미 있는 전투를 이어 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 그러게, 차라리 처음부터 도망치지 말고 싸우지 그랬어. ]이내 핏빛으로 물든 대지에 쓰러진 채 절망하는 회한의 신에게 말을 건 순간.
[ 그랬다면 뭔가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잖아? ] [ 이, 이, 이……!! ] [ 자업자득이야. ] [ 버러지가아……!! ]순식간에 회한의 신의 눈에 핏발이 서며 그에게서 격노에 찬 음성이 들려왔다.
[ 네까짓, 되먹지도 않은 탑의 버러지가, 감히 나를 조롱하는 것인가─!! ]여태껏 체면을 차려 온 걸 버리듯 피를 토하는 동시에 그렇게 욕을 뱉었다.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아직도 수중에 남은 신성, 그리고 신화의 힘을 써 보지도 못하고 죽다니?
아마도 내가 회한의 신이었다고 할지라도, 제대로 된 싸움도 해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격노했을 터이다.
하지만 그러한 그의 억울한 외침은 그렇게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콰지직-!
어느새 혈천마검의 칼날이 그의 심장을 파고든 탓이다.
[ 컥……!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신성 을 사용합니다.」
「신성 에 침식된 모든 것의 죽음을 주관할 수 있습니다.」
[ ───끄아아아아아아아!! ]이내 신성 을 칼날로 흘려보내어 그의 죽음을 촉진시킨 순간.
[ 그냥, 닥치고 신성이나 내놔. ]그대로 나는 짙은 탐욕에 찬 미소를 그리며 회한의 신에게서 흘러나오는 사령을 탐했다.
「회한의 신 ‘리그렛’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도전자 한성윤이 신격을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2차 승천에 12.9% 가까워졌습니다.」
그리고.
「회한의 신 ‘리그렛’의 사령에 있는 신성을 포착했습니다.」
「권능 ‘신성력’이 조건을 만족하여 활성화됩니다.」
「신성 추출 성공.」
다음 순간.
「회한의 신 ‘리그렛’의 사령을 흡수하여 특수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회한의 신 ‘리그렛’의 사령이 가지고 있는 신성 중 하나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현재 습득할 수 있는 잠재 신성은 , , , , , 입니다.」
「※이때 고르지 않은 잠재 신성은 이후에는 선택지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순식간에 심장에 신성력이 차오르며 눈앞에 선택지가 떠올랐다.
이제야 새로운 신성을 습득할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
어느새 심장에 차오른 신성력을 갈무리한 나는 씩 미소를 지었다.
[ 신성력이 많이 올라갔네. ]그럴 만도 했다.
현재 회한의 신의 사령을 흡수하며 그에게서 신성력을 추출한 상황.
심지어 지금까지 상대했던 신격들에게서도 신성력을 얻어 낸 터라, 이제는 신성력의 권능이 성장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훌륭하네.’
그리고 신성력의 성장은 곧 또 다른 신성의 활용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이번엔 또 신성력을 이용하여 뭘 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그렇게 잠깐 기대감을 즐기고 있자니 귓가로 목소리가 들렸다.
다름이 아니라…….
―설마 상위 신격조차도 이렇게 쉽게 해치울 수 있을 줄이야.
담천우였다.
―진짜로 이제 괴물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구나…….
[ 아뇨. 그냥 회한의 신은 자기 꾀에 자기가 걸렸을 뿐입니다. 본래는 시간이 더 걸렸어야 했을 일이죠. ]―……아. 하긴, 신성 의 침식이 생각보다 더 쉽게 이뤄졌으니, 회한의 신은 아무것도 못 해보고 죽은 셈이지.
[ 아마도 회한의 신도 비장의 한 수가 존재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대꾸한 나는 회한의 신의 시체를 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 뭐, 이제는 그 비장의 한 수가 대체 뭔지도 알 수 없게 됐지만. ]회한의 신은 확실히 높은 경지에 이른 강자였다.
그러니 신성의 갑주도 흑마법 [검은 후광]을 섞기 전에는, 그렇게 부서질 것처럼 쩍쩍 금이 간 것 아닌가.
하지만 회한의 신은 정면 대결을 하는 대신에 회피를 택했다.
단지, 나는 그 과정에서 회한의 신을 궁지로 몰아갈 수 있을 뿐이다.
만약에 회한의 신이 공간 도약 자체를 시도하지 않고 그대로 또 다른 공격을 퍼부었다면야 이야기는 달라졌을 터.
그러나 이제는 의미 없었다.
[ 그래도 뭘 얻어야 할지는 알았으니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바로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에 집중했다.
‘신성 선택.’
회한의 신을 살해하고 얻은 사령에서 추출할 수 있는 신성은 꽤 많았다.
단지, 그중에서 그다지 끌리는 신성이 없다는 게 흠일 뿐이지.
왜인진 몰라도 회한의 신은 대부분 전투와는 거리감이 있는 신성들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 중에서 뭘 얻어야 할지 오래 고민하는 것 자체가 쓸데없는 짓이다.
어차피 이 많은 신성 중에서 뭘 얻어야 가장 좋을지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선택 완료.」
「신성 이 잠재력으로 치환됩니다.」
[ 시간 개념에 간섭할 수 있는 신성은 그리 흔한 게 아니지. ]신성 을 선택한 나는 이내 눈을 반짝이며 심장에 새로이 자리 잡은 신성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대로 심장에 깃든 신성을 관조한다고 하여 그 내용물을 바로 알 순 없었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보는 것보다야 직접 해 보는 게 낫듯…….
이내 신성 의 능력을 발동한 순간.
「신성 이 사용됩니다.」
「시간의 과거 개념에 간섭할 수 있습니다.」
「단, 신성 의 사용자와는 관련 없는 간섭일 시 신성 발동이 취소됩니다.」
그대로 나는 신성 으로 뭘 할 수 있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 ……. ]회한은 곧 과거의 일에 집착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힘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과거의 개념을 건드릴 수 있었고, 그만큼 활용할 수 있는 범위도 넓었다.
잠깐의 고민 끝에 신성 의 사용법을 알아챈 나는 바로 신성의 힘을 외부로 전개했다.
후우웅.
―이것은…….
그리고 그걸 보자마자 혈천마검에서 당혹에 찬 음성이 흘러나왔다.
―설마 시간을 멈춘 건가?
그럴 만도 했다.
어느새 신성 이 전개된 장소의 시간 흐름이 느려져 있었으니까.
마계의 곳곳에서 몰아치던 바람, 보랏빛 하늘을 떠다니는 먹구름, 심지어 공기 중에 퍼진 마력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이 장소에 적용된 시간의 흐름이 느려져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멈춘 건 아니다.
[ ……시간이 멈췄다기보다는, 시간의 흐름을 느려지게 한 겁니다. ]그리고 그에 나는 혈천마검의 검파를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 신성 으로 이제 주위 시간의 개념을 어느 정도 간섭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과거에 집중시킴으로써 감속시켰을 뿐이다.
하지만 적용 범주에는 제한이 있는지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하기 어렵다.
그리고 뭣보다 신성력의 소모도 또한 늘어나게 되고 말이다.
최소한 무작정 넓은 범위로 적용할 수 있는 신성이 아니라는 것쯤은 확실해졌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로도 충분히 놀라웠는지 담천우가 헛웃음을 지었다.
―핫! 이게 상위 신격이 지녔던 신성이라는 건가. 이쯤 되면 웬만한 신격은 이름도 내밀 수 없지 않나.
[ 그렇지만 그렇게 쓸모 있는 능력은 아닙니다. ]―신성력의 소모도,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파훼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 탓인가.
[ 그렇습니다. ]아마도 신격 간의 전투에선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을 듯했다.
[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넓은 범위에 힘을 적용했을 때의 이야기고.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아예 써먹을 길이 없는 건 아니다.
[ 아마도 좁은 범주, 그리고 저에게 관련된 일이라면 사용법이 늘어날 겁니다. ]신성 으로 일정 지대의 시간을 되돌리는 것도 가능할 터다.
뭐, 그만큼 신성력의 소모도도 늘어나고 적용할 수 있는 범위도 좁겠지만, 그래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건 범상치 않았다.
아마도 충분히 갈고닦으면 나중에는 ‘회귀자의 낡아빠진 손목시계(SSS+)’에 필적할 수 있는 나의 능력이 되겠지.
그리고 그걸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이걸 흑마법에 응용할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모르지.’
신성 이 가진 가능성 중에는 시스템의 쿨타임을 줄일 수 있는 수도 있었다.
만약에 흑마법 [스킬 쿨타임 가속]에 이를 접목할 수 있다면 기대할 가치는 있었다.
……아직은 신성 에 관한 이해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 보니, 그다지 높은 활용도를 선보일 수 없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걸 초월 신화에 접목한다면 탑에게 거스를 수 있을 수도 있겠지.’
그래도 충분히 숙련도를 올리고 고대 신격의 경지에 도달하면 뭔가가 달라질 터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이 신성 은 충분히 가지고 있을 가치가 있었다.
그렇게 신성 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 갈 때였다.
쩌저적.
[ ……. ]문득 신성 의 시간 감속의 효과를 배제하며 공간이 갈라진 순간.
―불청객이로군.
그대로 신성 의 발동이 중단되며 갈라진 공간의 너머로 누군가가 나타났다.
[ 탑에서 온 도전자. ]다름이 아니라…….
[ 17군주, 회한의 신을 쓰러뜨린 것을 축하드립니다. ]갑자기 패도적인 신성을 지닌 집사처럼 보이는 중년인이 나타난 것이다.
‘설마.’
심지어 확실히 어디에선가 한 번 본 적이 있는 신성의.
「1급 사도 ‘카즈라’가 초월의 신에게 예의를 갖춥니다.」
[ 저는 마계의 가장 위대한 존재를 섬기는 하인. ]바로…….
[ 마신님의 종입니다. ]고대 신격.
그중 이미 한 번 마주치고 호의를 받은 적이 있는 존재.
마신에게 선택받은 1급 사도가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이었다.
[ 마신님이 그대에게 최고 군주의 자리를 건 자격시험을 권합니다. ]심지어 그것도 특수 계층의 시련의 클리어 조건을 가지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