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15
313. 자격시험 (4)
카즈라.
고대 신격 중 하나인 마신을 섬기는 사도.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중년의 집사를 보며 나는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건 또 뭐지.’
그도 그럴 것이…….
회한의 신을 죽이자마자 갑자기 마신의 사도가 나타날 줄이야.
어째서 마신을 섬기는 사도가 이곳에 나타났는지, 그리고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마신이 제안했다고 해 봤자, 그다지 짐작 가는 건 없는데…….’
심지어 마신과의 관계상 딱히 척을 진 적도 없기에 더더욱 그렇다.
거목 미궁에서 마주쳤던 마신과는 일시적인 협력 관계였고, 서로 그리 나쁜 인상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단지, 마신의 의중 자체는 읽는 게 힘든 탓에 그렇게까지 썩 달갑게 느껴지지 않을 뿐.
그래도 그러한 점을 빼면 마신이 굳이 사도까지 보내서 해를 가하려 할 리는 없으니, 아마도 눈앞의 사도는 진짜 제안을 권하러 왔을 터.
그렇다면 뭔가의 수작일 가능성은 흩어진다.
[ 자격시험이라. ]그리고 그에 나는 조용히 카즈라를 바라보며 물음을 건넸다.
[ 그건 마신이 나이기에 권하는 제안인 건가? ] [ 아뇨. 그렇지는 않습니다. ……마계에서 상위 군주를 여섯 살해할 시, 자격시험에 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뿐이지요. ] [ ……. ] [ 당신이 탑에서 온 도전자라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마신님이 조건을 충족했기에 자격시험을 권하라고 했을 뿐이지요. ] [ ……대충 뭔지 알 거 같네. ]그제야 나는 이게 어찌된 일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상황 파악이 어느 정도는 되네.’
생각과는 달리 마신은 나에게 개인적인 제안을 권한 게 아니었다.
─상위 군주를 6명 살해하는 걸로, 현재 마계의 최고자이신, 1군주인 바알님에게 도전할 자격이 생길 테니 말이죠.
이제는 싸늘한 주검이 된 알톤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높은 자리에 앉은 군주들을 6명 이상 살해하면 최고 군주의 자리에 도전할 자격이 생긴다고.
그러니 추측하건대 이건 고대 신격인 마신이 개인적인 제안을 했다기보다는, 상위 군주들을 살해하며 얻은 일종의 자격에 가깝다.
[ 이건 마신이 따로 지시를 내린 게 아니라, 그냥 조건을 갖췄기에 제안했을 뿐이라는 거네. ]실제로 카즈라는 그 말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 그렇습니다. ]카즈라는 정중한 태도로 말을 이어 갔다.
[ 여태까지 수많은 이들이 도전의 자격을 얻었고, 대부분이 마신님의 자격시험을 거부했죠. ] [ ……. ] [ 그러니 당신이 이곳에서 물러나도 상관은 없지요. ] [ 사실상 내가 물러설 거라고 보고 있다는 말이네. ] [ 예. 지금껏 봐 왔던 이들은 대부분 그랬으니 말이죠. ……그리고, 뭣보다 당신은 탑에서 온 존재이잖습니까. ] [ 그래서? ] [ 어차피 이 이상은 탑도 쓸데없는 전력 낭비라고 판단했을 터. 그러니 당신이 자격시험에 응할 거라는 생각도 안 듭니다. ] [ 그것참 재밌는 소리네. ]아마도 카즈라는 탑이 나를 전력 중 하나로서 아낀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그다지 그의 생각처럼 탑은 나를 그렇게 아끼고 있진 않았다.
전력 낭비?
그럴 리가.
‘진짜로 전력 낭비라고 생각했으면 탑이 여태껏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을 줬겠지.’
여태껏 나는 몇 번이고 죽음을 맞이할 뻔했다.
아마도 운이 좋지 않았다면 몇 번 정도는 진짜로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단지, 어떤 형태로든 간에 비장의 한 수 정도는 있었던 덕분에 살아남았을 뿐이지.
그리고 증명의 신이 말했던 미래의 경우를 생각하면 탑은 이 방침을 바꾸지 않을 터이다.
‘최소한 탑은 자기 목적을 이룰 때까진 나를 한계까지 굴릴 생각이야.’
그러니…….
그때까진 나도 탑의 생각대로 스스로를 최대한 몰아붙이는 게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 수락할게. ]현재 새로운 승천이 이루어질 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태.
[ 그러니 시간 낭비할 것 없이 빠르게 진행하도록 하자고. ]아마도 최고 군주의 자리를 건 자격시험에서 알 수 있을 것이다.
「초월의 신이 새롭게 얻을 힘을 생각하며 미소를 짓습니다.」
[ 그래야 서로 좋잖아? ]이제부터 승천으로 도달하게 될 고대 신격의 경지가 어떤 것인지를.
***
츠츠츠……!
「진(眞) 혈천마검(A)의 전용 효과 ‘혈식(血食)’이 활성화됩니다.」
「대량의 피를 흡수하여 아이템의 등급이 S급(85,000/85,000)으로 성장합니다.」
「등급 수치가 성장 가능 지점에 도달하여 해당 아이템이 S급에서 S+급으로 성장합니다.」
―……기껏해야 마계에 들어온 지 며칠밖에 안 되었거늘, 정말이지 끝도 없이 피를 얻는구나.
회한의 신의 시체에서 피를 흡수한 혈천마검이 성장을 이뤘다.
여태껏 요람의 결투장, 그리고 그 이외의 흑마법사 같은 이들을 통해서 끊임없이 피를 얻어온 덕일까?
어느새 혈천마검의 등급은 빠르게 성장하여 S+급에 도달했고, 그에 맞추어 혈천마검에서 흘러나오는 예기도 한층 올라갔다.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21층에서 얻은 칼집 덕분에 실질적 성능이 몇 배는 올라갔어.’
신비를 추구한 어느 검객의 칼집(SSS-).
B+급 이상의 도검류 아이템을 48시간마다 성장하게 해 주는, 일종의 서포트 아이템이 착실히 혈천마검의 성능을 올리고 있었다.
이건 파천검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점점 수많은 이의 혈액을 포식하여 성장에 가속도가 붙은 혈천마검에 비하자면 솔직히 부족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래도 파천검도 꾸준히 등급 수치를 올리고 있긴 하니 곧 성장할 수 있겠지.’
이내 그렇게 생각을 마치며 기대되는 눈으로 혈천마검을 바라본 순간.
「진(眞) 혈천마검(血天魔劍)」
「등급 : S+」
「반응 속도 +197%」
「공격 속도 +207%」
「마력 감응 +301%」
「※현재 의 상태 적용」
「한때 무림의 혈마신교에서 내려오던 보물 중 하나인 명검.」
「검염(劍炎)의 경지까지 이른 사용자에 의해서 잠재 능력이 모두 개방됐다.」
「도전자 한성윤이 사용할 시 전용 효과 ‘혈기(血氣)’를 활성화할 수 있다.」
「혈기(血氣)는 파괴 불가의 성질을 띠며 절삭력을 일시적으로 향상시킨다.」
「도전자 한성윤이 사용할 시 전용 효과 ‘혈식(血食)’을 활성화할 수 있다.」
「혈식(血食)은 혈천마검으로 상대를 지정하여 죽일 시 상대방의 피를 칼날에 흡수하여 전체적인 아이템 성능 상승 및 무작위 스킬 각인을 이룰 수 있다.」
「이때 혈식으로 각인할 수 있는 스킬은 최대 세 개이며 각인 스킬은 재사용 대기 시간 이외의 코스트는 들지 않는다.」
‘역시나.’
생각한 대로 혈천마검은 이번에도 크게 성장해 있었다.
솔직히 ‘신비를 추구한 어느 검객의 칼집(SSS-)’의 공로도 크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혈천마검의 수준을 충분히 올린 후에는, 새롭게 파천검의 성능도 올리는 게 밸런스적인 측면에서 옳을 터이지.
그제야 나는 고개를 돌려서 카즈란을 보았다.
[ ……이해할 수 없군요. ]카즈란은 눈을 찌푸린 채 중얼거리듯 말했다.
[ 어째서 자격시험을 거부하지 않는 겁니까? ]어느새 그의 눈빛에는 궁금증이 차올라 있었다.
[ 탑이 길러온 도전자 중에서도 당신 같은 괴물은 흔치 않을 테죠. ] [ ……. ] [ 최소한 성공작 중에서는 이제 역대 도전자 중에서도 최강을 거론할 수 있을 정도인데, 어째서 탑이 당신 같은 전력을 낭비하는 겁니까. ] [ ……. ] [ 광검제, 그리고 실패작 중에서는 그 괴물을 빼면, 대적할 자가 없을 터인데. 도저히 뭘 바라고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군요. ] [ 그거야 나도 모르지. ]그리고 카즈란의 말을 들으며 나는 몇 가지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탑이 길러낸 도전자 중에서는 내가 최강에 가깝다는 건가.’
어차피 추측하긴 했던 정보이기에 그리 흥미롭진 않았다.
이제 내가 탑의 도전자 중 최강에 가깝다는 것 정도야, 사실 이미 내심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광검제, 그리고 실패작이라는 이에 대해서는 조금은 놀란 것도 사실이었다.
설마 상위 신격의 경지까지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광검제 같은 탑에 종속된 신격이 이쪽과 동등하다고 할 수 있을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때는 작은 불빛으로 모습을 드러내서 몰랐는데 그 정도였을 줄이야.’
그렇지만 그것보다 흥미로운 정보도 존재했다.
‘실패작이라.’
탑이 길러 낸 도전자 중 실패작이라고 불리는 이도 있다.
그리고 그 실패작이라는 자는 나에게 필적할 수 있으며 카즈란 같은 이에게도 괴물로 불릴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한마디로 탑의 뜻을 거스른 도전자 중 괴물 같은 존재가 있다는 것이겠지.
……즉, 그 실패작이라는 이는 고대 신격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거고, 그렇다면 추측 가는 존재가 하나 있었다.
‘흥미롭네.’
이제야 서서히 뭔가가 윤곽이 잡히는 감각이 들었다.
‘이제는 탑의 끝을 볼 수 있는 경지가 가까워.’
그럴 만도 했다.
아직 탑을 올라온 층수는 낮을지언정 그 수준은 최상층에 비교해도 낮지 않다.
그러니 고대 신격에게 총애받는 사도인 카즈란조차도 저렇게 말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번에 승천을 이루게 된다면, 진짜로 고대 신격의 세계에 발을 들이밀 수 있겠지.
‘그럼 진짜로 탑의 끝을 볼 수도 있어.’
그렇기에 자격시험은 중요했다.
제 1군주, 바알의 자리를 얻는 과정에서 얻을 보상은 적지 않을 테니까.
설령 그게 내가 죽을지도 모르는 사투가 된다고 해도 그럴 터다.
어차피 목숨을 건 전투 정도야 이제는 익숙하니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카즈란은 그걸 모르는지 혼란을 쉽게 떨쳐 내지 못했다.
[ 어째서……. ]그리고 그에 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 어째서 탑이 나를 자격시험에 보냈는지 궁금한 것 같은데……. ] [ ……. ] [ 그렇다면 이쪽에서 반대로 물어볼까. ] [ 그게 무슨……? ] [ 내가 자격시험을 치르는 걸 대체 왜 전력 낭비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다지 카즈란에게 이죽거릴 생각으로 한 말이 아니다.
단지, 카즈란의 이야기에서 얻어 낼 수 있는 정보가 있었기에 물음을 건넸을 뿐.
어쩌면 이걸로 탑의 생각을 심도 있게 읽어 낼 수 있는 단초를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도 카즈란은 그렇게 물음을 받자마자 눈에 부정적인 감정을 일렁이며, 갑작스레 목소리에 분노를 실은 채 입술을 달싹였다.
[ 그거야, 당연히……. ]이제는 차갑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로.
[ ……아니. 실언했습니다. 이건 이곳에서 할 이야기가 아니군요. ]하지만 카즈란은 흠칫 몸을 떨고는 입술을 꽉 짓누르며 고개를 저었다.
[ 어차피 탑의 생각 따위야, 그 아래에 있는, 당신이 더 잘 알고 있겠죠. ]그리고 그대로 카즈란은 감정을 가라앉히고는 눈빛을 싸늘하게 발하며 말했다.
[ ……그것보다는, 이제 이동할 준비가 끝났습니다. ]드드드-.
순식간에 아무것도 없는 곳에 보랏빛의 포탈이 열리며 그곳으로 카즈란이 정중하게 안내했다.
[ 가시지요. ]다름이 아니라…….
[ 제 1군주, 바알님이 있는 자격시험의 장소로. ]어느새 특수 계층 시련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