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19
317. 초월자 (3)
마신(魔神).
거목 미궁에서 마주했던 고대 신격 중 한 명이자, 마계의 제 1군주로서 군림하고 있는 자.
심지어 태초부터 존재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고대 신격으로서 셀 수 없는 시간을 보내온 괴물이 저 너머에 있었다.
[ ……. ]설령 같은 고대 신격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그 수준은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다.
‘……아마도 고대 신격인 마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수도 있겠지.’
그럴 만도 했다.
신화 으로 2차 승천의 퍼센테이지를 초과할 때까지 쌓았다고는 한들, 그렇다고 하여 고대 신격을 넘어설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단지, 고대 신격이 될 수 있는 최저한의 격을 얻었을 뿐이지.
물론 이것도 결코 낮은 성취는 아닐 터다.
‘그래도 나도 고대 신격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건 아니야.’
사실상 고대 신격의 초입에 이르며 나는 격이 낮은 신격들에게 압도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됐으니까.
‘확실하게 강해졌어.’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그리고 뭣보다 이제는 진정한 불멸을 이뤘지.’
고대 신격이 되며 이룬 개념화의 경지.
이제 나는 신성 , 그리고 신성 의 개념 그 자체와도 같다.
그러니 어지간하면 죽을 일이 없으며 신성 권능에 의해서 한 번 크게 곤욕을 겪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인 신성력 탈진에 불과할 뿐이다.
[ ……걱정할 건 없겠지. ]그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일말의 망설임을 털어 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마신을 적대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기에.
그리고 그렇게 생각을 마치자마자 나는 바로 회의장 끝에 있는 검은 석문을 열어젖혔다.
쿠구궁.
검은 석문에 손이 닿자마자 장엄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 너머의 풍경이 펼쳐졌다.
[ ……. ]길게 깔린 붉은 카펫, 곳곳을 장식하는 고풍이 밴 장식들, 숨을 턱 막히게 하는 공기 등등…….
마치 군주를 배알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여 만들어진 것 같은 공간.
각각 다른 고풍스러움을 자아내는 곳의 끝에, 검은 옥좌에 앉은 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도 아주 흡족하다는 듯 웃음을 짓는 모습의.
[ 결국에는 이곳까지 도달했나. ]그리고 그가 누군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 축하하마, 도전자여. ]바로…….
[ 너는, 충분히 탑의 진실을 들을 자격이 있다. ]고대 신격 중 하나이자, 마계의 제 1 군주인 마신이 그곳에 있었다.
***
이내 세계의 진실을 들을 자격이 있다고 말을 마친 순간.
[ 정말이지……. ]마신은 날카로운 눈매와는 어울리지 않게 경박하게 웃으며 말했다.
[ 상상한 것 이상으로 훌륭해……! ]그는 손가락으로 옥좌의 팔걸이를 툭툭 건드리며 흥얼거리듯 말을 이었다.
[ 설마 나의 사도들을 살해하고, 아예 고대 신격이 될 줄이야! ]마치 이렇게 된 상황이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이.
그리고 그러한 그의 모습을 나는 숨을 죽인 채 살폈다.
‘……그래도 일단 적의는 없구나.’
어쩌면 마신이 고대 신격이 됐다는 걸 알고는 바로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걱정이 쓸데없이 지나쳤던 것일까?
고대 신격의 경지에 올랐음에도 마신은 그다지 거부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쯤 되면 마신이 아예 내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을 정도.
그렇기에 나는 조용히 그를 지켜보다가 이내 각오를 다지고는 물음을 건네었다.
[ ……제가 고대 신격이 된 게 걱정되지는 않는 겁니까. ] [ 어찌하여 그리 생각하지? ] [ ……탑의 목적은 모든 신격을 죽이는 것이잖습니까. 그러니 제가 고대 신격이 됐다면 걱정될 만도 하실 텐데요. ] [ 재미없는 질문이군. ]그제야 마신은 들떴던 목소리, 그리고 경박했던 분위기를 갈무리하여 낮췄다.
[ 고대 신격이 되며 너도 개념에 종속됐다면 눈치챘을 텐데. ]심지어 이제는 싸늘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목소리는 낮아져 있었다.
[ 고대 신격이 된다는 것이 썩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나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 ……. ]고대 신격이 되는 게 썩 좋지만은 않은 일이라니…….
이해할 수 없었다.
신성의 격으로 진정한 의미의 불멸에 들어선 것 자체가 이미 초월적인 경지이지 않은가.
그런데 그러한 경지를 달성하여 좋지 않을 게 무엇이 있다는 것일까.
그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자니 마신이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 흠. 고대 신격이 되는 길을 편법으로 오른 탓인 건가. 신성에 관한 이해도 자체는 확실히 떨어지는 것 같군. ]그는 잠깐 어찌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이었다.
[ 고대 신격은 개념에 종속됐기에 영원불멸할 수밖에 없지 않나. ] [ 그게 무슨……. ] [ 고대 신격은 신체라는 그릇을 버리고 영체의 일종이 된 셈이지. 그건 생명이라기 보다는, 어느 특정 개념이 의지를 가진 것에 가까운 형태. 그러니 죽지 않는 것이다. ] [ …….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 설마 탑도 고대 신격의 불멸성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겁니까? ]고대 신격이 가지게 되는 불멸의 경지를 탑이 없앨 수는 없다는 것을.
[ 그래. 결국, 탑이라고 해도 고대 신격을 소멸시킬 수는 없지. 고대 신격인 내가 그걸 바라도 이룰 수 없으니 탑도 다를 바가 없지. ] [ ……. ] [ 죽음? 그건 이미 개념에 종속된 시점에서 사라졌다. 이 우주 어딘가에 마귀들이 있다면, 나는 영원불멸할 수밖에 없을 테지. ] [ 그건……. ] [ 그리고 그건 너도 똑같지 않은가? ]마신이 서늘하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우주에서 죽음이라는 개념이 사라지지 않는 한에는 불멸이지. ]그것도 개념화를 통해서 이룬 불멸의 핵심을 짚으며.
[ 설령 스스로 소멸을 바란다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없지. ] [ ……. ] [ 그러니 탑이 고대 신격을 키웠다고 해도 걱정하진 않는다. ] [ 그렇습니까. ]하지만 마신은 그리 말하는 것과는 달리 얼굴의 빛을 차갑게 바꿨다.
[ 다만, 고대 신격마저도 없앨 수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초월자일 테지. ] [ 초월자……? ] [ 그렇다. 초월자. 고대 신격이라는 개념 그 자체인 존재를 없앨 수 있는……. 모든 것을 능가하는 초월자가 있다면야, 이야기는 달라지지. ] [ 개념 그 자체를 없앤다니. 그런 게 가능할 리 없……. ]그에 눈을 찌푸리며 그럴 수 있을 리 없다고 마신의 말을 부정하려고 한 순간.
[ 가능하지. ]그리고.
[ 최소한 가능성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 일이야. ]그에 마신은 조용히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상식을 말하듯 입을 달싹였다.
[ 그렇기에, 고대 신격들이 융합하여 탑이 만들어진 것이니까. ]……뭐?
***
눈 깜짝할 사이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이건 또 무슨…….’
그럴 만도 했다.
‘시련의 탑이 고대 신격들이 합쳐지며 만들어졌다고?’
탑(塔).
그것이 바라는 이상향은 수많은 신격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련의 탑은 도전자를 키우고 그중에서 후보라는 존재를 특정하여 신격들을 없앨 수 있는 무구로 담금질하는 것이었다.
[ ……. ]그렇지만 마신의 이야기대로라면 탑의 목적은 이해할 수 없어진다.
[ ……아,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건 갑작스러웠을 수도 있나? ]실제로 마신도 그 점을 알고는 있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마신의 말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 ……최소한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군요. ]그도 그럴 것이…….
「스킬 ‘화룡안’이 상대의 말에 거짓이 없음을 간파합니다.」
어느새 스킬의 힘이 그의 말에 거짓이 없다는 걸 알아냈으니까.
심지어 스킬들은 초월 신화 에 의해서 고대 신격이라 해도 통용될 수준까지 성장했지 않은가.
고대 신격이 직접 말해 준 탑의 정체이니, 이를 거짓말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불가해의 영역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는 것도 썩 깔끔하진 않았다.
[ 그렇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 ] [ 어째서지? ] [ 그렇게 따지자면 탑도 고대 신격이라는 신격의 일종이니까. ] [ 호오. ] [ 모순이잖습니까. ]시련의 탑이 진짜로 고대 신격이 뒤섞인 것이라면, 우주의 모든 신격을 배제하겠다는 것은 모순과도 같았다.
애초에 시련의 탑 자체가 신격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다면 탑의 기원부터가 모순이 된다는 걸 모를 수 없었기에, 그 말을 들은 마신은 바로 눈치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한마디로 말해서 탑도 따지고 보자면 일종의 신격일진대, 어찌하여 신격들을 배제하려는지 알고 싶다는 뜻이로군? ] [ 그렇습니다. ] [ 하지만 그 물음에는 답해 줄 수 없을 듯하군. ] [ 어째서입니까. ] [ 그야, 이래서지. ]그에 마신이 살짝 손가락을 들자 그곳에서 검은 섬전이 작게 번뜩였다.
파지직……!!
‘이건.’
그리고 그게 무엇인지 정도는, 그다지 어렵잖게 눈치챌 수 있었다.
[ 인과율……. ]어느새 탑이 마신의 입을 틀어막고 있던 것이다.
치이이-.
그리고 그걸 보여 준 마신은 그대로 손가락에 피어오르는 인과율의 제약을 떨쳐 내고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광소했다.
[ 그래. 인과율. 탑이 우주 곳곳의 신격들에게 건 제약. 이 천형(天刑)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나는 너에게 바라는 답을 줄 수 없다. ]심지어 인과율의 적용은 이제야 된 게 아니다.
[ 여태까진 나의 사도들, 그리고 자격시험으로 얻은 인과율을 사용했지만, 그것마저 이제는 한계에 이른 모양이군. ]이미 마신의 사도들을 해치운 시점에서 인과율은 어느 정도의 감당이 가능했을 터다.
단지, 그러한 인과율을 탑에 관한 진실을 듣는 걸로 대부분 소모했을 뿐이지.
아마도 인과율이 허락되는 한에선 이미 정보를 다 얻은 것 같은데…….
그래도 이대로 물러서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잖습니까. ]어차피 이대로 물러나 봤자 이후에 있을 것은 탑의 철저한 통제이지 않은가.
[ 인과율이라는 건 애초에 결과를 일으킬 원인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마신에게서 모든 진실을 듣는 게 옳은 선택이다.
[ 그렇다면야, 인과율을 충족시킬 대가는 정해져 있잖습니까. ]설령 그것이 스스로의 파멸을 불러올지 모르는 리스크를 가졌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 대가가 정해져 있다, 라……. 그거,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 건가? ]그에 마신이 대충 뭔지는 알겠다는 듯 씩 미소를 지은 순간.
[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대로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간신히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 ……제가 마신에게 답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순수하게 힘으로 증명하면 될 뿐이니까요. ]고대 신격 간의 결투로 인과율을 충족시키겠다는 말의 뜻은 간단했다.
[ 답을 들을 수 있을 때까지 몰아붙이도록 하겠습니다. ]한마디로 진지하게 마신을 상대하겠다는 것이었다.
[ 큭……. ]하지만.
[ 크흡, 크흐흐, 크흐흐핫! 재미있군, 재미있어……! 그래, 그 정도까지 성장했다는 건가? 맹랑하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신은 가당찮다는 듯 비릿한 미소를 자아냈다.
[ 그렇지만, 이제야 막 불멸을 이룬 정도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잖나. ]그럴 만도 했다.
[ 솔직히, 상위 신격보다는 약간 나은 정도라서, 그다지 상대가 될 것 같진 않다만? ]아무리 같은 고대 신격이라고 해도 마신은 태초부터 힘을 축적해 온 괴물이지 않은가.
[ 시답잖은 농담은 집어치우는 게 좋……. ]그러니 설득할 필요는 없었다.
[ 그게 대체 무슨 소립니까? ] [ ? ] [ 농담이라니요. ] [ ……응? ] [ 뭔가를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도 그럴 것이…….
「초월 신화 이 활성화됩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의 신성 운용에 의 신성 효과가 붙습니다.」
「※어느 상대를 지정하여 [4분] 동안 모든 종류의 격이 상대랑 동등해질 수 있습니다.」
「※단, 격의 상승으로 축적되는 부담을 버티지 못할 시, 의 힘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에게 의 신성 효과가 붙습니다.」
「※스스로 지닌 영격을 자유롭게 조율하여 다루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형태 없는 힘을 영격으로 조율하여 해당 힘에 영격의 효과를 작용시킬 수 있습니다.」
[ 이쪽은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니라……. ]어차피 누구든지 저러한 경지에 서 있다면, 저렇게 우월감을 가질 테니까.
[ 진심으로 싸울 생각인데. ]……그대로 한 대 처맞고 경각심을 깨우치기 전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