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22
320. 신흥 종교 (1)
백검칠식(白劍七式).
현재 습득한 무공 중에선 최고 수준에 다다라 있다고 할 수 있는 기술.
그렇지 않아도 신성 권능에 필적했던 기술이, 초월 스킬로 지정되며 단숨에 그 한계를 넘어섰다.
‘이건 고대 신격이라고 해도 피해를 막을 수 없어……!’
그럴 만도 했다.
이건 오로지 1분이라는 시간 동안에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일 터이니 말이다.
심지어 이제는 흑마법 [스킬 쿨타임 가속]을 해제하여, 모든 쿨타임 초기화의 이점도 없었다.
설령 쿨타임을 초기화하여 사용한다고 해도, 초월 스킬은 한 번에 여러 스킬에 적용될 수 없으니까.
그러니 흑마법 [스킬 쿨타임 가속]의 초월적이기 짝이 없는 쿨타임 초기화의 효과는 아예 사라진 셈이다.
그리고…….
「※전용 권한 #A-0107[초월 스킬]이 백검칠식(白劍七式)으로 지정된 상태입니다.」
「※전용 권한 #A-0107[초월 스킬]의 사용 종료까지 남았습니다.」
「※전용 권한 #A-0107[초월 스킬]이 시간 종료 시, 10년의 쿨타임이 생깁니다.」
이걸로 진짜 전용 권한 ‘초월 스킬’은 쓸 수 없는 이능이 될 터이다.
최소한 초월 스킬의 쿨타임인 10년간은 말이다.
그러나 그걸로도 불만은 그리 크지 않았다.
어차피, 이 한 수로 모든 게 끝날 테니까.
쩌어어어어어어어엉───!
검의 빛이 한 줄기의 선이 되어서 붉은 벼락을 흩어 버리고 마신에게 내찔러진 순간.
[ 뭣……! ]눈 깜짝할 사이에 마신이 침음을 흘리며 보랏빛의 신성으로 물든 손바닥을 내뻗어 칼날을 막아섰다.
마치 용광로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한계까지 신성이 압축된 모습.
그렇기에 모든 방어를 관통하는 묘리를 가진 백검관천의 초식마저도 그러한 압도적인 신성의 힘에 멈칫했다.
그렇지만 그 모습도 잠시에 불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쩌저적-.
[ 이게, 무슨……! ]어느새 마신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동시에 그 손바닥에 응집된 신성이 쩍쩍 부서지고 있었으니까.
이미 그의 끝도 모를 만큼 압축된 신성은 파괴되기 직전에 몰린 상태.
하지만 이 정도로 그치면 초월 스킬을 사용한 것이 아깝지 않은가.
그에 나는 눈빛을 번뜩이며 이내 파천검을 휘둘렀다.
심지어…….
「권능 스킬 ‘혼원마검’의 전용 효과 ‘배가(倍加)’가 활성화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권능 스킬 위력을 [11]배로 상승시킵니다.」
‘백검섬해(白劍閃海).’
촤아아아아아아아-!
그것도 두 자릿수에 도달하는 출력 증폭을 동반한 상태로.
그대로 파천검이 허공에 선을 그려 내자, 이어서 마신의 몸이 그 선의 형상을 따라서 끌어당겨지며, 검날에 맞닿았다.
하지만 살갗이 베이는 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단지, 돌덩이를 두들기는 듯한 무식하기 짝이 없는 충돌음이 울려 퍼지며 단숨에 마신의 몸뚱이가 저 너머로 날아갔다.
콰아아아아아앙……!!
‘성공했나……!’
그리고 그에 나는 눈을 부릅뜬 채 전율에 찬 미소를 지었다.
그도 그럴 게, 확실히 손 끝에 뭔가를 확실히 부순 듯한 감각이 있었으니까.
심지어 초월 스킬로 한껏 강화된 백검칠식의 일격이지 않은가.
여태껏 한 번도 타격을 허용하지 않았던 마신도 아예 다치지 않을 수는 없을 터.
‘……하지만 아직도 데미지가 부족할 가능성은 간과할 수 없겠지.’
그러나 고작 한 대 먹인 것으로 검을 내릴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초월 스킬은 더는 쓸 수 없어. 그렇다면, 이 김에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봐야지.’
눈앞에 있는 상대는 신성을 극한까지 갈고닦은 괴물이지 않은가.
현재 내가 쓰고 있는 백검칠식은 스킬로서 강제로 최상의 경지에 이르게 된 상태.
초월 스킬로 얻은 백검칠식의 힘이, 종국에 이르러 내가 얻게 될 힘이라면, 이 자리에서 확실히 알아 두는 것도 좋을 터이다.
신성이 아닌 기술로 나는 대체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을지.
그리고 기술의 완성에 도달하여 넘볼 수 있는 경지는, 도대체 고대 신격에게는 어떠한 방식으로 타격을 줄 수 있을지 말이다.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해낼 수도 있겠…….’
하지만.
[ ─그쯤 하지? ]그러한 생각은 현실로 이어질 수 없었다.
[ 이제는, 나도 인과율 충당 정도로 넘어갈 수 없을 것 같거든. ]갑자기 자욱한 흙먼지를 걷어 내며, 마신이 모습을 드러낸 탓이다.
[ 이쯤 되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신성 권능을 사용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리고.
[ 이건 또 무슨……. ]어느새 드러난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흠칫하며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 아예 타격이 없어……? ]그럴 만도 했다.
검격을 내지르자마자 손끝에 뭔가가 부서지는 감각이 있었던 것과는 달리, 마신은 이전과도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아예 변화라고 해야 할 것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여태껏 한 번도 제대로 된 힘을 보여 주지 않은 마신의 신체에 마치 갑옷과도 같은 검은색의 기운이 덧씌워져 있었으니까.
심지어 얼굴마저도 가면처럼 검은 기운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무엇인지 정도야 나도 알고 있었다.
‘흑마법.’
하지만 일반적인 흑마법과는 달리 신성이 섞여 있었다.
‘그것보다는, 본질적인가.’
그래도 흑마법은 마기를 술식이라는 체계로 가공하여 사용하는 기술의 일종에 속했다.
최소한 마기에 관한 감응력, 그리고 그걸 다룰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야, 누구든지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저것은 그렇지 않았다.
오로지 신성에 의해서 마기가 조율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진짜로 살아 있는 것처럼 부글부글 기운이 들끓고 있었다.
그 너머에 감춰진 것이 무엇인지를 눈치채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 개념 신성……. ] [ 정답이로군. ]그리고 그에 마신은 기껍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그래. 이게 바로 나의 개념 신성. 뭐, 그 편린에 불과하긴 해도, 내가 가진 전력 중 하나라는 건 부정할 수 없지. ]한마디로 이 우주에서 가장 강한 신성 중 하나를 사용했다는 뜻이었다.
[ 그래서 아무런 타격도 없었던 겁니까. ]그렇다면 어째서 그에게 그 어떤 피해도 입힐 수 없었는지 이해된다.
[ ……타격이 없다고? ]그런데…….
[ ……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건가? ]그걸 들은 마신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 오로지 너의 그 검격을 막으려고 개념의 신성을 쓴 것도 모자라, 신성력도 적잖게 소모됐는데 이게 타격이 없다고? ] [ 그건……. ] [ 헛소리. 설령 일시적이라고는 해도 나에게 필적하는 격을 얻고, 개념 신성을 쓸 때까지 몰아붙이지 않았는가. ] [ ……. ] [ 그것으로 충분히 너는 자격을 증명했다. ]마치 이쯤에서 만족해야 할 것이라는 듯 선을 긋는 모습.
하지만 그에 나는 부정할 수 없이 입을 닫았다.
그도 그럴 게, 눈앞에 있는 이는 이 우주에서 가장 강대한 신격 중 하나니까.
설령 초월 신화 에, 숨겨 둔 거의 모든 수를 썼다고는 한들 그에게 잠깐이나마 필적했다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웠다.
실제로…….
「시간 종료.」
「초월 신화 이 시간 종료로 신성 효과 이 취소됩니다.」
「※초월 신화 로 동등하게 조율됐던 격이 본래의 수준을 되찾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흐른 탓에 초월 신화 로 격을 높이는 것도 끝나자 탈진 상태처럼 몸에 힘이 쭉 빠졌다.
[ ……. ]사실상 마신 같은 괴물을 상대할 여력은 남지 않은 셈이다.
기껏해야 놀아 주는 투로 싸웠던 마신의 힘마저도, 정말이지 감당하기 힘들었으니까.
그리고 이어서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나며 그 생각은 그대로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전용 권한 #A-0107[초월 스킬]의 발동이 시간 종료로 중지됩니다.」
「전용 권한 #A-0107[초월 스킬]에 10년의 쿨타임이 생성되었습니다.」
「초월 스킬 ‘백검칠식(EX)’이 시간 종료로 인하여 스킬에서 본래의 기술로 돌아갑니다.」
‘초월 스킬의 지속 시간도 이제 끝이 났나.’
탑이 준 초월 스킬의 효과도 이제는 끝이 난 상황.
[ ……그렇다면야, 알겠습니다. ]그렇기에 더는 미련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 자격에 관한 증명은 이쯤에서 마치죠. ]그리고.
[ 훌륭한 선택이다, 도전자여. ]그에 마신은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 너는, 탑의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낼 자격이 있다. ]이제야 길었던 특수 계층의 시련이 끝을 맺은 것이다.
***
눈 깜짝할 사이에 시스템 메시지들이 파도처럼 들이치며 시야를 가리듯 나타났다.
「축하드립니다, 시련의 탑 을 돌파하셨습니다.」
「돌파 보상으로 ‘이름 모를 신이 썼던 낡은 마검(SSS)’이 인벤토리에 전송됩니다..」
「돌파 보상으로 ‘1,000,00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돌파 보상으로 ‘80,000 SP’를 획득하셨습니다.」
「추가 돌파 보상으로 ‘고대의 신비(S+)’가 인벤토리에 전송됩니다.」
「추가 돌파 보상으로 ‘요정의 축복 가루(S+)’가 인벤토리에 전송됩니다.」
「추가 돌파 보상으로 ‘어느 이름 없는 신선의 영약(S+)’이 인벤토리에 전송됩니다.」
「대기실로 이동하십시오.」
[ 이제는 진짜로 끝났나. ]놀라진 않았다.
어차피 본래 이 특수 계층의 시련의 클리어 조건은 마계의 최고 군주가 되는 거니까.
사실상 이는 마신이 제 1군주의 자리를 넘겨주는 시점에서 끝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마도 마신이 나를 인정한 걸 최고 군주가 됐다는 걸로 봤다는 거겠지.’
그래도 나름대로 시련들을 압축해 놓은 것답게 보상도 그에 맞췄다는 것일까?
‘시련 보상이 나쁘진 않네.’
실제로 눈에 띄게 보상의 수준이 확 높아져 있었다.
‘이름 모를 신이 썼던 마검(SSS)’, ‘고대의 신비(S+)’, ‘요정의 축복 가루(S+)’, ‘어느 이름 없는 신선의 영약(S+)’ 등등.
최저한의 시작 등급이 S+급에 다다른 아이템 보상들도 놀라울 터다마는…….
그 아래에 있는 포인트 계열의 보상들도 전부 쓸 곳이 어느 정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확실히 대기실로 돌아갔을 때가 재미있을 것 같네.’
추후에 있을 보상 점검이 기대될 정도로.
하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었다.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았으니까.
바로…….
[ ……그래서, 이제 탑에 관한 진실을 들을 수 있는 겁니까? ]탑에 관한 모든 진실을 듣는 것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탓이다.
[ 물론이다. ] [ 그렇다면…….] [ 아, 다만, 아마도 네가 원하는 식으로 들을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군. ] [ ……? ]이건 또 무슨 소리인 걸까.
그에 나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마신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인지 해명하라는 듯이.
그러자 어느새 이전과는 달리 생글생글 웃음이 걸쳐진 얼굴을 되찾은 마신은 오해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
[ 아마도 너에겐 효과적인 수단으로 탑의 진실을 알려 줄 수 있을 것 같거든. ] [ 효과적인 수단이라. ] [ 그다지 특별한 건 아니다. 탑이 가진 내막. 그것을 인과율에 적합하게 가공한 것. 그걸 주겠다는 뜻이지. ] [ 그냥 말로 해 주시면 안 되는 겁니까? ] [ 만약에 그렇게 하려면 인과율 충당의 대가로 너는 진짜로 내가 가진 모든 신성 권능을 상대해야 할 터인데? ] [ ……. ]사실상 인과율을 충당할 수 없다는 소리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최저한의 인과율로 탑의 진실을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이 있다는 것이군요. ] [ 그렇지! 아, 그리고 실제로 말로 탑에 관해 알리는 것보다도, 이게 효과적일 거다. ] [ ? ]그리고 그에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그를 보니 이내 마신이 말을 이었다.
[ 탑의 재현 권능이랑 비슷한 거지. 탑의 시작. 그걸 너는 직접 체험할 수 있을 테니. ]그리고.
[ 흉내에 불과하긴 해도 탑처럼 정보를 전달하는 게 나도 가능하긴 가능한 터라서. ]그 말을 끝으로 마신은 손끝으로 검은 기운을 실처럼 엮었고, 이어서 그 실처럼 엮인 검은 기운은 한 권의 책처럼 변했다.
[ 그건……. ]그리고 그 책에 얽힌 신성력을 인지한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성유물? ]저것은 사실상 마신이 가진 성유물과도 같기에.
[ 그래, 정식적인 이름으로 부르자면, 이건 레메게톤이다. ] [ 레메게톤……. ] [ 모든 악마적인 존재의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일종의 권한이자, 내가 가진 기억을 직접 볼 수 있는 책이지. ] [ 그럼, 설마……! ] [ 이제 눈치챈 것 같군. ]그리고.
[ 탑의 시작과도 같은 순간, 그리고 그 너머의 기원까지, 너는 그 전부를 직접 몸으로 겪을 수 있는 거다. ]이내 마신이 눈매를 산양처럼 구부러뜨리며 미소를 지은 순간.
[ 마치, 탑의 시련처럼 말이지. ]그에 나는 눈을 크게 뜬 채 경악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