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23
321. 신흥 종교 (2)
「26층 대기실에 입장했습니다.」
여러 계층을 압축한 시련이 끝을 맺은 이후.
그대로 나는 늘 그러했듯이 탑의 대기실로 돌아왔다.
어차피 마계에서 더 이룰 수 있는 것도 없기에 돌아온 것이지만, 아직도 머릿속에서는 마신의 이야기가 맴돌고 있었다.
“…….”
실로 적막하기 짝이 없는 석실.
그 자리에 서 있는 채로 나는 손에 들린 한 권의 검은 책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레메게톤(Lemegeton).
여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마신의 성유물과도 같은 마도서.
그리고 그걸 보자마자 뇌리에 마신이 해 줬던 이야기가 낡은 레코드를 재생하듯이 희미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레메게톤은 이 우주의 모든 기록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때 마신은 이 레메게톤을 넘겨주며 그렇게 말했다.
─탑의 기원은 물론이고, 어둠의 신 혹은 용신 같은 고대 신격에 관한 기록도 보관되어 있지. 최소한 악마가 얽힌 일은 전부 알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레메게톤은 거의 모든 진실이 담긴 전지의 서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의 너로는……, 그것들까지 전부 읽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진짜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아직은 너의 수준에 허락된 기록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 역시 탑의 시련처럼 제한선이 있다고 해야 할까?
레메게톤으로 직접 몸소 겪을 수 있는 기록은 아직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마도 탑에 관한 기원, 그 너머에 있는 고대 신격들의 비화까지 전부 알아내려면, 이 정도의 격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최소한 마신과도 같은 격을 갖추어야 하겠지.
‘그래도 나쁘진 않은 일이야.’
하지만 그럼에도 직접 탑의 시작을 알아낼 수 있다는 건 괜찮은 일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흔히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고 하듯이…….
스스로 직접 탑의 기원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건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하나, 탑의 시련처럼 직접 체험할 수 있겠지만, 진짜 탑의 시련은 될 수 없을 거다.
그리고 그만큼 제약도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건 그냥 기록이니까.
진짜 탑의 시련과는 달리 레메게톤의 효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탑의 재현과는 달리, 그저 기억을 재생하는 것에 불과할 터. 그러니 기억에 없는 내용은 있을 수 없지. 즉, 오류 같은 게 있다는 거다.
레메게톤은 따지고 보자면 일종의 시뮬레이션이었다.
탑처럼 진짜로 어느 시간대를 재현하여 그대로 본뜨는 게 아니라, 오로지 기억에 의존하여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에 가깝다고는 해도 가짜는 가짜일 뿐이다.
아마도 이를 뭔가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이러하지 않을까.
설령 아무리 정교한 사격 게임이라도 현실의 사격과는 다소 차이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말이다.
‘확실히 탑의 능력이랑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있겠지.’
그리고 그 점을 알고도 나는 그다지 낭패감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충분히 훌륭한 효과야.’
어차피 이 레메게톤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일이 많을 테니까.
심지어 오류라고 해 봤자 기억에 없는 내용으로 위화감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렇게까지 크게 걱정할 건 없을 듯했다.
그도 그럴 게, 레메게톤이 진짜 모든 악마적인 존재의 기억을 토대로 기록됐다면, 거의 모든 정보가 그곳에 저장되어 있을 터이기에.
‘아마도 마신의 기억도 이곳에 섞여 있을 테니 그리 걱정할 건 없겠지.’
그러니 일단은 마신이 경고했던 오류라는 것은 고민할 내용도 아니다.
진짜로 중요한 것은 이 레메게톤을 언제쯤 사용해야 하는가.
그에 대해서 알아야 할 뿐.
그리고…….
“대충은 알 것 같기도.”
그것도 나는 어느 정도 내정해 둔 바가 있었다.
‘레메게톤은 기록의 보관소인 동시에, 탑의 시련처럼 보상을 얻을 수도 있다고 했었나…….’
그럴 만도 했다.
이제는 탑의 시련이 27층에 가까워진 시점이지 않은가.
철혈의 군주, 그리고 백학검선이 죽을 수도 있는 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마도 이제 탑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는 것은 26층의 시련까지라고 생각해도 될 터.
그렇다면 이 레메게톤은 최후의 최후에, 성장의 여력을 전부 끌어낼 용도로 쓰는 게 옳을 것이었다.
“이걸로 이제 사용할 시점은 정해진 셈인가.”
레메게톤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자마자 나는 눈빛을 가라앉혔다.
‘이제는 진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탑의 기원, 그리고 탑이 원하는 것, 그 너머에 있는 진실들이 손에 닿을 듯 일렁이고 있다.
지금껏 해 왔던 모든 게 결실을 거두고 있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어느새 이야기의 분기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아마도 이걸로 탑이랑 얽힌 일은 끝을 맺겠지.’
심지어 그것도 이야기의 끝이 얽매인 분기점이 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탑을 오르는 것 자체가 끝날 수도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아직도 20층 대의 도전자라고는 한들 나는 이제 고대 신격의 경지에 도달했으니까.
설령 탑의 끝자락에 닿은 도전자들이랑 비교해도 나는 결코 그들에게 뒤처지지 않을 힘을 가지고 있을 터다.
“…….”
탑, 그리고 그에 얽힌 모든 악연을 끝낼 수 있는 순간이 오고 있다.
“이제 곧 결전인 건가.”
그러니…….
“기대되네.”
이제는 그때를 대비하여 최대한 힘을 키울 시간일 것이다.
***
어느새 생각을 정리하자마자 나는 바로 전용 권한 중 하나를 발동했다.
「전용 권한 #D-0007[보상 상승]을 발동합니다.」
「전용 권한 #D-0007[보상 상승]에 의해서 보상의 수준이 상승합니다.」
「특수 계층 돌파 보상 ‘이름 모를 신이 썼던 낡은 마검(SSS)’이 ‘이름 모를 신이 썼던 낡은 마검(SSS+)’으로 강화됩니다.」
「특수 계층 추가 돌파 보상으로 ‘고대의 신비(S+)’가 ‘고대의 신비(SS+)’로 강화됩니다.」
「특수 계층 추가 돌파 보상으로 ‘요정의 축복 가루(S+)’가 ‘요정의 축복 가루(SS+)’로 강화됩니다.」
「특수 계층 추가 돌파 보상으로 ‘어느 이름 없는 신선의 영약(S+)’이 ‘어느 이름 없는 신선의 영약(SS+)’으로 강화됩니다.」
보상 상승.
여태까지 이 전용 권한을 얻은 후로, 탑에서 얻은 모든 보상은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건 이번에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어느새 특수 계층 시련의 보상은 모두 등급이 하나씩 올라가 있었다.
그제야 나는 인벤토리를 열고는 이번에 새로이 얻은 보상을 차례대로 확인했다.
그것도 아주 꼼꼼히.
「이름 모를 신이 썼던 낡은 마검」
「등급 : SSS+」
「반응 속도 +77%」
「공격 속도 +77%」
「신성 증폭 +77%」
「마기 감응 +77%」
「어느 이름 모를 신이 자주 사용했던 흔적이 남은 낡아빠진 마검.」
「검을 든 사용자의 신성력 및 마력을 1초마다 1%씩 흡수하여 신성 을 발동한다.」
「※신성 이 발동된 상태에서는 칼날에 닿는 모든 것이 신성으로 절단되어 분해된다.」
「검을 소멸시킬 의지로 사용할 시 전용 효과 ‘검의 유지’를 활성화할 수 있다.」
「※이름 모를 신이 썼던 마검(SSS+)의 기본 옵션 효과를 B+급 이상의 도검류 아이템에 이전시킬 수 있다.」
「※단, 기본 옵션 효과를 도검류 아이템이 이전시킬 시, 이름 모를 신이 썼던 마검(SSS+)의 아이템은 소멸한다.」
“이건…….”
이내 그대로 ‘이름 모를 신이 썼던 마검(SSS+)’의 설명창을 잠깐 읽은 순간.
그대로 나는 눈을 가늘게 뜬 채 고개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애매하네.”
검 자체의 성능은 그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으니까.
최소한 검의 기본 옵션 자체는 괜찮긴 하다만…….
단지, ‘검을 든 사용자의 신성력 및 마력을 1초마다 1%씩 흡수하여 신성 을 발동한다’라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신성력이랑 마력을 크게 소모하는 주제에 메리트가 별로잖아.’
신성 같은 것을 쓰느니 신성 을 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심지어 신성 같은 게 아니라도 이미 나는 검강은 물론이고 심검까지 쓸 수 있는 검극(劍極)의 경지에 다다라 있었다.
개념 신성이라도 되지 않는 한, 순수 기량으로는 자신이 있다.
그렇기에 그다지 신성 이 달린 게 곱게 보이지 않았지만, 그 아래에 있는 전용 효과를 보자마자 눈을 반짝였다.
‘검의 유지?’
바로…….
‘이름 모를 신이 썼던 마검(SSS+)’의 기본 옵션 효과를 도검류 아이템에 옮길 수 있다는 것.
그걸 보자마자 어째서 나는 이 ‘이름 모를 신이 썼던 마검(SSS+)’이 SSS+급인지 알 수 있었다.
“검의 효과를 옮길 수 있는 건 확실히 좋긴 하네…….”
이걸로 검의 기본 옵션 효과를 이전시킬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파천검의 성능이 살짝 부족한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잘됐네.’
그렇기에 나는 바로 검의 모든 기본 옵션을 파천검으로 이전했다.
「이름 모를 신이 썼던 마검(SSS+) 전용 효과 ‘검의 유지’가 활성화됩니다.」
「이름 모를 신이 썼던 마검(SSS+)의 기본 옵션이 전부 ‘파천검(S+)’에 이전됩니다.」
그리고.
파스스-.
순식간에 ‘이름 모를 신이 썼던 마검(SSS+)’이 소멸하며 파천검에서 검은빛이 번뜩였다.
마치 뭔가가 달라졌으니 확인해 보라는 것 같은 모습.
그것을 보자마자 파천검의 설명창을 열어 보니, 어느새 검의 기본 옵션이 달라져 있었다.
그제야 나는 씩 만족에 찬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성능이 훌륭하게 변했네.”
이쯤 되면 파천검의 성능도 혈천마검에 견줄 수 있을 정도.
그렇지 않아도 주력 장비로 선택한 후, 여태껏 애지중지 써 온 검이지 않은가.
눈에 띌 정도로 이렇게 파천검의 기본 성능이 크게 상승하니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나, 그렇게 파천검의 새로운 성능 상향에 만족하는 것도 잠시.
그대로 이어서 인벤토리에 있는 또 다른 보상들도 꺼냈다.
「고대의 신비」
「등급 : SS+」
「고대에 어느 연금 학자가 만들어 낸 마력의 정수가 깃든 신비.」
「복용할 시 고대의 신비에 의해서 마력 능력치가 +150 상승한다.」
‘고대의 신비(SS+)’는 마치 바다 같은 깊은 색을 지닌 크리스탈 같은 모습을 지녔고.
「요정의 축복 가루」
「등급 : SS+」
「순수 요정이 선량한 인간을 축복하기 위하여 내린 천상의 가루.」
「복용할 시 순수 요정의 축복으로 체력 능력치가 +150 상승한다.」
‘요정의 축복 가루(SS+)’는 작은 유리병에 황금빛 가루들이 담아져 있었으며.
「어느 이름 모를 신선의 영약」
「등급 : SS+」
「어느 이름 모를 신선이 최강의 외공을 창시하기 위하여 연단술로 제작한 영약.」
「복용할 시 외피가 도검불침에 이르며 내구 능력치가 +150 상승한다.」
‘어느 이름 모를 신선의 영약(SS+)’은 녹색의 작은 단약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세 가지의 아이템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이거 전부 능력치 상승용 아이템인 건가?”
모든 아이템의 효과가 오로지 능력치 상승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그러했다.
‘뭐, 어차피 능력치 성장은 있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그다지 범용적인 활용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능력치 상승은 나쁘지 않았다.
고대 신격이 됐다고 해도 여전히 나는 신체 능력에 크게 영향 받고 있는 상태.
이제는 괴물 같이 성장한 능력치들이 더더욱 올라간다면야, 도저히 손해일 수 없기에 바로 그 모든 아이템을 입에 털어 넣고는 복용했다.
「고대의 신비(SS+)를 섭취했습니다.」
「도전자 한성윤의 마력이 +150 상승합니다.」
「요정의 축복 가루(SS+)를 섭취했습…….」
「도전자 한성윤의 체력이 +150 상승합…….」
「어느 이름 없는 신선의 영약(SS+)’을 섭…….」
「도전자 한성윤의 내구가 +150 상…….」
“이걸로 이제 특수 계층에서 얻은 아이템은 끝인가.”
그대로 세 가지의 능력치를 전부 +150씩 상승시킨 걸 끝으로 보상은 끝났다.
「전용 권한 E-0001[비밀 상점]을 발동합니다.」
「관리자 전용 비밀 상점이 개방됩니다.」
「관리자 전용 비밀 상점에 [1,000,000] 포인트를 지불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그에 나는 바로 19층 퀘스트에서 얻은 전용 권한을 발동하여 모든 포인트를 능력치로 바꿨다.
‘어차피 더 사야 할 아이템도 없으니 이게 낫겠지.’
그렇지 않아도 능력치의 상승은 점점 능력치가 높아질 때마다 그 효율이 올라가지 않는가.
사실상 이걸로 나는 이전의 수십 배에 달하는 능력치를 갖춘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대로 이어서 관리자 상점에서 새롭게 얻은 SP도 소모하려 했지만…….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가 그러한 행동을 멈췄다.
‘이건 또 뭐지?’
그럴 만도 했다.
「도전자 ‘시계탑의 마법사’님에게서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진짜로 불시에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상정 외의 것이었으니까.
‘시계탑의 마법사?’
탑의 시스템에서 친구 추가도 하지 않은 자다.
그런데 그런 이가 메시지를 보내 오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본래는 시스템상에서 서로 교류 관계로 인정되지 않으면, 도저히 메시지 같은 건 보낼 수 없었던 걸로 아는데…….
설마 뭔가가 달라진 게 있는 걸까.
‘왜인지 몰라도, 익숙한 닉네임 같……, 어?’
그리고 그에 대해서 문득 생각하고 있자니 나는 이 메시지를 보내 온 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이거 설마 런던에서 본 데이비드 테일러가 보낸 건가?”
데이비드 테일러.
탑을 오르며 13층 통합 시련에서 같이 팀원으로 만났고, 더불어 런던에 들어온 이계의 도전자를 잡으며 인연을 맺은 자.
……아니, 사실상 말하자면, 그냥 내가 사도라고 속이고는 호구처럼 아이템들을 뜯어냈던 이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테지.
하지만 그렇기에 이해할 수 없었다.
‘갑자기 데이비드 테일러가 왜 나한테 메시지를 보내지?’
이전에 데이비드 테일러에게 나를 사도라고 말하긴 했어도 그리 많은 친분을 쌓지는 않았다.
갑자기 이렇게 말을 걸어 올 정도는 더더욱 아니고.
어차피 이렇게 생각해 봐야 알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에, 그대로 나는 데이비드 테일러의 메시지를 열람하여 읽었다.
그리고…….
-시계탑의 마법사(20층) : 한성윤 사도님.
-시계탑의 마법사(20층) : 갑자기 이렇게 관리자의 권능으로 연락드리게 되어 죄송하지만, 사도님에게 필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시계탑의 마법사(20층) : ……이전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사도님이 또 다른 사도를 해치운 후, 세계 각지에 어느 신흥 종교가 나타나고 있어서 말입니다.
이내 데이비드 테일러의 메시지들을 이어서 읽은 순간.
-시계탑의 마법사(20층) : ……신흥 종교의 이름은 천신교라고 하며, 그곳의 교주가 이렇게 말하며 세력을 크게 부풀리고 있습니다.
그제야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었다.
-시계탑의 마법사(20층) : 한성윤 사도님은, 천신교 교주 자신을 섬기는 신실한 종복 중 하나라고요.
“이건 또 뭐지……?”
그것도 아주 확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