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24
322. 신흥 종교 (3)
종교.
신, 혹은 초월적인 어느 존재를 마음의 지지대로 삼아서 숭배하며 그 특유의 윤리를 따라가는 것.
그리고 이는 신격, 그리고 고대 신격이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에서는, 일종의 신성 수급처이기도 하였다.
‘신성 및 신앙의 수급은 보통은 종교로 얻기 쉽긴 하지.’
그럴 만도 했다.
어차피 나는 네크로맨시, 그리고 신성 및 신앙 강탈에 최적화된 능력들이 적지 않기에 종교 같은 건 없어도 되지만…….
통상적인 신격들에게는 그 의미가 다르지 않겠는가.
그들에겐 종교라는 건 곧 힘의 원천이며, 신성 및 신앙의 기본적인 수급처로서 없어선 안 되는 것일 터이리라.
하지만 나는 그러한 일반적인 신격들과는 달랐다.
‘나는 종교를 가질 이유가 없어.’
애초에 신성을 최초로 습득한 것도 통상의 경우와는 다르다.
어쩌다 보니 네크로맨시로 예비 사도가 가졌던 신성력을 얻게 됐고, 그 이후에도 탑이 준 힘을 따라가며 개념의 신성을 얻게 됐을 뿐.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숭배 받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종교 단체 같은 건 없었다.
오로지 스스로의 힘, 그리고 그에 기반하는 신화를 이룩하여 이곳까지 도달한 것이다.
그래서 고대 신격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나는 제대로 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건 대체 무슨 소리야?’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시계탑의 마법사(20층) : 천신교에서는, 한성윤 사도님을 자기들의 종복이라고 소개하던데……, 진짜입니까?
데이비드 테일러의 소식을 보자마자 머릿속에 뭉근한 열기가 감돌게 된 것은.
“이건 또 뭔데…….”
그에 나는 헛웃음을 짓고는 그대로 어이가 없다는 듯 시스템의 메시지를 째려봤다.
“진짜 미친 건가?”
신격이 됐음에도 종교 하나 만들어 본 적이 없는데…….
천신교라니?
여태껏 들은 소리 중 가장 어이가 없었기에, 그대로 나는 데이비드 테일러의 말에 답을 바로 보냈다.
그것도 아주 부정적인 어조로.
-시계탑의 마법사(20층) : 그렇다면야, 다행이군요…….
그제야 데이비드 테일러가 안심했다는 듯 메시지를 보내 왔다.
-시계탑의 마법사(20층) : 현재 천신교 측에서 세계 각지에 있는 길드, 그리고 헌터 협회에 천신교를 숭배하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계탑의 마법사(20층) : 심지어 그것도 한성윤 님의 이름을 걸고서.
이내 데이비드 테일러의 이어지는 메시지들을 본 순간.
-시계탑의 마법사(20층) : ……한성윤 님이 천신을 모시는 종복이며, 그들은 한성윤 님을 수족처럼 부릴 수 있다고 하더군요.
어느새 나는 손이 저절로 주먹을 쥐어지는 걸 느끼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아예 나를 수족처럼 부릴 수 있다고 하는 건가…….”
왜인지는 몰라도 머릿속에 열기가 점점 가득 차오르며 입가에 헛웃음이 드리운다.
“재밌네.”
숭배 강요.
그것도 지구에 없는 나를 이용하여 종교를 일으키려 할 줄이야.
진짜로 재미있는 일이다.
단지, 그 끝에서 재미없게 될 건 내가 아니라 천신교라는 같잖은 조직의 일원들일 뿐이지.
-사냥꾼(26층) : 누구입니까.
그리고 그에 나는 바로 데이비드 테일러에게 물음을 건넸다.
-시계탑의 마법사(20층) : ……예?
-사냥꾼(26층) : 누구냐고요. 제가 천신교의 종복이라고 하는 자들이.
-시계탑의 마법사(20층) : 저도 잘은 모릅니다. 하지만 탑의 랭커, 그리고 몇몇 S급 헌터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
-사냥꾼(26층) : 어디에 있는 겁니까.
-시계탑의 마법사(20층) : 아마도……, 천신교는 세계 각지에 있지만, 아마도 한국을 주축으로 삼고 있을 겁니다.
-사냥꾼(26층) : 한국이요?
-시계탑의 마법사(20층) : 그렇습니다. 한성윤 사도님의 국적이 한국이니까요. 그래서 그곳을 주축 중 하나로 잡고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사냥꾼(26층) : 알겠습니다.
이제 더는 들어볼 것도 없다.
“그래, 한국에 있다는 거지?”
천신교.
누구인지 몰라도 나를 종복으로 부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곳이 한국에 뿌리를 내렸다니?
실로 기꺼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굳이 시간을 끌 것 없이 그들을 처리하는 게 가능할 터이므로.
그리고 그에 대해서 눈빛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분노를 다스리고 있자니, 어느새 데이비드 테일러에게서 재차 메시지가 날아왔다.
-시계탑의 마법사(20층) : ……그렇다면, 한성윤 사도님이 직접 일을 처리하겠다는 걸로 알아듣겠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제 그는 손을 떼도록 하겠다는 뜻이었다.
어차피 그가 이렇게 긴급하게 연락해 온 것도 천신교가 데이비드 테일러가 소속된 시계탑에 헛소리를 지껄인 탓이었을 테니까.
그러니 그다지 신경 쓰지는 않았다.
도리어 이렇게 어이가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려 준 데이비드 테일러에게 약간의 고마움을 느낄 뿐.
그렇기에 나는 바로 그러라고 답장했다.
-사냥꾼(26층) : 그러시죠.
그런데…….
-시계탑의 마법사(20층) : 아, 예. 그렇다면 시계탑은 이 일에서 물러서겠습니다. 아마도 자세한 건 그쪽 소속의 사람이 안내해 줄 겁니다.
마치 이미 나에게 이 사태를 알려 줄 곳이 있다는 것 같은 말투.
심지어 누군가를 지칭하는 것도 아니고 그쪽이라며 어느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듯 말하는 그의 언행에 의구심이 들었다.
아니.
사실상 의구심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직감과도 같은 것이지 않을까.
어째서 소속 집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데이비드 테일러가 저리 떳떳하게 어느 집단을 일컫는 걸 보니 불길하기 짝이 없었다.
-사냥꾼(26층) : ……‘그쪽 소속의 사람’이라니요?
왜인지 모르게 그 말에서 불길함을 느낀 나는 그리 물음을 건넸다.
-시계탑의 마법사(20층) : 그야, 한성윤 사도님이 주축이신 종교이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시계탑의 마법사(20층) : 초월교.
이내 데이비드 테일러의 말이 이어진 순간.
-시계탑의 마법사(20층) : 그게 바로 한성윤 사도님을 모시는 종교잖습니까.
그대로 나는 눈을 깜빡이며 의문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응?”
……아니, 이건 진짜 뭔데.
***
일단은 데이비드 테일러와의 이야기는 간결하게 끝냈다.
‘……어차피 일단은 이렇게 데이비드 테일러랑 이야기를 더 해 봤자 얻을 것도 없겠지.’
그럴 만도 했다.
애초에 데이비드 테일러는 그리 많은 걸 알고 있지도 않으니까.
진짜로 최소한의 정보만을 알고 있었고, 천신교 혹은 초월교 같은 것에 관해서 물어봐도, 잘 모른다고 할 뿐이었다.
“천신교, 그리고 초월교인가…….”
솔직히 말해서 천신교까지만 해도 머리가 아플 지경일 터인데…….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네.’
이제는 초월교라고 하는 곳까지 나타났다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아마도 그때 보여 준 것 때문에 초월교 같은 게 생겼나?”
그나마 추측해 보자면 초월교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전에 전투의 신이 라스베이거스에 내려 보낸 사도를 해치우며, 세계 각지에 힘을 드러내게 됐으니까.
그걸 보고 나를 숭배하는 이들도 있기야 할 터다.
그러나 그것이 어째서 데이비드 테일러도 알게 될 정도의 초월교라는 형태를 맺게 됐을까.
이제야 막 신격으로서의 힘을 드러냈을 때도, 그렇게 많은 숭배자가 있지는 않았을 터인데.
‘왜인지 모르게 갑자기 초월교 같은 게 생겼다고 하니 이질적이란 말이지…….’
하지만 이내 나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접었다.
‘……아니, 됐나. 애초에 초월교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굳이 따지자면 천신교와 초월교 중에서 더 눈에 거슬리는 건 천신교라고 할 수 있다.
‘초월교는 있어 봤자 크게 거슬리진 않으니까.’
신격의 관점에서 보자면 초월교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초월교를 통해서 고정적인 신앙의 습득이 가능해지니까.
여태껏 그리 많지 않은 이들에게서 신앙을 수급해 온 것과는 달리, 초월교는 성장에 미력하게나마 보탬이 될 터이다.
그러니 아직은 그쪽에 신경 쓸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천신교는 좌시할 수 없는 일이야.’
하지만 천신교는 아니다.
현재 천신교는 다른 것도 아니고 나를 종복으로 부려 먹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말도 안 되는 행패를 부리고 있는 상황.
심지어는 헌터 협회에까지 그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잖은가.
아마도 그게 될 수 있는 이유는 천신교에 소속된 여러 탑의 랭커, 그리고 최상위권에 기록된 헌터들 탓인 것 같은데…….
이대로 가다간 지구 차원에서 신성 및 신앙을 얻는 게 힘들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뭣보다 탑을 오르는 와중에 쓸데없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을 터이지.
최소한 이대로 놔둬서는 좋을 게 없는 일이기에, 단숨에 싹을 잘라 버리는 게 옳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좀 써야 하나.”
어느새 생각을 정리한 나는 바로 상점의 커맨드를 사용하여 귀환석을 구매했다.
「귀환석(D+)을 구매하셨습니다.」
거목 미궁에 갔을 때를 빼고는 산 적도 없는 D+급의 귀환석을 사용한 순간.
「도전자 한성윤, 귀환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귀환석을 소모하여 지구로 귀환합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주위의 모습이 적막한 석실에서 먼지 쌓인 원룸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다지 상관은 없었다.
애초에 이곳 자체는 이제 생활 공간이 아니라, 탑에서 돌아올 때 도착할 지점에 불과하니까.
그리고 그대로 지구로의 귀환을 마치자마자 나는 스마트폰의 전원을 켜고는 바로 이하연에게 메시지를 보내고는 전화를 걸었다.
대충 메시지의 내용은 천신교에 관해서 할 말이 있는 것 정도.
‘아마도 바로 받을 수는 없겠지.’
그러나 나는 이하연이 바로 연락받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녀와의 상호 조율을 취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귀환했으니까.
아마도 내가 돌아왔다는 걸 모르는 그녀로서는 즉각적인 반응을 취할 수는 없을 터이다.
하지만 바로 받지는 않아도 최소한 긴급하게 연락을 취했음을 알렸다면 그걸로 충분하…….
-서, 성윤 씨?
“……응?”
그런데 그 생각과는 달리 이하연은 전화를 걸자마자 연락이 닿았다.
사실상 연락을 취한 게 4초쯤 흘렀음을 생각하면 전화를 바로 받았다는 뜻이지 않은가.
……설마, 진짜로 설마이긴 한데, 혹시 연락이 오는 걸 대비하고 있기라도 했던 건가?
하지만 그에 관한 의문은 풀 시간도 없었다.
-……저, 정말 성윤 씨에요? 아, 아직은 준비가 덜 됐는데! 아니,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돌아오셨─.
갑자기 이하연은 그렇게 횡설수설하더니 이내 말을 끊고는 다른 주제를 입에 담았다.
-……아니. 아니지. 그, 그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니까. 서, 성윤 씨. 정말로 성윤 씨 맞아요?
그리고 그에 나도 별다른 의문 없이 그녀의 말에 답했다.
“예. 저 맞습니다. 그리고, 해야 할 이야기도 있습니다.”
-……해야 할 이야기요?
“그렇습니다. 천신교라고. 상당히 불쾌한 일을 하는 곳이 있다고 하던데요.”
-……아아. 그거요. 하아. 그렇지 않아도 말씀을 드리려 했는데, 이걸 잘 됐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
-천신교. 감히 성윤 씨를 들먹이는, 그 더러운 이단 놈들이……, 흠흠, 아니, 사이비들에 대해서 말씀드리려는 참이었으니까요.
“……이단이요? 하연 씨, 새롭게 종교라도 가졌나요?”
-아, 아뇨! 자, 잠깐 말이 헛나온 거예요!
“아, 예.”
어차피 이하연이 무슨 종교를 믿는지는 딱히 중요하지 않았기에 넘겼다.
-……그것보다는 천신교에 대해서 이야기할 게 있어요. 그 사이비들이, 성윤 씨를 들먹이며 헌터 협회에 와 있어요.
“헌터 협회에, 말씀이십니까?”
-네.
그리고.
-헌터 협회 측에 천신교를 숭배하라는 식으로 이것저것 강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지금 그쪽으로 가는 중이에요.
“…….”
-하아아. 성윤 씨도 있으니 그나마 낫네요. 그놈들의 패악질을 이제야 막을 수 있겠어요. 여태껏 성윤 씨를 들먹이는데, 정말로 한숨이 다 나오는─.
“어딥니까.”
-……네?
“천신교가 있는 곳이 정확하게 어디냐고요.”
이어서 나는 스마트폰이 부서지지 않게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간신히 막으며 물음을 흑마법을 사용했다.
치지지지지지직……!!
【 접어드는 소용돌이 】
순식간에 특정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공간 도약의 정수가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놈들, 지금 어디에 있는지 말해 주시면 됩니다.”
추측하건대…….
“제가 바로 갈 거니까.”
아마도 이제 곧 누구 하나의 골통은 터뜨릴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