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25
323. 신흥 종교 (4)
치지지지지지직……!
순식간에 공간 도약의 술식이 전개되며 곳곳의 공간이 일렁였다.
【 접어드는 소용돌이 】
여태껏 수많은 흑마법사를 살해하며 흑마법의 숙련도를 높인 덕일까?
어느새 공간 이동 계열의 정수와도 같은 흑마법은 한 치의 막힘없이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이 대지에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라도 갈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말이다.
그러니 머리끝까지 치솟은 분노를 더 참을 필요 따위는 없었다.
“천신교, 그놈들이 어디에 있는지만 말해 주시면 됩니다.”
어차피 천신교 같은 건 어디에 있든지 한달음에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그게……, 천신교, 그 사이비들은 서울의 헌터 협회에 있─.
그리고.
“알겠습니다.”
-자, 잠깐만요! 성윤 씨, 어디에 계신지만 알려 주시면, 제가 텔레포트로 데리러 갈 수 있어요!
“아뇨.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네?
이내 이하연의 친절한 배려를 거절하며 분노에 찬 눈빛을 번뜩인 순간.
“어쩌다 보니 저도 공간 계열 능력을 얻어서.”
촤라라락-!
눈 깜짝할 사이에 주위의 모습이 흑마법에 의해서 일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텔레비전의 채널을 휙휙 바꾸듯 수없이 달라지는 공간의 모습.
그것을 보고 있자니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지직거리며 끊길 듯했다.
그렇기에 나는 간략하게 소식을 전해 뒀다.
-그게 대체 무슨 소…….
“서울 헌터 협회에서 보죠.”
뚝.
그리고는 그걸 끝으로 나는 스마트폰의 전화를 끊고 감각을 확장했다.
‘서울이라.’
구태여 서울 헌터 협회의 정확한 장소를 탐색할 필요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어차피 나는 고대 신격 이전에 한 명의 초인이었으니까.
모든 능력치는 2,000도 가뿐히 넘는, 인간의 범주 따위는 진작에 넘어선 신체와 감각.
그것은 마력의 작용이 일절 없더라도 이 땅에 있는 모든 것의 형태를 숨 쉬듯 자연스레 알아낼 수 있었다.
“…….”
단지, 여태까지는 그렇게 할 필요는 없기에 그러지 않았을 뿐이지.
그렇게 공간의 모습이 수백 번도 넘게 뒤바뀌는 불안정한 상태로 몇 초 정도 있었을까.
어느새 나는 어느 지점에서 느껴지는 벌레처럼 미약한 신성력, 더불어 늘 그렇듯 새겨진 헌터 협회 고유의 로고를 발견하자마자 입가를 비틀었다.
“재밌네.”
그럴 만도 했다.
갑자기 웬 천신교 같은 사이비 종교 따위가 등장했나 했더니…….
설마 신성력을 가진 이들이 이따위의 일을 벌였을 줄이야.
이제야 이 어이없는 상황의 윤곽이 잡히는 듯했다.
‘그래, 알고 보니 숨겨진 맛집을 찾으러 온 식객이었다는 거지?’
아마도 천신교 같은 사이비가 나타난 이유에 신격이 얽혀 있는 것 같았다.
누군지는 몰라도 이 지구 차원이 실로 먹음직스러운 맛집으로 보인 것 같다마는…….
흥미로웠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렇게 대놓고 개수작을 부리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에 나는 흑마법 [접어드는 소용돌이]를 사용하여 바로 서울 헌터 협회로 이동했고, 이어서 드넓은 회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충 잘 도착한 것 같……, 어?’
그런데…….
―저놈은…….
서울 헌터 협회의 회의장에 들어서자마자 어느 익숙한 얼굴에 눈에 들어왔다.
―그때의 그 버러지이지 않더냐.
굳이 혈천마검에서 울리는 담천우의 말이 아니라도 알 수 있을 정도.
“……히, 히, 히이이이이이이익!!”
그도 그럴 것이…….
“……하, 하, 하, 한성윤!”
에릭.
전투의 신이 지구를 침공했을 적에 본 적이 있는 자가 이곳에 있었으니까.
이전에 미국 헌터 협회의 회의장에서 갑자기 내게 시비를 걸며 스스로 낭패를 본 어리석은 도전자가…….
“……어, 어, 어째서 너 같은 괴물이, 이곳에!!”
이제는 웬 하늘색 도포를 입은 채 입에 거품을 물 듯 기겁하고 있었다.
마치 사이비 종교에 빠진 이와도 같은 행색.
그걸 보며 나는 이내 헛웃음을 지어야 했다.
‘이게 바로 악연도 인연이라는 건가.’
그도 그럴 것이…….
‘이건…….’
어느새, 에릭에게선 신성력이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예비 사도잖아?’
……그것도 신격의 잔향이 느껴질 수준의 신성력을 말이다.
***
어이가 없었다.
‘……이쯤 되면 이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네.’
설마 이전에 지구로 돌아왔을 적에 본 에릭을 이곳에서 볼 수 있을 줄이야.
사실상 그가 이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에릭도 그건 똑같은지 마치 발작을 일으키듯 경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에릭이 발작하는 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저, 저게 한성윤이라고?”
“도. 도대체 갑자기 어디에서 나타났지?”
“……설마, 진짜 한성윤이 천신교 소속이라는 건가?”
어느새 회의장 곳곳에 앉은 이들이 놀랐다는 듯 이런저런 말을 뱉어 내고 있었으니까.
마치 천신교의 종복으로 이곳에 온 게 아니냐는 듯 추측하는 모습.
그리고 그에 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회의장 상석에 앉은 중년인이 탁자를 퉁퉁 치며 그 소란을 잠재웠다.
“……정숙들 하십시오. 어차피, 상황은 정해져 있는 것 아닙니까.”
아마도 회의장 상석에 앉은 중년인이 서울 헌터 협회의 대표인 것 같은데…….
대체 이 상황을 어찌 해석했는지 그의 얼굴에는 깊은 수심이 드러난 상태.
실제로도 그는 이어서 암울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한성윤 도전자. 설마, 이곳에 온 건 천신교의 요청에 가담하러 온 겁니까?”
그제야 저 상석에 앉은 중년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추측하건대 천신교 측의 억지 주장에 힘을 실어 주려 이곳에 왔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그 생각 자체에 나는 크게 불쾌감을 느끼며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답했다.
“가담? 제가 지금 그런 걸로 이 자리에 온 것 같습니까?”
“……예?”
“구태여 이곳에 왜 왔는지를 따지자면, 그 반대의 이유로 이곳에 왔다고 해 두죠.”
“……잠깐만요. 하, 한성윤 도전자. 그 반대의 이유라니요? 그럼, 설마─.”
“아마도 그쪽의 생각이 맞을 겁니다.”
그리고.
“갑자기 제 이름을 천신교 측에서 막 사용하고 있길래 왔을 뿐이죠.”
이내 그렇게 말하며 에릭이 있는 곳을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본 순간.
“─그쯤 하지?”
쩌어엉-!
갑자기 회의장 한쪽에서 굉음이 울려 퍼지며, 그곳에 있는 대리석이 쩍쩍 갈라져 튀었다.
“……감히, 천신교의 예비 사도에게 굉장히 무례한 짓을 하는 거 같지 않나?”
이내 그러한 폭발음의 진원지로 고개를 돌린 순간.
그곳에서 웬 말총머리를 한 남성이 대리석으로 된 바닥을 짓누르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심지어 그것도 살기가 번들거리는 눈빛까지 뿜어내는 상태로.
그대로 그는 그 상태에서 입가에 히죽 비웃음을 띠며 말했다.
“버러지가……. 너,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건가? 장웨이. 천신교에 선택받은 자다.”
갑자기 그는 살기에 이제는 마력까지 담으며 말을 이었다.
“쓸데없이 교의 행사를 방해하지 말고, 이 자리에서 꺼지도록 하…….”
아마도 이쯤이면 내가 물러나기라도 할 줄 알았던 것일까?
“개소리하지 마.”
하지만 고작 이 정도로는 무섭기는커녕 화날 뿐이다.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렇게 자신감 있게 버티는지는 알 수 없다만…….
장웨이에겐 애석하게도 나는 그의 헛소리를 듣고 있을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너희 같은 잡것들 탓에, 갑자기 탑에서 내려와서 짜증 나니까.”
“……뭐, 뭐?”
“장웨이. 너, 도전자 같은데. 에릭한테서 못 들었나?”
“그게 무슨…….”
“진짜로 이따위로 굴다간 내가 골통을 부술 수 있다고.”
그리고 그렇게 말하며 에릭에게 시선을 돌리자 그가 벌벌 떨며 변명하듯 말했다.
“……하, 하, 한성윤! 오, 오해다! 이 몸은, 이 일과는 관련이 없─.”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하아. 에릭, 이 새끼는 또 갑자기 왜 지랄이야. 너, 나랑 같은 예비 사도가 맞긴 하냐?”
에릭의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그의 입을 막듯이 장웨이가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도 헌터 협회 측에 내가 관련이 없음을 알리는 걸 꺼린 것 같은데…….
에릭은 그것마저도 상관이 없다는 듯 이를 악물고는 겁먹은 개처럼 말했다.
“나, 나, 나는……, 그저,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있었을 뿐이야……!”
“야, 에릭. 진짜로 미쳤어? 씨발, 일을 이따위로 해 놓고도, 교주님이 용서하실 것 같─.”
“씨발, 닥쳐! 애, 애초에 교주님도 이렇게 될 거라고 말하지 않았잖아! 나, 나는 모르는 일이야!”
심지어 에릭은 그것도 모자라 그 자리에서 살짝 뒤로 물러나기까지 하였다.
마치 트라우마의 대상을 바라보는 것 같은 공포에 물든 에릭의 눈빛.
사실상 그는 이제 제대로 된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음. 그때의 기억이 그 정도로 강렬했나?’
이쯤 되면 이제는 그때 신성 권능 탓에 정신병이라도 생긴 게 아닌지 의심해야 할 지경.
생각한 것 이상으로 신성 으로 바닥에 처박혔던 게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은 듯했다.
하지만 어찌 됐건 간에 에릭이 천신교의 일에 개입한 건 맞으니, 책임을 물기는 할 것이다.
애초에 그러려고 탑에서 내려오게 됐던 거니까.
단지, 저렇게까지 크게 무력한 태도를 보이니 지금은 건드릴 필요를 못 느낄 뿐이지.
그리고 장웨이의 제지가 무위로 돌아가자 회의장 상석에 앉은 중년인이 눈을 찌푸리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천신교. 한성윤을 종처럼 써먹을 수 있다고 하더니.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그럴 만도 했다.
“……여태껏 한성윤 도전자를 들먹이며 되먹지도 않은 주장을 하더니, 사실은 그 모든 게 거짓이었던 셈이지 않습니까?”
현재 천신교는 헌터 협회에 반쯤 숭배를 강요한 것과도 같은 상황.
그리고 그러한 수작질의 밑바탕에, 일종의 협상 카드처럼 내가 사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사실은 일절 관련 없는 헛소리라는 게 밝혀지니 협회장이 저렇게 날 선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지 않은가.
“핫!”
하지만…….
“그래서?”
장웨이는 그걸 들켰음에도 불구하고 부정할 생각도 없다는 듯 말을 이어 갔다.
“한성윤, 저놈이 천신교의 종이 아니라고 해서, 달라지는 게 있을까?”
“허……?”
“어차피, 너희도 한성윤을 두려워하는 건, 놈이 가진 힘 때문이잖아?”
“그게 무슨…….”
“그렇다면 간단하지!”
그리고.
“저딴 덜떨어진 버러지 새끼보다, 내가 더 강하다는 걸 보여 주면 될 거 아냐!”
그에 장웨이가 두 눈동자를 살의로 가득 채운 채 번뜩인 순간.
드드드-!
그대로 장웨이에게서 신성력이 서서히 풀어져 나오며 대기가 떨렸다.
“컥…….”
“이, 이건 대체 무슨…….”
“자, 장웨이가 정말로 한성윤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그에 회의장 내에 있는 이들이 경악을 토해 내는 동시에 장웨이가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하하핫─!”
마치 회의장 내에 있는 이들의 경악을 즐기는 것 같은 반응.
“그래, 도리어 잘됐지!”
그대로 그는 고개를 돌리고는 나를 바라보더니 씩 미소를 지었다.
“한성윤, 너 같은 머저리 자식이, 어째서 세계 최강으로 취급받는지 궁금했는데 말이야!”
그리고.
“같잖고 알량한 너의 힘이 어디까지 통할지 보자고!!”
이내 장웨이의 눈이 탁하게 흐려지며 욕망으로 가득 찬 순간.
“이 자리에서 너 같은 건 단숨에 짓뭉개고, 새로운 세계 최강이 되겠─.”
그대로 나는 장웨이의 말을 끊듯이 말했다.
[ 세계 최강? ]“……어?”
[ 너 따위가? ]“……이게, 무슨?”
그래도 최소한의 식견은 있다는 것일까?
“신성을 목소리에 담을 수 있다고……?”
신성이 깃든 울림을 듣자마자 장웨이의 얼굴이 급속도로 굳는다.
[ 그래, 이제야 상황 파악이 좀 되나 보네. ]하나, 그렇게 장웨이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는 것도 잠시.
[ 그래도 이미 늦었어. ]다음 순간.
「신성 이 사용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현실 세계에 말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단, 세상의 이치를 간섭하는 언령에는 매우 많은 신성력이 소모됩니다.」
《 꿇어. 》
꽈아아아아아아앙-!
그대로 장웨이의 몸이 대리석으로 된 바닥에 짓뭉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