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26
324. 신흥 종교 (5)
「신성 이 사용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현실 세계에 말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단, 세상의 이치를 간섭하는 언령에는 매우 많은 신성력이 소모됩니다.」
《 꿇어. 》
신성 을 발동한 채 장웨이에게 그렇게 말한 순간.
꽈아아아아앙……!!
눈 깜짝할 사이에 장웨이의 몸이 아래로 짓눌리며 고통에 찬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컥─!”
그럴 만도 했다.
설령 장웨이가 신격에게서 신성력을 받았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그건 예비 사도의 수준.
여태껏 수많은 역경을 마주하며 끝끝내 고대 신격의 경지에 들어선 나에겐 하찮은 잡기에 불과했다.
[ 이쯤이면 상황 파악은 됐으려나? ]그리고 그에 나는 차갑게 내려앉은 눈빛으로 장웨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 애초에 너 같은 건 제대로 싸워 줄 가치도 없었어. ]마치 진지하게 맹수에게 이길 수 있다는 듯 날을 세우던 벌레를 보듯.
그런데 그렇게 하찮다는 듯 내려다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일까?
어느새 장웨이는 눈을 부릅뜬 채 이를 갈며 악에 찬 소리를 토했다.
“끄, 끄흐으……! 버, 버러지 같은 새끼가아아아아아악……! 비, 비겁한 수작을 부렸……!”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 짓눌려라. 》
신성 을 재차 발동하여 그렇게 장웨이에게 가해지는 압박을 부풀린 순간.
쿵.
“켁……!”
그대로 장웨이의 눈이 살짝 풀리며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썩을, 새끼, 가아…….”
하지만 아직도 혀를 놀릴 힘은 있다는 것일까?
직접 힘의 격차를 실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웨이는 끝까지 욕을 뱉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나는 피식 미소를 짓고는 그대로 신성 을 재차 발동했다.
《 짓눌려라. 》
꽈아앙-!
“끄……! 하, 핫! 이, 이따위는, 얼마든지 버틸 수 있……!”
《 짓눌려라. 》
콰지직-!
“씨…… 발……. 이것만, 풀리면……. 너는, 사지를 찢어발겨서, 개의 먹이로 주겠…….”
《 짓눌려라. 》
“───!!”
꽈지직─!
그렇게 수수깡을 툭툭 부러뜨리듯 회의장 내에 흩뿌려지던 소리를 몇 번 반복해야 했을까.
어느새 장웨이의 몸에서는 뭔가에 금이 가는 것보다는 부러지고 찢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심지어 그것도 사망에 이르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그리고…….
《 짓눌……. 》
이내 장웨이에게 재차 신성 을 발동하려고 한 순간.
“그, 만…….”
[ ……? ]“요, 용서……, 해주……십시오…….”
[ ……. ]어느새 장웨이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애걸하듯 그렇게 말을 건넸다.
그제야 나는 장웨이에게 걸린 신성 의 제약을 살짝 풀고는 순수하게 궁금하다는 듯 말했다.
[ 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사, 살려주십시오……. 부, 부디, 자비를 내려주…….”
[ 장웨이. 너는,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네가 세계 최강이라고 했잖아? 그럼 최선을 다해서 이 자리에서 나를 이겨야지. ]“잘, 잘못했습…….”
[ 그래? ]굳이 장웨이의 말을 끝까지 들을 필요도 없다.
[ 그래도 이제 와 일을 무르기엔 너무 늦었어. ]그대로 나는 장웨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서는, 그의 머리통을 발끝으로 살짝 건드렸다.
마치 가볍게 축구공을 앞으로 굴리듯, 실로 가볍기 짝이 없는 동작.
실제로 그다지 힘을 줄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장웨이를 이 자리에서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으니까.
단지, 내가 가진 기준에서 ‘살짝’이라는 게, 장웨이의 기준에서는 ‘살짝’일 수 없다는 문제일 뿐이지.
콰아앙-!
이내 뭔가가 터지는 소리가 나며 장웨이의 머리통이 한 번 크게 젖혀진 순간.
“껙…….”
털썩-.
장웨이의 눈빛이 혼탁해지며 그의 몸이 쭉 늘어졌다.
언뜻 보면 죽은 것 같은 모습처럼 보이긴 한데…….
사실상 가볍게 뇌진탕을 일으켜 줬을 뿐이다.
아마도 이대로 놔둔다면 장웨이는 초인답게 머지않아서 회복할 터이지.
그제야 신성 을 완벽하게 해제한 나는 목덜미를 매만지며 귀찮다는 듯 말했다.
“쓸데없이 힘 빼게 만들기는…….”
그리고 이어서 숨 막힐 듯한 적막으로 가득 찬 회의장을 둘러보며 자리에 앉았다.
서울 헌터 협회의 대표로 보이는 중년인은 물론이고 좌중의 모두는 전부 경악에 찬 눈빛으로 눈치를 봤다.
도저히 같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처럼.
하지만 어차피 이 정도의 대우야 익숙해졌기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정리하듯 말했다.
“자아…….”
그리고.
“이걸로 이제 천신교와의 사이는 대충 정리된 것 같은데.”
이내 신성력이 고요하게 일렁이는 눈빛이 번뜩인 순간.
“지금껏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번 들어봐도 될까요?”
순식간에 고해성사의 시간이 시작됐다.
***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대충 어떻게 된 건지는 알 것 같네.’
에릭, 그리고 스스로 서울 헌터 협회의 대표로 소개한 김익철이 상황을 빠르게 설명했다.
그리고 그 설명을 들으며 나는 천신교의 주축이 되는 곳에 무엇이 자리를 잡았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특정되는 신격을 숭배하는 구조, 그리고 그걸 널리 퍼뜨릴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
천신교는 눈에 띌 정도로 신격 숭배에 더불어 사도 양산의 구조를 띠었기에.
“신격의 수작질 중 하나네.”
그렇지 않아도 에릭에 더불어 장웨이에게서 신성의 기척이 느껴지길래 추측하긴 했었다.
아마도 지구에서 이따위의 일을 벌인 이의 정체는 신격일 거라고.
그리고 그 추측은 이제는 반쯤 확신과도 같이 변했다.
‘최소한 다른 차원에서 충분히 격을 쌓은 신격일 확률이 높겠어.’
그럴 만도 했다.
여태껏 천신교가 걸어온 길은, 신격의 숭배에 너무도 치우쳐져 있었으니까.
심지어 그 과정은 마치 이런 건 몇 번은 해봤다는 듯 익숙하기까지 하였다.
‘지구가 확실히 신격에게는, 일종의 맛집이라는 거겠지.’
그렇지 않아도 이전에 몇 번 이런 일이 있었기에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은 지구에 제대로 된 신격의 비호가 없다는 게 문제야.’
그리고 그렇기에 나는 이러한 일이 몇 번이고 더 있을 거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
아마도 제대로 된 신격이 뿌리를 내려야 이런 일이 없어질 수 있겠지.
지구는 빈집이 아니기에 누구든지 맛집처럼 탐방할 수 없음을 알리면 이딴 수작질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내가 이곳에 뿌리를 내릴 수는 없었다.
일반적인 신격과는 달리 나는 오로지 스스로 길을 개척하여, 누군가의 신앙보다는 신화적인 힘으로 이곳까지 왔으니까.
삶의 궤적 자체가, 종교를 이끌고 만인에게 숭배받는 것과는 거리감이 있다.
그러니 그다지 지구에 종교를 세우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구에 시간을 쏟는 것도 아깝고.’
심지어 뭣보다 나는 종교를 세우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시련의 탑도 이제는 27층이 가까워지고 있듯이…….
이미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
“…….”
탑의 진실이 기록된 레메게톤을 사용하는 것.
여태껏 미뤄 왔었던 백학검선의 비원을 이루는 것.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탑의 27층 시련에서, 증명의 신이 말했던 정해진 미래를 바꾸는 것.
그걸 생각하면 이렇게 지구에서 시간을 쓸데없이 쓰는 것도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이건 그냥 주기적인 소탕밖에 정답이 없을 것 같네.’
그러니 나는 종교를 설립한다는 걸 선택지에서 배제할 수밖에 없었다.
‘……뭐, 어쩌다 보니 지구에 제대로 된 종교를 얻는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물론 아예 종교에 관한 생각이 없진 않다.
만약에 지구에서 나에 관한 종교가 자연적으로 발생하여 커진다면야 어느 정도의 관리는 할 생각이 있었다.
그렇게 설립된 종교에는 시간이 그렇게 크게 낭비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이내 그러한 생각을 하던 나는 피식 웃음을 짓고는 이어서 고개를 저으며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설마, 그렇게 형편 좋을 일이 있을 리가…….’
그리고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자마자 나는 김익철을 바라보며 물음을 건넸다.
“그나저나, 천신교의 교주가 어디 있는지는 그쪽도 모르는 겁니까?”
그에 김익철은 흠칫하더니 불안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예. 천신교는 교주 이외의 교인들만이 모습을 드러낼 뿐. 교주 본인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상 헌터 협회라고 해도 천신교의 교주는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인데…….
그럴 만도 했다.
진짜로 천신교의 교주가 신격이라면 한낱 인간의 범주로는 어디에 있는지 알아낼 수 없을 테니까.
그래도 혹시나 하며 에릭에게도 아는 게 있는지 물어보긴 했지만.
“……나, 나도 모, 모른다! 저, 정말이야! 교주는, 늘 사도를 통해서 지령을 내리니까, 알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이것도 똑같이 소득은 없었다.
“이건 뭐 천신교 소속이라더니 아는 게 없네.”
“그……, 그래도 천신교 소속 중에서는, 나름대로 아는 게 많은 편인데…….”
“그래서 자기가 섬기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그 정체가 뭔지도 모르나?”
“…….”
“됐고. 그럼 교주 대신에 지령을 내린다는 사도. 그놈은 어디에 있는데.”
“어……? 아니……. 그것도 잘 모르겠─.”
“진짜 그것도 모른다고 하면 죽어.”
“……자, 자, 잠깐만!”
그래도 목숨은 소중한 줄 아는지 에릭이 기겁하며 고개를 휙휙 저었다.
“……그, 그래도 짐작이 가는 곳이 없지는 않다!”
이래서 매가 약이라는 말이 떠도는 것일까?
어느새 에릭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어울리지 않게 머리를 굴리는 듯했다.
심지어 그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생각보다는 제대로 된 것이었기에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아, 아마도 사도는 런던에 있을 것이다.”
“근거는.”
“……사도랑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놈이 시계탑 소속의 데이비드 테일러라는 놈을 설득하러 간다고 말했었으니까.”
“그래?”
사실상 사도의 일정을 토대로 그가 어디에 있을지 추측한 거 같은데…….
‘……설마 데이비드 테일러가 사도랑 얽혀 있을 줄이야.’
천신교의 영향력이 꽤 뻗어 있는지 귀찮은 곳까지 손이 닿아 있었다.
“……그, 그리고, 그곳에, 어쩌면 교주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교주가?”
여태껏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었던 에릭의 입에서, 추측성이지만 교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추, 추측일 뿐이긴 하다만……. 그, 그곳에 갈 때, 사도가 이렇게 말했었다…….”
심지어…….
“런던에서 잘 된다면 데이비드 테일러를 비롯하여, 각지에서 수많은 강자들이 모일 것이라고.”
그것도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형태로.
“그리고 그곳에서 모든 강자를 굴복시켜서 교주님을 숭배하게 할 거라고…….”
“…….”
“사, 사도 놈이 강해 봤자, 그들을 전부 굴종시킬 수는 없을 터. 그러니 교주가 나타날 수 있…….”
“됐어, 이제.”
“……어?”
그리고.
“이제는 알 것 같아서.”
다음 순간.
“천신교의 교주, 그놈이 어디에서 뭘 하고 싶어 하는지를.”
그대로 나는 살의에 찬 미소를 지으며 눈빛을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