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28
326. 격차 (2)
천신.
신성 의 개념 신성을 가져야 얻을 수 있는 이름이자, 모든 하늘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일종의 자격.
수많은 개념 중에서도 하늘이 가지는 가치는 적지 않을 터이다.
그것은 그게 누구이든 간에 그 위에 서겠다는 의지이며, 신성의 개념은 추상적이지만 장대한 하늘을 그려 낼 테니까.
최소한 수준 높은 신성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 여태껏 지구에서 재밌는 짓을 많이 했던데. ]하지만…….
[ 그렇게 개수작을 부렸으니, 뒷감당할 자신은 있는 거겠지? 천신. ]그건 어디까지나 정식 신격, 혹은 상위 신격의 수준.
그 너머에 있는 우주의 일각과도 같은 고대 신격의 경지에는 통하지 않는다.
어차피 천신이 가지고 있을 신성은, 사실상 고대 신격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진정으로 개념화를 이루어 불멸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그 모든 건 한낱 잡기에 불과할 뿐이니까.
[ 이게, 무슨……. ]그리고 천신도 그걸 알고 있다는 듯 나를 보자마자 식은땀을 흘렸다.
[ 고, 고대 신격이라고……? ]그래도 최소한의 경험치는 있는지 내가 고대 신격이라는 걸 알아챈 것 같은데…….
[ 어찌……, 어찌, 이런 말도 안 되는 기백이……! ]애석하게도.
[ ……대, 대체, 고인께서는 누구십니까! ]천신은 고대 신격이라는 걸 빼면 내가 누구인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단지, 고대 신격이 되며 이룬 개념화의 경지를 어렴풋이 감지했을 뿐.
그리고 그에 나는 그녀를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 ……진짜로 내가 누군지 모르나? 여태까지, 그렇게 귀찮을 정도로 집착했으면서. ] [ 그, 그게 무슨…….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소, 소녀가 결례를 저질렀다면, 고인에게 사죄드리겠─. ] [ 한성윤. ]그리고.
[ 이래도 모르는 건 아니지? ]이내 내가 직접 스스로의 이름을 거론하여 그녀에게 힌트를 준 순간.
[ ……예? ]순식간에 천신의 얼굴빛이 창백하게 물들며 아닐 거라는 듯 부정을 바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 ……하, 한성윤이라니요. 이, 이 지구의 토착신에게 관심이 있으셨습니까. 그, 그렇다면야, 소녀는 이만 손을 떼도록 하겠습니다. ]천신은 이제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어느새 밤하늘의 별빛을 빼다 박은 것 같은 눈동자에는, 절망에 가까운 감정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사실상 눈치챌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을 거듭하는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직접 답을 건넸다.
[ 진짜로 모르는 게 아니라, 아마도 모르는 척하는 것 같은데. ] [ ……. ] [ 여태 네가 찾은 지구의 신격이 누구일 것 같아? ] [ 그럴, 리가……. ]심지어…….
[ 그거, 나야. ]그것도 아주 확실히.
***
[ ……. ]눈 깜짝할 사이에 천신의 눈빛이 격하게 흔들리며 그녀의 입술에서 작은 부정의 말이 새어 나왔다.
[ 거짓말……. ]사실을 알고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 천신은 입술을 꽉 짓누르며 말했다.
[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만도 했다.
[ 지, 지구에 남은 한성윤의 신성 영역의 흔적으로 이미 충분히 분석했을 터인데! ] [ 뭔……. ] [ 한낱 정식 신격의 수준에 불과했던 신격이, 고대 신격의 경지에 이르렀을 리가……! ] [ 지구에 남긴 내 신성 영역으로 그런 것까지 알아낼 수 있었나……? ]어찌했는지는 몰라도 천신은 신성 영역의 흔적으로 내가 이룩한 경지를 추측해냈으니까.
전투의 신과의 전투 직전에, 신격의 침략을 방지하여 설치해 둔 신성 영역으로 나의 수준을 읽었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어째서 천신이 내가 고대 신격이라는 사실을 저렇게까지 격렬하게 부정하는지도 대충 이해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더는 떠들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 어쩌다 보니 나는 고대 신격이 빨리 됐을 뿐이야. ]단지, 그렇게 천신의 말을 일축하듯 대답했을 뿐.
[ 그리고……, 설령 내가 네 말처럼 한성윤이 아니라고 해도 다를 건 없지 않을까? ]그리고.
이내 내가 천신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을 마친 순간.
[ 그, 그런……. ]그에 천신은 눈을 크게 뜬 채 겁에 질린 듯 시선을 보내며 비굴한 미소를 지었다.
[ ……아, 아직은, 이런 자리에서 목숨을 내어 줄 생각은 없습니다. ] [ ……. ] [ ……소, 소녀의 결례는, 추후에 필시 이에 걸맞은 보상을 곁들여, 사죄를 드리겠─. ] [ 필요 없어. ]그렇지만 그에 나는 더는 시간 끄는 것도 싫다는 듯 눈을 찌푸렸다.
[ 됐고. ]그리고.
「신성 이 사용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현실 세계에 말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단, 세상의 이치를 간섭하는 언령에는 매우 많은 신성력이 소모됩니다.」
《 그냥 이 자리에서 죽……. 》
이내 신성 이, 신성 에 물들며 발동을 끝마치려 한 순간.
[ ……읏!! ]탓!
그 직전에, 천신은 그렇게 소리를 내며 재빨리 바닥을 박차고는 폐건물 바깥으로 나섰다.
심지어 그것도 아음속 따위는 가볍게 넘어설 속도로.
그래도 최소한 신격으로서 쌓아 온 경험이 있는 덕일까?
그녀는 서로의 실력을 가늠하는 간단한 경합조차도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듯 도주했다.
[ ……허. ]그리고 그걸 본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 ……재밌네. ]설마 이렇게 갑자기 뒤도 안 보고 도망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어차피, 도망쳐 봤자 의미도 없는데.’
심지어 기껏 세계 각지에서 이름을 알린 도전자들을 제압해 놓고도 그냥 도망친 것이다.
마치 이 자리에서 벗어나는 게 이까짓 도전자들보다는 몇 배는 더 중요하다는 듯이.
실제로 그걸 증명하듯 천신의 사도로 추정되는 이가 덩그러니 남았다.
“천신님이……, 도망쳤어……?”
아마도 도전자인지 그의 말은 철저하게 탑의 힘으로 해석되어 들렸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야 어차피 크게 관심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게 대체 무…….”
어차피 천신의 사도쯤이야 간단하게 쓰러뜨릴 수 있을 테니까.
꽈아앙-!
“컥……!”
살짝 힘을 준 채 주먹을 내뻗자마자 외마디의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지는 천신의 사도.
그리고 이어서 그의 몸이 가볍게 풀썩 쓰러지자마자 주위에서 인기척이 일었다.
어느새 천신에 의해서 억류됐던 도전자들이 풀려난 것이다.
하지만 모든 도전자가 제압 상태에서 풀리진 않았다.
‘아예 정신을 잃은 사람도 있는 건가.’
천신의 힘에 노출되며 크게 정신적인 데미지를 축적한 이들은 의식을 차릴 기미가 없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의식을 되찾기야 하긴 할 터이나, 지금 바로 일어설 수 있는 자들은 극소수에 가까운 상황.
그런 탓에 천신의 신성력에 노출됐음에도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강자들만이 남았다고 해야 할까.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선 도전자는 몇몇 되지 않았고, 개중에 대부분은 한 번씩 얼굴을 본 적이 있는 이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성윤? 서, 성윤이에요?”
캐서린 베넷도 그러한 경우 중 하나로 볼 수 있었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는 눈빛을 반짝이며 그렇게 물음을 건넸다.
마치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인연을 마주했다는 듯이.
그리고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했다.
[ 맞습니다. ]그제야 캐서린 베넷은 놀랐다는 듯 말을 이어 갔다.
“아니, 일언반구도 없이, 갑자기 성윤이 왜 여기서 나타났……, 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캐서린 베넷은 바로 뭔가를 알아챘다는 듯 눈매를 좁혔다.
“……성윤이 나타난 건, 천신교 때문이군요.”
순식간에 상황을 눈치챈 캐서린 베넷이 그렇게 말하자 이어서 데이비드 테일러가 몸을 일으키며 말을 받아 냈다.
“그거야 뻔하지 않겠소. 한성윤 님을 사칭하여 이용하는 잡것들이 산재하여 있거늘. 갑자기 지구로 돌아올 만하지.”
그리고 데이비드 테일러는 분노로 물든 눈빛을 흉흉하게 번뜩이며 말했다.
“어찌 됐건 간에, 한성윤 사도님이 온 이상에는, 사실상 천신교의 교도들은 절멸이오.”
그럴 만도 했다.
“……설마, 아무리 경우가 없어도, 세계 각지에서 소집된 도전자들을 이리 겁박할 줄이야.”
여태까지 최대한 천신교와의 마찰을 줄여 왔던 데이비드 테일러마저도 천신에게 억류당했었으니까.
“천신교는 이 과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할 것이외다.”
마치 이번 일을 계기로 하여 천신교라는 종양을 축출해내겠다는 것 같은 말투.
“……서로 아는 사이들 같아서 이야기 나누는 건 좋은데.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의 분노는 머지않아서 들린 어느 여성 도전자의 음색에 끊겼다.
여태껏 천신의 신성력에 억눌렸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잃지 않은 강자 중 하나였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선 신경질적인 눈매의 여성 도전자는 폐건물의 가구에 걸터앉은 채 스스로를 소개하듯 말했다.
“첸 샤오링. 중국 출신 도전자야. 한성윤, 한때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장본인을 직접 보니 나도 즐겁긴 한데……. 지금 상황이 긴박하다는 건 알고 있지?”
그녀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 내며 걱정된다는 듯 말을 이었다.
“대충 네가 엄청나다는 건 알겠는데, 천신교의 교주는 이걸로 도망치는 거 아냐?”
첸 샤오링은 턱짓으로 천신이 도망친 곳을 가리키며 눈을 찌푸렸다.
“서로 즐겁게 대화하는 것보다는, 네가 직접 천신을 추적하는 게 낫지 않아?”
일리는 있었다.
실제로 천신이 이대로 도망친다면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갈 여지를 주게 되는 거니까.
물론 내가 고대 신격인 걸 알게 된 시점에서 천신이 딱히 뭘 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마는.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 가능성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 글쎄요. ]하지만 나는 첸 샤오링의 말에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 어차피 천신이 도망쳐 봤자 지구에선 거기서 거기니까.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 간단합니다. ]아직도 나는 천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기에.
[ 저는, 천신이 어디에 있는지 이제 놓치지 않고 감지할 수 있어서요. ]스킬의 효과 같은 건 아니다.
단지, 천신의 신성력을 직접 마주했기에 그녀의 신성에 관한 인지력이 늘어났을 뿐.
그녀의 신성이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고, 그것이 어디에서 감지되는지에 대해서.
사실상 천신이 다른 세계로 넘어가지라도 않는 한에는, 그녀의 기척은 이제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니 천신이 어디를 가든 무슨 상관이 있을까.
설령 지구의 어느 장소를 가든 간에 위치 좌표만을 알 수 있다면 얼마든지 공간을 찢고서 그곳에 도달하는 게 가능할 터인데.
하지만 첸 샤오링의 말도 아예 틀리진 않았다.
[ 그래도, 뭐, 이제는 대충 마무리를 지을 시간이긴 하려나. ]굳이 이것보다 더 시간을 끌어서 천신에게 여지를 줄 필요는 없으니까.
[ 그럼 이제 움직이긴 해야 할 것 같네. ]그러니…….
【 접어드는 소용돌이 】
이제는 천신과의 악연을 모조리 끊어 낼 시간일 것이다.
***
「하늘의 신이 극도의 불안감에 의해서 거칠게 호흡합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신은 런던에서 인근에 있는 바다까지 단숨에 빠져나왔다.
[ 어, 어째서, 기껏해야, 이까짓 군소 차원에 저런 괴물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안심할 수 없었다.
[ 지, 지구에 고대 신격이 있다는 것은, 그분마저도 알려 주지 않은 이야기이지 않은가……. ]그럴 만도 했다.
[ 어찌하여 본녀가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는 것이더냐……! ]천신을 노리고 있는 것은 이 우주의 일각으로 불리는 고대 신격 중 하나이지 않은가.
최소한 그녀는 고대 신격이라는 게 무엇인지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상위 신격이라고 해도 상대되지 않을 괴물이라는 사실도.
그렇기에 천신은 바로 도망칠 준비를 시작했다.
[ ……그, 그래도. 고대 신격이라고 할지라도,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닐 테지. ]이내 천신이 그렇게 불안에 가득 찬 목소리로 공간을 도약할 준비를 마친 순간.
[ 그, 그분에게……, 그분에게 부탁한다면야, 이번 일의 실패를 지적하여, 본녀를 보호해 달라고도 할 수 있을 터……. ]그때였다.
[ 그러니 아직 끝나지 않았을 것이야……! ]아예 아무것도 없는 배후에서 소리가 들려온 것은.
[ 그래? ]그에 천신이 기름칠하지 않은 기계장치처럼 삐걱거리며 고개를 돌리게 되자…….
[ 대체 배후에 있는 ‘그분’이 누구길래,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걸까. ] [ ……아? ] [ 그것참 궁금하게 하는 말이야. ]어느새 그녀의 배후에는 한없이 맑은 미소를 짓는 한성윤이 있었다.
[ 그거, 나도 들려줄 수 있을까? ]심지어…….
[ 그래야 이해가 될 것 같거든……. ]그것도 아주 확실하게 적의가 깃든 눈빛을 자아내는 상태로.
「초월과 죽음의 신이 하늘의 신이 가진 신성을 바라봅니다.」
[ ─어째서,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의 신성력을 네가 가지고 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