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3
032. 점령전 (1)
「6층 대기실에 입장하셨습니다.」
「모든 상태 이상과 부상을 완벽하게 회복합니다.」
「회복 효과는 대기실에 상시 적용됩니다.」
「결산판에 도전자 한성윤의 정보가 기재됩니다.」
모든 보상의 정산이 끝난 직후에 생성된 포탈에 들어서니 6층 대기실이 나타났다.
이전과도 다를 바 없이 삭막했지만, 그게 익숙해졌는지 편안했다.
‘흠, 뭘 먼저 해야 하나…….’
석실의 바닥에 주저앉은 나는 무엇을 더 우선하여 처리할지 고민했다.
보상을 점검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일단은 급한 불부터 끄기로 했다.
‘지금은 이것부터 하는 게 맞겠지.’
5층 시련에서 검은 기사에게 파괴당한 ‘은밀한 사냥꾼의 방패’를 수리할 차례였다.
‘뭐, 횟수 제한이 있어서 아깝기는 하다만, 이러려고 산 거니.’
씀씀이를 아끼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하여 이내 방패의 잔재를 상자에 담았다.
팔목에 부착할 수 있는 소형 방패였던 만큼 상자의 크기에 딱 맞는 상황.
더 고민할 것도 없었기에 이내 상자에 마력을 주입해서 전용 효과를 발동시켰다.
「크로켄 마탑의 복원 상자를 사용합니다.」
「남은 사용 가능한 횟수 – 1/1.」
그리고 동시에 상자에 새겨진 잿빛의 별이 은은하게 빛났다.
흡사 이제 수리가 끝났으니 상자를 열어 보라는 듯한 모양새.
“겉보기로는 변한 게 없는 거 같은데.”
나는 반신반의하며 크로켄 마탑의 복원 상자를 열었고.
이내 그 안에 있는 완벽하게 복원된 ‘은밀한 사냥꾼의 방패’를 볼 수 있었다.
자그마한 흠집도 없는 깔끔함에 감탄했다.
“오…….”
확실히, 유용한 건 맞는 듯하다.
이 아이템에 썼던 돈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은밀한 사냥꾼의 방패’를 복원할 수 있다면 비쌌던 값은 충분히 한 것이다.
일단 크로켄 마탑의 복원 상자는 ‘은밀한 사냥꾼의 방패’보다는 좋은 아이템이기도 하고.
‘지구에서 팔게 된다면 복원 상자 같은 건 두 개 더 얻을 수 있을 정도겠지.’
한 번 쓴 것에 비해서 많은 걸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아까울 리도 없었고, 아까워하고 싶지도 않았다.
만약에 이런 식으로 쓸 만한 물건들을 복구해서 팔고 더 좋은 아이템을 공수해 온다면…….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겠네.’
이어서 나는 청결의 돌에도 마력을 주입해서 몸을 깔끔하게 만들었다.
후우우웅…….
크레이지 울프의 피에 별다른 효과는 없었는지 청량한 바람이 몸을 휘감더니 핏자국과 퀴퀴한 냄새가 싹 사라졌다.
편의를 위해서 샀다는 게 좀 마음에 걸렸었는데…….
막상 사용하고 나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아예 들지 않았다.
‘애초에 최소한의 편의는 갖춰야 하는 것도 있고.’
쓸데없이 쓰는 게 아니라 딱 필요한 만큼만 편의에 돈을 쓰는 거라면 상관없을 거다.
자, 그럼 이제 5층 시련의 보상을 점검해야 하는데…….
“보상으로 받은 게 이것밖에 없네.”
『스킬 – 삼절三絶(A-)』
『숙련도 – 0%』
『기본 효과 – 마력을 사용하여 도검류 무기로 행하는 세 번의 공격을 강화한다.』
『세부 효과 – 스킬 사용 시, 공격할 때마다 도검류의 절삭력이 1.5/2.0/2.5의 배율로 상승한다.』
“절삭력에 관련된 스킬인가…….”
검은 기사가 쓰던 오러라는 스킬 같은 도검류를 강화해 주는 스킬이었다.
‘A-급이라 그런지 일반적인 스킬보다 인터페이스 구성이 더 좋네.’
고유 특성을 설명하듯 세세한 효과들도 설명해 주고 있었다.
그만큼 이 스킬이 좋다는 방증이겠지만, 더 중요한 건 ‘숙련도 0%’였다.
진실의 눈 같은 성장이 정체된 스킬과 다르게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뜻.
‘그렇지 않아도 단검술 스킬이 정체되기 시작하면 어쩌나 했는데…….’
어쩌면 삼절 스킬로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하겠지만.
‘8층에 다다르면 상점에서 스킬도 살 수 있다고 했고, 구할 방법은 있겠지.’
뭐, 그렇게 고민할 것은 아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이내 상태창을 확인했다.
『한성윤』
『근력 – 54』 『체력 – 51』
『민첩 – 54』 『마력 – 43』
『내구 – 43』
『고유 특성 – 네크로맨시(E)』
『스킬 – 자세히 보기』
‘흠, 이쪽은 크게 변한 게 없네.’
좀 숫자들이 바뀌기는 했는데 그게 그렇게 큰 폭으로 상승한 것도 아니다.
물론 무의미하지는 않겠다만, 당장은 눈에 띄는 게 없었기에 이어서 결산판을 열었다.
「5층 시련 결산판」
-1위, 김승훈(SS-)
-2위, 검빨만렙(S+)
-3위, 사냥꾼(S)
-4위, 혜선아(S-)
-5위, 오춘석(A+)
-6위, 혜디공듀(B)
…….
…….
무수하게 이어지는 순위들을 보며 이내 스크롤을 내리려던 순간이었다.
“……어?”
-3위, 사냥꾼(S)
이전에는 근접하지 못했던 최상위권에 대놓고 내 닉네임이 새겨져 있는 걸 보았고.
“…….”
이어서 떠오른 시련 결산의 정보에 눈을 부릅떴다.
-3위, 사냥꾼(S)
-5층 시련 돌파 시간(2:21:31)
-5층 시련 돌파 과정(SS)
-5층 시련 돌파 결과(S-)
-5층 시련 총합 결산(S)
제대로 보지 못한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눈을 깜빡여 봐도 시련 결산의 정보는 그대로다.
“S급이라니…….”
감개무량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예상외라고 해야 할까.
‘4층 시련은 그렇게 온갖 짓을 했어도 총합 결산에서 S급은 못 찍었는데.’
무슨 기준으로 시련 결과를 책정하는 것인지 몰라도 시련의 탑은 이번 시련의 결과가 S-급이라고 측정했다.
그만큼 시련을 잘 통과했다는 건데, 더 신기한 건 결산 순위였다.
“3위라, 좀 이상하기는 하네.”
분명히 4층 시련의 결산에서는 이것보다 높은 등급도 더 낮은 순위에 배정받았다.
그렇다는 건 5층 시련은 도전자들에 대해서 평가를 낮게 했다는 거다.
실제로도 6위에 기재된 혜디공듀라는 닉네임의 도전자는 B급임에도 최상위권에 안착했다.
‘그 아래로도 꽤 자잘한 등급들이 나열되어 있고.’
B-급, C+급, C급, C-급…….
전체적으로 등급이 낮고 아래로 갈수록 비슷한 등급끼리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러니 50위 안에 들어서 새롭게 ‘선구자’로 지명된 이들도 꽤 있는 모양이다만…….
‘본래 선구자로 지정되었던 사람 중에는 낙오자도 있겠는데?’
5층 시련은 어째서인지 몰라도 전부 시련에서 이전보다 등급이 낮게 평가를 받았다.
그러니 50위의 끄트머리에서 머물던 이들에게 있어서는 불행 중의 불행일 터다.
물론.
“3위에 있는 나랑은 아예 상관이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꽤 특이한 방식이었다.
뜬금없이 5층 시련에서 평가 기준을 확 올려서 밸런스를 조정하다니.
‘그만큼 선구자로서의 혜택이 크다는 거겠지.’
무슨 혜택을 주려고 이렇게 선구자들이 따라잡힐 수 있게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주어지는 혜택이 스킬인지도 아이템인지도 모르는 게 실정이니 말이다.
그러나.
“시련의 탑이 주는 혜택인 만큼,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건 아니겠지.”
그것만큼은 나도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했다.
그러니 더 걱정할 건 아니고, 이제는 다른 걸 고민해야 할 시점이었다.
‘검은 기사, 그놈은 분명히 다른 차원에서 왔다고 했지.’
급한 문제들이 있어서 잠깐 미뤄 두고 있었지만, 이 또한 중대한 일이다.
이계에서 왔다는 기사, 그리고 그놈이 보여 줬던 행동들은 명백한 적대였기 때문이다.
“……한 번 더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떻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어.”
이번에는 시련의 실패 조건을 만족하지 않았기에 죽지 않고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에도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시련의 목표를 빼앗기고, 실패 조건을 강제적으로 달성하게 된다면…….
‘확실하게 죽을 거야.’
그것만큼 최악의 전개는 없을 것이다.
‘8층까지는 질문권을 최대한 아껴 두고 있으려 했는데.’
이 부분에 관해서는 나도 더 타협할 수 없었다.
“목숨에 직결된 문제라면, 더 미뤄 둬야 독이 될 뿐이지.”
「궁금한 내용을 작성해 주십시오.」
「작성된 질문은 발신이 완료되면 관리자가 답변을 보냅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질문권 – 5.」
마음을 굳게 먹은 만큼, 생각은 행동으로 빠르게 이어졌다.
이내 질문권의 명령어를 실행시킨 나는 홀로그램으로 된 자판을 두들겼다.
「5층 시련을 진행하는 도중, 다른 차원에서 왔다는 도전자를 만났습니다.」
「이계에서 왔다는 도전자는 시련의 목표를 가로챘고, 동시에 저도 죽이려고 했습니다.」
「계층 난입은 또 무엇이고, 다른 차원의 도전자는 어떠한 존재인지.」
「그리고 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어떠한 조건 속에서 발생하며 그 전조를 알아차릴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관리자들은 이제껏 한 번의 질문에 많은 정보를 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한 성격을 고려해서 최대한 세세하게 질문을 적었다.
“이쯤이면 되겠지.”
이어서 나는 질문을 꼼꼼하게 읽어 보고는 이내 하단에 적힌 「발신」을 눌렀다.
「질문이 발신됐습니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이어서 다른 문구도 떠올랐다.
「답변이 도착했습니다.」
“……벌써?”
좀 놀랐기는 했지만, 멍하니 있을 수는 없었다.
애초부터 상식 밖의 존재들이 질문에 답변해 주는 것이니 그러려니 한 것도 있고.
나는 답변이 도착했다는 문구 옆에 있는 편지지 아이콘을 클릭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현재 계층에서는 상위 개념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일부분의 답변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질문권은 소모되지 않습니다.」
‘상위 개념이라.’
계층 난입이니 뭐니 하는 것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차원에 대해서 질문했기 때문인지.
시련의 탑은 일부분의 질문에만 답했다고 사전에 명시했다.
솔직히 뭐든 답해 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계층 제한이란 껄끄러운 요소가 있었던 모양.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질문권이 소모되지 않았다는 거겠지.’
만약에 질문권이 소모됐다면 미친 듯이 분노했겠지만…….
시스템은 질문권이 소모되지 않았는데도 일부분의 정보를 알려 주겠노라고 했다.
그러니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다는 것에 짜증을 내는 대신에 이어서 떠오른 메시지에 더 집중했다.
「계층 난입이란, 현재 머무는 층에서 10층 정도 안팎에 있는 도전자의 시련에 난입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단, 특별 시련 및 통합 시련 같은 개인 시련이 아닌 계층에는 간섭할 수 없습니다.」
「이는 8층부터 확장되는 시스템이며 현재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전에 검은 기사에게 들었던 말보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이었고.
“…….”
그 덕분에 단숨에 ‘계층 난입’이라는 게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사다리 부수기다, 이거.
‘……8층에 도달하지 못한 도전자들을 배제하는 용도겠지.’
그들은 계층 난입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고, 확장된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니 말이다.
그런 이들의 시련에 난입할 수 있다면…….
사다리를 훌륭하게 걷어찰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 아래층에 있는 이들을 습격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협적이다.
무슨 이득을 취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층 난입 자체는 그렇게 쓸 수 있다.
아래층에 있는 도전자들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억제할 수 있는 수단.
쓰는 방법에 따라서 더 극악해질 수도 있을 터다.
‘물론 계층 난입으로 얻는 이익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니 더 추측할 수는 없지만.’
그리 생각하며 스크롤을 내리는 순간, 경고음이 울렸다.
삐이익!
「현재 계층에서는 접근할 수 없는 정보입니다.」
그런 메시지가 떠오르더니 이내 쭉 이어지던 메시지의 문구들이 싹 사라졌다.
‘……역시나 더 정보를 알려 주지는 않겠다는 건가.’
질문권을 소비하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적은 정보를 준다는 거나 다름없다.
「이계의 도전자는 대부분 해당 차원의 도전자를 적대합니다.」
물론 그 이후에 정보랍시고 무언가 떠올랐다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질문권도 만능은 아니네.”
실질적으로는 계층 난입에 대해서만 조금 알게 됐을 뿐이고.
나머지의 개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궁금한 게 있으면, 그걸 알 수 있는 자격을 갖추라는 듯한 모양새.
“알고 싶은 게 있으면 더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는 건가…….”
결국은 당장 알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정보 명령어를 중단하고, 커뮤니티 명령어를 실행시켰다.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혹시라도 이 안에서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커뮤니티를 본 순간부터 그러한 생각은 싹 사라졌다.
-사냥중독: 정신 내성 스킬 얻는 법 팝니다. 살인이나 약탈 같은 행위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주황버섯: 5층에 막 오신 분들에게 6층 시련에 대해서 알려드립니다. 1,000 포인트만 주신다면 시련 세부 사항도 알려드립니다.
-IiIiIIiIiI: 각종 업적 달성법을 팝니다. 정신 내성 스킬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살인’, ‘약탈’, ‘배신’에 관련된 업적이고, 꽤 보상도 짭짤합니다.
오랜만에 열게 된 커뮤니티는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