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31
329. 격차 (5)
치지직-.
호텔의 텔레비전에서 뉴스 속보들이 멈추지 않고 이어진다.
[……여태껏 도전자 한성윤과의 긴밀한 관계를 주장했던 종교 단체, 천신교에 도전자 한성윤이 ‘사실무근’이라며 관계를 부정했습니다.] [……그리고 천신교의 런던 테러 행각이 준비 도중에 발각되어, 천신교 대표 사도인 아키요시 유우타의 구속이 결정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천신교에 공분하고 있으나, 천신교 교주의 행방은 묘연해졌고, 아키요시 유우타는, “지구에 범접할 수 없는 괴물이 살고 있었다.”라는 말만을 반복하며 수사 협조에 불응하고 있습니다.]다름이 아니라…….
[아키요시 유우타의 수사 협조가 시작되는 대로, 천신교의 상세한 내막이 밝혀질 것으로 보이며…….] [천신교 예비 사도, 장웨이 및 에릭이 서울 헌터 협회에서 무력적인 충돌을 일으켜 논란이…….] [사실상, 이걸로 천신교 자체가 와해된 것 아니냐는 추측들이 곳곳에서 오가고 있…….]천신교.
여태껏 개수작을 부렸던 종교 집단이 어느 정도 정리된 것이다.
아직은 곁가지들로 천신교의 교도들이 남아 있지만, 천신교 교주의 행방불명으로 그것마저 곧 와해될 것이다.
‘신격이 없는 사이비 종교 따위에 실질적인 힘은 없을 테니 볼 것도 없는 일이지.’
심지어 헌터 협회는 물론이고 각종 길드에 패악질을 부린 천신교이지 않은가?
아마도 그 정황들이 포착되어 그들을 사회에서 축출할 준비가 진행되고 있을 터이다.
그러니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단지…….
[……다음 속보입니다. 영국해협 연안의 휴양 도시, 브라이턴에서 연이은 목격 제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새벽에 해협 상공에서 정체불명의 황금빛이 번뜩였다는 이야기에, 시계탑 길드 및 영국 헌터 협회가 조사에 착수할 예정입니다.]“……저것까지 조사되는 건 껄끄럽네.”
천신에게 사도 강림을 쓴 고대 신격과의 전투의 흔적이 바깥에 샜다는 게 문제였다.
뭐, 신성 영역 로 최대한 그 여파를 지웠기에, 바깥에선 그리 크게 흔적을 수집할 수도 없겠다마는…….
그렇다고 하여 아예 방치할 생각은 없었다.
아무리 작은 소음에 불과하다고는 해도 나에 관한 이야기가, 지구 곳곳에 알려져 좋은 건 없을 테니까.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다.
‘쓸데없이 사이비 종교를 만들면 지구에서 신앙을 모으는 게 힘들어져.’
그럴 만도 했다.
전투의 신을 살해하며 지구에서 얻은 정보 중 하나로, 신성 를 습득할 수 있음을 알아내지 않았는가.
신성 는 일정 이상의 사람들이 초월의 신인 나를 숭배해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초월교 같은 사이비 종교의 발생으로,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들이 모인다면야 좋을 게 없었다.
그래선 신성 를 얻을 수 없을 테니까.
‘그렇지 않아도 초월교라는 것까지 있는데 잡음을 늘릴 필요는 없겠지.’
그리고 그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쓴웃음을 지었다.
“어쩐지 천신교 그 자체보다는, 그 사후 처리가 더 귀찮은 것 같은데…….”
그러나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뭐, 그래도 이것도 하연 씨가 어떻게든 처리해 주지 않을까.”
원래 인간이라는 건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아니면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 걸까?
어차피 이것도 이하연에게 부탁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심지어 딱히 이하연에게 일을 떠넘긴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애초에 이 호텔에 있는 것도 이하연 탓이니까.
─……성윤 씨가, 굳이 이곳에 있을 필요는 없죠. 제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는, 이곳에서 머물러 주시면 돼요.
현재 나는 런던에서 전투를 끝낸 후, 공간 이동으로 한국에 넘어온 상태.
어찌 됐건 간에 천신교의 수작질에 내가 얽혀 있기에, 어느 정도의 사후 처리는 직접 하려고 했다.
‘캐서린 베넷이나 데이비드 테일러, 그리고 첸 샤오링 같은 사람들은 직접 상대하려고 했는데.’
실제로도 천신교의 등장 자체는 내가 있는 탓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세계 각지에 모인 도전자들에 관한 사후 처리는 직접 할 필요도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온 이하연이 사태를 신속, 그리고 정확하게 처리하고는 도전자들 간에 화합을 이뤘으니까.
‘……설마 그걸 천신을 해치우는 사이에 처리할 줄이야.’
그리고 그에 나는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유능한 사람을 곁에 두니 좋긴 하단 말이지.’
그녀의 탁월한 사태 수습 능력 덕분에 이렇게 쉴 시간이 생겼으니 말이다.
심지어 그냥 쉬는 것도 아니고 고대 신격의 사도 강림을 상대한 직후의 휴식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천신의 껍질을 쓴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을 토벌하며 얻은 것들을 알아볼 필요성이 존재했다.
‘그렇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 잘된 셈이지.’
바로…….
「신화 으로 [초월]이 상승하여 개념 신성이 소폭 성장합니다.」
‘도대체 이게 뭔지는 알아내야 했으니까 말이야.’
이것처럼.
***
아직도 시야의 한구석에 남아있는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나는 눈매를 좁혔다.
“개념 신성의 성장이라.”
신화 의 효과로 얻은 [초월]이 1% 상승한 직후.
그대로 이어서 신화 이 [초월]이 상승했다는 구실로 개념 신성을 성장시켰다.
본래는 개념 신성의 성장이라는 게 뭘 뜻하는지 아리송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호텔 객실의 침대에 걸터앉은 채 신성에 의식을 집중하니 알 수 있다.
“……진짜 개념 계열의 신성들이 강해졌을 뿐인 건가.”
개념 신성.
신성 , 신성 , 신성 , 신성 등등…….
각각 어느 특정 신격들을 대표했던 개념 계열의 신성들이 그 색채를 짙게 하며 강해졌다.
아마도 개념 계열 신성들은 살짝이나마 그 출력, 더불어 기본적인 적용 범주도 넓어졌을 터이다.
심지어 이 수준에 초월 신화 을 덧붙이면, 그것은 그야말로 파멸적인 시너지를 선보이지 않을까.
‘이게 대체 뭘 의미하는 걸까.’
그래서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신화 으로 [초월]을 100%까지 상승시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어째서 신화 이 개념 계열 신성들을 강하게 하는지.
최종적인 능력이 개방되기 이전의 신화 은 그냥 신성의 격, 그리고 그 질이 크게 올라갈 뿐이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모든 격을 쌓아 올리고.
마침내 그 너머에 있는 신격의 수준으로 가는 것이, 신화 이 가졌던 본래의 기능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건 다르다.
‘신성의 격보다는, 개념 신성 그 자체를 성장시키는 게 목적인 것처럼 느껴져.’
원래처럼 신성의 격이니 영혼의 격이니 하는 건 아주 약간씩 올라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고대 신격을 넘어설 수 있는 압도적인 뭔가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대로 단순하게 신성의 격이나 영격 따위를 올려 봤자 어둠의 신 같은 태초의 괴물을 이길 수는 없을 터이지.
기껏해야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 같은 수준에 도달할 게 자명했다.
“초월이라…….”
도대체 어느 방식으로 성장하여 고대 신격마저도 초월하겠다는 것일까?
아직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이게 고대 신격들, 그리고 탑이 나에게 집착하는 이유일 수도 있어.’
이것은 그 누구도 걷지 않은 길이다.
그리고 애초에 그 누구도 걸을 수 없는 길일 것이다.
그러니 탑이 나를 선별하여 신격들을 멸하리라고 계획한 것 아닌가.
“…….”
설마 신성 이 고대 신격의 개념 신성마저도 죽일 수 있게 되는 걸까?
아니.
그렇진 않을 터이다.
고대 신격의 개념을 없앤다는 것은 곧 우주에 새겨진 법칙을 없앤다는 뜻이며, 그건 곧 산에 있는 돌을 빼려고 산을 없앤다는 거다.
그렇게 단순한 짝이 없는 수단은 실현성이 적었다.
‘애초에 실재하지도 않은 추상의 개념을 우주에서 지우는 건 한계가 자명해.’
그렇다면 정답은 무엇일까.
“…….”
순식간에 여러 가지 추측이 머릿속에 난무했다.
“모르겠네.”
하지만 그중에서 이렇다고 할 답은 없었다.
아직은 신화 으로 얻은 [초월]이 1%밖에 없기에 판단의 밑거름도 존재치 않는 것이다.
기껏해야 개념 계열 신성들이 강해진다는 것 빼고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하지만 걱정할 건 없었다.
‘그래도 최소한 그릇된 길은 아니야.’
신화 이 추려낸 길은 진짜 고대 신격을 넘어설 수 있는 정답일 터다.
단지,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 미리 추측해 볼 뿐이지.
그리고 그건 나중에 이루어져도 그다지 상관이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내 머리를 휙휙 내저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뭔지 알 수 있겠지.”
여태껏 그랬듯 시간이 흐르면 진실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설령 그게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이라고 해도.
그러니…….
「하늘의 신 ‘시엘로’의 사령을 사용하여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상승시킵니다.」
「근력이 67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46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44 상승했습니다.」
「마력이 31 상승했습니다.」
「내구가 21 상승했습니다.」
이제는 성장을 이뤄 낼 차례이지 않은가.
천신의 사령을 소모하여 능력치들을 성장시키자마자 고양감이 차올랐다.
하지만 그 수준은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았다.
이전에는 그래도 세 자릿수는 가뿐히 넘었던 상승 수치가 두 자릿수로 격하됐다.
그걸 본 나는 눈매를 좁힌 채 혀를 찼다.
“상승세 자체는 애매하네…….”
상위 신격.
그것도 고대 신격이 사도 강림을 쓴 신격을 살해하여 얻은 사령치고는 높은 성장을 이루진 못했다.
물론 이제는 네 자릿수에 돌입한 모든 능력치이니 +1의 성장마저도 간절한 시점이긴 한데…….
설령 그렇다고 해도 고대 신격이 한 상위 신격을 잡은 것치고는 그 성장 수치가 낮은 건 부정할 수 없다.
‘최소한 높은 곳에 있는 고대 신격이랑 신체 능력으로 격돌할 스펙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가야 할 곳이 멀었다.
천신의 사령을 소모하며 얻은 능력치들 덕일까.
이제는 신체 능력 하나만으로도 행성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걸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었다.
고작 +1의 능력치 성장 하나마저도 크게 작용하는 시점이기에 그럴 테지.
하지만 그럼에도 갈증과도 같은 감정이 어딘가에 응어리진 듯 풀리지 않았다.
‘고작 이것 가지고는 모자란 감이 없잖아 있지.’
최소한 도전자 중에선 신체 능력으로 견줄 자는 없을 터이다.
그러나 고대 신격 간의 격돌에 통용될 수준은 아니다.
설령 신성을 주축으로 전투 구도를 그린다고 해도 신체 능력 또한 엄연히 쓸 수 있는 패의 일부.
그렇기에 신체 능력에 관련된 능력치들도 성장시키는 게 훌륭한 선택이다.
‘개념화를 이뤘다고 해도 신체 능력이 의미 없는 건 아니니까.’
시련의 탑 돌아간 후에는 능력치도 꾸준하게 올릴 것이다.
그래야 최대한 이쪽이 더 많은 강점을 가지게 될 테니까.
하지만…….
「하늘의 신 ‘시엘로’의 사령에 있는 신성을 포착했습니다.」
「권능 ‘신성력’이 조건을 만족하여 활성화됩니다.」
「신성 추출 성공.」
아직은 능력치 이외의 힘에 집중해야 할 타이밍.
「하늘의 신 ‘시엘로’의 사령을 흡수하여 특수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하늘의 신 ‘시엘로’의 사령이 가지고 있는 신성 중 하나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현재 습득할 수 있는 잠재 신성은 , , 입니다.」
「※이때 고르지 않은 잠재 신성은 이후에는 선택지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재밌네.’
이제는 맛있게 신성을 먹어 치울 시간이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