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33
331. 신들의 전장 (2)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이하연 : 성윤 씨, 잠깐 저랑 만나 주실 수 있을까요?] [이하연 : 여태까지 저도 나름대로 성윤 씨에게 도움이 될 일을 준비했거든요.] [이하연 : 아마도, 성윤 씨가 이걸 본다면 충분히 좋아하실 것 같은데, 어떠세요?]“…….”
굳이 따지고 보자면 직감의 일종이라고 해야 할까?
왜인지 모르게 식은땀이 흐르며 상황이 의도치 않게 흘러갔음을 감각적으로 알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여태껏 탑을 오르며 생사의 갈림길을 넘어오며 단련된 감각은, 이제는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예견에 가깝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스마트폰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뭔…….”
그도 그럴 것이…….
[이하연 : 지난번에 받은 신성력 덕분에, 성윤 씨에게 필요한 게 뭔지 알 것 같아서요.]어느새 스마트폰의 화면에 뜬 메시지는 상정 외의 내용이었으니까.
하지만 메신저 어플에 뜬 이하연의 문자를 보자마자 나는 직감적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신성 이 조건을 만족하여 발동한 것은, 십중팔구 그녀의 행적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신성력…….”
그리고 그에 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그걸 내려 주긴 했었지.”
이제야 생각이 난 것이다.
─초월의 신을 섬기는 모든 1급 신도에게 권능 ‘신성력(F+)’을 내려줍니다.
‘……그때, 고작 F+급의 신성력을 내려 준 건, 그냥 살짝 힘이나 보태 주려고 한 건데.’
알고 보니 내가 이하연에게 신성력의 권능을 줬다는 것이.
심지어 따지고 보자면 신성력을 준 이들은 그녀에 국한되지 않았다.
아마도, 캐서린 베넷을 비롯하여 나를 크게 숭배하는 이들에게 최하급의 신성력이 내려졌을 터.
어차피 티도 안 날 만큼의 신성력을 배분했기에, 사실상 신경은커녕 그냥 그 일을 반쯤 망각하고 있었다.
‘설마 그게 이렇게 될 줄이야…….’
하지만 그 생각과는 달리 많은 것이 변했다.
어느새 이하연은 신성력의 권능을 토대로 신앙을 모아야 함을 알고 있었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업적을 달성시킬 정도의 종교 부흥을 이뤘다.
마치 일사천리라도 되는 듯이 막힘없이 신앙이 모이는 종교의 모습.
그리고 그제야 나는 문득 데이비드 테일러에게서 본 ‘초월교’라는 종교의 근원지도 눈치챌 수 있었다.
“초월교도 이래서 생겼구나…….”
그럴 만도 했다.
사실상 그때 내가 미국에서 내려 준 신성력이 스노우볼링으로 작용하여 초월교까지 형성한 거니까.
이쯤 되면 종교의 설립 기원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거나 다름없는 상태.
그리고 그렇기에 나는 이제는 초월교라는 눈덩이를 없는 셈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걸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어쩌지…….’
초월교는 탑의 업적 시스템에 인정받지 않았는가.
한마디로 그건 이미 초월교가 하나의 종교로 인정받을 수준이 됐다는 뜻이었다.
설령 이대로 상황을 회피한다고 해도 의미는 없다.
그다지 머지않은 시점에 초월교는 어떤 식으로든 지구에 반향을 불러올 테니까.
그러니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직접 보는 수밖에 없는 건가.”
그리고…….
【 접어드는 소용돌이 】
이내 재빨리 이하연이 있다는 곳으로 흑마법의 술식을 전개한 순간.
“…….”
그대로 공간을 넘자마자 펼쳐진 광경에 나는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성윤 씨, 오셨어요?”
그도 그럴 것이…….
“그렇지 않아도 안 오셨으면 제가 직접 찾아가려 했는데…….”
어느새 어두운 곳에 서 있는 이하연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해 온 탓이다.
“그래도, 비교적 빠르게 성과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마치 지하라도 되는 듯 빛이 한 줌 정도밖에 들지 않은 장소.
“여태껏, 성윤 씨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끔, 저도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거든요.”
그곳에 선 이하연이 서늘하게 눈빛을 번뜩이며 말을 이었다.
“이게 바로 그 결과예요.”
그리고.
‘이건 또 무슨…….’
그에 나는 이어서 저 너머에 고개를 조아린 채 부복한 이들을 보며 경악해야 했다.
─신이시여…….
대충 어림잡아도 수백 명은 되는 이들이 나를 보며 경외를 표하고 있었으니까.
“…….”
그제야 나는 꾹 다물었던 입을 열며 탄식이 섞인 말을 뱉었다.
“……거짓말이지?”
……이제는, 어쩌다 보니 사이비 종교의 수장까지 된 것 같았다.
***
밝은 빛이 감도는 작은 휴식 시설처럼 보이는 공간.
“……그래서,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그곳에 들어온 나는 소파에 털썩 앉은 채 맞은편에 앉은 이하연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마치 자초지종을 들어야 직성이 풀리겠다는 듯이.
그리고 그에 이하연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음. 설마, 제가 준비한 선물이 그다지 마음에 안 드셨나요?”
“저걸 보고 마음에 들면 그게 문제일 것 같습니다마는.”
“……아, 뭔지는 알 것 같네요.”
그제야 이하연이 눈치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사이비 종교 같다고 착각한 것 같은데, 이상한 오해는 하지 마세요.”
오해라니?
사실 이쯤 되면 오해라고 할 것도 없이 빼도 박도 못하는 사이비일 텐데.
대체 어째서 저런 말을 하는지 어이가 없어서 그녀를 바라보니 이하연이 말을 이어 갔다.
“사실은, 제가 탑을 오르며 알아낸 사실들, 그리고 성윤 씨의 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아낸 게 있어서요.”
“그게 무슨…….”
“성윤 씨의 힘은 신앙에서 비롯되는 거잖아요?”
“…….”
그리고 의외로 정곡을 짚은 이하연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설마 신격의 힘이 어디에 근간을 두는지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알아챌 줄이야…….
하지만 굳이 따지고 보자면 그렇게까지 이상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탑을 오르며 신격이 얽힌 이야기도 많이 마주할 수 있으며, 거목 미궁에서는 대놓고 신격 간의 전투를 치러야 했으니까.
그러니 그녀의 정보 취득 과정은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었다.
“이전에 신성력을 주셨을 때, 하나 알게 된 게 있어요.”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성윤 씨가 탑에서 본 사도들처럼 신격에게 선택받은 힘을 내려 줄 수 있다는 걸요.”
“그건…….”
“그러니 성윤 씨는 아마도 탑에 있는 신격들 같은 힘을 가진 거겠죠.”
“…….”
어느새 이하연은 내가 신격에 가깝다는 것을 바로 읽었다.
“그래서 탑에 있는 신격들처럼 신앙이 필요할 것 같아서 모은 거예요.”
그녀는 맞은편의 소파에 앉은 채 탁자에 올려진 다과를 먹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사실상 저들도 순수하게 성윤 씨를 숭배하는 건 아니고요.”
“그렇다면…….”
“저 사람들도 전부 신성력이 필요하니 저러는 것뿐이에요.”
“…….”
“아마도 초월교에 입교한 사람들 중 대부분은, 성윤 씨의 신성력을 원해서일 테고요.”
“그렇습니까…….”
그제야 나는 그녀에게 의혹의 눈빛을 보내는 걸 멈출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사이비 종교처럼 예를 갖추던 이들의 감정에서는 태도와는 달리, 그렇게 크게 숭배하는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로 체내에 쌓인 신앙의 농도도 그렇게 진하지 않았고.
아마도 초월교에 입교하여 신도가 된 이유 자체가 순수한 숭배보다는, 신성력을 얻는 것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야 이상하진 않았다.
사실상 그렇다면야 사이비 종교로 볼 수도 없을 터이고 말이다.
“그렇다면야, 알겠습니다.”
어차피 지구에서 숭배를 얻는 것은 어느 정도 계획했던 일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나는 이내 별다른 반박도 없이 그녀의 말에 수긍했다.
그리고…….
「특수 신성 권능 ‘신도 지정’이 활성화됩니다.」
「신도를 지정하여 신도에게서 신앙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현재 초월과 죽음의 신을 모시는 신도의 수는 [2,169,683]입니다.」
「현재 초월과 죽음의 신을 모시는 신도로 지정할 수 있는 수는 [28,712]입니다.」
바로 특수 신성 권능 ‘신도 지정’을 발동하여 신도들을 선택한 직후.
「초월과 죽음의 신을 섬기는 모든 1급 신도에게 권능 ‘신성력(F+)’을 내려 줍니다.」
그대로 신성력을 얻을 자격을 충족하는 몇몇 이들에게 힘을 내줬다.
물론 기껏해야 쥐꼬리만큼의 신성력이긴 한데…….
아마도 이걸로도 신성력을 부풀리는 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나는 바로 이하연을 바라보며 재차 말문을 떼었다.
“새롭게 권능을 얻을 자격이 갖춰진 사람들에게 신성력을 내려 줬습니다.”
어쨌든 간에 지구에 초월교 같은 종교가 나타났다면야 제대로 써먹을 기회일 터.
“……아마도, 하연 씨가 원하는 대로 포교 활동에 힘쓰는 게 편해질 겁니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초월교를 맡기겠다는 듯이 말하며 대놓고 포교 활동을 허락했다.
‘뭐, 어차피 초월교에 나는 신경을 크게 안 써도 되니, 상관은 없겠지.’
그래서일까?
“정말로요?”
어느새 이하연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인정받았다는 듯 크게 기뻐했다.
“후후…….”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소리까지 내어 웃음을 내더니 이내 만족스럽다는 듯 말했다.
“이걸로 저도 캐서린 베넷, 그 여자와는 다른 방향으로 성윤 씨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됐네요.”
“…….”
“이후에도 성윤 씨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게끔, 초월교의 성세를 잘 키울게요!”
“예, 뭐…….”
하지만 그러든 말든 딱히 상관은 없었다.
실질적으로 초월교를 관리하는 건 내가 아니라 이하연이니까.
그리고 그 관리로 얻게 될 보상은 오로지 내가 전부 먹게 될 터이니, 그다지 그녀가 도움이 되겠다는데 말릴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가 찝찝하단 말이지.’
단지, 걸리는 게 있다면, 그녀의 언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고 보니 전에 천신교를 보고 이단이라고 했었지.’
왜인지 모르게 미심쩍은 구석이 몇몇 있었다.
‘……설마, 초월교를 진짜로 숭배하는 건 아니겠지?’
천신교를 이단이라고 했다든지, 이번에도 캐서린 베넷과는 다른 방향으로 도움이 된다든지, 뭔지도 모를 말들을 했으니까.
“…….”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그럴 리가.’
사실상 이하연은 본래 탑이 나타나기 이전에는 상식이 잘 박혀 있는 사람이지 않았나.
그런데 진짜로 초월교 같은 것을 숭배하진 않을 것이다.
캐서린 베넷도 뭔지는 몰라도 도움이 되려고 준비하는 거 같은데…….
그녀도 이것처럼 막무가내로 사이비 종교 같은 짓을 하지는 않겠지.
그러니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 진짜로 걱정해야 할 일은 더 없을 거야.’
……아마도.
***
시간이 빠르게 흐르며 어느덧 돌아가야 할 시기가 되었다.
「시간 종료.」
「시련의 탑으로 복귀합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며 공간이 바뀌었다.
“돌아왔네.”
여태 질리도록 본 적막하기 짝이 없는 석실의 모습.
그제야 나는 지구에서 그렇게나 돌아오고 싶어 했던 곳으로 왔음을 알았다.
어느새 넉넉하게 남았던 지구에서의 시간도 종료되어 탑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일단은, 지구에서 얻은 것부터 재차 확인을 마칠까.’
그리고는 그에 나는 바로 지구에서 업적 보상으로 얻은 스킬을 확인했다.
『스킬 – 신앙의 변환(S-)』
『숙련도 – 0%』
『기본 효과 – 신앙을 원하는 종류의 능력으로 바꾸어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세부 효과 – 신앙으로 원하는 종류의 능력을 보조하여 일시적으로 강화하는 게 가능하다.』
지구에서 이번에 얻은 업적 보상 중 하나밖에 없는 스킬류 보상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잠깐 사이에 스킬 ‘신앙의 변환(S-)’을 전부 읽은 나는 눈을 크게 떠야 했다.
“최초로 신앙을 다르게 활용할 수단을 얻은 셈인가?”
그럴 만도 했다.
오랜만에 얻은 스킬 종류의 보상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마는…….
그것보단 사람들에게서 받는 신앙을 또 다른 형태로 운용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게 크게 와닿았다.
‘이건 또 이것대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네.’
아마도 신앙을 신성력, 혹은 마력이나 신체 능력 따위로 바꿀 수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신앙을 전투에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했다.
심지어 숨겨진 한 수로 사용할 수도 있을 터이지.
그렇기에 어느 정도는 만족했다.
‘그럼 이걸로 확인은 끝난 것 같고…….’
이걸로 신격 간의 전투에서 활용할 수 있는 패가 늘어난 거니까.
최소한 신앙이 또 다른 전투의 자원이 됐음을 확실하다고 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그것도 상황에 따라서는, 승패에 크게 기여할 수도 있는 수준의.
‘드디어.’
그러니…….
「시련의 탑 26층에 입성합니다.」
‘탑을 올라갈 시간이 온 건가.’
이제는, 늘 그러했듯 탑을 올라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