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35
333화. 신들의 전장 (4)
고대 신격이 되며 나는 딱히 신성을 크게 숨기진 않았다.
‘그냥 신성을 감춘 것도 아니고 갈무리해서 새어 나가지 않게 했을 뿐이지.’
고작 물이 그릇에서 넘치지 않게끔 조율하는 정도라고 해야 하나?
신성이 바깥에 영향을 주지는 않으나, 그것을 대놓고 느낄 수 없게 처리하진 않았다.
만약에 정말로 신성이나, 영격 따위를 숨기고 싶었다면야 탑에서 얻은 권능을 사용하여 완벽하게 신성을 감췄을 것이다.
그렇기에…….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정말로 가끔이긴 해도 있었다.
“정말로 내가 필멸자인 줄 착각해서 달려들다니…….”
신성의 격 그 자체가 너무 큰 탓에 인지를 못 하는 경우가 말이다.
굳이 비유로 설명하자면 인간의 시야가 가지는 한계점,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사람은 눈앞에 있는 사물, 그 이외에 뒤에 무엇이 있는지는 고개를 돌리지 않으면 모르듯…….
고대 신격의 신성을 느낄 수조차도 없을 만큼, 신성의 감지 능력이 빈약하면 대놓고 신성을 드러내지 않는 한에는 그 힘의 수준을 모른다.
“너.”
바로…….
“진짜 신격은 맞는 거야?”
이것처럼.
「어설픈 격노의 신이 크게 겁에 질린 채 고통에 신음합니다.」
[ 끄아아아아아아……!! ]어느새 사자 같은 얼굴을 한 반쪽짜리 신격이 바닥에 주저앉은 채 왼팔을 부여잡고 있었다.
[ 파, 팔이! 팔이! 이, 이 몸의 팔이 날아갔……!! 끄아아!! ]설마 기습을 해 놓고 이 정도의 부상도 감내하지 않았던 걸까?
어설픈 격노의 신은 피가 뿜어지는 팔을 붙잡은 상태로 패닉에 빠진 것처럼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쯤 되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기껏해야 고작 팔이 뜯어진 것 가지고 저렇게 울부짖는 걸 이해하기 힘들었다.
‘뭔…….’
그럴 만도 했다.
“신성 권능을 쓴 것도 아니고, 그냥 팔을 뜯었을 뿐인데. 엄살은.”
한낱 탑을 오르는 도전자였을 시점에도 나는 신체 재생을 패시브처럼 할 수 있었으니까.
심지어 신성 권능 따위는 전혀 없는, 그냥 물리적인 타격을 입혔을 뿐이지 않은가.
설령 신명에 ‘어설픈’이라는 수식어 따위가 붙긴 했어도, 최소한 신격이라면 이쯤은 버틸 수 있을 터다.
“설마 그 흔한 재생 능력도 없는 건 아닐 테고.”
그러니 저렇게 엄살을 피우는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보통, 생물이면 저런 식으로 팔이 뜯긴 걸 바로 회복할 수 없는 게 정상이다마는?
하지만 혈마답지 않게 인정 많은 담천우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은 것일까.
―……저놈이 너 같은 괴물처럼 팔이 몇 번이고 쑥쑥 자라날 리 없잖느냐.
어느새 그는 눈앞에 쓰러진 어설픈 격노의 신이 불쌍하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쯧쯧. 하필이면 골라도 멍청하게 너 같은 괴물을 골라서는……. 불쌍하느니라.
“…….”
아니…….
사실상 이건 기습을 받은 내가 동정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어째서 내가 공격받은 것보다, 어설픈 격노의 신이 안쓰럽다고 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뭐, 잘됐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그렇지 않아도 가이드는 필요할 것 같았는데 말이야.”
그도 그럴 것이…….
“그걸 이렇게 구하게 되네.”
어느새 바닥에 주저앉은 어설픈 격노의 신을 어디에 쓸지 정했으니까.
원래 그렇지 않아도 신들의 전장에 대해서 더 깊이 상황 파악을 해야 했던 상황.
그런데 대뜸 이렇게 신들의 전장에서 미리 현지 경험을 쌓아 둔 가이드가 나타나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 그게 무슨……? ]그에 어설픈 격노의 신이 두려움에 젖은 눈빛으로 그리 말한 순간.
“간단해.”
그제야 나는 이 어설픈 격노의 신은 어디까지 써먹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이곳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이 좀 있어서 말이야.”
심지어…….
“너, 나랑 같이 가야 할 거 같다.”
그것도 버릴 곳 하나 없이 말이다.
***
상부상조(相扶相助).
서로 의지하고 서로 도우며 이득을 얻는 아름다운 전통답다고 해야 할까?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나는 어설픈 격노의 신, 켈릭을 가이드로 삼을 수 있었다.
‘그래, 이게 바로 종족을 초월한 선의라는 거지.’
그리고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내심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가이드를 얻어서 좋고, 적은 살아 있을 시간을 벌어서 좋고.’
어차피 어설픈 격노의 신도 나중에는 한 줌의 경험치로 바꾸어야 하긴 할 터인데…….
‘어차피 나중에 죽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서로 이득이지 않을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어설픈 격노의 신 또한 살아 있는 시간이 늘어났으니 기뻐할 터다.
―미친놈…….
이번에도 담천우의 질렸다는 듯한 음색이 들리긴 했다마는…….
―이딴 게, 상부상조라고……?
그래도 나는 죄책감 하나 가지지 않았다.
‘그냥 이 자리에서 바로 안 죽인 것도 상당히 봐준 건데.’
그럴 만도 했다.
그따위의 것을 가지기에는, 어설픈 격노의 신은 너무도 약했기에.
그게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는 그리 어렵게 잴 것도 없이 간단하게 비유할 수 있다.
그냥 탑의 15층을 등반하던 시절의 내가 와도 켈릭 정도는 손쉽게 이길 정도.
그것이 바로 어설픈 격노의 신이 가진 가치였기에, 그대로 나는 최대한의 이득을 볼 수 있는 길을 택했다.
[ ……시, 신들의 전장은 총 7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어느새 어설픈 격노의 신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안내를 시작했다.
“구역?”
[ ……그래. 신들의 전장. 이곳은, 수준에 따라서 8개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이곳은 그중에서 최외곽에 속하지. ]“그렇단 말이지…….”
[ ……그리고, 그 8개의 지역을 구분하는 것은 상공에 떠 있는 검은 구체와의 거리로 정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저곳에 가까워지면 다른 구역들이 나타나나?”
[ 그럴 거다. ……아, 아닐 수도 있고. ]“……?”
[ 크흠! 아, 아직은 나도 거기까지 가 보진 못해서 잘은 모른다……. 다, 단지 그렇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지. ]“…….”
한마디로 뇌피셜이라는 뜻이었다.
‘대체 뭔 이런 놈이 있지……?’
한낱 반쪽짜리 신격의 한계인 걸까?
신들의 전장에 초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격노의 신은 신격 같지 않았다.
마치, 신격으로 취급받을 수 있는 최저한도의 조건을 만족했을 뿐인, 필멸자 같다고 해야 하나.
‘진짜 개념의 신성이 있다는 걸 빼면 필멸자랑 다를 게 없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어설픈 격노의 신이 말했던 내용이 다 틀린 건 아닌 듯했다.
‘……그래도, 대충 8개의 구역이 검은 구체를 중심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건 맞네.’
그것만은 확실했다.
그도 그럴 게, 신성의 감지 영역을 팽창시키니, 검은 구체에 가까울수록 신성의 파동들이 크게 잡혔으니까.
아마도 그의 말처럼 검은 구체에 가까운 곳에는 높은 수준의 신격들이 있는 구역이 있을 터이다.
그것도 아주 엄청난 수준의.
“흥미롭네.”
심지어 상위 신격의 끝에 다다른 이도 있는 듯했다.
‘신들의 전장, 그 끝에 있는 신격들로는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아직은 확신할 수 있는 일은 아니어도 인지해 둘 필요성은 있었다.
‘기대되네.’
그래야, 시간이 지나서라도 저 탐나는 경험치들을 집어삼킬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그리고 그에 나는 어설픈 격노의 신에게 고개를 돌리고는 재차 물음을 건넸다.
“그것 이외에 더 알아야 할 게 있나?”
[ ……신들의 전장에선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려면, 그때마다 신격들을 일정 수 이상 조복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더군. ]“조복?”
[ 한마디로 신격들에게서 항복을 받아 내면 된다는 뜻이겠지. 그게 되지 않는다면, 그냥 신격을 살해해야 한다는 것일 테고. ]“간단하네.”
그리고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니 어설픈 격노의 신이 재빨리 말했다.
[ ……마, 만약에 원한다면, 이 최외곽에서 어디에 신격들이 상주하는지 알려 줄 수도 있─. ]아마도 내가 최외곽에 있는 신격들을 하나씩 살해할 거라고 생각한 것 같은데…….
“그럴 필요 없어.”
그것은 효율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이곳이 신들의 전장에서 가장 수준이 낮은 최외곽이라고 했었지?”
어차피 이곳에 있는 이들이 수준 높지 않다면야 일일이 사냥할 가치도 없기에.
“그럼 간단하게 쓸어버릴 수 있지.”
[ ……? ]“간단해.”
그리고.
「권능 스킬 ‘성광’이 활성화되어 신성 을 머금은 별빛이 생성됩니다.」
“그냥, 죄다 한꺼번에 끌어내서 죽이면 되는 거잖아?”
다음 순간.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대로 초목으로 이루어진 신들의 전장이 잿더미로 화했다.
***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살갗이 타버릴 것 같은 열기만이 남은 잿더미.
그곳을 바라보며 나는 씩 미소를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전자 한성윤이 유사 신격을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초월]에 0.001% 가까워졌습니다.」
「도전자 한성윤이 유사 신격을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초월]에 0.001% 가까워졌습…….」
「도전자 한성윤이 유사 신격을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초월]에 0.001% 가…….」
‘나이스.’
순식간에 신화 으로 [초월]이 0.007% 상승했기 때문이다.
고작 유사 신격들 주제에 이것밖에 안 죽었다는 게 아쉽긴 한데…….
대충 광역 기술을 쏜 것치고는 보상이 꽤 컸다.
‘어설픈 격노의 신도 같이 휩쓸리긴 한 것 같은데…….’
단지, 더 써먹을 수 있었던 어설픈 격노의 신이 사망했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그래도 뭐 이제는 신들의 전장에 가이드 같은 건 없어도 되니까.’
하지만 그래 봤자 한낱 반쪽짜리 신격일 뿐이지 않은가.
이것도 따지고 보자면 그리 아쉽진 않았다.
사실상 얻은 보상이 많으니 더 그랬다.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업적 ‘행성 파괴 전문가’를 달성했습니다.」
「전용 권한 #D-0007[보상 상승]이 조건을 만족하여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업적으로 얻는 보상 수준이 상승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15 상승합니다.」
…….
…….
「업적 ‘별빛의 구도자’를 달성했습…….」
「전용 권한 #D-0007[보상 상승]이 조건을 만족하여 자동으로 발동됩…….」
「업적으로 얻는 보상 수준이 상승합…….」
「스킬 ‘별빛 팽창(A+)’이 생성됩니다.」
…….
…….
「업적 ‘신격 대량 학살’을 달성했습니다.」
「전용 권한 #D-0007[보상 상승]이 조건을 만족하여 자동으로 발동됩…….」
「업적으로 얻는 보상 수준이 [C-급]에서 [B-급]으로 상승합니다.」
「특수 권능 ‘신성 모독(B-)’이 생성됩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많은 업적이 달성되며 모든 능력치 상승, 그리고 스킬 및 권능을 얻었다.
“고작 이것 가지고 업적이 이렇게 많이 쌓인 거야?”
어느새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들을 전부 읽은 나는 씩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에 나는 바로 취득한 스킬 및 권능의 설명을 읽었다.
그제야 나는 무엇을 얻었는지 알 수 있었다.
『스킬 – 별빛 팽창(A+)』
『숙련도 – 0%』
『기본 효과 – 모든 종류의 별빛을 팽창시키는 것으로 크게 키울 수 있다.』
『세부 효과 – 스킬에 소모되는 마력량에 비례하여 별빛 팽창이 최대 4배 강화된다.』
별빛 팽창.
‘사실상 이건 성광의 보조 기술에 가깝네.’
오직 별빛이라는 카테고리에 한하여 그 힘을 팽창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별빛’이라는 말을 보니 적용 범위는 꽤 넓은 듯했다.
어쩌면 아마도 강기(罡氣) 같은 것에도 스킬 ‘별빛 팽창’이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신성 모독』
『등급 : B-』
『신격 그 자체를 모독하는 짓, 그걸 수없이 저지른 신살자의 증표. 상대의 신성 권능에 입는 모든 피해량이 10% 감소한다.』
신성 모독.
‘이것도 상당히 쓸 만해.’
이쪽은 신성 권능에 대한 저항력을 가지는 것에 가깝다.
그냥 상시 발동 형태의 능력으로서 ‘모든 피해량 10% 감소’의 효과를 가지는 건데.
신성의 권능에 대한 방어력이 늘어난다는 것 자체는 괄시할 수 없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아마도 신성 모독의 권능 또한 추후에 고대 신격, 혹은 상위 신격과의 전투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성장이 빠르네.”
그에 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기대감에 찬 눈빛을 반짝여야 했다.
“신들의 전장에서 최외곽인 곳도 이렇게 성장이 빠른데…….”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먼 중심부는 어떨지 궁금하네.”
이내 신들의 전장의 저 너머에 있을 보상에 눈을 빛낸 순간.
드드드-!
「미약한 반딧불의 신이 피를 토하며 크게 분노합니다!」
「어설픈 혼합의 신이 별빛을 쏜 이에게 이를 갈며 증오를 내뿜습……!」
「비틀린 흐름의 신이 신들의 전장에 별빛을 일으킨 자에게 살의를 가……!」
그때 바로 시스템 메시지들이 시야를 채우며 곳곳에서 신성의 빛이 일렁였다.
“…….”
다름이 아니라…….
[ 이-! 한낱 버러지 새끼가아아아아아아-! ] [ 어떤 개자식이 감히 신들의 전장에서 이리 난동을 피우는가-!! ] [ 너-! 별빛을 다룬 버러지여-! 그 사지를 갈가리 찢어서 개새끼의 먹이로 주마-! ]어느새 신들의 전장, 그 최외곽에 둥지를 튼 신격들이 격노하여 출몰한 것이다.
하지만 그에 나는 그다지 당황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건 상상했던 범주의 일이다.
그러니…….
“같잖기는.”
감정이 흔들릴 일도 없었다.
키이이이이이이이잉─!
「권능 스킬 ‘성광’이 활성화되어 신성 을 머금은 별빛이 생성됩니다.」
순식간에 황금의 별빛이 손가락의 끝으로 집약되며 점점 발광하기 시작한다.
「신성 이 사용됩니다.」
「도전자 한성윤이 가진 모든 능력이 크게 가속되어 빨라집니다.」
그리고 별빛의 발광이 더더욱 가속되며 찰나에 그 힘이 부풀었다.
마치 초신성의 대폭발이라도 일어날 듯 굉음을 일으키는 별빛.
하지만 그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스킬 ‘신앙의 변환’이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초월과 죽음의 신을 섬기는 ‘2,198,395명’의 신앙이 변환되어 능력에 적용됩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신앙의 개념이 실재하는 힘으로 변환되어 별빛에 더해진다.
「스킬 ‘별빛 팽창’이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모든 종류의 별빛이 크게 팽창하여 최대 4배의 성능 향상이 이루어집니다.」
심지어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손끝에 맺힌 별빛의 구슬이 팽창하여 그 크기를 걷잡을 수 없이 부풀렸다.
그제야 신격 중 한 명이 크게 경악했으나 이제는 물러설 수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방금의 성광에는 너희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지?”
그리고.
“이래도 너희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보자고.”
이내 내가 그렇게 말하며 싱긋 미소를 지으며 성광의 제어를 놓은 순간.
─────────!!!
눈 깜짝할 사이에 황금색의 별빛이 발광하며 게걸스레 세상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