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38
336. 가짜 (2)
네크로맨시.
사실상 이건 내가 탑을 오르며 강해질 수 있었던 기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설령 신의 영혼이라고 해도 그것이 사령이라면 흡수하여 힘으로 치환할 수 있다.
‘네크로맨시는……, 많은 고유 특성 중에서도 이질적인 힘이었지.’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아예 스킬을 추출하는 것도 모자라 신성력에 권능도 추출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쯤은 나도 이미 확실히 알고 있었다.
지구의 각성자, 그리고 탑을 오르며 고유 특성을 개화한 이들을 많이 봤지만, 그들도 이런 고유 특성은 없었다.
“…….”
그럴 만도 했다.
한낱 시스템에 종속된 고유 특성의 힘이 신의 영혼마저도 탐할 수 있다니?
그쯤 되면 네크로맨시는 고유 특성이라고 해도, 필멸의 범주를 확실하게 뛰어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심지어 네크로맨시는 성장 자체가 신격이 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었지.’
실제로도 그러했다.
수많은 격전을 통해서 성장한 네크로맨시는, 후반에 이르러 나를 죽음의 신이 되게 했었다.
그리고 오직 나만이 모든 죽음을 주관하여 다룰 수 있게끔 하였다.
굳이 그 점을 따지고 보자면 네크로맨시는 탑이 안배한 나의 성장 루트라고 할 수 있을 테지.
아마도 탑은 내가 가진 가능성을 조율하여 네크로맨시로 신성 을 주관하는 신격이 되게 하려고 했을 것이다.
‘신성 을 얻는 것도 탑에게 있어선 확정된 일이었을지도 모르지.’
단지, 모든 것이 탑의 의도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을 뿐.
신성 이 나의 본질이 된 후, 신성 은 보조적인 신성의 수단이 됐다.
그리고 그에 따라서 네크로맨시도 신성 을 보조하여 성장의 중추로 사용됐고, 결국은 고대 신격이 되는 과정에 크게 일조했다.
‘애초에 저 검은 구체의 원리가 네크로맨시 같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그것에 탑이 크게 영향 받았다고 친다면, 눈앞의 광경도 손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야 확실히 알겠네.”
신들의 전장에 있는 검은 구체는 네크로맨시의 원리를 토대로 구축되어 있었다.
“사실상 저건 내 네크로맨시의 가짜라고 할 수 있겠어.”
확실했다.
아직도 검은 구체의 너머로 흘러 들어가는 검은 표식들이 그것을 알리고 있었다.
저것은 네크로맨시로 얻을 수 있는 사령의 아류이며, 신격의 그릇을 억지로 늘려 줄 수 있는 지고의 보물과도 같았다.
“……탑이, 신들의 전장을 실험장으로 써먹고 있다는 건 이런 건가.”
그에 나는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재밌네.”
그리고.
툭-.
“신들의 전장이 원래부터 저렇게 돌아갔던 겁니까?”
이내 혈천마검의 검파를 가볍게 건드린 순간.
그제야 신들의 전장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이의 입이 열렸다.
그대로 혈천마검이 파르르 떨리며 그곳에서 당황한 듯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럴 리가 있을 것 같나?
그리고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신의 영혼, 그 자체를 추출하여 검은 구체에 깃들게 한다고? 그딴 짓을 해봤자 의미가 있을 것 같으냐.
“그렇다면 없다는 뜻입니까.”
―그래. 신의 영혼은, 그 신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 저것을 잘못 삼키면 자아가 붕괴할 수도 있고, 그것도 모자라 반발이 일어나서 신성이 붕괴할 가능성도 있느니라.
“…….”
―너처럼, 사령의 불순물을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야, 십중팔구 그러할 터이지.
사실상 검은 구체는, 네크로맨시의 하위 호환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애초에, 신들의 전장에 있는 검은 구체는 저렇게 작동하지 않았단 말이다.
“그렇다면.”
―……신들의 전장에 있는 검은 구체는, 신의 영혼 따위는 없이, 그냥 아무 신성이나 뒤섞은 잡탕죽에 불과했느니라.
“…….”
그리고 이어서 담천우는 생각에 잠긴 어투로 말했다.
―그래, 확실히, 그랬을 터인데…….
어느새 그의 음성에는 의문, 그리고 경계에 가까운 감정이 섞였다.
―이젠 그렇지 않은 것 같군. 아무튼, 저것은 본래의 방식이 아니니라. 본래의 잡탕과는 달리, 신의 영혼이 섞인 것이다.
“본래보다 상황이 악화됐다는 뜻이군요.”
―대충 그렇게 볼 수 있을 터다. 아마, 저것을 내면에 받아들일 수 있는 신격은……. 비틀린 방식으로나마,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겠지.
“고대 신격…….”
―물론 그리 가능성을 높이 쳐줄 수는 없느니라. 단지, 가능성이 있다는 것뿐이니. 고대 신격이 될 확률은 매우 낮을 테지.
“그래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자체는 달갑지 않네요.”
물론 저것 자체의 가능성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사실상 네크로맨시를 흉내 낸 가짜 사령의 집합체일 뿐이니.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 신격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것을 없애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어차피 탑이 고대 신격을 만들고자 하는 이유야 뻔하지.’
이번에 26층 시련으로 탑이 신들의 전장을 배정한 걸 보면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이곳에서 나를 대체할 수 있는 고대 신격이 나올지 보겠다는 뜻이잖아?’
탑은 가짜 네크로맨시 같은 것으로 고대 신격을 조형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신들의 전장에 나를 투입했다는 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다.
다름이 아니라…….
‘재밌네.’
탑은 내가 한낱 교체될 수 있는 부품인지를 판별하고 있는 거다.
그러니 신들의 전장에 저딴 네크로맨시의 하위 호환 같은 장치를 마련한 거겠지.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탑에서 통제하는 게 어려워지는 내가 아닌, 새롭게 만들 고대 신격이 이길 수 있을지를 보겠다는 의미일 터이다.
“이긴 쪽이 진짜라는 건가…….”
그리고.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판을 짜주면 기대에 부응은 해야지.”
그에 나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을 자아내며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은 하나야.’
신들의 전장에 있는 적들을 남김없이 없애야 한다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설령 저 가짜 네크로맨시의 산물을 집어삼킨 이가 있다고 해도 한낱 레플리카에 불과했다.
시련의 탑을 오르며 자기 자신의 레플리카마저도 몇 번이고 해치웠는데 고작 가짜 네크로맨시를 얻은 신격을 이기지 못할 리는 없었다.
“…….”
그러니…….
‘일단은 신들의 전장부터 차례대로 정복할까.’
이제는 신들의 전장을 파괴할 시간이지 않은가.
그대로 무엇을 할지 결정하자마자 나는 고개를 들어서 검은 구체를 보았다.
그곳엔 아직도 수많은 신의 영혼이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저 검은 구체보다는 어디에서 신의 영혼들이 솟구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체 어디에서 이리 싸우나 했는데 이제야 어디가 격전지인지 알 것 같네.”
그래야, 신들이 어디에서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래도 다들 재밌게 싸우는 것 같은데…….”
그리고.
치지지지지직-!
【 접어드는 소용돌이 】
다음 순간.
“이제 나도 재미 좀 볼까?”
그대로 나는 공간이 접히는 걸 보며 그 너머로 도약했다.
***
신격이란 살아 있는 재해였다.
한낱 인간이 아무리 신성 없이 단련해 봤자 평생 닿을 수 없는 개념의 화신.
신성을 스스로 깨우치거나, 신앙을 축적하여 우주에 그 신명을 각인시킨 이들의 힘은 세계를 붕괴시킬 수도 있었다.
꽈아아아아아아앙-!
하지만…….
「수확의 신이 자기 자신의 힘에 감탄하며 크게 웃습니다.」
[ 크하하-! ]설령 행성을 파괴할 힘이 있다고 한들 그 정신까지 높은 수준에 도달한 건 아니다.
[ 어떠냐……! 이 몸의 힘이! 상위 신격을 넘어서, 고대 신격이 될 자의 저력이─! ]그럴 만도 했다.
[ 다들 벌레처럼 기어 다니는 것밖에 못 하는 건가? 응? 하하하하핫-! ]사실상 신성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확장된 정신체니까.
개념의 화신이 된 신격은 대부분 신성 그 자체의 영향력 탓에,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다.
수백 년을 살아온 신격이라고 해도 그 내면은 사실상 신성에 잠식되어 썩어 있다고 봐도 될 정도.
[ 한낱, 400년밖에 못 산 벌레 자식이……! ] [ 수확의 신! 너 따위가! 감히 나의 권위에 도전하는 건가! ] [ 신들의 전장이 아니었더라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버러지가……!! ]그리고 살아 있는 재해들이 집약된 신들의 전장은 광기로 가득 차 있었다.
꽈과과과과과과과광……!!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개의 신성이 곳곳을 누빈 순간.
쩌어어어어어엉─!!!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 벼락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사막의 대지가 붕괴하여 흙모래로 이루어진 해일을 일으키며, 다채로운 색의 신성들이 서로 공멸한다.
이쯤 되면 행성이 파괴되어도 이상할 리 없는 그야말로 신화적인 투쟁.
그러나 신들의 전장은 그 누구의 세계도 아니라, 오로지 시련의 탑이 신격들 간의 전투를 위하여 만든 곳이다.
신들의 전장은 각종 재해의 반복에도 부서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싸움은 과열되어 승리의 가능성이 굳었다.
「수확의 신이 눈에 띄게 신들의 숫자가 줄어든 것에 만족합니다.」
[ 크흐흐! 그래, 이게 맞는 거지! 너희들 따위는 이 몸에게 못 미친다! ]어느새 눈동자를 검게 물들인 수확의 신이, 하늘에 떠올라 있는 검은 구체에 연결된 탓이다.
「신성 이 발동되어 [■■]에서 신성을 추출하여 극소량 거두어들입니다.」
[ 하하하! 이게! 이게 바로 탑의 힘인 건가! 느껴진다……! 신의 영혼들이 거두어지는 것이! ]그럴 만도 했다.
수확의 신은 하늘에 떠올라 있는 검은 구체에 손을 대었다.
오직 그만이 쓸 수 있는 신성 의 힘으로 검은 구체의 내용물을 얻은 상태.
그리고 아주 미약하게나마 검은 구체의 힘을 빼돌리며, 신들을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것이다.
「수확의 신이 검은 구체 너머에 있는 힘을 갈취하며 광소합니다.」
[ 신의 영혼마저도 탐할 수 있다니……! ]그에 수확의 신은 흥분에 찬 목소리를 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 어쩌면, 이 몸은 우주에서 유일하게 신의 영혼을 다루는 힘을 얻은 걸 수도 있겠어! ]그리고.
[ 지금의 나라면, 고대 신격에게도 패배하지 않는다! ]이내 수확의 신이 사막에 널브러진 채 피를 쏟는 신격들을 보며 그리 말한 순간.
“고대 신격에게도 패배하지 않는다고?”
[ ……? ]“고작 너 같은 놈이?”
[ ……. ]“그것참 재밌는 소리네.”
갑자기 사막의 한가운데에서 한 남성이 나타났다.
마치, 공간을 찢고 나타난 듯 아무런 기척도 내지 않고 등장한 남성.
그제야 이변을 눈치챈 수확의 신은 남성의 기운을 읽고는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눈앞에 나타난 남성에게서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던 탓이다.
마치 그의 눈에는 눈앞에 있는 남성이 무생물과도 같이 느껴질 뿐.
어느새 나타난 남성에게 신성이 있는지, 마력이 있는지 같은 걸 넘어서 필멸자인지도 알 수 없었다.
‘흡사, 이 몸 따위는 저놈의 힘을 읽을 자격이 없다는 것 같은…….’
그리고 그곳까지 생각이 미친 수확의 신은 고개를 휙휙 저으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 그럴 리가! ]현재 수확의 신은 신들의 전장, 그곳의 보상인 검은 구체에서 힘을 받는 상태.
아직은 신성 으로 얻는 힘이 그리 많지는 않다고 해도, 실질적인 힘은 상위 신격에 도달해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기 자신의 감을 애써서 무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수확의 신은 검게 물든 눈동자를 크게 뜨고는, 눈앞의 남성이 같잖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흥. 천박한 것의 기운을 이 몸이 직접 읽을 필요 따위는 없지. ]수확의 신은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며 살기를 담은 눈빛을 발했다.
[ 네놈은 또 어디에서 온 벌레냐. ]그리고.
[ 너도 고대 신격이 될 이 위대한 몸에게 살해당하고 싶은 건가? ]다음 순간.
“나?”
그제야 쌍검을 허리춤에 찬 남성이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고…….”
다름이 아니라…….
「초월과 죽음의 신이 고대 신격의 격을 드러내며 싱긋 미소를 짓습니다.」
[ 그냥 지나가던 평범한 고대 신격이라고 할까? ]한성윤이었다.
드드드───!!
그제야 고대 신격의 격을 느낀 수확의 신이 흠칫 몸을 떨며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다.
[ 고, 고대 신격이라고!? 어, 어째서 이곳에 진짜로 고대 신격이 있─. ] [ 그건 상관없을 것 같고. ] [ …….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 너. ]그대로 한성윤은 검지손가락을 가볍게 까딱거리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 아마도 검은 구체에서 신성력을 끌어 쓰는 것 같은데……. ]심지어…….
[ 그거, 이리 내놔. ]그것도 아주 선명한 탐욕에 찬 미소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