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39
337. 가짜 (3)
눈앞의 검게 물든 눈동자를 한 수확의 신을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재밌네.’
그럴 만도 했다.
신들의 전장이 최후의 승리자를 위하여 구축한 검은 구체의 내용물을 일부분 빌려서 쓸 수 있다니?
사실상 눈앞에 있는 신격은 최후의 보상을 탈취해서 영격을 상승시킨 셈이다.
하나, 그렇다고는 해도 나는 눈앞에 있는 신격이 탈취한 가짜 네크로맨시에 크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설마 저딴 찌꺼기 같은 양으로도 상위 신격이 될 수 있을 줄이야.’
물론 수확의 신이 검은 구체에서 빌려온 힘의 수준이라고 해봤자 그리 크지 않은 것 같긴 한데…….
되레 그렇기에 놀랍다고 할 수 있다.
한낱 찌꺼기밖에 되지 않는 내용물임에도 정식 신격이 상위 신격이 되게끔 하는 기적.
그것을 보고 있으니 미약했던 경계심이 이내 확신으로 뒤바뀔 수밖에 없었다.
상공 너머에 떠올라 있는 검은 구체는, 상위 신격이 흡수한다면야 진짜 고대 신격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에 검은 구체를 완전히 삼키는 신격이 나타나면 최악이 되겠어.’
그리고 그에 나는 바로 수확의 신을 바라보고는 검지를 까딱거리며 말했다.
[ 그거, 이리 내놔. ] [ 뭔……. ] [ 너. 검은 구체에 있는 영격을 가져온 거잖아? 그러니까 그걸 넘기라고. ] [ 시, 싫다! 이, 이건 이 몸이 정당한 자격으로 취득한 것! 그러니 넘기지 않겠……. ]하지만 수확의 신이 길게 말할 틈도 없었다.
[ 닥치고. ]다름이 아니라…….
「신성 이 사용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현실 세계에 말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단, 세상의 이치를 간섭하는 언령에는 매우 많은 신성력이 소모됩니다.」
《 그냥, 내놔. 》
어느새 신성 이 발동되어 수확의 신을 강제적으로 압박한 탓이다.
콰드드-!
[ ─끄아아아아아아아아!! ]눈 깜짝할 사이에 수확의 신이 걸레처럼 쥐어짜이며 여태 얻은 힘을 내뱉었다.
수많은 신격의 영격, 그리고 신성력이 한 곳에 뒤엉킨 상태로 한 방울의 먹물이 되어서 추출이 이루어진다.
신성 이라고 해도 불가능했을 기예일 테지만, 신화 이 개념의 신성을 강화하며 상황이 달라진 상태.
설령 상위 신격이 됐다고 해도 신성 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사실상 내가 말하는 것들 대부분이 일종의 권능이 되는 셈이지.’
하지만…….
[ 이……!! 내가! 내가 이 정도에 당할 것 같나! 나는! 고대 신격이 될 몸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한계점이 있다는 것일까?
수확의 신이 이마에 핏대를 세운 채 격노하며 신성력을 풀어 헤치자 신성 의 제약이 풀렸다.
그리고 그에 수확의 신은 한껏 자존심이 올라갔는지 크게 광소하며 흥분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 크하하……! 어찌 된 것이냐, 고대 신격! 응?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 건가!? ]수확의 신은 방금까지 나에게 겁먹었던 사실을 잊었다는 듯 격양된 감정을 보이며 말을 이었다.
[ 보여 주마! 나의 힘을! 그리고, 고대 신격인 네놈을 뭉개고 이 몸이 새로운 고대 신격이 되겠……. ]그리고…….
[ 그냥 가볍게 놀아 줬더니 진짜로 자기가 강한 줄 아네. ] [ ……? ] [ 됐어. 어차피, 그거 안 넘길 거면 내가 뺏어도 되거든. ] [ 핫! 아아, 그 알량한 힘으로 뺏어 보시겠다고!? 너 같은 버러지 새끼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해보든─. ]다음 순간.
「신성 을 사용합니다.」
「신성 에 침식된 모든 것의 죽음을 주관할 수 있습니다.」
꽈지지지지지지직───!!!
그대로 수확의 신의 몸뚱이가 반으로 쩍 갈라지며 단말마 하나 없이 무너져내렸다.
「도전자 한성윤이 상위 신격을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초월]에 1% 가까워졌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 그러게, 그냥 넘기라고 할 때 넘겼어야지. ]즉사였다.
***
눈 깜짝할 사이에 수확의 신을 살해한 후.
「수확의 신 ‘포타니악’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스스스-.
늘 그러했듯이 네크로맨시의 공능으로 이루어진 사령이 나에게 흘러들어왔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사령의 표식으로 바꾸어 힘을 탈취할 수 있는 능력.
그렇기에 네크로맨시의 힘은 수확의 신이 가졌던 모든 것을 탐하였다.
하나, 그것도 잠시.
‘이건 또 뭐야?’
갑자기 네크로맨시에 이끌리던 신격의 사령이 격렬하게 흔들리며 노이즈를 일으켰다.
마치, 통신 과정에서 잡음이 낀 것과도 같은 모습.
그리고 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현상에 눈을 찌푸린 찰나에 이변이 일었다.
바로…….
「시련의 탑이 #A-049[오류 방지]를 발동하여 [■■]이 본래 자리로 돌아갑니다.」
생각지 못했던 개입으로 사령에 뒤섞여 있었던 검은 형상이 사령에서 분리된 것이다.
‘뭔…….’
어이가 없었다.
설마 수확의 신은 대놓고 힘을 뺏어서 써도, 나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까?
어느새 검은 구체에서 비롯된 가짜 네크로맨시, [■■]이 천공으로 치솟는 걸 보며 나는 날카로운 비웃음을 흘렸다.
“하.”
그럴 만도 했다.
“이제는 대놓고 개수작을 부리겠다는 뜻이지?”
사실상 반쯤은 시스템의 제약에서 벗어난 나는 이제 탑의 뜻을 조건 없이 존중할 필요가 없기에.
“그렇다면 나도 원하는 대로 해야겠네.”
「신성 이 사용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현실 세계에 말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단, 세상의 이치를 간섭하는 언령에는 매우 많은 신성력이 소모됩니다.」
《 와라. 》
드드드───!
신성 의 효과로 가짜 네크로맨시인 [■■]을 붙잡고는 강제로 끌어당겼다.
「오류 발생.」
「시련의 탑이 #A-049[오류 방지]를 발동하여 [■■]이 본래 자리로 돌아갑니다.」
「시련의 탑이 #A-049[오류 방지]를 발동하여 [■■]이 본래 자리로 돌아갑…….」
「시련의 탑이 #A-049[오류 방지]를 발동하여 [■■]이 본래 자리로 돌…….」
물론 그 탓에 시련의 탑이 발작하듯 전용 권한을 남발하긴 했다.
‘그래 봤자지.’
왜인지 몰라도 저것이 내가 가지면 안 된다는 듯 굴고 있는데…….
「초월 신화 이 활성화됩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의 신성 운용에 의 신성 효과가 붙습니다.」
「※어느 상대를 지정하여 [4분] 동안 모든 종류의 격이 상대랑 동등해질 수 있습니다.」
「※단, 격의 상승으로 축적되는 부담을 버티지 못할 시, 의 힘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에게 의 신성 효과가 붙습니다.」
「※스스로 지닌 영격을 자유롭게 조율하여 다루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형태 없는 힘을 영격으로 조율하여 해당 힘에 영격의 효과를 작용시킬 수 있습니다.」
그마저도 나는 강제로 비집을 수단이 존재했다.
‘영격 조율.’
초월 신화 은 탑의 시스템을 짓뭉갤 수 있다.
오직 시스템에 의해서만 제어되던 스킬들도 나만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초월의 신화였다.
단지, 초월 신화 로 내가 가진 격을 다른 곳에 덧씌우는 것만으로 나는 그 힘을 지배할 수 있었다.
꽈지직……!
그에 따라서 시스템의 간섭이 뭉개진 순간.
그대로 거짓된 사령의 힘이 노이즈를 격렬하게 일으키며 나에게 돌아왔다.
아직도 시련의 탑이 걸어 둔 전용 권한 ‘#A-049[오류 방지]’의 잔여물이 남은 탓일까?
거짓된 사령의 힘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며 시끄럽게 굴었으나 그것도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 닥쳐. 》
콰득-.
신성 으로 재차 탑의 힘을 짓누르자마자 거짓된 사령의 노이즈가 적어진 것이다.
「오류 발@&*^!…….」
그리고…….
「■■ ■■ ■■.」
이내 가짜 네크로맨시 [■■]이 손가락의 끝에 닿아서 흡수된 순간.
「■■ ■■ ‘■■■■■’의 ■■■가 ■% ■■■■■.」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나는 눈매를 좁혔다.
「■■ ■■ ■■.」
「■■ ■■ ‘■■■■■’의 ■■■가 ■% ■■■■■.」
오직 블랙박스밖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 메시지의 내용.
그곳에 간간이 블랙박스 이외의 내용도 섞여 있긴 했지만…….
사실상 시스템 메시지의 해석에는 대부분 제대로 써먹을 수 없었다.
“쯧.”
그리고 그에 나는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대충 신성이나 얻을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은 건가…….’
왜인지 몰라도 네크로맨시로 흡수한 거짓된 사령은 성장에 쓸 수 없었다.
단지, 시스템 메시지로 알 수 없는 문장이 나타나며 어딘가에 거짓된 사령이 소모됐을 뿐.
이건 딱히 탑이 수작을 부린 것도 아니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대로 가짜 네크로맨시에서 생각을 떼 내야 했다.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이에 대해서 고민한다고 하여 당장 해결되는 것도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 대신에 나는 바로 사막 곳곳에 쓰러진 신격들을 보았다.
여태껏 수확의 신을 상대로 사투를 벌인 듯 보이는 이들이 피를 한껏 쏟고는 쓰러져 있었다.
하나,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 있는 이들이 전부 절명한 건 아니었다.
‘아직 살아 있는 신격들도 있어.’
그래도 아슬아슬하게나마 목숨이 붙어 있는 이들이 있었다.
애초에 이곳에 온 이유는 신전의 건설에 관련된 정보의 수집도 동반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신격들이 살아 있다면 이들도 어느 정도 써먹을 수 있으리라.
다만, 신격들 간의 전투에서 얻은 피해가 큰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긴 한데…….
‘그거야 뭐 내가 알 바는 아니지.’
그다지 배려하고 싶진 않았기에 치료해 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이.
정식 신격의 경지에 이른 이들은, 알아서 시간이 지나면 깨어날 테니까.
그대로 나는 사막 곳곳에 모인 신격들을 한 곳에 대충 던져 놓고는 사령을 흡수했다.
「수확의 신 ‘포타니악’의 사령을 사용하여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상승시킵니다.」
「근력이 37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36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34 상승했습니다.」
「마력이 29 상승했습니다.」
「내구가 24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모든 능력치의 수치들이 단숨에 올라가며 시스템 메시지들이 나타났다.
「수확의 신 ‘포타니악’의 사령을 흡수하여 특수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수확의 신 ‘포타니악’의 사령이 가지고 있는 신성 중 하나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현재 습득할 수 있는 잠재 신성은 , , 입니다.」
「※이때 고르지 않은 잠재 신성은 이후에는 선택지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신성의 선택을 종용하는 선택지들이 나타난 것이다.
‘이건 뭐 딱히 볼 것도 없지 않나?’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나는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애초에 수확의 신에게서 얻어내고 싶었던 신성을 내정하고 있었으니까.
저 너머의 하늘에 떠올라 있는, 검은 구체에서 가짜 네크로맨시의 공능을 일부나마 탈취해냈던 것.
「선택 완료.」
「신성 이 잠재력으로 치환됩니다.」
바로, 신성 의 능력을 선택한 것이다.
오직 다른 것 없이 강제로 힘을 수확하여 얻을 수 있다는 매력적인 이점.
그것만을 보고 고른 만큼, 신성 을 얻자마자 나는 상공에 떠올라 있는 검은 구체를 보며 신성을 발동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쓰는 거였나?”
그리고.
「신성 이 발동되어 [■■]에서 신성을 추출하여 극소량 거두어들입니다.」
이내 신성 으로 검은 구체 너머에 있는 공능을 건드려 일부분 얻은 순간.
치지직───.
“?”
갑자기 귓가에 크게 라디오의 잡음 같은 소리가 들리며 이변이 일었다.
「오류 발생.」
「고유 특성 ‘네크로맨시’의 성장 한계치에 변동이 일어났습니다.」
「시련의 탑이 전용 권한 #A-002[오류 수정]를 발동하여 성장 한계치를 제약합&#^?…….」
어떠한 징조도 없이 고유 특성 ‘네크로맨시’에 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뭔…….”
그렇지만 그에 놀라는 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 ■■ ■■.」
「■■ ■■ ‘■■■■■’의 ■■■가 ■% ■■■■■.」
방금 봤던 정체불명의 시스템 메시지의 내용.
「고■ 특■ ‘■■■■■’의 ■■■가 ■% ■■■■■.」
그것이, 서서히 그 내용을 바꾸기 시작했으니까.
끼-릭-.
「고■ 특■ ‘■■■■■’의 숙련■가 ■% 상승■■■.」
끼-리-릭-.
「고유 특성 ‘■■■■■’의 숙련도가 ■% 상승■니■.」
마치 낡은 톱니바퀴를 윤활유 없이 억지로 돌리는 것 같은 감각.
“…….”
하지만 그것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정체불명의 시스템 메시지는 알아들을 수 있는 형태로 바뀐다.
“이제야, 알겠네…….”
그리고 그 과정의 끝에서…….
끼리리리리릭───!
“탑이 이래서 그렇게까지 나한테 이걸 안 주려고 했던 건가?”
어느새 나는 시련의 탑이 어째서 검은 구체를 나에게 미리 주지 않으려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성장 조건 만족.」
「고유 특성 ‘네크로맨시’의 숙련도가 1% 상승합니다.」
“……이거, 아직도 더 성장할 수 있었구나.”
그것도 아주 확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