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44
342. 진짜 (3)
「※NEW!※」
「신들의 전장 에 최후의 승리자가 탄생했습니다.」
「신들의 전장 에 승리의 신 ‘야크하 루 카도모’가 [■■]을 흡수했습니다.」
승리의 신.
야크하 루 카도모라는 긴 이름을 가진 신격이 가짜 네크로맨시를 얻었다.
그리고 그 중심지에서는 고대 신격인 나도 괄시할 수 없는 엄청난 신성의 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
느껴졌다.
개념의 신성이 신체와 영혼의 경계선을 허물고 일체화하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었다.
이제는 저 너머에서 누구 하나가 고대 신격의 경지로 발을 들이밀고 있음은 어렵잖게 알 수 있었다.
‘시련의 탑이 저지른 짓인가.’
이쯤 되면 어이가 없을 정도.
고대 신격 중 하나인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도 탑에서 비롯됐다고 하더니…….
이제는 대놓고 고대 신격이 눈앞에서 탄생하고 있으니 살짝 탑이 무엇을 위해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고대 신격이 저곳에서 태어나고 있는 건 맞긴 한데…….’
저것은 결점 없는 고대 신격 같은 게 아니다.
‘그래도 아예 시련의 탑이 의도한 대로 되지는 않았나?’
신들의 전장, 그 중심지에서 태어나려 하는 고대 신격은 나랑 똑같이 볼 수 없었다.
‘왜인지 몰라도 고대 신격으로서의 완성도 자체는 매우 낮은 거 같은데.’
그럴 수밖에 없다.
신들의 전장 의 중심지에서 태어나는 고대 신격은 완전하지 않으니 말이다.
개념의 신성이 조화를 이루지도 못하고 있는 게 감각에 잡힌다.
그리고 그것은 곧 고대 신격의 완전무결하기 짝이 없는 개념화의 영체에 손상을 주는 일이다.
‘최소한 나처럼 완성된 고대 신격은 아니야.’
아직 고대 신격의 경지에 들어섰다고 볼 수는 없다.
굳이 따지자면 고대 신격에 들어설 수 있는 준비 단계라고 해야 할까?
아마도 가짜 네크로맨시의 정수로는 고대 신격에 바로 들어설 수는 없는 듯했다.
그리고 그에 나는 눈을 찌푸린 채 혈천마검의 검파에 손을 올렸고 이어서 익숙한 음성이 뇌리에 퍼졌다.
―……한성윤.
다름이 아니라…….
―……이쯤에서 물러나는 게 좋겠구나.
어느새 담천우의 음성은 당혹, 그리고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차피 26층 시련은 끝났느니라. 더는, 이곳에 있어 봤자 얻을 수 있는 것도 없을 터. 그러니 이쯤에서 물러서는 게─.
“도망치자고요?”
―그게 아니라 합리적인 선택을 하자는 거다. 저곳에 있는 건 고대 신격에 가까운 것이다. 만약에 상대하면 너도 패배할 가능성이 있…….
“그렇다고 선택을 미루는 건 해답이 아닙니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의 말을 일축했다.
“이곳에서 물러나 봤자 저놈은 나중에 마주해야 할 적이 될 테니까요.”
그럴 만도 했다.
승리의 신, ‘야크하 루 카드모’는 시련의 탑이 주도하는 실험으로 태어난 고대 신격이지 않은가.
여태껏 탑과도 어느 정도 적대적인 모습을 드러낸 나에겐 위협적인 변수로 작용할 확률이 높았다.
“탑이 바라는 건 제가 이곳에서 물러나는 것 따위가 아닐 테죠.”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아마도 탑은 제가 증명하길 바라는 겁니다.”
신들의 전장에 탑이 나를 시련을 구실로 불러들인 사유를 눈치챈 탓일까.
“한낱 실험장 따위에서 태어난 고대 신격이 아니라, 제가 더 탑에게 매력적인 후보라는 것을.”
실로 노골적이기 짝이 없는 도발.
이쯤 되니 더는 물러서는 것은 고려할 수도 없는 상황.
이대로 탑이 내지른 같잖은 수작질에 물러선다면 도리어 그 역풍은 이쪽이 감당해야 할 터이다.
그렇기에 나는 고대 신격이 태어나고 있는 곳을 바라보며 탑이 걸어온 수작질에 대응하듯 비릿한 미소를 드러냈다.
“그리고 뭣보다 제게도 좋은 무대일 겁니다.”
―너…….
“알잖아요? 이곳에서 제가 무엇을 얻었는지.”
―설마, 그걸 이곳에서 쓸 생각인 건가……?
“일단은요.”
그제야 나는 왼손에 붉은빛이 감도는 보석을 쥔 채 씩 미소를 지었다.
“아직 써 본 적은 없긴 한데…….”
다름이 아니라…….
“이것을 사용할 수 있다면 저는 틀림없이 승리하게 될 겁니다.”
성유물 ‘짙은 투지를 간직한 보석(SSS+)’을 손아귀에 쥔 것이다.
“그것도 아주 확실히.”
어느새 승리의 확신에 찬 눈빛을 반짝이며 말이다.
***
짙은 투지를 간직한 보석(SSS+).
오직 나만이 신성 를 중첩할 수 있게 길을 열 수 있는 수단.
그것을 사용한다는 건 한마디로 말해서 격이나, 신성 따위와는 관계없이 힘의 팽창으로 상대를 짓누르겠다는 뜻이다.
‘딱히 성유물을 쓰는 게 아깝진 않아.’
하지만 그것이 고대 신격에게 통할지는 알 수 없었다.
‘어차피 성유물은 아이템이 있다면 또 얻을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러니 이는 알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진짜로 신성 의 중첩이 고대 신격도 짓뭉갤 수 있을지.
설령 성유물 ‘짙은 투지를 간직한 보석(SSS+)’을 잃는다고 해도 그리해야 할 터다.
그리고 그 최적의 사용이 가능한 곳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
살짝 아슬아슬한 도박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그럼에도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도리어 심상의 너머에 가라앉은 감정이 견정해지며 올곧음을 더할 뿐이다.
“해볼 만은 하지.”
그에 나는 긴장감이 온몸을 달구는 걸 느끼며 재빨리 신들의 전장, 그 최심부로 갈 준비를 했다.
‘아직 싸울 수는 없어.’
어쩔 수 없다.
신들의 전장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바로 간다면 이곳에는 신격들이 방치될 테니까.
그리고 아직 이곳에 살아 있는 신격들은 전부 나에게 숭배의 감정을 내비치는 이들밖에 없었다.
설령 개념의 신성이라고는 해도 살해하는 것보다는, 신도로 삼은 후에 운용하는 방식을 시도하는 게 효율적일 터.
‘신들은 아직 써먹을 수 있으니 이대로 놔둘 순 없겠지.’
그렇기에 나는 솔리엣 렐리아를 불렀다.
「격노의 신이 안절부절못하며 흔들리는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 시, 신이시여……. 방금, 저 너머에서 느껴진 기운은, 대체─. ]그리고 그에 따라서 그녀도 할 말이 있다는 듯 그렇게 말을 했으나 나는 받아 줄 생각이 없었다.
“신들을 데리고 신들의 전장에서 최외곽에 해당하는 곳으로 대피해.”
[ ……넵? ]“너희는 신들의 전장에서 탑의 허락 없이는 벗어날 수 없으니 그게 낫겠지.”
[ 아니, 그게……. ]“그리고 최대한 싸움이 끝날 때까진 서로 힘을 모아서 버티고.”
[ ……어. 그러니까요. 그,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이신지 모르겠─. ]“만약에 실패하면 너도 죽을 수 있는 일이니 열심히 하는 걸 추천해.”
[ ……!?!? ]솔리엣이 화들짝 놀라며 팔을 휘적휘적 내젓다가 파르르 떨며 입술을 달싹였다.
마치 충격받은 탓에 제대로 사고하는 것마저도 힘들다는 듯이.
이내 뒤늦게나마 그녀의 입술에서 경악이 흘러나온 순간.
[ 그, 그런 게 어디에 있─! ]훙-.
「바람 정령의 부츠(A+) 전용 효과 ‘바람의 길’이 활성화됩니다.」
그대로 나는 그녀의 말을 듣지도 않은 상태로 땅을 박찼다.
순식간에 솔리엣이 시야에 잡히지 않게 되어서야 나는 신들에 관한 생각을 밀어냈다.
어차피 이제는 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을 터이니, 최대한 신경을 끄는 게 나으리라고 생각한 탓이다.
―사도 신격으로 삼은 것치고는 박정한 처우이지 않나.
물론 혈마답지 않게 감수성이 풍부한 것 같은 담천우는 아쉽게 말하긴 했다.
―그래도 신들이나, 솔리엣이라는 사도도 너에겐 귀중할 터인데?
하지만 나는 딱 잘라서 말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
“그냥 신격을 사도로 거두면 어떨지 궁금해서 거뒀을 뿐. 딱히 기대하는 건 없다는 겁니다.”
―그것참 매정한 소리군.
“사실을 말했을 뿐이죠.”
그럴 수밖에 없다.
여태껏 내가 신들의 전장에서 사도 신격, 혹은 신도로 거둔 이들은 숭배자가 아니다.
오직 고대 신격의 경지에 이른 나의 힘에 압도되어 휘하에 어쩔 수 없이 들어왔을 뿐이지 않나.
“신뢰 관계는 아니니 이쯤이면 저도 제 책무를 다한 거죠.”
현재 저곳의 신들은 진짜 숭배와는 거리감이 있는 상태.
그렇기에 나는 신들에게 더 신경을 쓸 생각이 전무했다.
사실상 내가 가진 힘을 소모해서까지 신들을 챙겨야 할 이유는 없는 탓이다.
신들의 전장의 끝에 있을 상대는 고대 신격에 도달하고 있는 괴물 중의 괴물이지 않은가.
설령 고대 신격의 개념화를 완벽하게 이루지 못했다고는 한들, 한낱 정식 신격들을 챙겨 주며 상대할 수 있는 이가 아닐 터다.
‘신들을 챙기다간 도리어 본말전도로 내가 불리해질 수도 있겠지.’
그리고.
「…….」
「다수의 고대 신격이 당신의 시련을 관측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다수의 고대 신격이 시련의 탑에게 대가를 지불하여 관측을 시도합니다.」
「……시련의 탑이 #B-008[시련 관측 일부 허용]을 발동하여 관측자들이 생겨납니다.」
그에 내가 재빠르게 신들의 전장으로 나아가는 순간.
「고대 신격의 [시련 관측 영역]이 확장됩니다.」
「고대 신격의 [시련 간섭 영역]이 확장됩니다.」
“이건 또 뭐야?”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오르며 오랜만에 외부의 관측이 있음을 알렸다.
「빛의 신이 당신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둠의 신이 당신을 자애롭게 바라보며 손을 살랑살랑 흔듭니다.」
「증명의 신이 당신이 있는 곳을 간신히 비추어 보고 있습니다.」
「마신이 당신이 무엇을 할지 기대된다는 듯 바라보고 있습니다.」
「용신이 당신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길 바라며 노려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나는 피식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꽤 오랜만인 것 같네.”
여태껏 탑이 관측을 막아 놓은 탓에 보이질 않았던 신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신들의 전장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늦게나마 접한 것일까?
시련의 탑에 개입하여 내가 있는 곳을 볼 수 있게끔 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고대 신격들이 이곳을 보고 있기는 하나, 딱히 경각심 따위는 느껴지지 않고 있다.
‘딱히 나쁜 흐름은 아닐 테지.’
그도 그럴 것이…….
‘고대 신격들에겐 어차피 나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알려져 있으니 상관은 없어.’
설령 고대 신격들이 이곳을 관측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그것도 모자라 시련의 탑이 관측 도중 일부분의 내용은 관측을 막을 터이니.
고대 신격이 이곳을 아무리 관측하든 간에 상관은 없다.
이쯤 되면 낯익은 이들에게 반가움까지 느껴질 정도.
‘어둠의 신이나, 용신은 서로 본 지도 꽤 시간이 지났으니 나름대로 즐겁네.’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계약된 관리자 ‘철혈의 군주’의 [시련 관측 영역]이 확장됩니다.」
「계약된 관리자 ‘백학검선’의 [시련 간섭 영역]이 확장됩니다.」
설마 고대 신격에 의해서 관측이 허용되며 관리자들도 시련을 보는 게 가능해진 걸까.
「관리자 ‘철혈의 군주’가 당신을 조용히 응원하며 바라봅니다.」
「관리자 ‘백학검선(白鶴劍仙)’이 당신을 양손을 꽉 쥐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이제는, 내가 계약한 관리자들도 이곳을 볼 수 있게 되었나?’
어느새 깊은 인연이 있는 관리자들이 빼꼼 모습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발했다.
물론 고대 신격들이 있는 탓에 대놓고 시선을 드러내지는 못하는 거 같긴 한데…….
그래도 나에게는 흡족한 일이었기에 살짝 미소를 짓고는 고대 신격들, 그리고 관리자들의 시선을 느긋하게 느꼈다.
‘이쯤 되면 그리운 기분이 드네.’
하나, 그것도 잠시.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지.’
그대로 나는 재차 긴장감에 날을 세우며 허공을 크게 박차고는 원하는 곳에 도달했다.
착-.
“이곳인가.”
그리고.
「업적 ‘비밀의 탐색가’를 달성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업적 ‘탑의 비밀을 들춘 존재’를 달성했습…….」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
「업적 ‘심연을 본 도전자’를 달…….」
「모든 능력치가 10 상…….」
‘이건…….’
이내 검은 진흙이 곳곳에 널브러진 신들의 전장의 최심부에 발을 댄 순간.
철퍼억─!
[ ───는, ───의, ───인 것인가? ]그곳의 최심부에 있는 검은 진흙의 뭉치에서 뭔가가 나오며 알 수 없는 울림이 퍼진다.
그리고 그 정체불명의 음성에서 나는 혐오감을 느끼며 눈매를 좁혔다.
그도 그럴 것이…….
「■#과 ■* 그리고 ■?의 신이 당신을 마주했습니다.」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로 확실히 알 수 있었으니까.
[ ───너는. ]다름이 아니라…….
[ ───나의. ]저것이 비틀린 존재라는 걸 말이다.
[ ───인 것인가?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진흙에서 철벅거리며 터덜터덜 나타난 인영.
마치 야만인을 닮은 듯하며 온몸에 흉상이 나 있는 백전노장의 모습.
숱한 전장을 거쳐 온 야만적인 전사의 심상이 그대로 외견으로 드러난 순간.
눈앞에 드러난 전사의 눈빛에서 흘러나오는 검붉은 신성의 빛이 알려주고 있었다.
“…….”
눈앞에 있는 저것은 제대로 된 고대 신격이 아니라─.
「투쟁과 승리 그리고 죽■?의 신이 당신을 마주했습니다.」
[ ───너는, 나의, 오리지널인 것인가? ]─오직 나의 힘을 베꼈을 뿐인 가짜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