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48
346. 레메게톤 (2)
「신성 을 사용합니다.」
「모든 능력이 정해진 범주를 벗어난 상태가 됩니다.」
「한계에 부딪힐수록 빠르게 모든 능력이 정해진 범주를 벗어납니다.」
「상대방과의 수준 차이에 비례하여 모든 종류의 성장 속도가 [109]배 상승합니다.」
신성 의 능력이 발동된 순간.
“…….”
눈 깜작할 사이에 힘의 격랑이 크게 일렁이며 저 너머의 경지로 나아갔다.
여태까지 쌓아 온 스킬이나, 권능 그리고 신성의 힘이 격랑이 되어서 일렁인다.
그리고 그중에서 특히나 스킬의 힘은 성장 속도의 상승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았다.
「스킬 ‘전투 가속(S+)’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스킬 ‘전투 가속(S+)’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스킬 ‘순간 가속(A+)’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
「스킬 ‘순간 가속(A+)’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
「스킬 ‘충격 차단(S)’의 숙련도가 100%에 도…….」
「스킬 ‘충격 차단(S)’의 등급이 한 단계 상…….」
일단은 일반 스킬들이 빠르게 등급의 상승을 이뤘다.
하나, 신성 의 힘은 말 그대로 ‘모든 종류’의 힘에 적용될 수 있다.
신성 의 성장 속도 상승에 가장 크게 영향받는 게 스킬이라면, 신성 에 귀속된 권능 스킬도 다를 게 없다.
「권능 스킬 ‘마력 회로(S-)’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권능 스킬 ‘마력 회로(S-)’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권능 스킬 ‘바람의 은총(S)’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
「권능 스킬 ‘바람의 은총(S)’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
「권능 스킬 ‘성광星光(S+)’의 숙련도가 100%에 도…….」
「권능 스킬 ‘성광星光(S+)’의 등급이 한 단계 상…….」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권능 스킬들이 성장했다.
「권능 스킬 ‘꺼지지 않는 필멸의 불꽃(S)’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심지어 그것도 상당한 수준으로 말이다.
‘성장은 확실히 빠르네.’
대충 공격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는 스킬을 싹 다 성장했다고 봐도 될 정도.
하나, 그렇다고 하여 좋아할 수는 없다.
신성 은 상대하는 적에 따라서 성장의 비례 수준이 정해지니까.
그리고 그것은 저 너머에 있을 탑의 그릇, 투쟁과 승리의 신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뜻이다.
꽈아악-.
‘이쯤 되면 권능 스킬들도 충분히 개념 신성에 견줄 수 있지.’
그제야 나는 두 손을 꽉 쥐며 눈빛을 차갑게 빛냈다.
설령 고대 신격이 되었다고는 한들 나는 스킬의 힘을 우습게 보지 않고 있다.
개념의 신성이라고 해도 스킬 하나보다 못할 수 있었다.
메인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킬들은 그야말로 개념 신성에 필적한다.
‘그리고 그 외에도 얻을 수 있는 것도 많고 말이야.’
심지어 신성 로 얻을 수 있는 건 이것만이 아니다.
―너…….
그도 그럴 것이…….
―대체, 어디까지 강해진 것이지……?
어느새 나는 신체에 끓어오르는 힘이 한계선을 넘어섰음을 알아챘다.
‘생각했던 것보다 시너지가 훌륭하네.’
신성 에 내재된 효과들 중 하나라고 해야 할까?
어느새 신성 로 강화되었어도 한계선에 가로막혔던 능력들이 상식의 선을 넘었다.
신체 능력은 개념의 신성으로 강화된 수준에 이르렀고, 아예 그 외의 기술들도 한계점을 넘어선 상태.
‘심지어 무공이나, 흑마법에 관련된 힘도 크게 올랐나…….’
그렇기에 이내 확신했다.
“…….”
이것이 있다면 상위의 고대 신격들이 아니라면 패배할 일 따위는 없다고.
“기껏해야 되다 만 고대 신격을 잡는 데는 차고 넘치는 수준이네.”
그리고.
「시련의 탑이 #E-024[힘의 그릇]를 발동하여 ‘탑의 그릇’의 모든 능력이 최고조에 달합니다.」
그때였다.
키이잉───.
이내 신들의 전장 너머의 하늘에 만연한 구름이 걷힌 순간.
갑자기 그곳에서 한 줄기의 섬광이 낙하하여 신들의 전장 한 곳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한 줄기의 섬광이 어디로 떨어졌는지 나는 찰나의 사이에 눈치챌 수 있었다.
“…….”
다름이 아니라…….
“이제는 시작할 시간이 되었나.”
그야말로 최악의 밸런스를 갖춘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
드드드─!
신들의 전장, 그 너머의 대지에서 신성이 일렁인다.
그리고 그 신성의 약동에서 나는 그 본질이 무엇인지 읽을 수 있었다.
투쟁과 승리, 그리고 하찮게나마 흉내를 낸 죽음이 신성의 일렁임에서 읽히고 있었다.
‘……탑이, 전용 권한으로 적의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렸어.’
그리고 동시에 그것이 의미하는 바도 빠르게 읽었다.
‘여태껏 일방적으로 때려눕힌 게 의미가 없게 되었네.’
시련의 탑이 투쟁과 승리의 신의 상태 이상을 없앴다.
그것도 모자라 투쟁과 승리의 신이 최고조의 힘을 얻게끔 하였다.
사실상 이걸로 광속에 견줄 수 있는 수십 번의 공격들이 무위로 돌아간 셈인데…….
그리 달갑게 받아들일 순 없다.
초월 신화 까지 곁들인 그야말로 파멸적인 공격들이 준 데미지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을 테니.
‘이것까진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에 나는 한숨을 쉬며 혀를 찼다.
“최악이네.”
설마 탑이 이렇게까지 추잡하게 적의 전력을 끌어올릴 줄은 몰랐으니까.
그래도 그나마 괜찮은 점이 있다면 이쪽은 신성력이나, 마력 따위는 크게 소모하지 않았다는 것일까?
그냥 양손으로 광속에 한없이 가까운 일격들로 상대를 후려 팼던 상황.
그것밖에 없었기에 이쪽이 소모한 힘은 그리 크지 않았고, 그렇기에 나는 감정의 흔들림은 빠르게 감추는 게 가능했다.
그리고.
「전용 주문 발동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전용 주문 가 활성화됩니다.」
「전투 종료 시점까지 모든 능력치 및 모든 스킬 효율이 100% 상승합니다.」
신성 의 10,000배 강화로 너무도 강해졌던 탓이라고 해야 할까.
순식간에 신체 능력이 올라간 후로 발동이 종료됐던 전용 주문 까지 재차 발동됐다.
그리고 그에 신성 는 신체 능력의 상승 수준에 맞추어, 그대로 이어서 신체 능력을 비약적으로 올렸다.
‘그나마 이걸로 최고조 상태의 격차는 줄인 셈인가.’
그렇지만 그렇게 안도에 휩싸이는 시간도 잠시였다.
“그럼 바로 갈까.”
다음 순간.
치지지지지지지지직-!!
【 접어드는 소용돌이 】
그대로 나는 공간을 찢으며 그 너머로 걸음을 이었다.
“…….”
순간, 눈앞에 보이는 정경이 달라지며 찢어진 공간 너머의 모습이 보인다.
광속에 견줄 수 있는 일격들에 의해서 곳곳이 파괴된 대지의 너머에 인영이 있었다.
오로지 검은빛의 진흙을 뒤집어쓴 그 인간의 모습을 한 그림자는, 그대로 새하얀 안광을 빛내며 쩍 입을 벌렸다.
“너.”
다름이 아니라…….
“투쟁과 승리의 신인가?”
그것은 여태껏 내가 싸우던 상대인 투쟁과 승리의 신이었다.
하지만 그 검은 진흙을 뒤집어쓴 그림자의 모습에는 그 어디에도 야만적인 전사의 흔적이 남지 않았다.
오직 검은색으로 점철되어 덧씌워진 것 같은 형태.
지금껏 수많은 전장을 넘어왔다는 듯 그 몸에 새겨졌던 흉상은 보이지 않았고, 거체에 속했던 신체도 많이 축소되어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성인 남성의 평균보다 살짝 큰 정도라고 해야 할 수준.
‘마치 나 같은 체형…….’
그제야 나는 어느 사실을 알아채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시련의 탑이 #D-421[인물 정보 재현]을 발동하여 ‘탑의 그릇’에 인물 정보의 일부를 재현합니다.
─▶ 투쟁과 승리 그리고 죽■?의 신이 【도전자 한성윤】의 신체 능력치 일부를 이어받아서 쓸 수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그런가.”
어느새 뇌리의 한구석에 방금 봤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 탓이다.
“시련의 탑이 그렇게 나 같은 신체로 바꿨나.”
그리고.
「투쟁과 승리 그리고 죽■?의 신이 당신을 바라보며 크게 웃습니다.」
[ 하하하─! 그래, 정답이다! 나는, 너의 몸을 얻었다! 그것도, 탑에게서 말이야─! ]그제야 검은 진흙을 덮어쓴 인영이 팔을 크게 좌우로 벌리며 크게 웃음을 내질렀다.
[ 그야말로, 최강이다─! ]“…….”
[ 한성윤! 인정하마! 너는……, 지고의 전사인 나보다 월등한 힘을 가지고 있었군! 그것도 아주 엄청난 수준의 힘을 말이야! ]“그다지 너의 감상을 듣고 싶지는 않은데.”
마치 장난감을 얻은 어린아이처럼 크게 감정이 고조된 모습.
“탑의 권한으로 아무런 노력도 없이 얻은 그 몸이 마음에 그렇게 들 수 있나?”
그러나 나는 그런 것 따위는 상관하지도 않겠다는 듯이 냉소를 지었다.
“한낱 남의 몸을 얻은 것에 부끄러움도 없냐는 거다.”
기껏해야 시련의 탑의 권한 덕분에 얻었을 뿐인 신체였다.
심지어 그마저도 제대로 이식받진 못했는지 저따위의 검은 진흙으로 도배된 모습이지 않은가.
여태껏 쌓아 온 신체를 버리고 나의 신체를 받아들였다는 것 자체에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 게 정상일 터이다.
[ 전혀─!! ]하지만 눈앞의 그림자 같은 형상의 신격은 그러지 않았다.
[ 어째서 내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가? 이것은 나의 몸이다! 그러니 느껴야 할 수치도 존재할 리 있을까! ]투쟁과 승리의 신이 온몸에서 진흙을 흩뿌리며 말했다.
[ 너 같은 놈이 가지긴 아까운 것! 그러니 응당 내가 가져야 할 것이다! 만약에 수치를 느껴야 한다면 그건 너겠지! ]“?”
[ 그야말로 이딴 괴물 같은 신체를 가지고도 나에게 패배하게 됐으니까! ]“…….”
이쯤 되면 개 같은 논리에 두통이 올 지경.
[ 너는 가짜보다 약한 진짜일 뿐이지 않나! ]“…….”
[ 한낱 같잖은 놈이 탑의 힘으로 이런 몸을 얻었을 뿐! 그리고 너는 그래서 탑에게 버려진 것이다! 나는 우수해서 선택받은 것이고 말이야! ]“…….”
[ 그러니 수치를 알아야 하는 것은 덜떨어진 네놈이─. ]“야.”
그리고.
「신성 이 사용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현실 세계에 말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단, 세상의 이치를 간섭하는 언령에는 매우 많은 신성력이 소모됩니다.」
《 그냥, 닥쳐. 》
다음 순간.
쩌어어어어어어어어엉─!
눈 깜짝할 사이에 신성 이 형태 있는 파장으로 바뀌어 상대를 덮쳤다.
「권능 스킬 ‘꺼지지 않는 필멸의 불꽃’이 활성화됩니다.」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카르륵-.
순간, 검은 불꽃이 오른손에 나타나며 물결 같은 일렁임을 일으켰다.
마치 맹수의 울음처럼 나직하게 울려 퍼지는 검은 불꽃의 소리.
그것은 이어서 맹수의 도약처럼 바로 기염을 토했다.
바로─.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야말로 세계를 불태울 수 있는 필멸의 불꽃이 쏟아진 것이었다.
설령 상위 신격이라고 해도 제대로 방어할 수 없을 기염.
그러나 투쟁과 죽음의 신은 망설이지 않았다.
「투쟁과 승리 그리고 죽■?의 신이 꺼지지 않는 필멸의 불꽃을 사용합니다.」
[ 그것은, 나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그대로 투쟁과 승리의 신이 양손을 휘두르며 거칠게 검은 불꽃을 내질렀다.
[ 하하하─! 재밌군─! ]마치 거울처럼 따라 붙는 검은 불꽃의 형상.
그것이 스킬 ‘꺼지지 않는 필멸의 불꽃’임은 바로 알 수 있었다.
권능 스킬의 화력을 따라올 수는 없으나, 스킬 자체의 구성은 같다는 걸까.
순식간에 투쟁과 승리의 신이 내쏟은 검은 불꽃의 양이 늘어나며 힘과 힘이 상쇄되어 소멸한다.
하지만 놀라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련의 탑이 #F-129[스킬 목록 복사]를 발동하여 ‘탑의 그릇’에 특정 인물의 스킬 목록을 비슷하게 주입합니다
.─▶ 투쟁과 승리 그리고 죽■?의 신이 【도전자 한성윤】의 스킬 목록 중 일부를 비슷하게 획득합니다.
‘……설마, 저것까지 복사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사실상 이것도 방금 본 시스템 메시지 중 하나로 짐작하고 있었던 탓이다.
[ 소용없다─!! ]그리고 그에 투쟁과 승리의 신이 검은 불꽃을 검은 불꽃으로 지우며 희열에 찬 소리를 뱉었다.
[ 너의 모든 것을, 나도 쓸 수 있다! ]여태껏 쌓아 온 것을 전부 버리고 남의 것을 베낀 가짜가 말을 이었다.
[ 설령 내가 가짜라고 해도 진짜인 너의 힘을 쓸 수 있다면 진짜랑 다를 게 뭐지? ]그리고.
[ 이제 나는 너를 능가할 수 있다! ]그것도 모자라 투쟁과 승리의 신의 손에서 신성의 별빛이 일어났다.
「투쟁과 승리 그리고 죽■?의 신이 가짜 별빛을 사용합니다.」
키이잉-!
「권능 스킬 ‘성광’이 활성화되어 신성 을 머금은 별빛이 생성됩니다.」
그에 따라서 나도 같이 손에 별빛을 일으키며 내쏘아낸 순간.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앙……!!
백색(白色), 그리고 흑색(黑色)으로 나누어진 별빛이 맞물린다.
이내 머지않아서 밀리는 것은 백색의 별빛.
본래 이것은 용신이 다루었던 힘이고, 그건 곧 탑도 함부로 내줄 수 없다.
심지어 권능 스킬이 되며 성광은 격을 넘었고, 그래서 백색의 별빛은 밀릴 수밖에 없었다.
「투쟁과 승리 그리고 죽■?의 신이 별빛 팽창을 사용합니다.」
하나, 그것도 잠시.
쩌어엉─!
가짜에 불과했던 백색의 별빛을 스킬 ‘별빛 팽창’의 효과로 그 격차를 좁힌다.
그리고 서로 충돌을 이어 가던 별빛이 동시에 소멸을 이뤘다.
그것을 본 투쟁과 승리의 신이 희열에 입술을 달싹였다.
[ 큭큭큭……! 봐라─! 한성윤─! 이것이 바로 너의 실체다! ]그리고 그 동시에 나는 눈앞에 있는 상대의 눈동자를 보았다.
[ 이제야 너 자신을 알 것 같은가!? ]그곳에는 오직 남을 꺾었다는 희열만이 존재했다.
눈앞의 가짜에게 있어서 투쟁과 승리라는 것은 과정 없는 결과일 뿐이다.
그것의 과정이 어떠하든 간에 남을 꺾을 수 있다면, 그리고 승리할 수 있다면야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신성 의 개념 신성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알 것 같네.’
오직 이길 수 있는 미래만을 고르겠다는 의념.
그래서 신성 는 상대방이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우고, 그래서 신성 은 과정이 아닌 결과의 배제를 도울 뿐이다.
그곳에 승리를 이루는 과정 따위는 없었다.
수준 낮은 승리만이 있다.
‘그래서 나의 가짜를 자처할 수 있는 거겠지.’
그리고 눈앞의 상대는 승리할 수 있는 미래를 골랐다.
[ 그렇다면 말해 주마. ]시련의 탑에게 나의 신체, 그리고 나의 스킬을 얻은 것으로 가짜가 아닌 진짜가 되고자 하였다.
[ 사실은 너 같은 건 말이다……. ]시련의 탑에겐 눈앞의 신이 최적의 대체재일 확률이 높았다.
‘탑은, 이딴 놈이 나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의 힘, 그리고 나의 모습마저도 거리낌 없이 베낄 수 있는, 긍지 따위는 없는 신격이니까.
[ 아무것도 없는, 버러지에 불과한, 남의 것을 빌렸을 뿐인 놈이라고───! ]─그렇다면 그 모든 것을 정면으로 꺾어 줘야 하지 않겠는가.
***
투쟁과 승리의 신이 희열을 과시하며 내뱉은 말에 나는 차분히 답했다.
“그럴지도 모르겠어.”
[ ……어? ]“너의 말처럼 나는 탑에게 모든 것을 받았을 수 있지.”
“실제로 나는 탑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테니 부정할 수는 없는 소리야.”
한낱 헌터도 되지 못했을 나약했던 인간이 바로 나이지 않나.
그래서 딱히 그것까지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 그, 그래……! 잘 알고 있군! 그나마, 스스로 주제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 같─.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쌓아 온 것이 없진 않았어.”
[ 그게 무슨……. ]“여태까지 나는 많은 걸 쌓았었지.”
지금껏 나는 탑을 오르며 수많은 것을 쌓았다.
고유 특성이나, 스킬 그리고 권능 같은 힘들을 비축해야 했다.
물론 개념의 신성이니, 혹은 스스로 쌓은 신화니 하는 것들도 있기야 했다.
하지만 그것들보다는 확실히 고유 특성, 그리고 그걸 통해서 쌓은 스킬의 쪽이 비중이 클 터이지.
“스킬, 권능, 신성……. 그리고 그 이외의 것들도. 탑에선 많은 걸 얻었지.”
오직 탑의 시스템이 있어야 쓸 수 있는 것들이긴 했다.
“그건 남의 것이라고 할 수 있고, 많은 고생 끝에 얻긴 했어도, 딱히 나의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
[ 너……. ]“만약에 탑이 시스템 없이 그냥 ‘나’여야 한다는 이유를 묻는다면 그건 대답이 될 수 없겠지.”
[ 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한마디로 너의 장단에 맞춰 주겠다는 말이었어.”
그리고 그에 나는 투쟁과 승리의 신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탑이 나를 내친 건 굳이 ‘나’여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지?”
탑.
그것이 여태껏 나를 강하게 해 준 건 맞았다.
그래서 내가 이곳까지 올 수 있었고, 시스템 자체의 스킬이나, 그곳의 권한은 잘 써먹고 있었다.
「다수의 관리자들이 당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남의 것을 빌린 게 아니다.
「다수의 고대 신격이 당신의 행동을 기대하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걸 아무런 고생도 없이 얻은 게 아니다.
「시련의 탑이 당신을 침묵하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낱 목숨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싸워 왔고, 그에 따라서 많은 보상을 얻은 거다.
‘탑은 확실히 성장에 좋은 곳이긴 하지.’
그리고 나는 그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아직은 시련의 탑을 더 써먹어서 강해질 생각이 있었다.
그렇기에 시련의 탑이 굳이 ‘나’를 배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부숴 줄 것이었다.
“그리고 너는 시스템으로 얻은 힘은 아무것도 아닌 탓에 내가 토사구팽당했다고 했고 말이야.”
그것도 아주 확실히.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시스템이 없다고 해서, 딱히 내가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잖아?”
그에 따라서 수많은 시선이 나에게 내리꽂힌 순간.
「다수의 고대 신격이 당신의 행동을 바라보며 크게 전율합니다!」
“내가 쌓아 온 것들을 알고 싶다면 알게 해 줄게.”
[ 너……!! ]“그러니까…….”
[ 대체 무슨 짓을 하─. ]“그대로 닥치고 지켜봐.”
그대로 나는 체내의 마력을 남김없이 마기로 전환하며 눈빛을 번뜩였다.
「초월과 죽음의 신이 스스로를 드러냅니다.」
[ 그래 봤자 너 따위는 내가 쌓아온 힘으로도 이길 수 있으니까. ]다음 순간.
【 생전의 안드라스가 잃어버린 파멸 】
어느새 마계를 시작으로 최대한 쌓아 온 흑마법의 힘이 그 빛을 발했다.
‘이것도 오랜만에 써 보네.’
안드라스.
고대 마계에 실존했던 72악마 중 하나.
오직 그 고대의 악마만이 쓸 수 있었던 권능이 흑마법에 의해서 전개된 순간.
───.
만물의 파멸을 종용하는 잿빛의 정사각형이 하늘 아래의 모든 것을 짓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