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49
347. 레메게톤 (3)
여태껏 나는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곤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시스템의 능력은 내가 정당한 방식으로 얻어 낸 것들이지 않은가.
그것을 나의 능력이 아니라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고, 실제로 신격의 길을 걸으며 그렇게 되었다.
‘최소한 이제는 시스템의 능력은 남의 것이 아니야.’
그럴 만도 했다.
초월 신화 을 얻은 순간에 나는 이미 시스템의 재량을 벗어났으니까.
오직 나의 영격을 덧씌우는 것만으로 스킬,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본질이 나의 것이 된다.
설령 그것이 시스템, 혹은 그 너머에 있는 시련의 탑이 가진 힘이라고 해도 더는 상관이 없다.
‘이쯤 되면 탑이라고 해도 내가 가진 스킬을 건드릴 수는 없어.’
그러나…….
‘그래도 확실히 이참에 보여 줄 필요는 있겠지.’
그것을 탑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사실상 이제 나는 탑이 없어도 어디까지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 말이다.
단지, 그리하면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탑이란 효율적인 길을 걸을 뿐이라고.
‘어째서 탑이 나를 골라야 했는지, 그리고 내가 어째서 고대 신격이 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이게 그에 관한 해답이 될 거다.’
다음 순간.
「전용 효과 ‘마기 회로’가 활성화됩니다.」
「사용자의 마력을 일시적으로 마기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체내의 마력이 남김없이 마기로 전환되며 술식을 구성했다.
【 생전의 안드라스가 잃어버린 파멸 】
오직 만물의 파멸만을 종용하는 권능이 술식이 되어서 모습을 드러낸 순간.
───.
어느새 그것이 천천히 모습을 보였다.
창천을 가리겠다는 듯 패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잿빛의 정사각형이 말이다.
단지, 그 잿빛에 닿는 것만으로 산산이 붕괴할 수 있는, 파멸의 권능이 잿빛의 입자를 흩뿌리며 낙하한다.
「투쟁과 승리 그리고 죽■?의 신이 경악합니다.」
[ 이게, 대체, 무슨……. ]드드드───!
그리고.
[ 이, 이럴 수 있을 리가……. ]그제야 되다 만 고대 신격이 경악과 부정의 감정을 한곳에 모아서 터뜨렸다.
[ 이, 이딴 게 가능할 리가 없다……!! ]마치 자기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며 변명이라도 하듯.
[ 한낱 기술 따위! 한낱 필멸의 힘이! 신의 격을 넘어설 수는 없다……! 그게, 우주의 이치란 말이다……! ]그대로 투쟁과 승리의 신은 검은 진흙을 곳곳에 흩뿌리며 울부짖듯 말했다.
[ 감히 운이 좋게 탑에게 선택받았을 뿐인 너 같은 놈이……!! ]그러나 그 말은 끝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자꾸 그렇게 말하니깐 내가 증명하고 있는 거잖아?”
다름이 아니라…….
“신성이 아니라 그냥 기술로도 너 따위는 찍어 누를 수 있다고.”
쿠구구구구구구─!
그대로 잿빛의 정사각형이 대지에 크게 가까워지며 투쟁과 죽음의 신이 크게 외쳤다.
[ 너───! ]하나, 그것도 잠시.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앙……!!
[ ─끄아아아아아아아아!! ]잿빛의 정사각형이 눈앞에 있는 되다 만 고대 신격을 짓누르며 힘을 발했다.
오직 만물의 파멸을 종용하려 했던 안드라스의 잃어버린 권능.
그리고 그에 걸맞은 파괴력이 지상에 내려앉은 것이다.
그것도 신성 에 의해서 10,000배 강화된 상태로.
꽈지지지지지지직─!!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많은 것이 부서졌다.
일단은 눈앞의 되다 만 고대 신격의 몸이 도자기처럼 깨지며 그곳에서 피를 왈칵 쏟았다.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신들의 전장, 그 최후의 구역으로 지정된 장소의 땅이 쩍쩍 갈라지며 붕괴를 초래했다.
행성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수백 개는 박살 냈을 아광속의 공격을 버텨 낸 대지가 부서진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바로 이랬다.
“그래서.”
다름이 아니라─,
“너에게는 아직도 내가 시스템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걸로 보이려나?”
어느새 내가 가진 기술이, 신성의 권능에 필적할 수준이 되었다는 뜻이다.
「다수의 고대 신격이 당신의 기술에 크게 흥미를 보이며 찬탄합니다!」
「다수의 고대 신격이 당신의 기술에 크게 흥미를 보이며 찬탄합……!」
「다수의 고대 신격이 당신의 기술에 크게 흥미를 보이며 찬……!」
그건 다수의 고대 신격이 눈에 띄게 감정을 드러낼 수준.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감정이 흔들리진 않았다.
어차피 한없이 끝에 가까워진 기술은, 신성에 필적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다지 충족감 따위의 감정은 느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에 흑마법이 아니라 무공이었으면 10,000배 강화까지 할 필요도 없었지.’
어차피 개념의 신성도 수련 끝에 얻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가.
심지어 무공은 대놓고 신성을 이용하여 심검의 경지까지 개척할 수 있었다.
사실상 따지고 보자면 무공이나, 흑마법 같은 기술이 신성을 넘어설 수 없진 않았다.
단지, 신성의 힘을 갈고닦는 것보다는 비효율적이며, 그것들의 끝을 볼 정도라면 신성을 얻게 되니 소외될 뿐이지.
―이건 또 무슨…….
그리고 그 증표는 눈앞에 있었다.
―한낱 흑마법 같은 기술이, 개념 영역에 닿은 신성을 파괴할 수 있다니…….
설령 되다 만 고대 신격이라고는 해도, 오직 기술의 효과만으로 고대 신격을 압도하고 있다.
―이건, 대체…….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 내가……! 이딴, 신성도 아닌, 권능에 질 것 같나……!! ]어느새 바위를 떠받치듯 몸을 굽힌 투쟁과 승리의 신이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 나는! 탑에게 선택받은 전사다! 그것도 만전불패의 승리자─! 너 따위의 사냥개 따위와는 다르단 말이다! ]그리고.
「신성 이 발동되어 유사 악마 권능 ‘파멸’에 관한 면역이 생성됩니다.」
다음 순간.
[ 이것이 너 같은 버림받은 사냥개는 모르는, 위대한 탑에게 받은 신성의 힘이다─! ]쩌어엉-!
그제야 잿빛의 정사각형이 파멸의 확산을 멈추며 낙하를 멈췄다.
‘이건…….’
그리고 그에 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제야 탑에게 받은 신성을 썼구나.”
눈앞에 있는 되다 만 고대 신격이 쓴 신성이 무엇인지는 대충 알았다.
─시련의 탑이 #B-091[강제 신성 주입]을 발동하여 ‘탑의 그릇’이 신성을 강제로 획득합니다.
─▶ 투쟁과 승리 그리고 죽■?의 신이 신성 을 획득합니다.
아마도 시련의 탑이 대놓고 밸런스 패치랍시고 내려 준 혜택 중 하나인 거 같은데…….
「신성 가 발동되어 패배로 이어지는 가능성이 하나 배제됩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탑이 준 신성이라는 것일까?
신성 에 의해서 잿빛의 정사각형에 관한 면역력이 생긴 순간.
그대로 단숨에 신성 로 흑마법을 지웠다.
그것도 아주 깔끔히.
‘설마 탑이 준 신성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그리고 그에 나는 눈빛을 차갑게 가라앉히며 재차 흑마법을 발동했다.
【 생전의 안드라스가 잃어버린 파멸 】
───!!
그에 눈 깜짝할 사이에 잿빛의 정사각형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신성 가 발동되어 패배로 이어지는 가능성이 하나 배제됩니다.」
[ 그것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치지직-.
순식간에 신성 로 잿빛의 정사각형이 지워졌다.
투쟁과 승리의 신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몸을 경련하듯 떨며 웃었다.
마치 승리를 확신했다는 듯이.
실제로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것은 간신히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이 아니라, 마음의 밑바닥에서 끓어오른 쾌감일 테니까.
[ 그러니까, 한마디로……. ]되다 만 고대 신격이 광기에 찬 웃음소리를 끅끅 내지르며 희열을 드러냈다.
「투쟁과 승리 그리고 죽■?의 신이 가짜 별빛을 사용합니다.」
「투쟁과 승리 그리고 죽■?의 신이 별빛 팽창을 사용합니다.」
키이잉─!
[ 이제! 너 따위는! 나의 적수가 아니라는 거다─! ]순식간에 백색의 별빛이 팽창하며 쏘아진다.
그리고 그에 따라서 나도 흑색의 별빛을 내쏘며, 이어서 별빛은 서로 같은 소멸을 이뤘다.
하지만 투쟁과 승리의 신은 그쯤에서 멈추지 않았다.
눈앞의 되다 만 고대 신격은 탑에게 받은 모든 스킬을 남김없이 사용했다.
그것도 아주 철저히 나를 부정하겠다는 듯이 말이다.
「투쟁과 승리 그리고 죽■?의 신이 꺼지지 않는 필멸의 불꽃을 사용합니다.」
「권능 스킬 ‘꺼지지 않는 필멸의 불꽃’이 활성화됩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필멸의 운명을 초래하는 검은 불꽃이 서로 부딪히며 터진다.
「투쟁과 승리 그리고 죽■?의 신이 선혈의 구도자를 사용합니다.」
「스킬 ‘선혈의 구도자’가 활성화됩니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핏빛 칼날이 대지 곳곳을 절단할 듯 쏟아지며 서로의 참격을 베어 낸다.
그것은 굳이 따지자면 적이 아니라, 일종의 거울을 보고 스킬을 쓰는 것 같았다.
거의 그 구성이 같은 스킬들이 쌍둥이처럼 쏟아지며 서로의 힘을 밀어내는 모습.
시련의 탑을 오르며 나를 본뜬 레플리카를 상대했던 것과도 비슷하나, 이번엔 그 질이 그것보다 더 크게 더 나빴다.
‘내가 얻은 힘을 남이 쓰는 걸 보니 기분이 나쁘긴 하네.’
그럴 만도 했다.
눈앞에 있는 상대는 나의 레플리카 따위가 아니라, 사실상 남이나 다름이 없을 테니까.
그래도 본질적으론 나에게서 비롯된 레플리카와는 달리 내가 가진 스킬만을 쏙 빼먹은 모습은 실로 악질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 큭큭큭! ]그제야 투쟁과 승리의 신이 그 모습에 아주 흡족하다는 듯이 웃어 대며 말했다.
[ 그래……! 이게 바로 올바른 일이지! 너 따위는! 나의 상대가 될 수도 없어야 했다! ]그것도 조롱에 가까운 어조로 말이다.
[ 너의 그 볼품없는 모습이 탑의 힘을 뺀 진짜 모습인 거다! ]그에 투쟁과 승리의 신이 검은 진흙을 뒤집어쓴 채 일격을 가할 준비를 마친 찰나.
[ 그 신성에 필적할 기술도 더는 없을 터……. ]어느새 검은 진흙을 뒤집어쓴 그의 신체 곳곳에 검은 촉수들이 자라나며 창날이 되었다.
「투쟁과 승리 그리고 죽■?의 신이 지정 대상 감속을 사용합니다.」
「투쟁과 승리 그리고 죽■?의 신이 심연 혈통을 사용합니다.」
「투쟁과 승리 그리고 죽■?의 신이 파천을 사용합니다.」
그야말로 섬광처럼 검은 촉수의 창날들이 쏘아졌다.
[ 결국 너 같은 벌레 새끼니깐 그리 같잖은 자존심을 부리다 죽는 거다─!! ]하지만 그것은 기껏해야 섬광 같은 속도일 뿐이다.
사실상 극초음속 수준의 찌르기에 가깝다.
그래서 나와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권능 스킬 ‘혼원마검’의 전용 효과 ‘배가(倍加)’가 활성화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권능 스킬 위력을 [8]배로 상승시킵니다.」
……나는, 과장 없이 말 그대로 광속의 검격을 그려 낼 수 있으니까.
‘백검섬해(白劍閃海).’
백검칠식의 초식 중 일초에 해당하는 검격이었다.
오직 다른 것 하나 없이 무공으로 이루어진 검격이 날아간 순간.
그야말로 찰나 사이에 공간이 통째로 잘려 나가며 투쟁과 승리의 신이 입자 단위로 쪼개지며 저 너머로 날아갔다.
───!!
그것도 아주 깔끔히.
눈 깜짝할 사이에 소리의 개념이 명멸하며 상대의 신형이 땅에 닿으며 치천의 폭염이 일었다.
아니.
이쯤 되면 하늘을 덮는 폭염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것은 하늘이 아니라 세계, 그리고 그 너머의 것까지 한꺼번에 없앨 수 있는 폭격과도 같았으니까.
“…….”
그리고 그 광대한 힘의 폭발이 사그라든 후에야 내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자꾸 쫑알쫑알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어느새 나는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를 보고 있었다.
「신화 이 활성화된 상태입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에게 의 효과가 붙습니다.」
「이 활성화될 시 당신의 신성력은 모든 존재의 힘에 크게 간섭력을 가집니다.」
「※의지를 가지지 않은 존재들은 당신의 신성력에 저항할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의 신성 운용에 의 효과가 붙습니다.」
「이 활성화될 시 적의 부정적인 감정을 신앙으로 추출합니다.」
「※적의 부정적인 감정이 커지면 커질수록 신앙 추출의 효율도 상승합니다.」
“그냥, 신앙 빼먹으려고 좀 더 놀아준 건데.”
다름이 아니라…….
「이 활성화된 상태이므로 적의 부정적인 감정을 신앙으로 추출합니다.」
「※적의 부정적인 감정이 커지면 커질수록 신앙 추출의 효율도 상승합니다.」
단지, 나는 눈앞에 있는 상대가 가진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빼먹으려고 생각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