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54
352. 백학검선 (3)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나는 입을 꾹 닫았다.
「관리자 ‘백학검선(白鶴劍仙)’이 당신을 관리자 영역으로 초대합니다.」
백학검선(白鶴劍仙).
탑을 오르며 사도 계약을 맺은 관리자 중 하나.
그리고 이것저것 무공을 배우며 크게 가르침을 내려 준, 일종의 스승이 초대장을 보내온 탓이다.
“…….”
그리고 그에 나는 몸을 경직시킨 상태로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그러고 보니 백학검선을 만났던 게 꽤 오래전이었던 것 같은데.’
그럴 만도 했다.
사실상 스승이니 어쩌느니 그녀에게 감언을 내놓기는 했으나, 그다지 스승이랍시고 예우하거나 자주 찾아뵙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최근에 들어선 더더욱 그랬다.
갑자기 고대 신격으로서의 격이 상승하게 되는 이벤트들이 많아지며, 그녀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잊고 있었다.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실수할 뻔했네.’
그리고 뒤늦게 나는 살짝이나마 안도감을 느꼈다.
만약에 그녀의 부름이 없었다면 나는 지구에 내려가거나, 그것도 아니면 레메게톤을 사용했을 테니까.
그녀의 부름이 있었기에 해야 할 일의 순서를 틀리지 않은 것과도 같았다.
어쨌든 간에 27층 이전에는 그녀의 숙원이라고 할 수 있는 비원의 시련을 없애야 하니 더 그랬다.
‘……백학검선의 비원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지.’
하나, 그녀를 바로 마주하긴 찝찝한 것도 사실.
아직은 백학검선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준비(?)에 부족함이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가 부모님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라 네크로맨시의 새로운 효과들에 대해서 알아봐야 할 것도 있기에 바로 갈 수는 없었다.
‘일단 시간을 벌자.’
그렇기에 망설임이 사라졌다.
“시간을 약간만 더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대로 나는 이 석실의 한 곳에서 쏘아지는 시선에 표정 변화를 자제하며 말을 이었다.
“그리한다면 제가 곧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어차피 백학검선이 초대하지 않아도 나는 딱히 문제는 없었다.
탑의 전용 권한 ‘#B-714[영역 이동]’을 통해서 관리자 영역도 마음대로 오갈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걸 백학검선 또한 지난번의 방문으로 알고 있는 탓일까?
그녀의 시선이 머지않아서 걷히며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관리자 ‘백학검선(白鶴劍仙)’이 당신에게 부디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부탁드립니다…….」
그것도 어딘지 모르게 저자세인 어조로.
‘존댓말?’
살짝 그녀의 알 수 없는 존댓말이 이질적이긴 한데…….
그래 봤자 시스템 메시지로는 알 수 있는 게 없잖은가.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시답잖은 생각을 떨쳤다.
어쨌든 간에 시간을 벌긴 했을 테니까.
“일단은……, 해야 할 일을 끝낼까.”
그대로 나는 해야 할 일을 마쳤다.
‘아직은 네크로맨시도 확인해야 할 게 있으니까.’
그리고…….
「투쟁과 승리 그리고 죽■? 신의 사령을 사용하여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상승시킵니다.」
「근력이 97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96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94 상승했습니다.」
「마력이 91 상승했습니다.」
「내구가 91 상승했습니다.」
「개념이 19 상승했습니다.」
되다 만 고대 신격의 사령을 흡수하여 능력치를 올린 순간.
“역시나 이제는 이것도 오르나.”
그제야 나는 입가에 씩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생각한 것처럼 개념 능력치도 네크로맨시로 성장시킬 수 있었어.’
그럴 만도 했다.
『세부 효과(12) – 대기(大器). 개념의 능력치를 습득하고 사령을 소모하여 개념 능력치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
「대기(大器)」.
이번에 네크로맨시의 성장이 자아낸 효과 중 하나의 성장 루트를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개념 능력치는, 그야말로 개념의 신성이 강해질 수 있는 능력치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어쩌면 특수한 수단을 써야만 능력치를 올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최소한 개념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방식이 까다롭지는 않은 듯했다.
‘하지만 그리 많은 수치가 오르지는 않았나.’
그래도 제약은 있다는 것일까?
되다 만 고대 신격의 사령을 능력치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념 능력치는 약간밖에 안 올라간 상태.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소득은 적지 않았다.
어느새 체내의 개념 신성이 미약하게나마 약동하고 있었고, 그만큼 각각의 개념 신성이 짙은 색채를 띠었다.
그것의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다.
‘개념 신성이 확실히 강해지긴 했어.’
사실상 개념 능력치는 고대 신격도 탐을 낼 수밖에 없는 힘이라는 것 말이다.
설령 고대 신격이라고 해도 개념의 신성을 쉽게 강해지게는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개념 능력치는 상식선 너머의 성장을 추구했다.
그것도 아주 확실히.
‘아직은 그리 크지 않은 변화지만 나중에는 달라질 수밖에 없겠지.’
티끌 모아서 태산이라고 하듯…….
아마도 시간이 지나서 개념 능력치를 세 자릿수, 혹은 그 너머까지 올릴 수 있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 터이다.
신성 은 상위 신격이라고 해도 일격에 죽일 수 있게 되고, 신성 은 개념의 신성도 억압할 수 있는 형태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것을 상상하는 건 여러모로 기대되는 바였다.
“그렇다면 이걸로도 능력치를 올릴 수 있으려나?”
그리고 그에 나는 문득 머릿속에 한 의문을 떠올리고는 전용 권한을 발동했다.
「전용 권한 E-0001[비밀 상점]을 발동합니다.」
「관리자 전용 비밀 상점이 개방됩니다.」
다름이 아니라…….
「※도전자 한성윤이 머무르는 계층은 상점 이용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서 관리자 전용 비밀 상점은 [카테고리 : 능력치]만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일정 계층에 도달할 때까지는 관리자 전용 비밀 상점의 이용 자격이 미달로 간주됩니다.」
오로지 나만이 쓸 수 있는 일종의 성장 편법이 이곳에 있었다.
「관리자 전용 비밀 상점 [카테고리 : 능력치]에 입장했습니다.」
▶근력 [1] : 10,000P
▶체력 [1] : 10,000P
▶민첩 [1] : 10,000P
▶마력 [1] : 10,000P
▶내구 [1] : 10,000P
▶개념 [1] : 100,000P (*NEW!)
“……설마 했는데, 진짜 있을 줄이야.”
어느새 전용 권한 ‘E-0001[비밀 상점]’에 개념 능력치의 구매 기능이 추가되어 있었다.
심지어 그것도 다른 능력치보다 살짝 높은 가격대로 말이다.
아마도 내가 개념 능력치를 가지게 되며 이를 구매할 수 있게 된 것 같은데…….
그야말로 최상의 결과였다.
‘딱히 쓸 일도 없는 포인트로 개념 능력치를 살 수 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지.’
그리고 그에 나는 이전 시련에서 얻은 포인트를 전부 한 곳에 쏟았다.
「관리자 전용 비밀 상점에 [1,500,000] 포인트를 지불했습니다.」
「개념이 15 상승합니다.」
“깔끔하네.”
그리고 그에 나는 씩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되다 만 고대 신격의 사령을 흡수해야 얻을 수 있는 개념 능력치의 상승이 일어난 거다.
사실상 이걸로 되다 만 고대 신격 하나를 잡은 것이랑 비슷한 효과를 본 셈이다.
「시련의 탑이 도전자 한성윤을 보며 침묵합니다.」
물론 그것을 아는 시련의 탑은 내가 못마땅하다는 듯 굴고 있긴 한데…….
‘그래도 딱히 나를 방해할 수는 없겠지.’
어차피 초월 신화 이 있는 한에는 탑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이미 전용 권한 ‘E-0001[비밀 상점]’은 확실히 나의 손에 들어온 상태.
그렇다면 시련의 탑이라 해도 이걸 건드리는 건 힘들었다.
그리고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짓고는 작업을 끝냈다.
“이걸로 대충 네크로맨시의 확인은 끝난 셈인가?”
일단은 네크로맨시에서 당장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이것이 끝이다.
고유 특성을 얻을 수 있는「탐천(貪天)」이나, 각종 쿨타임을 줄일 수 있는 「재귀(再歸)」는 사령을 소모해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사령의 대부분을 신들의 전장에서 쓴 탓에 더는 네크로맨시의 세부 효과를 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개념 능력치를 올리는 게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
“그럼 이제 슬슬 갈까.”
어느새 머릿속의 복잡했던 상념은 싹 사라진 탓일까?
이제는 스승이라고 해야 할 백학검선을 마주해도 괜찮을 듯했다.
……물론 그녀를 한동안 등한시했던 만큼, 살짝 껄끄럽긴 했으나 어차피 이 또한 극복해야 할 난관일 터다.
「전용 권한 #B-714[영역 이동]을 발동합니다.」
「이동할 관리자 영역을 지정해 주십시오.」
그리고.
「지정 완료.」
「관리자 ‘백학검선(白鶴劍仙)’의 영역으로 이동합니다.」
이내 심상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백학검선의 영역으로 이동한 순간.
“……오, 오셨어요?”
코끝으로 청량한 풀 내음이 살랑이며 귓가에 가냘프게 떨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그제야 눈앞의 정경이 한층 확실히 보였다.
……그리고, 목재로 된 기둥에 반쯤 몸을 가리다시피 한 백색 머리칼의 미녀도 말이다.
오랜만에 봐도 알 수 있는 백학검선의 모습이었으나, 어딘지는 몰라도 상태가 이상했다.
“……오, 오랜만이에요.”
다름이 아니라…….
“……님.”
“?”
“한, 한성윤……님.”
“…….”
그곳에, 백학검선이 살짝이나마 겁을 먹은 채 떨고 있었다.
***
서로 어이없는 대치를 하는 것도 잠시.
“그래서…….”
어느새 늘 그렇듯 자리에 앉은 나는 옆에 멀찍이 떨어져 있는 백학검선을 보았다.
아직도 긴장감을 지우지 못한 채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모양새.
그에 나는 살짝이나마 두통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갑자기 무슨 이유로 존댓말을 하는 겁니까.”
그리고.
“그거야…….”
다음 순간.
“성윤…님이, 고대 신격이…시니까요?”
그제야 나는 백학검선의 어색한 존댓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신들의 전장에서 있던 일들을 탑을 통해서 봤군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죠? 그. 불쾌했다면, 죄송합─.”
“그리고 그때 제가 완벽한 고대 신격의 경지에 든 것 때문에 이러시는 것이고.”
“……네. 서, 성윤님은, 저 같은 가짜 신격과는 다르잖아요. 그, 그래서 불쾌하실 것 같아서.”
어딘지 모르게 주눅이 든 모습에 나는 어이가 없음을 느꼈다.
‘설마 했는데 진짜 내가 고대 신격이 된 것 때문에 이럴 줄이야.’
하지만 한편으론 설득력이 있었다.
애초에 관리자라는 것 자체가 탑에 의해서 만들어진 가짜 신격이지 않은가.
그러니 백학검선의 입장에선 고대 신격인 나에게, 그녀가 말을 놓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 듯했다.
“…….”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라 상해를 입힐 줄 아는지 상당히 겁에 질려 있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정이 쌓인 인연인 탓일까?
고대 신격이 되었다고 해서 저렇게 구는 게 썩 보기 좋진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바로 입술을 떼고는 해야 할 말을 전달했다.
“그냥 그렇게 존대할 필요 없으니 편하게 대해주시죠.”
“……네?”
“어차피 고대 신격이 되었다고 제가 무슨 횡포를 부리는 건 아니잖습니까.”
“아니…에요?”
“…….”
그제야 뒤늦게 백학검선이 힐끗 눈치를 보며 고개를 붕붕 저었다.
“……죄, 죄송해요. 실언했어요.”
“……알아주시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그에 나는 멋쩍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고대 신격이 되었다고 해도 사제지간이지 않습니까.”
그것도 아주 부드러운 어조로.
“그러니까 그냥 편하게 대하세요.”
그리고.
“스승님.”
일종의 치트키 같은 스승님이라는 호칭을 강조한 덕분일까?
“스, 스승님, 이라고요……?”
어느새 백학검선은 감동했다는 듯 눈물을 글썽이며 다가왔다.
“고대 신격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스승으로 생각해 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성윤에겐 제가 그 정도로 가장 특별하다는 뜻인가요?”
“?”
아니.
딱히 그렇게까지 특별하게 생각하진 않았는데…….
단지, 무공을 배울 수 있어서 스승님이라고 생각할 뿐이지.
‘……실제로는 백학검선에게 무공을 배운 건 몇 시간 정도 아니었나?’
심지어 무공도 구결로 가르친 것이 아니다.
그냥 백학검선이 무공 시연을 해 주면 바로 그걸 내가 따라 했을 뿐이지 않나.
어느 정도 백학검선에게 확실하게 정이 있는 건 맞으나, 그걸 그렇게까지 특별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입술 바깥으로 흘러나가진 않았다.
“……아닌가요?”
……어느새 그녀의 눈빛이 반짝이는 걸 보고 있으니 아니라고 부정하기 힘들었으니까.
“……아뇨. 생각해 보니 맞는 것 같습니다. 스승님.”
그제야 그에 백학검선이 입가에 크게 미소를 지었다.
“후후……! 역시나! 성윤도 저를 가장 특별하게 생각했군요! 그럴 줄 알았어요!”
그녀의 말처럼 그럴 줄 알았다기엔 나를 무서워하지 않았나 싶기도 했지만…….
“그러니까…….”
그야말로 그러한 생각이 이어지는 건 잠시에 불과했다.
“역시나 생각했던 대로, 제 비원은 성윤에게 맡겨야 하는 게 맞아요.”
그도 그럴 것이…….
“그때, 성윤이 제 비원을 이루어 주겠다고 계약을 했으니까요.”
어느새 그녀의 눈빛에 어느 열망이라고 해야 할 빛무리가 깃든 탓이다.
「관리자 ‘백학검선(白鶴劍仙)’의 전용 권한 #G-0778[최후의 숙원]이 발동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강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