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57
355. 천하제일인 (1)
심검이란 보이지 않는 칼날이다.
그것은 심장에 쌓인 신성력을 마력으로 제어할 수 있어야 얻을 수 있는 오의다.
오직 신성력을 마력이란 의념 전달 매개물로 성질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정점의 기술.
‘사실상 심검은 내가 가진 기술 중 기량에 가장 크게 영향받는 힘이야.’
그렇지만 심검이 가진 이점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설령 신성력을 가지고 있는 상대라고 해도 신격이 아닌 이상에는 심검을 느낄 수도 없다.
그리고 신성을 의념으로 제어하는 시점에서, 사실상 공간쯤은 가벼이 찢을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다.
‘한낱 신성력도 없는 놈 따위는 심검을 느낄 수 있을 리도 없지.’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지직───!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든 심검은 눈앞의 상대쯤은 단숨에 벨 수 있다는 것이다.
「도전자 한성윤이 고수를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초월]에 0.000001% 가까워졌습니다.」
「흑야맹주 ‘서제혁’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확실히.
풀썩-.
순식간에 반으로 쩍 갈라진 흑야맹주의 몸뚱이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사실상 탑의 도전자처럼 스킬이나, 권능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에는 생존할 가능성 따위는 없었다.
기껏해야 무공밖에 안 배운 이가 몸통이 쪼개지고도 살아남을 수단은 없으니까.
실제로 흑야맹주는 살아날 기색도 없이 쓰러져 피 웅덩이를 일궜다.
“……어?”
“이게 대체 무슨…….”
“흐, 흑야맹주께서, 당하셨다고……?”
순식간에 황망함이 뒤섞인 경악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대체 어느 틈에 저런 검격을……. 나는, 검격을 날렸는지도 볼 수 없었거늘…….”
“사대악인 중 하나인 그 서제혁이 이딴 식으로 당한다고……?”
“거, 거짓말이지? 흑야맹주는 화경의 고수였잖아! 이딴 식으로 죽을 리가 없어!”
하나, 그것도 잠시.
“……이딴 미친 애송이 새끼를 봤나.”
어느새 군중 속에 섞여 있던 이들 중 산발로 머리칼을 기른 남성이 앞으로 나왔다.
서로 같은 검은색 무복을 입고 있으나 외부로 흘러나오는 마력량은 범상치 않았다.
대충 따지자면 흑야맹주라고 불리었던 이보다 살짝 낮은 경지라고 해야 할까?
오로지 분노로 눈빛을 붉게 물들인 남성이 이를 갈며 낮은 마력을 담아서 노기를 토했다.
“오늘날의 일을 네놈이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이딴 짓을 벌인 것이더냐─!”
마치 상식 바깥의 범죄 행위를 봤다는 듯 치를 떠는 모습.
“기껏해야 한낱 애송이 새끼가 협객 놀음에 심취하여 흑야맹에 훼방을 놓았는가───!”
산발로 기른 머리칼의 남성이 피눈물을 흘릴 기세로 말했다.
“구파일방의 삼존칠성은 물론이요, 다른 오대세가의 가주들도, 무림맹의 원로들도 입을 닫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러나.
“그치들이 처먹은 황금이 얼마인데-! 너 같은 어디에서 굴러먹었는지 모를 새끼가 일을 그르쳐-! 이것은 이미 암묵적인 합의였단 말이다-!”
그렇게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소리를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대충 세력 간에 정치적인 합의로 백씨세가를 없애는 게 허락되었다는 건가?’
그도 그럴 것이…….
“어디에서 온 놈인지는 모르겠으나 네놈도, 네놈의 사문도, 오늘날의 대가를 치르리라! 치기 어린 협객 놀음의 대가는 정해져 있─.”
어차피, 저것도 이미 죽은 자의 말에 불과할 테니까.
“시끄러워.”
실제로도 그러했다.
서걱─!
「도전자 한성윤이 고수를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초월]에 0.000001% 가까워졌습니다.」
「광운검 ‘유천수’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쏘아진 심검이 시끄럽게 소리치던 남자의 몸을 양단했다.
“그딴 같잖은 세력 싸움에는 관심 없어.”
그리고.
“그냥, 내가 하는 일을 방해하면 그것들 전부를 부수면 그만이니까.”
다음 순간.
“씨발! 미친 새끼가……! 그냥 전부 쳐-! 어차피 싸울 수밖에 없어!”
“고수라고 해봤자 한 명일 뿐이잖나! 다 같이 둘러싸서 쳐죽이면 끝이라네!”
“개자식이-! 설마 자기가 무슨 천상의 신선이라도 되는 줄 아나-! 죽여 주마-!”
그대로 단숨에 셀 수 없이 많은 이가 칼날을 들이밀며 아주 빠르게 들이쳤다.
그러나 그럼에도 긴장감 따위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개미 떼들이 우글우글 뭉쳐서 덤빈다고 해봤자, 그것이 하나의 인간을 넘어설 수는 없잖은가.
설령 내가 모든 능력치의 수준이 아무리 떨어졌다고 해도 그건 크게 다르지 않았다.
키이잉!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이 별빛을 불러오며 찬란한 힘을 발했다.
‘이것도 오랜만에 써 보네.’
검기성강(劍氣成罡).
오직 무공을 한계에 가깝게 익혀야 다룰 수 있는 기술.
한낱 보잘것없는 평범한 검이라고 해도 검강이 깃들면 궤를 달리하게 된다.
‘강기(罡氣).’
바로…….
서거거거거거거거걱─!
지금처럼.
콰지지지지지지직─!순
식간에 검의 궤적을 따라서 별빛이 둥글게 허공을 수놓으며 수십 명의 몸통이 갈라졌다.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사실상 검이 휘둘러지는 경로상에 있는 이들은 하나 같이 방어도 할 수 없었다.
검강이란 그런 것이니까.
‘심검의 보이지 않는 검격보다 검강이 더 상대하기 까다로운 힘이지.’
오직 신격만이 다룰 수 있는 개념의 법칙을 극소 부위나마 다룰 수 있는 별빛.
그것은 쾌속하다거나, 패도적이라거나, 그딴 수준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현실의 인간이 게임 속의 캐릭터를 상대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고대 신격 아래에 있는 신격들은 완벽한 불멸성을 가질 수 없기에 상대되지도 않듯…….
오롯이 검강을 다룰 수 있는 수준에서 보는 그 아래의 경지라는 것도 그랬다.
「도전자 한성윤이 다수를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초월]에 0.00001% 가까워졌습니다.」
「쾌혈도 ‘이재악’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철혈창 ‘유주혁’의 사령을 흡수했습…….」
「패악검 ‘주선우’의 사령을 흡…….」
그렇다면 같잖은 무인들을 없애는 것쯤이야 더없이 간단했다.
“대충 정리는 된 것 같네.”
장원 내에 있었던 흉수 중 대부분을 한 줌의 핏물로 만든 직후.
그제야 나는 백색 무복을 입은 장년 남성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흉수들과의 격전을 보며 적이 아니라는 것쯤은 확신한 것 같은데…….
그래도 아직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일까?
장년 남성은 자신의 뒤에 백학검선을 보호하듯 숨기며 다가왔다.
“당신은…….”
그리고.
“……당신은, 대체 어디에서 온 귀인이십니까.”
다음 순간.
“한성윤.”
그제야 나는 천천히 입술을 떼고는 태연히 물음에 답했다.
“그냥, 이곳에 원래부터 있었던 호위무사일 뿐입니다.”
그것도 아주 간단히.
***
순식간에 백씨세가 내의 사상자들을 파악하여 수습이 이뤄졌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가.’
그래도 나름대로 눈에 보이는 적이란 적은 빠짐없이 쳐죽이고 다닌 덕분에 사상자는 많지 않다고 생각을 했는데…….
‘대부분이 재기불능 상태까지 내몰렸어.’
심각했다.
이쯤 되면 백씨세가는 끝장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
물론 나는 무림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거의 없기에 판단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가문의 구성원 중 절반이 넘게 죽은 상황을 쉽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괜히 비원의 클리어 조건이 백씨세가의 부흥으로 잡힌 게 아니라는 건가.’
만약에 이곳에 내가 없었다면 백씨세가는 이미 붕괴했을 것이다.
최소한 싸울 수 있는 걸로 보이는 이들도 나를 빼면 거의 다 죽거나, 사실상 재기불능의 치명상을 입었으니까.
그나마 내가 흉수들을 남김없이 죽여 버린 덕에 이쯤에서 그쳤을 뿐이다.
실제로 본래 역사에서의 백학검선도 백씨세가의 멸문지화로 인하여 가문의 부흥을 비원으로 가진 것 아닌가.
“…….”
그렇지만 그에 눈을 찌푸리고 있는 것도 잠시였다.
“귀인이시여.”
어느새 곳곳에 널브러진 사상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장년 남성이 다가왔다.
“……저는, 백씨세가의 가주인 백천혁이라고 합니다.”
백천혁은 그리 말하더니 이내 예의를 표하며 감사를 건넸다.
“일단은, 사마외도의 흉수들을 무찔러 주신 것에 대하여 감사드리겠습니다. 한성윤 대협이 아니었더라면 정말로 큰일이 났을 겁니다.”
“그렇습니까.”
“예. ……만약에, 상상하기 싫은 일이지만, 저나 제 딸도 대협이 아니었다면 이미 없는 목숨이 되었을지 모릅니다.”
“그랬을지도요.”
그러나 나는 딱히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크게 감사하실 것은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본래부터 저는 이곳의 호위무사였으니 이곳을 지키는 게 당연하잖습니까.”
시스템 설정상 이곳에서 호위무사인 내가 백천혁에게 연신 감사받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그제야 백천혁도 힐끗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치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이질감을 느끼는 듯이.
백천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한성윤 대협께서는 진짜로 저희 가문의 호위무사 중 한 분이셨더군요.”
그럼에도 백천혁은 예의를 계속하여 드러냈다.
“……하나, 그렇다고 하여 대협의 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요. 어찌하여 힘을 숨기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정말로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백천혁은 이어서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한성윤 대협께서 바라시는 보상을 드릴 수 있…….”
“그쪽은 딱히 필요할 것 같지는 않은데.”
“……예?”
“그 대신에 백씨세가의 상황에 대해서나 더 자세하게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에 백천혁은 고개를 갸웃했으나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다면야…….”
어찌 되었든 간에 내가 바라는 것은 최대한 대답해주겠다는 듯이.
“백씨세가의 총체적인 상황을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간단합니다.”
“어떻습니까?”
“망했습니다.”
“?”
그리고 그에 내가 눈을 깜빡거리고 있자니 백천혁이 씁쓸히 말했다.
“사실상 재기불능 상태라고 할 수 있지요.”
“……그냥 손쓸 도리도 없다는 겁니까?”
“비슷합니다. 아마도 오대세가 중 하나인 산동백가의 이름은 사라질 테지요. 사실상 저희는 무가로서의 가치를 잃었으니까요.”
“그렇다면 다시 부흥시켜야 하겠군요.”
그에 내가 그리 말하니 백천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도 안 될 겁니다.”
“……?”
“흑야맹의 고수 중 그리 떠든 이가 있잖습니까. 저희를 구파일방이나, 무림맹이 이리될 줄 알고도 방관했다고. 그것은 사실일 겁니다.”
“……흠.”
대충 세력 간의 정치적인 합의로 백씨세가를 없애는 게 허락되었다는 거다.
“그러니 한성윤 대협도 날이 밝는 대로 이곳을 떠나셔야 할 겁니다.”
“어째서 그래야 하는 겁니까.”
“그래야 구파일방이나, 무림맹에서 부패한 자들이 진실을 감추려 당신을 살인멸구하려 들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습니까.”
백천혁은 그렇게 말하며 어두운 얼굴로 말을 이어 갔다.
“다만, 염치없음을 알고도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어느새 백천혁의 눈빛은 진중하게 변하여 간곡함을 발하고 있었다.
“한성윤 대협에게 잠시나마 제 딸아이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하나, 그것도 잠시.
“화산파에 알고 있는 진인이 한 명 있습니다.”
그때였다.
“그나마 화산파에는 베푼 게 있으니 그곳에 간다면 제 딸을 기명제자로 맡아 줄 수 있…….”
그제야 나는 해결책이 떠올랐다는 듯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
“방금, 제가 완벽한 해결책을 생각해냈으니까요.”
“그게 무슨…….”
“간단합니다.”
그럴 만도 했다.
“결국에는 백씨세가의 부흥을 방해하는 세력들이 문제인 것 아닙니까.”
여태껏 탑을 오르며 겪어온 경험에 따르면 이것이 가장 정답에 가까울 테니까.
“그렇다면 가장 간단한 해답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문의 부흥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상대적인 관점으로 비추어지는 일이죠.”
다음 순간.
“백씨세가보다 잘난 곳이 남김없이 사라지면 그게 가문의 부흥이 아닐까요?”
“그게 대체 무슨…….”
“한마디로 이겁니다.”
그대로 나는 빙긋 웃음을 지으며 정답을 말했다.
“그냥, 구파일방이든 무림맹이든 무림에서 없애 버리면 끝이라고요.”
그것도 부동의 진리와도 같은 정답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