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58
356. 천하제일인 (2)
사실상 나는 무림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많지는 않았다.
굳이 알고 있는 것을 말하자면 무공을 최고의 가치로 치부하고 있다는 것 정도.
그리고 그 외에는 탑이 오랫동안 뿌리를 내렸던 세계 중 하나라는 게 알고 있는 것의 전부와도 같았다.
‘생각의 관점을 바꾸면 백씨세가의 부흥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야.’
그러나.
‘어차피 백씨세가랑 견줄 수 있는 곳을 싹 다 박살 내면 그만일 테니까.’
여태껏 탑을 오르며 얻은 경험상 하나 확신한 것이 있었다.
“이제는 딱히 세력들 같은 것에 구애받지 않아도 될 겁니다.”
다름이 아니라…….
“그것이 누구든 간에 흑야맹 따위의 수준이라면 제가 전부 없앨 수 있으니까요.”
오직 단 하나의 힘이 그 너머에 있는 모든 것을 짓밟을 수 있다는 것을.
‘사실상 무공만 써서 싸워도 내가 패배할 일은 없겠지.’
그런데 백천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하, 하하, 하하하…….”
백천혁은 굳은 얼굴로 그리 간신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노, 농담이라고는 해도, 대협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힘이 되는 것 같…….”
하나, 그것도 잠시.
“농담한 거 아닌데.”
“그게 무슨…….”
“그냥 진짜로 구파일방이든 무림맹이든 방해되면 다 부수겠다는 건데.”
“…….”
“?”
설마 내가 그에게 해 준 말들을 농담으로 치부했던 걸까?
갑자기 백천혁은 농담이 아니라는 말을 듣자마자 입술을 꾹 닫고는 침묵했다.
어느새 그의 눈빛에는 약간의 의구심, 그리고 커다란 불안감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걸 어째서 못 믿는 거지?’
마치 어느 순간에라도 날뛸 수 있는 정신병자를 보듯.
그리고 그에 나는 눈을 살짝 찌푸리며 얕은 불만을 느꼈다.
그래도 나름대로 무림에선 전설적인 수준으로 치부되는 기술들을 꽤 보여 준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천혁은 내가 같잖은 세력들을 모두 정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기에.
“고작 세력에 의존하는 같잖은 놈들은 얼마든지 제가 부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하는 걸 백천혁은 그대로 드러냈다.
“……으음. 한성윤 대협에겐 죄송하지만, 구파일방, 그리고 나아가선 무림맹을 없애는 건 불가능합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까?”
“……일문의 종주들은, 현경에 도달한 고수들이니까요. 설령, 저 너머의 하늘에 있는 신선이 살아서 돌아와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나는 그에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흠…….”
그럴 만도 했다.
“근데 하늘에 있는 신선이란 놈들 따위는 얼마든지 내려와도 이길 수 있을 텐데…….”
신선?
고대 신격일 리는 없을 테니 추측하건대 정식 신격의 수준일 텐데.
고작해야 정식 신격에 불과할 뿐인 상대적인 약자들일 뿐이었다.
물론 어느 세계든 간에 행성의 종주로 군림할 수 있는 자격이긴 했다.
굳이 따지자면 신격이라는 것 자체가 그리 흔한 개념은 아니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정식 신격이 딱히 강적인 것도 아니다.
‘신체 능력이 낮아졌다고 해서 신선 따위에게 질 리가 있나.’
당연했다.
한낱 곤충이 아무리 훌륭해봤자 인간을 이길 수는 없듯…….
아예 타고난 생물로서의 씨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을 터다.
사실상 고대 신격 아래의 신격들은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필멸자랑 다를 바가 없었다.
‘개념 신성 간의 싸움이라면 그게 누구든지 패배할 일은 없어.’
그것은 자신감 같은 같잖은 일이 아니다.
개미 중 가장 훌륭한 개미라고 해봤자 그것의 본질은 개미일 뿐이고, 한낱 개미를 짓밟는 것에 자신감을 운운할 필요도 없다.
그냥 사람이 개미를 짓눌러 죽일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그렇기에 나는 잠깐의 고민도 거치지 않고 입술을 달싹이며 머릿속에 든 생각을 중얼거리듯 내뱉었다.
“고작해야 그딴 것들이 강해 봤자 얼마나 강하다고…….”
그리고 그에 백천혁은 당혹감을 최대한 감추며 큼큼 목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어, 어쨌건 간에 한성윤 대협께서 그렇게까지 해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백천혁은 그런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는 듯이 말을 이어 갔다.
“……단지, 저는 제 딸이 무사할 수 있다면야,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어느새 백천혁은 아까처럼 부탁하겠다는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그리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겁니다. 화산파. 그곳에, 은혜를 입힌 적이 있으니까요.”
순간, 그 말을 들은 나는 머릿속에 어느 한 가지 말이 스치는 걸 느꼈다.
─……화산파는 예전에 신검백가에 은혜를 입은 적이 있소.
─그래서 그대가 신검백가의 후예인지 궁금했소이다.
─어쨌든 간에 그대는 신검백가의 후예이니, 언젠가는 과거의 은원도 해결해야 할 것이오.
다름이 아니라…….
‘그러고 보니 거목 미궁에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지.’
거목 미궁에서 본 화산파의 장로라는 설매검 이진경이 그렇게 말한 것이 떠오른 탓이다.
‘그때는 그냥 나중에 확인하자는 생각으로 넘긴 것 같은데…….’
그제야 나는 의식을 크게 집중하여 백천혁의 말을 들었다.
‘그때의 이야기가 이렇게 이어지는 거였나?’
그리고 그에 따라서 백천혁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지난날, 화산파에서 실전되었다는 혼원진기(混元眞氣)라는 내공심법을 되찾아준 적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무림에 대해선 잘 몰라도 무공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었다.
심법이란 마력 회로의 수련, 그리고 나아가선 질 높은 마력을 체내에 쌓을 수 있는 기술이다.
물론 탑에 더불어 네크로맨시로 마력을 끝없이 올릴 수 있는 나에겐 의미 없긴 한데…….
일반적인 이들에겐 한없이 중요한 것일 터이기에 나는 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챘다.
“마력……, 이 아니라, 내공을 단전에 쌓을 수 있다는 기술을 돌려줬다는 겁니까.”
눈앞에 있는 장년 남성이 화산파에 더없이 큰 은혜를 입혔다는 뜻이다.
“그렇지요. 화산 그 자체를 대표하는 무학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상승 무학으로 분류되는 심공. 그것을 되찾아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백천혁은 씁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봤자 화산의 장문인에게는 감사하다는 말도 못 들었지만…….”
마치 지난날 겪었던 아픈 기억 중 하나를 꺼낸 것 같은 모습.
“그나마 화산의 장로 중 하나인 소운진인이 크게 감사를 전하긴 했지요.”
“…….”
“아마도 그분이시라면 제 딸을 기명제자로 받아 주길 부탁하면 거절하지 않겠…….”
“대충이나마 이해되네요.”
그리고.
“……후우. 이해해 주신다니 다행이로군요. 이걸로 저도 걱정을 한시름 덜 수 있겠─.”
“한마디로 화산파도 한 명 빼고는 신경 쓸 필요 없이 전부 부숴도 된다는 뜻이군요.”
“?”
다음 순간.
“그렇다면 이제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그제야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백천혁을 안심시키듯 말했다.
“어차피 한 달 내로 모든 세력은 제가 정정당당하게 없애 버릴 테니까.”
그것도 아주 자비로운 어조로 말이다.
***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물론 지낸 시간을 따지자면 사흘 정도밖에 지나지 않긴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그 사흘의 시간만으로도 많은 것이 변했다.
일단은 내가 백씨세가의 호위무사를 넘어선 대우를 받으며 자리를 잡은 게 그랬다.
‘그래도 나름대로 가문을 구해 준 은인이라는 거려나…….’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사실상 가문의 명맥이 끊기지 않게끔 구해 주었던 덕일까?
어느새 나는 백씨세가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백학검선의 호위를 맡았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를 지키는 것만이 아니라, 오로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도 곁들여져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다름이 아니라…….
“이제부터 제가 백설화 아가씨의 무공 사범이 될 자입니다.”
백설화(白雪花).
한마디로 말해서 백학검선의 과거라고 할 수 있는 소녀를 가르치게 됐으니까.
눈앞에 있는 열댓 살 즈음의 소녀는 기계처럼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병아리처럼 소리쳤다.
“……으, 은인 같은 고수에게 무학을 배우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치 이런 것은 익숙하지 않다는 듯 경직되어 있는 모습.
어째서 이렇게나 깍듯하게 나를 대하는가 했는데…….
그리 머지않아서 그 의문은 바로 풀리게 됐다.
“그, 그리고……. 그으. 은인께선 저에겐 편하게 말씀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럴 만도 했다.
“구명지은까지 입었는데 아무리 제가 가문의 여식이라도 경어를 듣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까요…….”
그녀의 눈에 비추어지는 나는 백씨세가에 들이친 한 줄기의 광명일 테니까.
‘그래 봤자 실상은 외부의 도전자일 뿐이지만.’
아마도 백설화의 말처럼 경어를 고집하는 건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하여 말을 쉽사리 낮출 수 없었다.
어쩌다 보니 상황이 꼬이긴 했으나 눈앞에 있는 소녀는 백학검선의 과거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녀에게 경어가 아닌 말을 쓰는 것도 내심 거슬렸다.
‘……아무리 그래도 스승인데 반말을 쓰는 건 좀 그렇지.’
그렇기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부담 가지실 것 없습니다. 아가씨. 그냥 이게 편해서 그럴 뿐이니까요.”
“그런…가요……?”
“예.”
“그렇다면야, 상관없지만…….”
“정말로 괜찮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백설화는 불편하다는 듯 소동물처럼 힐끗힐끗 눈치를 보았으나 어쩔 수 없었다.
사실은 나도 그녀를 이렇게 대하는 게 불편하기 짝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는 않았다.
“……그럼 이제 은공을 무어라 불러야 하죠? 한성윤 사범님? 그것도 아니면, 한성윤 스승님이라고 해도 되겠─.”
그녀의 말이 끝까지 이어지기 전에 나는 정색하며 말했다.
“공식적인 제자가 아니니 그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선을 확실하게 긋는 그 말에 백설화는 축 늘어진 병아리처럼 느리게 답했다.
“……네에.”
물론 그녀의 관점에서 보자면 살짝이나마 기분이 상할 수 있긴 한데…….
‘……설마, 백학검선에게 내가 스승이라고 불릴 뻔할 줄이야.’
솔직히 이쪽이 보자면 실로 안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보니 이곳에서 관계가 꼬인다면 추후에 백학검선과의 관계도 애매해질 테니까.
그리고 그 사실을 모르는 백설화는 살짝 강하게 내친 탓인지 거리감을 느끼는 듯했으나 나는 금방 화제를 돌렸다.
“일단은 간단하게 검법이나 배우도록 합시다.”
그나마 그녀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동안에는 신경 쓸 게 줄어들 것 같았다.
‘어차피 백씨세가의 부흥은 백설화의 수준 향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야.’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백씨세가 내에서 백설화를 가르치는 것은, 일종의 시련 클리어 과정을 가늠하는 짓이었다.
시련의 탑이 시련 기간을 10년씩이나 주었다는 것은 그만큼이나 시련 클리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인데…….
그것을 감안하면 백설화의 수준을 빠르게 측정하고 그에 맞추어 그녀를 빠르게 강해지게 할 일정을 맞추는 게 옳았다.
그것이 무엇보다 가장 효율적일 테니까.
‘최소한 백설화의 수준은 보고 움직이는 게 낫겠지.’
고작해야 백설화의 성장도를 재보는 것쯤이야 간단했다.
시간이 이틀 정도 지나니 바로 답이 나온 것이다.
다름이 아니라…….
“……음.”
생각했던 것 외의 수준으로.
“……어째서 이걸 못 따라 하는 겁니까?”
어느새 넓은 연무장 중심에서 숨을 몰아쉬는 백설화를 보며 나는 눈매를 좁혔다.
‘이건 또 뭐지.’
그럴 수밖에 없다.
사실상 이곳에서 누구보다 재능이 뛰어나야 할 백설화일 터인데.
왜인지 모르겠으나 백설화는 내가 직접 무공을 가르치고 있음에도 성장이 느렸다.
“……윽! 어, 어째서 그걸 못 따라 하냐니! 그걸 따라 할 수 있을 리 없잖아요!”
하나, 그것도 잠시.
“정석적으로 무공 구결을 알려 주시는 것도 아니고 그냥 초식 시연밖에 안 하셨으면서……!”
백설화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그리 대답하니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거야 그렇긴 합니다.”
그랬다.
무공 사범이랍시고 그녀에게 무공을 가르치기는 했으나 나는 사실 무공에 대해서 잘 몰랐다.
그도 그럴 게, 나는 무공을 백학검선에게 배운 것을 빼면 대부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베끼는 것이 고작이었던 탓이다.
‘나한테는 그냥 무공 시연밖에 안 했어서 나도 이것 말고 더 가르칠 줄 모르는데…….’
답답했다.
단지, 검의 의도를 읽고 그 본질을 의념으로 구현하면 될 뿐이지 않은가.
그리고 그 이외의 나머지는 반복적인 숙달을 거쳐야 하는 것이고 말이다.
‘백학검선은 이렇게 가르쳐도 그냥 금방 배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그러나 백설화는 그 과정을 따라오지 못했다.
이쯤 되니 대놓고 백설화를 보며 ‘당신은 저를 그렇게 가르쳤잖습니까.’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
사실상 탑을 오르며 남의 무공을 베낀 것을 빼면 제대로 무공을 배운 적이 없었던 탓에 더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어쩌지?’
고민되었다.
대충 이쯤에서 백설화를 키우는 것은 잠깐 멈추고 세력들부터 털어야 할까?
이딴 식이라면 그녀를 이곳에서 아무리 키워 봤자 딱히 두각을 드러낼 수 없을 듯했다.
그에 나는 안타깝다는 듯 백설화를 바라보았고 이내 그녀는 변명하듯 얼굴을 수치심으로 물들이며 말했다.
“……읏! 그, 그렇게 보진 말아 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못하는 건 못하는 거예요!”
“딱히 저는 달리 한 게 없는데요.”
“……마, 마치 이것도 할 줄 모르냐는 듯이 봤잖아…… 요.”
“아뇨. 그럴 리가요. 착각입니다.”
그다지 백설화를 한심하게 바라보진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젓가락질을 가르치려 했는데 알고 보니 손을 움직이는 법부터 가르쳐야 해서 놀랐을 뿐.
그걸 빼면 백설화에게 실망했다거나 하는 건 없다.
그리고 그에 나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이고는 생각에 잠겼다.
‘그냥 백씨세가 외의 다른 세력들이나 싹 다 지우고 다시 생각해야 할까?’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만약에 제가 천하제일의 기재라고 한들, 구파일방의 명약들을 다 먹은 게 아니라면, 사범님처럼은 할 수 없어요.”
그도 그럴 것이…….
“명약이요?”
어느새 백설화의 고운 입술에서 흘러나온 말에 혹한 것이다.
“네! 명약! 화산의 매화단, 혹은 종남의 유운단 같은 것들요!”
“그것들을 복용하면 달라지는 게 있습니까.”
“당연하죠!”
백설화는 의기양양하게 허리에 양손을 툭 얹으며 말을 이었다.
“아마도 명약을 먹으면 저도 한성윤 사범님처럼 오성도 되게 뛰어나지고, 내공도 그만큼 많이 늘어날 거예요!”
“그렇습니까?”
“그것도 아주아주 많이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표현해 주실 수 있습니까.”
“어……? 그,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도 이만큼 훌륭하지 않을까…… 요……?”
그제야 백설화는 흠칫하곤 긴장한 고양이처럼 입술을 오물거리며 두 팔로 원을 그렸다.
‘……아직은 어린애답다고 해야 하나.’
마치 그녀의 팔이 그리는 원의 크기만큼 도움이 된다는 것 같은 모습.
그렇지만 그만큼 이해의 과정도 간단했다.
어느새 나는 백설화에게 영약을 먹이는 게 어느 정도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마쳤다.
어차피 그녀를 신선에 견줄 수 있을 만큼 성장시켜야 한다면 방법은 정해져 있었다.
‘……백설화를 신격의 수준까지 성장시켜야 한다면 어느 정도 밑바탕이 있어야 해.’
최소한 백설화의 수준이 어느 정도는 되어야 그녀를 신격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러면 남이 가진 영약을 쓰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
그제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음을 건넸다.
“화산이나, 종남 같은 곳에 영약이 많다고요?”
“그럼요! 구파일방이 괜히 구파일방일 리가 없잖아요. 아마, 제가 그곳의 기재들처럼 명약들을 먹고 자랐다면 달랐을걸요?”
“그랬구나…….”
“후후! 그랬다면 어쩌면 저도 명약 덕에 한성윤 사범님처럼 무공 시연을 본 것만으로 무공을 익혔을 수도 있─.”
“그렇다면 그렇게 해드리죠.”
그리고.
“화산이랑 종남이라고 말했었나?”
다음 순간.
“그렇다면 그놈들이 가진 명약들은 전부 가져오죠.”
“?”
“그렇게나 간편한 게 있었으면 진작에 회수할 걸 그랬었네.”
“회, 회수라니? 그게 대체 무슨……. 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겁니다.”
그대로 나는 싱긋 미소 짓고는 백설화를 바라보며 체내 마기로 하나의 흑마법을 펼쳤다.
【 접어드는 소용돌이 】
바로…….
“오늘 내로 구파일방 중 둘이 없어질 거라는 거죠.”
오직 이곳에선 나만이 다룰 수 있는, 공간 그 자체를 접듯이 이동하는 기술.
“그것도 가진 영약을 전부 내뱉은 상태로.”
순식간에 구파일방 중 하나로 갈 수 있는 공간 도약이 펼쳐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