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63
361. 도장 깨기 (2)
「신성 이 사용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현실 세계에 말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단, 세상의 이치를 간섭하는 언령에는 매우 많은 신성력이 소모됩니다.」
《 꿇어, 전부. 》
신성 을 발동하자마자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을 마친 순간.
꽈아아아아앙───!
눈 깜짝할 사이에 화산파 일대를 짓뭉개겠다는 듯 압도적인 힘이 내리꽂혔다.
실제로 신성 에 의해서 보이지 않는 압력이 도래하자 화산파의 건물들이 줄지어 붕괴했다.
그것은 화산파의 대지 위에 서 있는 사람들 또한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갑자기 화산파 일대를 짓뭉갤 듯 도래한 신성 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크게 고통이 담긴 목소리를 뱉었다.
“컥…….”
“끄아아아아아아아……!!”
“수, 숨을 쉴 수가 없……. 케, 케엑……. 사, 살려 주…….”
쿵.
화산파의 제자들이 이윽고 차례차례 쓰러졌다.
구태여 저항이라 칭할 것마저도 없었다.
그저, 숨을 쉬는 것도 괴롭다는 듯 손에서 검마저 놓은 채 바닥에 주저앉을 뿐.
눈앞에 있는 화산파의 검수들은 이제 격노했던 기색마저도 잃은 채였다.
그제야 나는 입가에 피식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이게 맞는 거긴 하지.’
어차피 화산파의 문도들이 지닌 실력이라고 해봤자 그다지 높지도 않았다.
화산파의 칠대 장로를 빼고는 가소로운 수준에 불과했다.
한낱 검기의 성질 변화, 혹은 검염에 이르러 성질 변화의 다중 발현을 힘겹게나마 끌어낼 수 있는 경지.
그렇다면 같잖은 수준일 뿐이었다.
‘탑을 오르는 도전자로 따지면 10층 초반대, 혹은 10층 중반대에 가까운 수준인데 저항할 수 있을 리가.’
물론 화산파의 칠대 장로는 수준이 높긴 했다.
어느새 하나도 빠짐없이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진 화산파의 검수들과는 달리, 그래도 화산파의 칠대 장로들답게 서 있긴 했으니 말이다.
사실상 신성 이 상위 신격에게도 통용된다는 걸 생각하면 신성 없는 필멸자치고는 엄청난 의지를 보이는 셈이다.
‘페널티 탓에 개념 신성의 능력이 살짝 약해지긴 했어도 놀랍긴 하네.’
하나, 그것도 잠시.
‘그래 봤자 의미는 없겠지만.’
그에 나는 눈빛을 차갑게 빛내며 칠대 장로에게 재차 말을 걸었다.
「초월과 죽음의 신이 의미 없이 발악하는 필멸자들을 바라봅니다.」
[ 내가 한 말을 못 들은 건가? ]그리고.
다음 순간.
쿠우웅!
“큭-!”
“끄, 끄허억…….”
“흐, 흐으으! 이, 이런 미친 괴물이……! 컥-!”
화산파의 칠대 장로들은 각각 고통에 찬 경악성을 내뱉으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신성 , 그리고 그에 더하여 고대 신격으로서의 격을 약간이나마 드러낸 상태.
설령 저쪽이 아무리 수준 높은 고강한 무공을 연마했다고 한들, 한낱 필멸자에 불과하다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도리어 고대 신격으로서 쌓은 격을 약간이나마 드러내게끔 했다는 것이, 저들이 필멸의 끝에 맞닿은 노괴들임을 알려 주는 반증일 터.
그제야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제 상황 파악이 되나 보네.”
신성이 깃들지 않은 목소리.
고대 신격으로서의 신성력은 일절 깃들지 않았다는 증거.
하지만 화산파의 칠대 장로들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달달달-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두려워했다.
“아직도 화산파의 봉문이 망발일 뿐이라고 생각해?”
“그, 그, 그…….”
“착각하지 마. 내가 이곳에서 너희를 살려 두는 것. 그건 내가 따로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니까.”
“…….”
진심이었다.
아마도 산동백가에 있을 백학검선을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화산파 자체를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끔 부쉈을 것이다.
단지, 이쪽에서 백씨세가를 어찌 부흥시킬지 구상하고 있는 바가 따로 있었기에, 화산파에 자비를 베풀었을 뿐.
‘그냥 백씨세가를 부흥시키는 건 크게 의미가 없어.’
그럴 만도 했다.
관리자에게서 비롯된 비원의 시련은 일반적인 탑의 시련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실질적으로 비원의 시련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은 관리자의 감정에 따라 달라지니까.
‘설령 백씨세가의 부홍, 그리고 복수를 이루더라도 그게 백학검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보상이 클 리가 없어.’
그렇다면 최고의 결과를 내게끔 조율할 필요가 존재했다.
물론 내가 무림의 세력이 어찌 부흥하는지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긴 한데…….
그래도 이곳에서 무얼 해야 하는지 정도야 어렴풋이 알 듯했다.
굳이 따지자면 악질적인 신격들이 종교를 성장시키듯 백씨세가를 부흥시킨다고 해야 할까?
‘어차피 백씨세가의 부흥이라는 건 절대적인 기준점이 있는 게 아니야.’
지금껏 본 악질적인 신격들은 제대로 된 종교를 다스리기보다는, 많은 필멸자를 핍박하여 공포에서 비롯된 신앙을 얻어 내는 경향이 짙었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을 봤었다.
18층 스테이지의 최종 보스였던 찬탈자 또한 세계 하나를 멸망에 가까운 상태로 만들어, 스스로 오롯한 신격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지 않았나.
이번에는 내가 그래야 하는 차례였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관점에서 백씨세가의 부흥이 결정된다면 일이 간편해지지.’
간단했다.
산동백가에 압도적인 경외심을 심어 줘야 한다면 그에 걸맞은 수준의 무력을 자랑할 필요성이 다분했다.
그렇다면 화산파처럼 만들어 버리면 그만이다.
사실상 무림에 있는 문파를 단 한 곳도 남기지 않고 백씨세가의 이름 아래에 정정당당하게 비무로 봉문시키면 되는 것이다.
‘그냥, 무림 내에 있는 세력을 전부 봉문시켜 버리면 되잖아?’
심지어 그 과정에서 따라올 이득 또한 적잖다.
그래도 각종 무림 문파에는 비전이랍시고 숨겨져 있는 무공이 있을 터이고, 그것도 모자라 각자의 비술이 담긴 희귀한 영약도 있을 것이다.
그것들을 한꺼번에 취할 수 있다면 이쪽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지 않겠는가.
어느새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씨익 미소를 짓고는 화산파의 칠대 장로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화산파의 봉문 기간을 줄이지 못할 것도 아니야.”
“화, 화산파의 봉문 기간을 줄일 수 있다니?”
“약간의 대가를 치르면 화산파의 봉문 기간을 10년 정도는 줄여 줄 수 있거든.”
“10년! 마, 말씀하시오! 그, 그리하여 본문을 되살릴 수 있다면야, 얼마든지 값을 치르겠…….”
그제야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진 것 전부.”
“?”
“화산파가 가진 것들 전부 내주라고.”
“…….”
힘들게 싸우는 것은 끝났다.
“일단은 간단한 것부터 봐볼까?”
본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
“화산파 내에 있는 영약들부터 하나씩 남기지 말고 가져와.”
이제는 화산파의 히든 보상(?)들을 자동 파밍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
「업적 ‘악마를 능가하는 협상력’을 달성했습니다.」
「전용 권한 #D-0007[보상 상승]이 조건을 만족하여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업적으로 얻는 보상 수준이 상승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시간이 흐르며 자동 파밍은 빠르게 끝났다.
화산파 내에 있는 귀물이란 귀물들은 전부 내게 바쳐야 하는 상황이지 않은가.
그래야 화산파의 봉문 기간을 약간이나마 줄일 수 있을 테니까.
어차피 이러든 저러든 간에 이쪽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시점에서 화산파의 칠대 장로는 순종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
바로…….
“이게 화산파의 영약이란 건가.”
지금처럼.
“재밌네.”
화산파 내부에 마련된 접견실.
어느새 그곳의 탁자 위에는 매화의 문양이 음각된 상자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에 나는 탁자 위에 잔뜩 올려진 상자들에 있는 둥근 단약들을 차례차례 봤다.
「매화단」
「등급 : B+」
「화산파의 유망주인 검수에게 내려지는 영약이다.」
「기본 마력 수치의 수준이 [150] 아래인 사람이 복용할 시 마력 능력치가 +15 상승한다.」
「섭취 후에는 체내의 혈도에 쌓인 불순물도 일부분 사라지며 장기간 누적된 피로도 없어진다.」
「※단, 매화단을 여러 번 섭취할 시에는 복용 효과가 크게 줄어들어 나중에는 마력 상승 효과를 볼 수 없게 된다.」
가장 수준이 낮은 영약.
은은한 분홍빛을 띠는 매화단은 약간 영약이라기보다는 경단의 모양새를 가졌다.
다만, 그 수수한 외견과는 달리 화산파에 있는 가장 수준 낮은 영약조차도 심상찮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마력이 부족한 사람에겐 충분히 도움이 되려나.’
아무리 사용 제약이 붙어 있다고는 해도 마력을 이렇게나 크게 상승시킬 수 있다니…….
‘최소한 백설화의 성장에 있어서는 엄청난 도움이 되겠지.’
엄청났다.
시련의 탑을 오르는 도전자조차도 마력을 이렇게까지 상승시키는 보상은 보기가 힘들지 않은가.
솔직히 말해서 매화단을 여럿 얻은 것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이득을 본 셈인데…….
아직도 화산파에서 자동 파밍으로 얻은 히든 보상들은 많이 남았다.
「설매단」
「등급 : A+」
「화산파의 이름 있는 고수에게 내려지는 영약이다.」
「기본 마력 수치의 수준이 [300] 아래인 사람이 복용할 시 마력 능력치가 +30 상승한다.」
「섭취 후에는 체내의 혈도에 쌓인 불순물이 어느 정도 사라지며 피로가 쉽게 쌓이지 않는다.」
「※단, 설매단을 여러 번 섭취할 시에는 복용 효과가 크게 줄어들어 나중에는 마력 상승 효과를 볼 수 없게 된다.」
눈에 물든 매화를 둥글게 빚어낸 듯한 모습.
이쯤 되면 언뜻 봐도 심상찮은 귀물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고 해야 할까.
설매단 또한 매화단처럼 사용 제한이 걸려 있기는 해도, 마력 수치의 상승 수준이 격을 달리하고 있었다.
「자소단」
「등급 : S+」
「화산파의 장문인에게만 사용이 허락되는 연단술의 정수가 녹아든 영약이다.」
「기본 마력 수치의 수준이 [1,000] 아래인 사람이 복용할 시 마력 능력치가 +100 상승한다.」
「섭취 후에는 체내의 혈도에 쌓인 불순물이 대부분 사라지며 피로가 거의 쌓이지 않게 된다.」
「※단, 자소단을 여러 번 섭취할 시에는 복용 효과가 크게 줄어들어 나중에는 마력 상승 효과를 볼 수 없게 된다.」
“…….”
자줏빛 광열을 자아내는 신비로운 영약의 모양새.
화산파의 매화단, 혹은 설매단 같은 것에는 비교할 수도 없는 성능이다.
이건 탑을 오르는 도전자조차도 어지간한 실력자가 아니라면 아예 손에 넣을 수 없을 정도.
‘뭔…….’
물론 자소단 또한 매화단이나 설매단처럼 일정 수준 이하의 마력 수치를 가져야 사용할 수 있는 사용 제약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것도 크게 의미는 없었다.
사실상 마력 수치가 네 자릿수대를 넘어서야 사용할 수 없는 제약이라면 신격쯤은 되어야 사용에 지장이 있을 것 아닌가.
그렇다면 사소한 문제였다.
‘정식 신격쯤 되는 초월자의 마력 수준이 아니라면 누구든 마력을 +100 상승시킬 수 있다는 건가…….’
그리고.
‘대박이네.’
그제야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확인을 끝냈다.
이것들 외에도 화산파의 귀물이라는 재화들이나 무구들을 가져왔으나 관심은 없었다.
화산파에 있는 히든 보상들은 이걸로 전부 얻어 낸 셈이니까.
대충 비싸 보이는 것들, 혹은 백씨세가에 도움이 될 것 같은 귀물들을 빼고는 챙길 필요도 없다.
어느새 그리 판별을 마치고 나니 포만감 같은 감각이 전신에 감돌았다.
‘이쯤이면 백씨세가는 물론이고 백설화도 충분히 강해지게 해 줄 수 있으려나.’
그럴 만도 했다.
아마도 화산파에서 얻은 재물들을 백씨세가에 주기만 해도 충분히 가문을 재건하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그리고 백설화 또한 그러할 것이다.
아직은 탑을 오르지 않은 시점인 탓에 그녀의 기량은 빈약하기 그지없으나 화산파의 영약들을 복용시키면 이야기는 달라질 터이다.
적어도 필멸자 중에선 최강을 논할 수준이 되지 않을까.
‘이게 제자를 키우는 심정인 건가.’
기대됐다.
사실상 그녀의 재목은 탑을 거의 끝까지 올라가서 관리자가 될 자격을 따낼 정도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녀에게 실전 경험, 그리고 그에 걸맞은 수준의 보상이 주어지면 백학검선처럼 강해질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 그래도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 없잖아 있는데…….’
단지…….
‘어쩔 수 없나.’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 백설화를 키우려면 고작 이것 가지고는 턱없이 모자랄 뿐이지.
‘그냥, 이곳까지 온 김에 다른 곳에 있는 영약들도 챙겨갈까?’
그제야 나는 눈앞에 겁먹은 채 서 있는 화산파의 칠대 장로 중 하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화산파 측에서 다른 세력에 도움을 청하는 전서를 보낸다고 했었지?”
“그, 그, 그…….”
“겁먹을 것 없어.”
“…….”
마치, 아주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하나 생각해 냈다는 듯이.
“화산파 하나만 봉문당하는 건 억울할 것 같아서 제안을 하나 할 뿐이야.”
“그게 대체 무슨…….”
“어차피, 화산파가 30년 가까이 봉문당한 채로 있어야 한다면, 그때까지 다른 문파들이 성장하는 꼴을 보는 건 싫잖아?”
“…….”
화산파의 칠대 장로들은 하나 같이 안색을 굳힌 채 무슨 말을 하냐는 듯 이쪽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서로 이득을 보게 거래하자.”
그리고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화산파 외에도 나름 알고 있는 구파일방이 있겠지?”
“그렇긴, 하오만…….”
“그렇다면 충분하네.”
“?”
간단했다.
화산파는 거목 미궁에서 본 적이 있는 화산파 출신의 도전자가 가진 기운을 토대로 장소를 특정하는 게 가능했다.
그때의 경험이 없었다면 화산파로 공간 도약을 펼칠 수조차 없었을 터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서 나는 구파일방 중 화산파를 뺀 나머지 문파들은 어디에 있는지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사실은 내가 길을 잘 몰라서 말이야.”
그러니까…….
“화산파 측에서 직접 다른 구파일방에 안내해 줄 수 있을까?”
한마디로 화산파를 길잡이로 삼아야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야 그쪽도 화산파처럼 봉문을 시키지.”
“…….”
이제는 화산파 외에도 다른 문파에 있는 히든 보상들을 파밍할 차례다.
‘정말이지…….’
아마, 앞으로 보게 될 문파들에서는 각종 영약을 복사하듯 얻어 낼 수 있을 거다.
‘재미있겠네.’
그것도 아주 확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