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65
363. 도장 깨기 (4)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를 바라보며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업적 ‘종말을 부르는 자’를 달성했습니다.」
「전용 권한 #D-0007[보상 상승]이 조건을 만족하여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업적으로 얻는 보상 수준이 상승합니다.」
「스킬 ‘종말의 장치(A+)’가 생성됩니다.」
“…….”
고작해야 화산파니 종남파니 하는 곳들을 봉문시켰다고 ‘종말을 부르는 자’라는 낙인이 찍히다니?
‘이건 또 무슨.’
억울했다.
사실상 따지고 보자면 본디 멸문에 처해야 했을 문파들이 봉문이라는 솜방망이(?) 같은 가벼운 요구로 끝났지 않은가.
심지어 화산파나 종남파 같은 섬서의 검파(劍派)만이 아니라, 타지의 거대 세력들도 상정했던 것보다는 평화롭게 끝을 맺었다.
최소한 이쪽이 보기엔 그랬다.
그랬는데 이게 무슨 모함일까.
‘어이없네.’
물론 각각 문파마다 봉문 과정에서 입은 재산상의 피해가 약간 크기는 한데…….
‘솔직히 말해서 이쯤이면 최대한 평화롭게 끝맺은 것 아닌가?’
이것도 탑을 오르며 다른 곳들을 박살 냈던 전적들을 생각하면 최대한 온건하게 끝내 준 셈이다.
‘최소한 생존자나 목격자가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되게 많이 봐준 건데 말이야.’
그러나 시스템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신화 이 완성되었습니다.」
「신화 이 신성력에 축적됩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에게 의 효과가 붙습니다.」
「이 활성화될 시 신성력을 소모하여 일정 반경 내의 생명력을 남김없이 흡수합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의 신성 운용에 의 효과가 붙습니다.」
「가 활성화될 시 신성력을 소모하여 특정 상대의 격을 타락시킬 수 있습니다.」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또 다른 시스템 메시지를 재차 확인한 나는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종말의 화신이라니…….”
본래는 새로이 얻을 신화는 무예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기에 무공에 관련된 것일 줄 알았으니 더더욱 그랬다.
‘설마 상정과는 다르게 무공에 일절 관련 없는 신화를 얻어 낼 줄이야.’
살짝 여러모로 아쉽다고 할까?
본래는 혼원마검 같은 권능 스킬에 덧붙일 수 있는 무공에 관련된 신화를 얻기를 원했다.
어차피 이미 신성에 관련된 신화들을 많기에 보다 압도적인 변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무공에 관련된 신화를 얻는 게 이득일 테니까.
‘그래도 써먹지 못할 수준은 아닌가…….’
물론 어찌할 도리는 없다.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이미 체내에 있는 신앙이 하나의 신화로 변모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쯤 되면 더는 돌이킬 수단 또한 존재하지 않기에 불평을 늘어놓느니 차라리 무엇을 얻었는지 알아내는 게 나을 터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정해져 있는 셈이었다.
‘어쩔 수 없지.’
그대로 나는 새롭게 얻은 보상들을 최대한 빠르게 살폈다.
『스킬 – 종말의 장치(A+)』
『숙련도 – 0%』
『기본 효과 – 사용자의 체내 신성에 종말의 힘이 뒤섞인다.』
『세부 효과 – 전투 시, 자동으로 일정 반경 내에 있는 적들이 지닌 신성에 관련된 내성 수치를 10% 감소시킨다.』
종말의 장치.
업적 ‘종말을 부르는 자’를 통해서 얻어 낸 스킬의 내용은 깔끔하기 그지없을 정도.
아마도 스킬 ‘종말의 장치(A+)’는 어떤 파멸적인 힘이 신성에 뒤섞이는 것 같은데…….
그다지 눈에 띄는 변화는 별로 없는 듯했다.
‘체내 신성에 변화랄 부분은 딱히 없네.’
물론 아예 변화가 없진 않다.
어느새 체내 신성에 종말의 힘이라는 것이 확실히 뒤섞이긴 했는지, 가볍게 체내 신성을 뿜어내니 달라진 점이 눈에 들어왔다.
종말 그 자체를 상징하듯 불길하기 그지없는 검은 아지랑이가 신성에 뒤섞인 모습.
뭐, 그래 봤자 애초에 내가 지닌 신성력은 기본적으로 신성 에 크게 영향받은 탓에 검붉은 색상이었으므로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건 같다.
‘심지어 종말의 힘이 뒤섞인다는 것도 신성 의 효과를 보조하는 수준에 가까운 듯하고 말이야.’
살짝 아쉬운 점들이 몇몇 보이긴 한데…….
‘그래도 초월 신화 에 뒤섞어서 사용하면 써먹을 만하긴 하겠네.’
그럼에도 사용할 가치는 충분했다.
적들이 지닌 신성 관련 내성 수치를 10% 감소시킬 수 있다니…….
스킬의 기본 발동 효과가 별로인 것과는 달리 스킬의 세부 발동 효과는 확실히 마음에 들었다.
‘상대의 신성 관련 저항 수치를 깎아 낼 수 있는 건 나쁘지 않은 힘이야.’
그리고 그것만이 아니다.
‘심지어 신격과의 전투에서라면 더더욱 그렇지.’
사실상 초월 신화 의 발동으로 고대 신격을 상대로도 써먹을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다름이 아니라…….
‘이건 고대 신격을 상대로도 써먹을 수도 있어.’
설령, 상대가 고대 신격이라 할지라도 신성에 관련된 내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재밌네.”
고대 신격.
한없이 불멸에 가까운 경지에 도달했다고 한들, 그것이 곧 완전한 불멸성을 상징하지는 않는다.
상대의 개념 신성에 대한 드높은 내성을 낮출 수 있다면 필시 승리의 가능성으로 이어질 터.
그에 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스킬의 확인을 마쳤다.
어쩌면, 저 너머에 있을 고대 신격과의 사투에서 이 스킬이 숨겨진 한 수쯤으로 사용될 수 있기를 바라며 말이다.
“…….”
그리고.
‘이제 남은 건 새롭게 얻은 신화 쪽인 건가.’
이내 신화 이 가진 효과를 확인한 순간.
“뭔…….”
그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어야 했다.
“진짜 이건 왜 얻은 거지?”
그럴 만도 했다.
신화 에 붙은 , 그리고 의 효과들은 이쪽과는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사실상 일정 반경 내에 있는 생명체들은 일절 살려 두지 않겠다는 듯 생명력 그 자체를 흡수하는 능력이지 않은가.
「신화 이 활성화됩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에게 의 효과가 붙습니다.」
「이 활성화될 시 신성력을 소모하여 일정 반경 내의 생명력을 남김없이 흡수합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의 신성 운용에 의 효과가 붙습니다.」
「가 활성화될 시 신성력을 소모하여 특정 상대의 격을 타락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드드드-!
신화 을 발동하자마자 지옥 같은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사아아아아아아아아……!!
굳이 따지자면 종말의 화신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생명을 앗아 가는 사신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어…….”
갑자기 토지 곳곳에서 떠오른 초록빛의 알갱이들이 이쪽으로 소용돌이치며 빨려 들어왔다.
아마, 이게 신화 이 지닌 생명력 흡수의 효과 같긴 한데…….
어느새 토지의 양분마저 남김없이 먹었다는 듯 대지 곳곳이 쩍쩍 메말라 갈라지는 모습이며, 이어서 풀 한 포기마저 재가 되어 으스러지는 걸 보니 양심에 가책을 느꼈다.
“이게 이래도 되나?”
아니…….
이쯤 되니 어느 정도의 제한선이라는 걸 느낄 수도 없다.
아예 생명이 살아 갈 터전마저 망가뜨리는 것이니 말이다.
사실상 토지에 자라난 잡초 하나마저 남기지 않겠다는 듯, 노골적으로 생명력을 쭉쭉 빨아들이는 걸 보니, 진짜 행성의 파멸마저 불러올 듯했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과하게 힘을 쓰진 않았…….”
그러나…….
“…….”
어느새 나는 곤란하다는 듯 목소리를 내는 걸 멈출 수밖에 없었다.
━컥─!
━히이익! 괴, 괴물이-! 오, 오지 마아아아아아!
━자, 장로들이 올 때까지 저 괴물 놈을 막아야 하……, 끄아아아아아아-!
‘아…….’
그도 그럴 것이…….
‘그것도 또 아닌가……?’
……새삼스레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에는, 너무나도 멀리 온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개
방(丐幇).
오직 거지들만으로 구성된 정파 무림의 주축 세력 중 하나.
사실상 구파일방 중 가장 독특하기 그지없는 입지를 가진 덕에, 개방은 같은 위계의 세력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가질 수 있었다.
━개방이 지닌 정보력은 가히 천하일절이라고 부를 가치가 있다.
심지어 수많은 강호의 호사가들마저 개방을 그리 칭송할 정도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설령,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도 그 풍문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으니까.
세간의 평처럼 개방의 정보력 자체는 확실히 엄청난 덕분에 문제랄 것마저 없었다.
“허어…….”
단지…….
“이건 또 무슨 개 같은 소리를 써 놓은 거야?”
그것이 좋은 소식만을 가져오진 않을 뿐이지.
“화산파, 종남파, 곤륜파, 청성파, 점창파, 공동파…….”
개방의 후계자라고 부를 수 있는 후개(後丐), 광개(狂丐)는 눈앞에 놓인 서찰을 읽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고작해야 며칠도 안 되는 사이에 구파일방 중 여섯이 멸문했다니…….”
광개는 눈을 찌푸리며 서찰을 가져온 어느 사결개(四結丐)에게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씹……. 야, 너는 내용 검수 하나 안 해보고 보고해?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응? 이거 쓴 거지새끼, 누구야?”
어느새 광개의 입가에는 조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그럴 만도 했다.
‘이놈의 분타에 있는 거지새끼들은 보고서를 쓰랬더니 웬 개소리를 쓰고 앉았어?’
그가 본 서찰의 내용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야.”
“그……, 예…….”
광개는 풀이 죽은 거지의 얼굴을 바라보며 분노 섞인 말을 이었다.
“기껏 해봤자 며칠도 안 되는 사이에 구파일방 중 절반을 넘게 멸문시키는 게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되냐?”
“그렇지만, 그게, 사실인데…….”
“뭐? 사실? 진짜 양심 뒈졌어? 심지어 섬서에서 화산파랑 종남파를 멸문시킨 흉수 놈이, 그 먼 운남까지 하룻밤 만에 달려가서 점창파까지 없앴다고? 뭔데, 이거?”
“그건…….”
“이거, 보고 내용만 보다 보면 어디 공간을 넘어 다니는 괴물이 있다는 이야기 같기도 한데? 응? 왜, 아예 심검까지 쓰는 신이 화산파며 종남파며 다 날려 먹었다고 해보시지!”
“…….”
“하여간 말도 안 되는 소리나 하기는…….”
광개가 어이가 없다는 듯 의자에 몸을 늘어뜨리고는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후우. 그래도, 아예 거짓으로 작성된 보고는 아니지?”
그제야 사결개는 고개를 끄덕이며 억울하다는 듯 답했다.
“예! 시, 실제로 개방의 섬서 지부며 운남 지부며, 수많은 목격담까지 이어지고 있─.”
“그건 됐고. ……뭐, 어쨌건 간에 구파일방 중 여섯이 멸문인 건 확실하지?”
“아, 네. 사실, 봉문 기간이 지나치게 길 뿐이지, 멸문이 아니라 봉문이긴 합니다마는…….”
“아니. 사실상 멸문이 맞을걸. 사십 년, 아니, 삼십 년이랬나? 그쯤이면 봉문이 아니라 멸문이지.”
광개는 눈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고작 단 하나뿐인 적에게 문파의 요인들이 살해당했다고 했지…….”
어느새 광개의 눈동자에는 짙은 탐욕이 드러나 있었다.
“도대체 어떤 암살자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때려잡을 가치는 있을 것 같구만…….”
다름이 아니라…….
‘어떤 간 큰 놈인지는 몰라도 그 흉수 놈 하나만은 뒈지게 패 주마.’
오직 홀로 화산파며 종남파며 여러 문파를 박살 냈다는 흉수.
그놈을 광개는 혼자서 때려잡을 생각을 해낸 것이다.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보고에 올라온 내용을 보니 어떤 버러지 같은 암살자 놈이 습격이나 하고 다닌 것 같은데…….’
광개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눈매를 구부러뜨렸다.
‘그걸 가지고 이리 호들갑들 떨어 대니 어이가 없을 정도야, 아주.’
현재 각지에 있는 개방의 분타에서 올라온 보고 내용은 현실적이지 않다.
고작해야 단 한 사람에게 며칠 사이 구파일방 중 과반수의 문파가 멸문당했다니?
어디 시장터의 약장수, 혹은 허황되기 그지없는 내용만을 다루는 이야기꾼의 입에서 나올 듯 보이는 소리이지 않은가.
‘뭔 현실성 없는 이야기들밖에 없으니, 원.’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착각이겠지.’
광개는 도저히 사람의 이동 경로 같지 않은 그 보고들이 가짜라고 생각했다.
‘개방의 분타들에서 어떤 정보 혼선이 있었던 거겠지. 암, 그렇고말고.’
그래야 어느 정도 납득할 수가 있는 탓이다.
‘아니, 상식적으로 한 사람이 구파일방 중 여섯씩이나 되는 문파를 며칠도 되지 않는 사이에 멸문시킬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리고 그리하여 개방의 분타들에서 정보 수집 과정에서 혼선을 겪었다면 그 뒤의 내용들도 진짜보다는 가짜에 가까울 것이다.
‘그냥 사파 집단 중 하나가 전쟁을 일으켰거나, 혹은 암살자가 문파 요인들을 습격해서 구파일방 중 여섯을 봉문으로 몰아넣은 거겠지.’
아마도 어느 집단의 동시다발적인 습격을 어느 고수의 습격으로 오해했다거나, 혹은 어떤 암살자가 주요 문파의 요인들을 해치고 다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두려울 것 따위는 없잖은가.
광개는 충분히 자신이 있었다.
‘그쯤이면 상대할 가치는 충분하지.’
그럴 만도 했다.
개방은 수적인 우세를 장기로 삼는 무림 세력이니 말이다.
아마, 어느 사파의 집단이 전쟁을 일으켰다고 해도 개방도를 끌어모은다면 그곳이 어디든 간에 금세 혼란을 종결시킬 수 있을 터다.
그것이 아니라 어느 엄청난 암살자의 활약이라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어디서 온 암살자인지는 몰라도, 이 몸이 해치운다면 무림 영웅으로 추대받기에는 적합할 테니 말이야.’
현재 광개는 개방의 후개로서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온 상태.
갑자기 전대의 절세고수쯤 되는 노괴라도 나오지 않는 한, 그 또한 거대 문파의 장로 수준의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한낱 암살자에게 겁먹을 필요는 하등 없다.
어차피 암살쯤이야 대비를 충분히 해 둔다면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으니까.
도리어, 광개는 슬슬 이쯤 하여 저 암살자 쪽에서 개방까지 습격하여 일을 크게 만들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흐…….”
그래야 개방의 새로운 영웅으로서 이름을 떨칠 수 있을 테니까.
‘그 흉수 놈을 패고서 얻을 명성이 기대되는구만, 크.’
그에 광개가 기대에 찬 미소를 지은 순간.
드드드─!
“?”
갑자기 건물 바깥에서 지진 같은 것이 올라오는 게 느껴지더니 이어서 집무실에 웬 거지 하나가 숨을 헐떡이며 들어섰다.
“과, 광개 님!”
그리고.
“외, 외부에서 웬 침입자가 들어온 걸 발견했습니다! 어서 이곳에서 도망가셔야 합니다!”
“침입자라고?”
“예! 자, 자기가 개방의 분타주에게 볼일이 있다며 들이닥친 놈인데……. 괴, 괴, 괴물입니다! 도, 도저히 저희들로서는 상대할 수가 없…….”
“이쪽을 보고 싶다고 말을 했다고?”
광개는 거지의 말이 끝나기 전에 뭔가를 알아차렸다는 듯 크게 웃음을 지었다.
“……으하하! 그래, 그랬단 말이지! 무슨 일인지 알 것도 같군! 좋아, 아주 좋아!”
어느새 광개의 얼굴에는 환희의 빛이 어려 있었다.
‘하늘마저 이젠 이 몸을 돕는구나!’
갑자기 개방에 들이닥친 적이라고 한다면 짐작 가는 이는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흉수 놈, 버러지 주제에 이제는 개방까지 치시겠다, 이거지?’
흉수.
그러니까…….
요 며칠 사이에 구파일방 중 여섯을 멸문시키다시피 했다는 암살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제야 광개는 실력을 행사할 시간이 왔음을 느끼고는 입가를 씰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직접 가마-!”
광개는 눈빛을 살의로 물들이고는 옆에 놓인 쇠몽둥이를 들고서는 성큼성큼 바깥으로 나갔다.
“갑자기 쳐들어온 미친개에게는 매가 약이지─!”
그리고.
터어어어어어엉―!
그대로 광개는 건물의 대문을 거칠게 발로 차 열어젖히며 광소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사실상 광개라는 별호의 기원쯤 되는, 광개의 상징인 광기에 찬 웃음을 말이다.
광개의 미친 것 같은 성정을 과시하듯 포효가 이어졌다.
“흐하하하하학! 자, 와라, 이 모리배 같은 흉수 놈! 어서 이 광개 님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순순히 뒈지…….”
하나, 그것도 잠시.
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끄, 끄아아아아아아아아─!”
“히이익! 오, 오지 마, 이, 마귀 새끼야―!”
“지, 지, 지, 지옥에서 염라대왕이 올라왔다! 도, 도망가아아아아……!!”
이내 눈앞에 펼쳐진 지옥을 목도한 순간.
‘아?’
광개의 입가가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검은 폭풍.
흡사 지옥에서 올라온 듯 보이는 불길하기 그지없는 소용돌이가 곳곳에서 몰아치고 있는 상황.
심지어 그것도 모자라 식물이며, 사람이며, 대지이며 가릴 것도 없이 온갖 곳에서 초록색 알갱이 같은 빛들이 빠져나와서 검은 폭풍에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
그제야 광개는 그 태풍의 눈 같은 중심지에 있는 인물을 볼 수 있었다.
‘저건, 그냥, 괴물이잖아…….’
오직 세상의 종말을 불러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만 같은 남성.
「신화 이 강하게 활성화된 상태입니다.」
어느새 검은 소용돌이에 빛의 알갱이들이 흡수되어 그 젊은 남성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지옥에서 튀어나온 염라대왕이라도 되는 듯 살벌한 모습.
광개는 그 모습에 압도되어 광기를 표출하여 과시하겠다는 생각마저 잊고서, 언어 능력이 퇴화한 듯 어버버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광기 앞에서 가짜 광기 따위는, 바람 앞의 촛불처럼 형체조차 건사할 수 없다는 듯이.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리긴 너무 늦어 버린 것일까?
「초월과 죽음의 신이 어느 거지의 말을 듣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립니다.」
[ ……하. 흉수 놈? 어서 그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뒈지라고? 재밌네. ]한성윤의 눈빛이 광개의 얼굴을 직시했다.
[ 너. 그거, 나 보고 한 말 맞지? ]……그것이, 광개가 기억하는 최후의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