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67
365화, 정복자(1)
어느새 나는 비원의 시련이 끝나가고 있음을 눈치챘다.
‘무림에서 더 나아갈 곳 없는 경지에 이른 강자들이 천하오절이라고 말했었나.’
그럴 만도 했다.
사실상 광개가 말했듯 천하오절이라는 최상급의 강자들이 나를 노리고 있다면, 이번이 이 세계에서 맞이하는 최후의 전투쯤 될 테니까.
물론 아직도 무림 곳곳에 있을 사소한 이득들을 전부 회수하지 못했긴 한데…….
어차피 이제는 화산파며 종남파며 하는 거대 세력들은 쌀 한 톨 남기지 않고 약탈했기에 딱히 미련도 없었다.
‘……아마, 이제 이곳에서 더는 꿀 같은 영약이나 보물은 더 얻어 낼 수 없겠지.’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어쩌다 보니 비원의 시련에서 많은 이득을 얻었으나 그것도 이제는 끝이다.
그제야 나는 탁자 위에 올려진 개방의 보물들을 한 줌의 신성력, 혹은 능력치로 바꾸며 그 성장을 만끽했다.
「공양의 인장(SS-) 전용 효과 ‘공양(供養)’이 활성화됩니다.」
「자기 자신에게서 11개의 아이템을 공양받았습니다.」
「해당하는 아이템들을 신성력으로 치환하여 심장에 축적합니다.」
‘이제는 그리 머지않아서 신성력의 권능 등급도 올라갈 것 같은데…….’
티끌 모아서 태산이라고 해야 하나?
최대한 악착같이 여러 방식으로 모아온 신성력이 머지않아서 다음 단계로 올라갈 듯했다.
그리고 그것만이 아니라 스킬 ‘강철 섭식’ 같은 성장 스킬을 토대로 모든 능력치 또한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신체 능력이나 마력 같은 것도 또 크게 성장할 듯하고 말이야.’
물론 한계점은 있다.
사실상 모든 능력치 페널티를 가진 상태에서 얻은 능력치들은 시련 종료 시, 업적 보상을 빼고는 대부분 조정을 거친다.
어차피 업적 보상은 고정으로 어떤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것이기에 탑에서 건드리는 일도 없으나 고정 상승 방식이 아닌 능력치들은 시련 종료 후에 조율을 받는다.
아마도 스킬 ‘강철 섭식’, 혹은 네크로맨시로 얻은 모든 능력치의 성장이 그러할 것이다.
“…….”
그러나 상관은 없었다.
현재 나는 탑에 의해 제약받지 않은 상태에서는 모든 능력치 수준이 엄청난 수치에 이른 상태.
설령, 그게 아무리 작은 능력치의 상승이라고 해도 그 효율성은 탑의 저층 도전자였을 시절과는 아예 다르다고 해도 될 터.
‘탑으로 돌아갔을 때가 기대되는 일이네.’
그제야 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이만 간다.”
그리고.
“그……. 지, 진짜로 가시는 겁니까? 설마, 개방도 봉문하시는 것은 아니겠…….”
“그거 맞아.”
“…….”
그에 나는 개방에서 나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을 마쳤다.
“개방도 다른 문파처럼 40년간은 봉문이야.”
“예? 그건 너무나도 가혹하기 그지없……!!”
물론 그 결정을 받아들이기 쉽진 않은지 광개의 입에서 불만이 나오기야 했다.
“그래? 싫음 말고. 그냥, 내가 개방을 다 부수면 그만이니까. 그럼 딱히 너도 더는 살려둘 필요가 없…….”
“……봉문하겠습니다. 하하하. 보, 봉문이면 생각해 보니 되게 관대한 처사 같습니다. 역시, 대협다운 자비로움이십니다. 암. 그렇고말고요.”
“그렇지?”
“…….”
하나, 그것도 잠시.
어느새 광개도 내가 얼마나 크게 ‘배려’를 해주고 있는지 깨달은 것일까?
갑자기 광개는 식은땀을 흘리더니 이내 생기 없는 허무한 웃음을 지으며 봉문을 승낙했다.
그에 나는 피식 웃음을 짓고는 이내 개방의 건물에서 빠져나와서 어디로 가야 할지를 정했다.
“이제 끝이 다가오고 있는 건가…….”
그다지 행선지의 선택이 어렵지는 않았다.
아예 나는 어느 곳을 가든 대놓고 백씨세가에서 왔다고까지 말을 해둔 상황.
그렇다면 천하오절이라는 이들이 어디로 올지야 뻔한 일이었다.
아직도 구파일방 중 멀쩡한 문파들이 몇 군데 있기는 했으나, 그것도 이제는 더 챙길 필요도 없을 듯했다.
“이제는, 나도 몸풀기는 이쯤에서 끝내둘까.”
그럴 만도 했다.
“천하오절이라…….”
구태여 따지자면 비원의 시련에 있어서 최종 보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천하오절이라는 적들이지 않은가.
“기대되네.”
그러니까…….
【 접어드는 소용돌이 】
“천하오절에게서는, 어떤 전리품들을 얻어 낼 수 있을지.”
이번에는 진짜로 비원의 시련을 끝맺을 시간이다.
***
접어드는 소용돌이.
오직 나만이 사용할 수 있는 흑마법으로 이루어진 공간 도약의 정수.
그것이 발동되자마자 찰나 사이에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달라지며 백씨세가에 도착했다.
‘딱히 달라진 건 없나…….’
그에 나는 백씨세가를 살피고는 이어서 쓴웃음을 지었다.
‘어수선한 분위기네.’
그럴 만도 했다.
본디 백씨세가는 원래 역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멸문당하여 무림에서 사라진 곳이지 않은가.
설령 내가 백씨세가를 멸문당할 상황에서 구했다고 한들, 그게 백씨세가의 혼란을 완벽하게 잠재울 수 있진 않다.
‘아마, 내가 멸문지화를 막지 않았다면 상황은 더 심각했겠지.’
사실은 이것도 그리 크게 의미가 있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곳은 탑이 만들어낸 가상의 공간이니까.
비원의 시련 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전부 한낱 꿈과도 같은 일이다.
단지, 비원의 시련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관리자가 바라는 소망이 이루어질 수도 있었음을 암시할 뿐.
“…….”
공허하기 그지없는 결말이다.
물론, 이쪽은 탑이 만들어낸 가상의 세상에서나마 수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시련의 탑을 오르는 도전자로서 수많은 보상을 얻어 내고, 가끔은 탑의 상리에서 벗어난 편법까지 사용하여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끝에 백학검선이 얻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자그마한 위안뿐일 것이다.
‘철혈의 군주 때도 느꼈지만 관리자의 비원이라는 건 허무할 뿐이야.’
그러나 아예 방법이 없진 않았다.
‘……그래도, 탑의 끝을 볼 수 있다면 비원을 완벽하게 이룰 수도 있지 않을까.’
탑.
우주에 그 존재를 각인한 고대 신격들도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초월적인 구조물.
아마, 그 끝에 올라설 수 있다면야 이것보다 더 나은 방법을 갈구할 수도 있을 터다.
심지어 백학검선도 비원의 시련은 탑의 끝에 올라설 수 있다면 진짜로 이룰 수 있게 될 수 있다고 한 적이 있지 않은가.
‘아예 불가능하진 않아.’
단지…….
‘아직은 탑의 끝을 생각할 수 있지 않아서 문제일 뿐이지.’
갑자기 탑의 최종층을 생각하기에는, 이쪽이 너무나도 어중간한 층에 있을 뿐이지.
고대 신격이 된 탓에 40층 대에 머무르는 도전자들도 웬만하면 상대할 수 있긴 한데…….
어찌 되었든 간에 나는 이제야 막 26층을 클리어했을 뿐인 도전자다 보니 탑의 끝을 논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
‘그게 아니라도 탑이 과연 나를 끝까지 오르게 해줄지도 의문이고 말이야.’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시련의 탑은 이미 나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에 크게 불만을 느끼는 듯했다.
신들의 전장에서 본 가짜 고대 신격 또한 탑이 나를 대체할 수 없는 존재인지를 판별하고자 고안해낸 상대였지 않은가.
‘탑은 이제 내가 통제를 따르지 않음을 알고 있어.’
그리고 그 끝에 승리한 것은 나이기에 탑 또한 당장은 가만히 있는 것이다.
가짜 고대 신격을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아마, 탑이 어떤 목적을 가졌든 간에 이쪽을 시험해 보고 싶어 하리라는 것쯤은 뻔히 예측할 수 있다.
‘이제는 27층 시련도 눈앞까지 다가왔으니 탑도 어떤 식으로든 뭔가를 꾸미고 있겠지.’
이쯤 되면 도리어 탑이 수작질을 안 부리는 것이 신기할 정도.
아마도 증명의 신 같은 상위 신격이 예언했듯이 27층에서 나를 탑에 얽매이게 하는 함정을 파둘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나는 이미 준비를 해뒀다.
본디, 압도적인 힘은 그 어떤 고난 속에서도 빛나는 법이라고 하듯이…….
탑을 오르며 몇 번이고 닥쳐오는 죽음의 위기를 넘어선 끝에, 이제 나는 탑은 물론이고 고대 신격마저도 함부로 할 수 없는 힘을 얻게 됐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뿐이다.
‘우선은 비원의 시련을 끝내야 하겠지.’
그리고.
“사범님!”
이내 머릿속 잡생각을 정리하고 백씨세가 내에 있는 연무장에 들어선 순간.
“도대체 여태까지 어디에 가셨던 거예요!”
눈 깜짝할 사이에 연무장에서 수련하고 있었던 듯 보이는 백설화가 도도도- 달려와서는 이쪽의 팔을 붙잡았다.
어느새 백설화의 눈망울에는 걱정이 가득 맺혀 있었다.
마치, 언뜻 봐서는 어디 전쟁터에 나갔다가 돌아온 사람을 대하는 것 같은 눈빛.
“그……. 제게 영약에 관해 물어보시고는, 부지불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셔서, 정말로 걱정했어요…….”
실제로도 그러했다.
“심지어, 어디에서 영약을 회수하겠다느니 하면서 사라지셔서, 더 그랬어요. 그렇지 않아도 어수선한 시긴데…….”
그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냥, 아가씨의 수련에 도움이 될 것들을 구하느라 바빴을 뿐입니다.”
“……진짜로요?”
“예.”
“……그러지 않아도, 저는 그냥, 옆에서 무공이나 가르쳐주셨으면 충분했는데요.”
“그렇습니까.”
“……네에.”
백설화가 차마 크게 불만을 뱉을 수는 없다는 듯 툴툴거렸다.
이게 바로 제자를 키우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걸까?
마치, 똑 부러진 손녀를 보는 할아버지라도 된 느낌.
그제야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품에서 여러 영약을 꺼냈다.
“그래도 일단은 영약들을 가져왔으니 한 번 사용해 보십시오.”
백설화의 수심으로 가득했던 눈빛이 어린아이답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와아아…….”
그러나 그마저도 오래가진 않았다.
어느새 백설화의 시선이 부끄럽다는 듯이 아래로 내려간 탓이다.
그녀는 양심에 가책이라도 느끼는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거절을 표했다.
“그,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구명지은까지 입었는데, 영약까지 받을 수는 없…….”
“괜찮습니다. 어차피 어디에 들릴 겸, 겸사겸사 가져온 거라서. 그냥 받으셔도 됩니다.”
“그래도요…….”
“그리 부담 가질 것 없습니다.”
그리고 그에 나는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를 설득했다.
“그래도 부담스럽다면야 나중에 아가씨가 커서 제게 갚아 주시면 될 일이죠.”
“나중에, 커서요……?”
“예.”
“…….”
그리고 설득에 생각이 달라진 것일까?
“……그렇다면 이건 나중에 꼭 갚아드릴게요, 사범님.”
“그렇다면야 저 또한 훗날을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야, 백학검선에게 아주 작게나마 은혜를 갚을 순간이 왔다.
***
설득이 끝나자마자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어느새 백설화는 고개를 수줍게 끄덕이며 영약들을 받았고, 그녀의 손에 나는 매화단이니 설매단이니 하는 화산파의 영약들을 대부분 내줬다.
다만, 이곳의 마력 상승 아이템은 중복하여 사용할 시에는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므로, 그중에 남는 것은 내가 사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천하오절이니 어쩌느니 하는 적들이랑 싸우려면 마력은 더 있어야 하겠지.’
그에 나는 백씨세가 내에 마련된 연공실 중 하나를 빌려서는 영약들을 복용했다.
“…….”
그다음에 해야 할 일은 간단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체내 마력이 일렁이며 외단(外丹)의 기운을 녹여내듯 집어삼켰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아마도 아이템 설명 문구에 쓰여있었듯이 마력 운용을 어찌하느냐에 따라 영약의 기운을 어디까지 받을 수 있는지 정해지는 것 같은데…….
어차피 결과가 어찌 나올지 뻔했다.
「매화단(B+)을 섭취했습니다.」
「도전자 한성윤의 마력이 +15 상승합니다.」
「설매단(A+)을 섭취했습…….」
「도전자 한성윤의 마력이 +30 상승합…….」
「자소단(S+)을 섭취했…….」
「도전자 한성윤의 마력이 +100 상…….」
‘최대치의 효율로 영약을 소화했나.’
그럴 만도 했다.
사실상 이쪽은 탑을 오르며 마력 운용에 대해서는 달인 그 이상의 경지에 도달한 바이다.
고작해야 모든 능력치의 수준이 낮아졌다고 하여 그 압도적인 마력 운용 능력이 사라졌을 리 없잖은가.
‘깔끔하네.’
아마도 비원의 시련이 끝나도 이미 얻어둔 마력은 본래의 마력 능력치에 더해질 것이다.
그것은 비원의 시련이 끝나도 마력이 한 층 더 성장한다는 의미다.
그에 내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연공실을 나오고 나니, 이내 백설화 또한 영약의 복용을 마치고는 이리로 왔다.
그녀의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흥분이 있었다.
“사범님! 저, 방금 주신 영약들을 썼더니, 내공이 엄청나게 많이 늘었어요!”
“그랬습니까.”
“네! 아, 심지어 맛도 엄청나게 좋았어요! 마치, 화산파의 매화단 같은 청량한 맛이었…….”
“정답입니다.”
“?”
하나, 그것도 잠시.
“그거, 화산파에서 가져온 영약이니까요.”
“그게, 무슨……?”
“말했잖아요? 그냥, 할 일이 있어서 들린 곳에서 겸사겸사해서 가져왔다고요.”
“…….”
그리고.
“아마, 그게 화산파 최후의 영약일 겁니다.”
“………….”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진심으로 잘되었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이쯤 되니 백설화도 궁금한 것이 생긴 걸까?
그녀는 왜인지 모르게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더듬더듬 물음을 건넸다.
마치, 자기도 모르게 엄청난 사건에 연루라도 되었다는 듯이.
“사범님…….”
“?”
“제, 제가 듣기로는 화산파나 종남파 같은 곳들이 줄줄이 멸문당했다고 했는데, 대체 어떤 수로 화산파의 영약을 얻으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아, 그거…….”
그에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가볍게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간단합니다.”
심지어…….
“그거, 제가 직접 멸문시킨 것들이라서요. 그래서 그 전리품들이 제게 있는 겁니다.”
그것도 아주 태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