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7
036. 7층 (1)
“…….”
조작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단숨에 뽑기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의 아이템을 얻다니…….
시련의 탑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운이 이상할 정도로 좋아진 것은 느꼈다만.
그게 이 뽑기에서도 크게 작용할 줄은 몰랐다.
‘……아니, 사실은 나도 운이 되게 좋은 게 아니었을까.’
지금껏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모르고 살았던 것이지 어쩌면 운이 좋은 편일 수도 있었다.
그렇지 않고는 이 말도 안 되는 운빨이 설명되지 않았다.
“어찌 됐든 간에, 생각하지도 못한 이득이긴 하네.”
B급 아이템이라, 무엇이 뽑혔는지는 모르겠지만 뭐든 훌륭할 터였다.
괜히 아이템 혹은 스킬에 등급이 붙는 것이 아니다.
등급은 그만큼의 효과가 있음을 알려주는 증표.
그런 만큼 뽑은 아이템이 정말로 B급이라면 그 정도의 값어치는 할 게 분명했다.
「연철의 펜던트」
「등급 : B」
「평생 철을 다뤘던 대장장이의 혼이 깃든 강철의 펜던트.」
「야금술 및 도검류 스킬의 효과 +7% 상승.」
「마력을 주입할 시, 전용 효과인 ‘강철의 가호’ 발동.」
「마력을 끊임없이 주입해야 하는 대신, 전용 효과의 재사용 대기 시간은 없다.」
평생 철을 다뤘던 대장장이의 혼이 깃들었단 문구만 보아도 범상치 않은 아이템이겠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 아래에 적혀 있는 설명들이었다.
야금술 및 도검류 스킬의 효과는 모두 +7% 상승한다는 문구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절삭력 상승, 공격 속도 상승, 그런 부연 설명이 없다는 건……!’
즉, 스킬의 모든 효과를 +7% 상승시킨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과연, B급 아이템답네. 이런 효과도 있고.”
아마도 B급 아이템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들 수 있는 부류일 터였다.
다만, 이해되지 않는 설명이 있다면 ‘강철의 가호’라는 전용 효과였다.
‘흠, 강철의 가호라.’
대장장이의 혼이 깃들었다고 한 만큼 평범한 효과일 리는 없다.
보통 아이템의 전용 효과에는 이름이 붙지 않기 마련이다.
대부분 효과를 간략하게 설명할 뿐,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었다.
하지만…….
만약에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이름’이 붙은 전용 효과라면 그건 평범한 아이템 효과에서 그치지 않았다.
‘대부분 그런 것들은 특별한 능력을 지녔던 아이템이라고 했지.’
물론 실제로 본 적은 없으나 워낙에 헌터들 사이에서도 꿈의 아이템이라 불리는 부류였고.
그런 만큼 확실히 그에 대한 정보들을 외워 두고 있었다.
‘B급이란 것이 좀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상당히 괜찮네.’
어지간한 A급 아이템들보다도 더 좋은 능력이 붙어 있을 수도 있는 상황.
점점 갈수록 기대감은 더 크게 부풀기 시작했다.
아, 이거 정말로 대박을 뽑은 거 같은데.
“별로 기대도 안 했는데……, 초대박이 뽑혔네.”
솔직히 말해서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싶었지만 자제하기로 했다.
언제 어디에서든 간에 침착함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후, 진정해야지.’
이내 정신을 차린 나는 연철의 펜던트를 목에 걸었다.
촤르륵.
사슬이 쏟아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펜던트의 보석이 심장 부근으로 내려왔다.
은빛의 보석인데도 불구하고 은근 투명하고 밝은 계열이라 외관상으로도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내 기준점에서 본다면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
그리고 제대로 된 명칭이 붙은 전용 효과는…….
「연철의 펜던트(B) 전용 효과 ‘강철의 가호’가 활성화됩니다.」
「모든 물리적인 피해의 10%를 흡수하는 성질이 피부에 깃듭니다.」
물리 저항의 상위 호환이라 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미친…….’
도플갱어의 물리 저항 같은 것보다도 더 실용적이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물리 저항은 그저 물리적인 공격에 대해서 ‘저항력’을 갖추는 것에 불과했다면…….
“강철의 가호는 그냥 물리적인 피해를 다 흡수하네.”
본래 나는 물리 저항이라는 스킬의 값어치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면 나는 이 스킬의 주인이었던 도플갱어 같은 몸이 없으니까.
물리적인 공격에 대하여 저항력을 갖춘들, 그걸 흘려낼 신체를 갖추지 못하면 소용없다.
물론 어느 정도의 충격을 막아 주는 효과는 누렸겠다만.
그 이상의 무언가로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강철의 가호는 다르다.
물리 피해를 10% 흡수하는 효과는 명백한 오버 밸런스였다.
‘피부로 닿는 모든 물리적인 피해를 10%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라.’
이만큼 사기적인 능력이 또 있기는 할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
물론 B급인 만큼 부가적인 효과인 ‘야금술 및 도검류 스킬의 효과 +7% 상승’은 A급이나 S급보다는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B급, 아니, 그 이상의 능력인 건 확실하지.”
성장한다고 해서 더 쓸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설령 쓸 수 없게 된다고 해도 팔아 버리면 그만인 일이다.
적어도 수십억은 호가할 아이템이기에 만족도는 순식간에 부풀었다.
‘추가 돌파 보상도 없었는데 의외로 이런 아이템을 얻네.’
6층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란 이득은 다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예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마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연철의 펜던트(B) 전용 효과 ‘강철의 가호’가 비활성화됩니다.」
“……마력을 미친 듯이 잡아먹는 전용 효과네.”
눈 깜빡할 사이에 ‘순간 가속’을 몇 번 쓸 정도의 마력을 가져가니 금세 마력이 소진됐다.
뭐, 나중에 마력을 늘리면 되는 부분이겠지만 단점은 단점이다.
‘중요한 순간에 슬쩍 쓰는 식으로 마력을 아껴야겠네.’
하지만 반대로 타이밍에 맞춰서 발동하지 못한다면 손실이 클 것이다.
“나중에 마력 소모율을 좀 낮춰 주는 스킬도 구해야겠는데.”
그리 중얼거리고 나니 입에 쓴웃음이 걸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니, 무슨 얻어야 할 스킬들이 이렇게나 많은지…….
“하아, 스킬 적성만 좀 있었어도 좀 편했을 텐데.”
스킬 습득에 관련된 행동을 몇 번이고 반복해도 어떤 스킬을 얻을 수 없는 적성이니.
이것저것 얻어야 하는 스킬이 늘어날수록 머리가 지끈거렸다.
새삼스레 처참한 재능을 다시금 자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근데 지금은 어쩔 수단이 없으니, 8층에 올라갈 때까진 버텨야지.’
그때 시스템 확장이 되면 스킬도 구매할 수 있다고 하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층을 올라가면 새로운 스킬을 얻을지도 모르고.
“자, 그럼 이제 다른 것도 확인해 볼까.”
일단은 6층에서 사령을 흡수하며 성장했던 ‘네크로맨시’부터 확인할 차례다.
『고유 특성 – 네크로맨시(D)』
『숙련도 – 0%』
『기본 효과 – 죽은 자의 혼을 흡수하여 능력치 혹은 마력 등의 무언가를 강화 및 보충한다.』
『세부 효과(1) – 영구적인 능력치 상승의 수치는 해당 특성의 랭크와 사령의 질에 비례한다.』
『세부 효과(2) – 혼을 보관하다가 쓸 수도 있으며 보관 용량의 한계치는 랭크에 비례한다.』
『세부 효과(3) – 죽은 자의 혼을 흡수할 시 일정 확률로 혼에 각인된 스킬 중 한 가지를 습득할 수 있다.』
『세부 효과(4) – 죽은 자의 혼을 사용하여 신체를 보호한다. 단, 이때 보호막에 소모되는 사령은 충격량에 비례한다.』
새로운 세부 효과도 생겼지만, 기본 효과의 서술이 달라졌다.
‘능력치 혹은 마력 등의 무언가를 강화 및 보충한다, 라.’
그냥 능력치를 강화하는 능력이 아니라 사령을 다른 무언가로 바꿀 수 있는 능력으로 변경됐다.
마력이 부족하다면 마력을 보충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 능력치를 올리고 싶으면 능력치를 올릴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보호 수단이 생겼네.’
사령을 사용해서 신체를 보호할 수 있다는 능력도 생겼다.
스킬 흡수 확률이 올라간다던가 혹은 고유 특성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싶었는데.
‘그런 건 아니었나 보네.’
나쁜 능력은 아니다만, 예상이 빗나가니 좀 입맛이 씁쓸했다.
재능이 없는 만큼, 지금껏 성장은 고유 특성에 의존했으니 당연했다.
‘결국, 모든 성장을 고유 특성에 직결시킬 순 없다는 건가.’
어느 정도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키워드는 내게 있는 게 아니라 시련의 탑에 있다.
‘선구자’든 ‘후광’이든 혜택을 얻고 스킬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고유 특성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곧 올라갈 수 있을 테니 조급해하지 않아도 되겠지.”
7층의 시련만 견뎌낸다면 그 이후부터는 수월하다.
그러니 일단은 7층 시련에 집중하는 편이 좋았다.
‘그래, 사실 몸을 보호할 능력이 필요하기는 했지.’
이전에 5층에서 나타났던 이계의 도전자 같은 놈이 계층 난입을 시전하면 곤란하니 말이다.
그게 아니라도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오는 도전자가 있을 수도 있고.
다만, 문제는 이 능력을 어떻게 발동시키느냐인데.
“그걸 모르겠단 말이지.”
본래라면 이 사용법은 자연스레 체득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혹시 패시브 효과라도 되는 건가?’
간혹 그런 종류의 고유 특성이 있다고 들은 적은 있었다.
세부 효과 중에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패시브들이 존재한다고.
만약에 내 고유 특성의 네 번째 세부 효과도 그런 종류라면…….
신체를 보호한다는 능력은 지금도 적용되어 있다는 뜻이 된다.
‘확인해 보면 알게 될 일이지.’
그리 판단한 즉시 대기실의 회복 효과를 끄고는 칼날을 팔에 밀착시켰다.
혹시라도 대기실의 회복 효과 때문에 제대로 고유 특성의 능력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내구 수치를 꽤 올리게 되어서인지 날이 잘 듣지 않았지만…….
뿌드득!
그렇다고 해서 자해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애초부터 천둥의 검은 C급 아이템인 만큼 절삭력도 일품이며 근력 수치는 내구 수치보다 더 크니 당연한 결과였다.
물론 이런저런 스킬의 강화가 있어서 좀 조심해야 했지만, 확인 작업을 중단할 것은 아니었다.
‘절삭력 상승, 그리고 삼절 스킬이나 전격 효과는 문제가 될 수도 있긴 한데.’
전격 효과는 ‘타격’에 발동되는 것이기에 밀착시킨 시점에서 발동될 판정도 아니고.
일부 절삭력 상승은 패시브이기는 해도 나름대로 조절할 수 있으며.
삼절 스킬은 발동하지만 않으면 그다지 피해랄 것도 없다.
그러니 망설임 없이 곧바로 칼날로 팔뚝을 압박했지만…….
「사령이 사용자에게 가해진 피해를 흡수했습니다.」
「플레이어 ‘송진욱’의 사령이 소멸했습니다.」
「현재 보유한 사령의 수 – 3/30」
살갗을 갈랐을 칼날은 검은 연기에 밀려져 나왔고.
본래 피를 흘렸어야 할 부위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멀쩡하게 돌아왔다.
“오…….”
6층에서 흡수했던 사령이 하나 증발했지만 상관없었다.
그것보다도 네크로맨시의 놀라운 보호 능력에 감탄이 나왔다.
“……상상 이상인데?”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뛰어난 방어 능력에 얼떨떨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이 정도라면 검은 기사 같은 놈이 또 오더라도 괜찮을 거 같은데.’
다음 시련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당장은 쓸 만했다.
“사령도 전부 흡수할 필요는 없겠네.”
방어에 쓸 수 있도록 어느 정도는 남겨 두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특히나 스킬을 흡수할 확률이 낮은 플레이어의 사령은 더더욱 그랬다.
『스킬 – 약자멸시(F)』
『숙련도 – 2%』
『효과 – 만약 상대가 사용자가 보유한 능력치 중 그 어느 것도 뛰어넘지 못할 시, 능력치의 격차에 따라서 근력이 상승한다.』
이번에는 6층 시련에서 얻은 업적 스킬이었지만.
이건 어느 정도 예상한 내용이었기에 담담하게 넘길 수 있었다.
‘등급이 낮지만, 쓸 만한 스킬이네.’
만약에 약한 이들을 상대할 상황이 온다면 도움은 될 것이다.
물론 그만큼 숙련도도 올리고 등급도 더 올라가야 더 확실한 도움이 되겠지만 말이다.
‘이제 이걸로 끝이네.’
확인할 수 있는 보상은 다 확인했으니 남은 것은 ‘시련’을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그리고 커뮤니티는 또 어떤 상황인지만 알아내면 일단 할 일은 끝난다.
그래, 분명히 그래야 했을 텐데…….
“……이건 또 뭐야.”
생각하지도 못한 이변이 일어났다.
「7층 시련에 응하시겠습니까?」
시련에 도전하려면 기다려야 했을 ‘남은 시간’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