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76
374. 힘의 차이 (5)
흔히, 맹수 앞에 선 대개의 소동물은 겁먹은 채 몸이 얼어붙고는 한다.
눈앞에 있는 포식자에게 어쩔 도리 없이 압도되는 것이다.
이것도 그리 다를 바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
어느새, 저쪽에 서 있는 고수들의 표정에서 감출 수 없는 두려움이 감돌고 있었으니까.
‘저쪽이 봐주겠다느니 어쩌느니 말할 처지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겠지.’
물론 침묵의 시간 자체는 그다지 길지 않다.
기껏해야 십여 초쯤 지났을까?
그랬으나 저들에겐 그걸로도 충분했다.
고작해야 자기네가 맹수 앞에 선 먹잇감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기엔.
타다닥-!
그래도 나름은 약육강식의 룰을 따라온 덕에 눈치는 있다는 것일까.
눈앞에 서 있던 적들이 번갯불 튀기듯 잔상을 남기며 고속으로 이동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음속에 가까운 속도를 내며 고수들이 각각 사력을 다하듯 이쪽을 몰아쳤다.
흔히들 전투에서 내지르는 함성마저 없었다.
단지, 저들의 만면에는 본능적인 생존 욕구를 토대로 하여 겁에 질린 살의만이 가득 차올라 있을 뿐.
하나, 그것도 잠시.
카가각-!
「고유 스킬 ‘흘리기’가 강하게 활성화된 상태입니다.」
「설령 흘려보낼 수 없는 공격이라고 해도 흘려내는 게 가능해집니다.」
‘……이거, 생각보다 더 쓸만하네.’
그에 내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수많은 초식을 단숨에 흘려낸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사각을 공략하듯 각기 다른 궤적을 그려 낸 고수들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마치, 이딴 일은 있을 수 없다는 듯 부정의 감정까지 뒤섞은 채로.
그러나 나는 저들과는 달리 딱히 무어라 할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이쪽은 생각보다 더 실망이고 말이야.’
너무나도 기대 이하였다.
천하오절 같은 최상위 강자의 수준은 아니어도 나름의 선전을 기대했다.
최소한 이쪽을 보고 조용히 간다면 이번만은 못 본 척을 해 주겠다느니 어쩌느니 떠들어 댈 정도의 실력은 있을 줄 알았다.
그럴진대 이게 무엇인가.
그에 나는 혀를 찼다.
‘이건 대체 뭐야.’
그럴 만도 했다.
그나마, 순간적으로 근접 상태에서 내는 속도 자체는 발군이라고 해 줄 수 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기술의 정확성이나, 기술의 이해도 자체는 한심할 수준이지 않은가.
‘마력량 빼곤 봐줄 만한 점이 하나 없잖아…….’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그냥 순수 무공의 관점에서 봐도 처참할진대 기본적인 신체 능력의 활용도마저도 덜떨어졌다.
이쪽에 돌진해 온 이들 중 대부분이 신체에 과도한 긴장을 불어넣은 탓에 그 몸이며 검이며 힘을 제대로 싣지 못하고 있었다.
고속으로 공격한 것치고는 어설픈 결과였다.
마치, 목각 인형이 온몸을 삐걱거리며 어설프게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는 걸 보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굳이 하나하나 실수를 따지자면 끝이 없을 정도.
‘한심하네.’
그렇다면 시간을 끌 필요도 전무했다.
「스킬 ‘선혈의 구도자’가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어차피, 더는 적들에 맞추어 무공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필요는 없으니까.
카가가가각-!
다음 순간.
“컥-!”
“끄르르륵……!”
“크, 크하아아아아악―!”
그대로 온몸에서 흘러나온 핏빛 안개가 큰 가시처럼 변화하며 적들의 몸을 꿰뚫었다.
꽈지익-.
「도전자 한성윤이 다수의 고수들을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초월]에 0.11% 가까워졌습니다.」
「태산권성 ‘황보우중’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해남일검 ‘서준백’의 사령을 흡수했…….」
「모산현선 ‘백옥현’의 사령을 흡…….」
「…….」
그리고 그것으로 끝났다.
선혈의 가시에 관통된 고수들에게서 피를 쫙 빼내어 흡수하니 빼빼 마른 시체들만이 남았다.
그에 나는 이어서 신체 바깥으로 나갔던 피까지 도로 회수하고는 고개를 돌려 저 앞에 있는 노인을 바라봤다.
바로…….
“아, 아, 아?”
진허진인이었다.
설마 찰나에 불과한 시간 동안 다들 이리 죽을 줄은 몰랐다는 걸까?
어느덧 진허진인은 턱을 달달달- 부딪히며 망가진 인형처럼 기괴한 소리만을 반복해서 내었다.
“아니……. 이건……. 나는…….”
진허진인은 이어서 적잖은 양의 식은땀을 흘리더니 점점 간절한 음색을 내었다.
그냥 순수한 심리적인 압박만으로 저리 굴어 대는 건 아니었다.
신화 이 발동된 상태이다 보니 저쪽의 생명력마저도 실시간으로 뺏기고 있음을 알기에 저러는 것을 터.
실제로도 그러했다.
“살려 주게나……!!”
“?”
“부, 부탁일세……! 자네가 바라는 전부를 주겠네. 본 원로는 맹(盟)의 맹주 대리이니, 그대의 청을 전부 들어줄 수 있다네! 이, 이는 한 치의 거짓도 없음이야!”
“…….”
어이가 없었다.
“거짓이 없다고?”
“그러하네……!! 본 원로의 일생을 걸고도 맹세할 수 있―.”
“그럴 리가.”
“……?”
그에 나는 싱긋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거짓말, 했잖아?”
“그게 무슨…….”
“죄가 없다고 한 것.”
“…….”
그리고.
“진짜, 본 원로가 자네보다 약하기에, 죄가 있다는 겐가……?”
“그래. 그것 말고도 더 있기는 한데……. 뭐, 일단은 그렇지.”
그 말을 들은 진허진인이 눈동자에 파문을 일으키며 떠듬떠듬 중얼거리듯 답했다.
“그, 그렇다고 해도 본 원로는 무당파의 태상장로 중 하나라네……. 그, 그러니까, 본 원로가 죽으면 무당파가 나설 것이라네……. 그러지 말게나…….”
이쯤 되니 헛웃음을 짓기조차 힘이 든다.
어째서 천강운이나, 눈앞에 있는 진허진인 같은 무림인들은 대부분 자기가 약자라는 걸 깨달으면 집단의 힘을 운운하는 것일까.
그딴 것 따위는 통할 리가 없는데 말이다.
그나마 천강운은 자기가 살아남을 길이 없다는 걸 눈치채고는 도주라도 했는데, 저쪽은 그럴 생각마저 없는지 벌벌 떨며 살려달라고 빌 뿐이다.
“그, 그러지 않아도 본 원로는 자네에게 원하는 걸 전부 줄 수 있다네! 돈, 권력, 명예! 모든 것을! 그것만이 아니라 신병이기 같은 보물도 줄 수 있……!!”
하나, 그것도 잠시.
“그거야, 그쪽이 결정할 내용이 아니지.”
“아……?”
“그건 내가 당연하게 얻어야 할 보상이니까.”
“…….”
그에 나는 되먹지도 않은 헛소리는 하지 말라는 듯 그렇게 말했다.
“맨날 결투 재판이 어쩌니저쩌니하는 무림인인데 그것도 모르는 건가?”
그도 그럴 것이…….
“그쪽이 나한테 제안할 수 있는 건 처음부터 하나도 없었다는 말이야.”
“이, 이, 이-! 개자식───! 가, 감히 본 원로를 가지고 놀았……!!”
꽈지지지지지직―!
「도전자 한성윤이 고수를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초월]에 0.08% 가까워졌습니다.」
「무당현인 ‘진허자’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
그것이, 무림의 법도지 않은가.
***
순식간에 무림맹을 없애 버린 직후였다.
「신화 이 비활성화됩니다.」
그대로 나는 신화 을 사용 중지하고는 바싹 메마른 무림맹 대지를 보았다.
생명의 기척이 가까운 곳에서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그사이에 다 도트 데미지에 죽은 것 같은데…….
어찌 되었건 간에 해야 할 일이 줄어든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므로 나는 재빠르게 곳곳에 널브러진 사령들을 단숨에 모았다.
그래야 네크로맨시로 보상을 얻어 내어 소소하게나마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
“…….”
그리고.
「보유한 사령을 모두 사용하여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상승시킵니다.」
「근력이 115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113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122 상승했습니다.」
「마력이 134 상승했습니다.」
「내구가 119상승했습니다.」
다음 순간.
「스킬 ‘청룡기공(B+)’이 생성됩니다.」
「스킬 ‘성천검결(C-)’이 생성됩…….」
「스킬 ‘기척 제어술(D)’이 생…….」
“대박이네.”
눈앞에 나타나는 시스템 메시지들을 보며 나는 짭짤한 부수입을 얻었음에 만족했다.
본디 흔하게 발동되지 않는 스킬 흡수 판정이 연속해서 터지며 꽤 많은 스킬을 얻은 것이다.
사실상 초월 신화 이 있는 한, 내가 지닌 스킬은 탑에서 독립된 힘이기에, 많이 있을수록 나쁠 것 하나 없었다.
「고유 권능 ‘스킬 합성’이 활성화된 상태입니다.」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스킬 목록을 열람합니다.」
「현재 있는 스킬 중에서 합성 재료를 골라 주십시오.」
스킬 합성.
「권능 ‘용사의 가호’가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행운이 일시적으로 격렬하게 상승합니다.」
여태껏 탑을 오르며 얻은 고유 권능을 토대로 스킬을 얼마든지 재조합하여 새로운 능력을 창출해 낼 수도 있었다.
「신성 이 조건을 만족하여 자동으로 사용됩니다.」
「신성 이 일부 상황에 행운을 더하여 이로운 방향으로 조율합니다.」
「신성 이 도전자 한성윤의 모든 운에 관련된 능력을 크게 상향합니다.」
바로…….
「스킬 합성이 완료되었습니다.」
「새로운 스킬이 생성됩니다.」
지금처럼.
『스킬 – 최상의 호흡(S-)』
『숙련도 – 0%』
『기본 효과 – 사용자는 그 어떤 상태에서도 최상의 호흡을 할 수 있다.』
『세부 효과 – 호흡할 시, 사용자는 4초마다 전체 마력량의 1%를 회복할 수 있다.』
최상의 호흡.
그야말로 이쪽의 마력이 고갈 나는 일이 생기지 않게 된 셈이었다.
단지, 숨을 쉰다는 것만으로 4초마다 전체 마력량의 1%를 회복시킬 수 있다니?
사실상 나는 마력을 쓰는 기술에 한정하여 반쯤은 마력 소모 값에 부담을 느낄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다.
‘……아니. 그것보다 더하려나. 스킬들 사이의 시너지도 확실히 있을 테니까.’
고작해야 단체 전투 한 번 했다고 이만큼의 보상을 얻어 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무엇을 얻어 내는 게 가능할까.
그에 대해 상상하는 것은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재밌네.’
그리고.
“완벽한 무림의 정벌이라…….”
그제야 나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고는 하늘을 바라보며 눈빛을 번뜩였다.
석양이 깔릴 기미도 없는 시간대.
아직도 이쪽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많았다.
그렇다면 무얼 해야 할진 명확했다.
“시간도 마침 많이 남았고.”
추측하건대…….
“해볼 만은 하네.”
이번에 이 하루 동안은 이쪽의 취향에 알맞게 수많은 보상을 얻어 낼 수 있는 반복 작업이 될 것이다.
“귀찮겠지만.”
그것도 아주 높은 효율의.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아예 이쪽이 느끼기에는 눈엣가시와도 같았던 무림맹을 완벽하게 멸망시킨 덕분인 걸까?
이제는 아예 거리낄 것마저 없었기에 나는 재빠르게 남아있는 구파일방이며 오대세가이며 하는 곳들을 차례대로 없앴다.
「업적 ‘일족멸문’을 달성했습니다.」
「업적 ‘절세신검’을 달성했습…….」
「업적 ‘사파척결’을 달성했…….」
「…….」
그다지 어렵진 않았다.
단지, 게임으로 따지자면 레벨업이 잘 되는 사냥터에서 반복 사냥이나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이것이 매우 효율적인 성장 루트임을 알기에 눈에 보이는 족족 무림문파니 무림세가니 하는 곳들을 없애고는 있었으나 딱히 감흥은 없었다.
너무나도 쉬우니까.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히이익! 괴물……. 괴물이……. 괴물이, 나타났……! 끄하아아악-!”
“도, 동맹 문파에 지원 요청을 해라! 어서-! 저 괴물을 어찌해서든 막아야 해―!”
물론 이쪽은 귀찮고 지루한 반복 사냥 게임인 것에 반해 저쪽은 미친 난이도의 디펜스 게임이라도 하는 것 같았긴 한데…….
「스킬 ‘강철 섭식’이 활성화됩니다.」
그마저 오래가진 않았다.
「완전 흡수 완료.」
「근력이 15 상승합니다.」
「체력이 16 상승합니다.」
「민첩이 21 상승합니다.」
「내구가 17 상승합니다.」
「마력이 18 상승합니다.」
그대로 나는 각종 영약이며 보물이며 전부 얻어 내 종합 비타민(?)처럼 가볍게 삼켰다.
그도 아니면 네크로맨시로 적들의 사령들을 꾀어내어 스킬들이나, 모든 능력치 상승의 보상을 얻어 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러길 얼마나 반복을 했을까.
이제는, 마르지 않는 샘과도 같은 기적을 보여 주던 무림마저도 끝을 드러내고 있었다.
「업적 ‘무림 정복’을 달성했습니다.」
「전용 권한 #D-0007[보상 상승]이 조건을 만족하여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업적으로 얻는 보상 수준이 상승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100 상승합니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특수 계약 시련 을 클리어했습니다.」
「특수 계약 시련의 클리어 내용에 따라서 보상을 산정하고 있습니다…….」
「특수 계약 시련의 백학검선(白鶴劍仙)에게 신뢰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특수 계약 시련의 클리어 보상이 최고 수준으로 책정되며 추가 보상의 지급도 이루어집니다.」
「……단, 백씨세가의 명성이 무림에 알려질 때까지 며칠간은 스테이지 내에서 정산 시간이 계속됩니다.」
“그래…….”
다름이 아니라…….
“이제는, 탑으로 돌아갈 시간이 왔구나.”
……드디어 비원의 시련이 진짜 끝을 맞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