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8
037. 7층 (2)
“……시스템 확장에 이런 건 없지 않았나?”
유심히 허공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보던 나는 이내 눈매를 좁혔다.
본래 시련이란 이전 층의 통과 시기를 기점으로 하여 하루의 대기 시간을 가졌었다.
그런데 어떤 전조도 없이 대기 시간이 사라졌다는 것은 심각한 사안이었다.
‘시스템이 확장되며 변경된 것도 아닌데 대기 시간이 사라졌다, 라.’
좀 의아하기는 했지만 이내 나는 혼란스러움을 떨쳐 냈다.
그래, 뭐, 대기 시간이 사라지는 정도야 이해할 수 있다.
악영향을 주는 변화도 아니고 오히려 내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변화이니 말이다.
‘좀 더 빠르게 시련에 도전할 수 있으면, 그만큼 이점이 있겠지.’
물론 전이었다면 빠르게 도전하는 것이 독이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어느 정도의 성장도 마쳤으며 내 수준은 지금 있는 층에서는 꽤 상위권에 머물기 때문이다.
그 사실은 6층 시련에서 확인한 바이고.
그러니 대기 시간이 사라지며 자유롭게 시련에 도전할 수 있게 된 것은 괜찮았다.
‘이계의 도전자라는 놈이 오는 것보단 긍정적인 변수겠지.’
그런 것을 생각해 보면 이건 나름대로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었다.
시련의 탑에서 상식은 어느 정도 통할지언정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은 시련을 겪으며 확실하게 깨달은 상황.
‘무언가 변한다고 해서 놀랄 만한 건 아니지.’
애초부터 던전도 있고 헌터도 있는 세계 또한 예전에는 정상이 아니었다.
변화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것에 불과함을 알아 둬야 한다.
물론 그런 자세랑은 별개로 다른 이들도 시련의 대기 시간이 사라졌는지 궁금하기는 했다.
‘원래도 커뮤니티 반응은 확인하려 했으니, 겸사겸사하면 되겠네.’
이어서 나는 명령어를 통해서 커뮤니티를 열었고.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난이도 – 어려움」
「7층 커뮤니티 (1671/2321)」
-탑의정령: 님들, 시련 대기 시간 사라진 거 알고 있음?
어렵지 않게 바로 ‘대기 시간’에 대해서 떠드는 도전자를 볼 수 있었다.
뭐라고 반응할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다.
-관리자개객기야: 님 왤케 깨닫는 게 느림. 다 아는 사실을 뒷북치네.
-탑의정령: ㅋㅋ; 원래 좀 알아차리는 게 늦어서…….
-관리자개객기야: 근데 별로 신경을 쓸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함.
-탑의정령: ? 꽤 중요하지 않나? 시련에 빨리 도전하면 그만큼 이점이 있을 텐데?
-근자감만렙: ㅋㅋ, 그거야 상위권 놈들 얘기고. 우리는 별로 상관이 없지. 상위권 애들 제칠 생각으로 하는 거 아니면 큰 영향 없음.
-대륙의스케일: ㅇㅈ, 준비 시간만 며칠인 놈들이 대기 시간 사라져봐야 뭔 소용임.
-탑의정령: 뜬금없이 뼈 때리네, 근데 뭐, 맞는 말이긴 하네. 나도 사실은 집에 돌아가면 그만이라서 별로 상관은 없음.
다들 대기 시간이 사라졌다는 점에 대해선 별다른 생각이 없는 듯했다.
‘……하위권 도전자들이라 그런가.’
이전에도 그랬지만 다들 정상적인 사고방식은 아니었다.
뭐, 다들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상관은 없었다.
‘선구자’로서의 혜택에도 관심이 없고 대부분 집에 돌아가는 것만을 기원하는 이들이라면 경쟁은 걱정할 필요는 없을 터.
다만…….
‘다들 6층이랑은 좀 분위기가 달라졌네.’
그게 좀 신경이 쓰이기는 했다.
6층에서는 전부 사람을 죽이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는데 7층 대기실은 좀 다르다.
-댕댕이: 그건 그렇고 6층 시련에 미친 새끼들 ㅈㄴ 많던데. 아니, 무슨 포탈 너머에서 칼침을 놓으려고 하냐. 이 새끼들 제정신 아님.
-업적개꿀: 아, 그거 아마도 안 보이는 곳에서 공격할 때 생기는 업적 때문일 듯.
-댕댕이: 와, 하여간 미친 새끼들이라니깐. 뭔 업적 좀 얻자고 이따위로 행동하냐.
-공밀레공밀레: ㅋㅋ, 그건 별것도 아님. 뜬금없이 타일 점령도 끝냈는데 업적 얻겠답시고 팀원도 죽이고 다른 타일에 있는 놈도 죽인 거 봤음.
-정공헌터: 정신 내성 스킬 얻었다고 다들 막장으로 변했음 ㄹㅇㅋㅋ
-군필여고생쟝: 하와와, 여고생쟝은 무서워서 6층에서 입도 뻥긋 못한 거시에오.
-도베르만: 뭔 컨셉충이 여기에도; 근데 확실히 무섭긴 하더라, 나도 말을 못 하겠더라고.
-댕댕이: 그때 정신 내성 습득법 팔던 새끼들 ㅈㄴ 소름이 돋던데. 포인트에 미쳐서 멀쩡한 사람을 살인광으로 만들더라.
-정공헌터: 그 새끼들 분명히 살아남았을 텐데, 조용히 있는 거 보니 찔리는 모양이네. 하긴, 7층은 개인 시련이니 야부리 털지도 못하겠지.
“……확실히, 달라지기는 했어.”
전체적으로 6층보다 말수도 늘어났고 암울한 분위기가 걷혔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런 성향의 사람들이 지금은 잠잠해진 거겠지.
‘전부 6층 시련을 넘으며 긴장감이 풀렸어.’
제대로 채팅도 못 치던 이들이 다시금 활기를 되찾고 대화하고 있었다.
이제 7층 시련만 돌파하면 8층 대기실이기 때문이다.
“하긴, 8층만 갈 수 있으면 지구로 귀환할 수 있을 테니…….”
진즉에 7층 시련이 통합 시련이 아님을 알아본 이들은 마음을 풀었을 것이다.
다음 시련은 다른 이를 죽여야 하는 게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을 테니까.
그리고 반대로 밑에서 살인을 동조하던 도전자들은 조용해졌다.
왜?
‘그놈들도 7층 시련이 개인 시련이란 것을 알아챘으니까.’
굳이 나와서 욕을 먹을 필요도 없고 포인트를 모을 수단도 없으니 조용히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정신 내성 스킬을 산 이들도 대부분 은밀하게 행동하는 등 커뮤니티에서 잘 활동하지 않게 됐을 테고.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평화로움이 언제까지고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에 8층에서 더 올라가야 하게 되고 통합 시련이 또 다가온다면 6층의 지옥 같은 광경은 다시금 눈앞에 나타날 터.
그러니 착각해서는 안 된다.
결국, 모두 온화한 척해도 본질은 경쟁자라는 것을.
“시련 결산.”
「6층 시련 결산판」
-1위, 김승훈(SS-)
-2위, 오춘석(S+)
-3위, 닉네임변경이뭔데(S)
-4위, 사냥꾼(S-)
-5위, 혜디공듀(A)
-6위, 프로그(A-)
…….
…….
“이번에도 10위 안에 들었네.”
4위, 이전보다 살짝 떨어진 순위였지만 큰 낙차는 아니다.
애초부터 ‘선구자’로 지정되는 것은 50위 안에만 들면 되는 것이기도 하고.
툭툭 홀로그램을 조작해서 시련 결산을 한 번 본 후에는 결산판을 껐다.
뭐, 더 봐야 알 수 있는 것도 없고 중요한 내용도 없으니 당연했다.
‘이제 곧 8층인가…….’
시련 결산 시스템의 ‘선구자’라는 것이 어떤 혜택을 주는지 알 수 있는 시기였다.
그때부터는 좀 더 많은 것이 휙휙 바뀔 것이다.
‘앞으로 한 층이야, 조급할 것 없어.’
침착하게 대응한다면 이계의 도전자 같은 변수도 유들유들하게 흘려낼 수 있다.
심지어 새로운 능력을 개화했으니 7층 시련도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방심하지 않으며 나아간다면 8층에 도달하는 건 어렵지 않을 터다.
‘아이템은……, 굳이 더 살 필요는 없겠지.’
아직은 아이템이 부족하다고 생각될 정도는 아니다.
천둥의 검, 그리고 은밀한 사냥꾼의 방패로도 충분히 7층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 뒤에는 아이템을 바꿀지도 모르겠지만, 당장은 그랬다.
“혹시 모르니 물약 정도는 사둘까.”
「생명의 물약(D-)을 구매하셨습니다.」
「1,500포인트가 차감됩니다.」
「포이즌 이터(E+)를 구매하셨습니다.」
「1,200포인트가 차감됩니다.」
두 개의 물약은 각각 회복용과 중독에 걸렸을 때를 대비한 물건들이었다.
고속 재생이 있다곤 해도 만약의 상황을 고려해서 구해 뒀다.
‘자, 이제 정비도 끝났으니 더 대기실에 있을 필요는 없겠지.’
「7층 시련에 응하시겠습니까?」
시련에 응하겠냐는 메시지에 동의한 후, 그 자리에 나타난 포탈을 넘었다.
우우웅……!
「시련의 탑 7층에 입성합니다.」
「난이도 – 어려움」
「해당 시련의 주제는 ‘증명’입니다.」
「도전자가 선택한 고행 끝에 만족스러운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7층 시련을 시작합니다.」
「남은 시간 – 40분」
「시련 돌파 조건 – 남은 시간 안에 세 번의 시련을 돌파할 것」
「시련 실패 조건 – 도전자의 죽음 혹은 남은 시간의 종료」
「시련 돌파 보상 – 스킬 ‘바람의 은총(A-)’」
「시련 실패 페널티 – 사망」
여태껏 치러온 시련들과는 다르다.
괴수의 울음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시련 돌파 조건이 명확한 것도 아니다.
세 번의 시련을 돌파하는 것이 조건이라.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가는데.’
시련 안에 또 시련이 있는 건 아닐 텐데 세 개의 시련이라니.
이래서야 이계의 도전자란 놈이 또 오더라도 대응할 수 없다.
무슨 내용의 시련인지를 모르니 목표를 빼앗겨도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말이다.
“…….”
일단 주변은 평범히 돌로 된 복도 같은 형태의 석실.
하지만 복도 너머에는 기척도 느껴지지 않고 보이는 것도 없다.
‘생각보다 막 위험하다거나 그런 느낌은 아니네.’
세 번의 시련이니 뭐니 떠들었던 것치곤 아무것도 없어서 황당할 지경이었다.
“……일단은 복도 끝으로 가 봐야겠네.”
똑같은 자리에서 가만히 있는 것도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니었기에 걸음을 옮겼다.
사실, 이계의 도전자란 놈이 내 시련의 돌파 조건을 앗아갈까 두려워서 그런 것도 있었다.
만약에 그런 놈이 또 왔다면 곤란해진다.
‘추측한답시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또한, 남은 시간도 그리 많지 않으니 더 시간을 끌 수 없기도 하고.
그때였다.
「첫 번째 시련의 구역에 진입했습니다.」
「당신이 두려움을 이겨 냈음을 증명하십시오.」
복도를 걷던 와중에 떠오른 메시지에 반응하려는 순간 풍경이 변했다.
촤아아악……!
“여기는…….”
분명히 기억 속에 있는 장소였다.
주변에 만연한 모래들에 더해서 곳곳에 자라난 선인장들은 언젠가 보았던 광경이다.
“튜토리얼 시련?”
그래, 분명히 시련의 탑에 처음으로 들어왔을 때 봤던 곳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왜 지금 눈앞에 보이느냐인데.
“환각인가.”
두려움을 이겨 냈음을 증명하느니 어쩌니 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럴듯한 추측이었다.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내서 공포감을 조성하려는 것일 수도 있었다.
시련의 탑에서 목숨의 위협을 느꼈던 그 튜토리얼 시련의 환경을 환각으로 보여 줘서 말이다.
그러나 그런 추측은 곧 모래로 된 바닥을 만지게 되며 무의미해졌다.
‘모래의 감촉이 느껴지는 걸 보니 환각은 아닌데?’
적어도 이 환경은 전부 진짜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
‘정말로 튜토리얼 시련의 환경을 전부 재현했다는 건가.’
두려움의 증명, 그리고 순식간에 변화한 주변의 풍경이 머리를 회전시킨다.
그렇다면, 혹시…….
“튜토리얼의 시련도 재현되는 거 아닌가?”
아예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지금 주변 환경은 튜토리얼 시련을 완벽하게 구현했으니까.
그 순간이었다.
쿠구구구구궁!
뜬금없이 지반이 흔들리더니 이내 주변의 모래들이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 또한 예전에 보았던 현상이다.
“……역시나, 튜토리얼 시련의 적도 구현되는 모양이네.”
샌드 골렘이 모래들로 구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흠, 근데 그때나 E급 괴수였던 샌드 골렘이 무서웠던 것이지 지금은 크게 상관없는데.
‘솔직히 이제 샌드 골렘은 눈을 감고도 이길 수 있지.’
그 정도로 나는 시련의 탑에서 급속도로 성장한 상태였다.
어째서 이런 시련을 40분이나 주며 클리어하라고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
‘그냥 적당히 8층이나 빠르게 넘어가라는 뜻인가?’
그리 생각하면서도 손에 천둥의 검을 꽉 쥐며 샌드 골렘이 생성되는 곳을 노려봤다.
뭐, 그래도 아직 두 개의 시련이 남았으니 지켜봐야 하…….
콰아아아앙!
그때 모래의 소용돌이가 폭발하며 굉음을 일으켰다.
동시에 모래의 알갱이들이 단단하게 뭉치더니 이내 골렘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런데 구성되기 시작한 샌드 골렘의 모습이 점점 이질적으로 변해 갔다.
“……어?”
E급 괴수임에도 오크보다 못한 놈, 그게 바로 샌드 골렘이었을 텐데…….
‘뭐야, 이거.’
딱 보기에도 적정 체구였던 6m를 훌쩍 넘겼다.
10m, 아니, 그것보다 더 거대해서 제대로 올려다보는 것조차도 힘들다.
압도적인 중압감이 온몸을 감싸온다.
“…….”
본래의 샌드 골렘이 아슬아슬하게 E급 괴수에 속했다면…….
지금 내 눈앞에 선 이 괴물은 최소 B급 수준의 괴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크르르르륵……!
붉은 안광을 뿜으며 나를 내려다보는 샌드 골렘과 눈이 마주친 순간에 직감했다.
남은 시간 40분 안에 이딴 시련을 둘이나 더 클리어해야 한다는 것은…….
“빌어먹을.”
역대급 난이도의 시련이 내게 찾아왔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