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81
379. 차원 요람 (5)
「귀환석(D+)을 구매하셨습니다.」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이쯤 되면 탑에서 얻어 낼 수 있는 소식들은 다 얻어 냈다고 봐도 무방할 터.
굳이 이곳에 더 남아있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나는 바로 귀환석을 사자마자 지구로 돌아갈 것을 택했다.
「도전자 한성윤, 귀환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귀환석을 소모하여 지구로 귀환합니다.」
그리고.
“…….”
눈 깜짝할 사이에 이제는 낯선 느낌까지 드는 원룸으로 돌아왔다.
탑에 간 후로는 딱히 관리한 적이 없었던 탓인지, 집 내부에는 먼지 쌓인 흔적밖에 없었으나 딱히 상관은 없다.
어차피 이곳은 내가 있어야 할 장소가 아니게 되었으니 말이다.
단지, 이제는 어설프게 집안에 남아있는 생활감이나, 헌터조차 되지 못했던 과거의 잔재들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뿐.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이다.
‘일단은, 해야 할 일은 해야 하겠지.’
감상에 젖을 시간 따윈 없었다.
아마, 이쪽이 이러고 있는 순간에도 무림에서 건너왔다고 하는 그 날벌레 같은 도전자가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을 터.
어서 그 날벌레 같은 무림 출신의 도전자가 사고를 치기 전에 사태를 수습해야 했다.
최대한 빠르게 말이다.
그대로 나는 이어서 전원이 꺼진 스마트폰에 번개 속성의 마력을 주입하여 배터리를 충전하고는 바로 이하연에게 통화를 걸었다.
여태껏 그녀에게 연락할 때마다 그랬듯 통화 연결 자체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성윤 씨. ……탑에서 부탁받은 내용은 이미 진행했어요. 상대측에서 답변도 들어뒀고요.
어느새 이하연의 피로에 찌든 음성에 나는 사전에 부탁했었던 일이 끝났음을 알았다.
다름이 아니라…….
이쪽이 부탁했던 대로 무림인 출신 중 최강에 가까운 강자로 불리는 파천황이 보냈다는 사절이랑 접선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그에 나는 내심 감탄하고는 진짜인지 확인할 겸 그녀에게 재차 물음을 건넸다.
“탑에서 부탁했던 내용이라면 그 무림에서 온 사절이라는 도전자와의 만남이 성사되었다는 겁니까?”
-예. ……그쪽에서도 때마침 성윤 씨에게 관심을 가지더라고요. 그래서 성윤 씨와의 만남을 성사키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그래서 어디로 가면 되는 겁니까.”
-서울 헌터 협회. 그곳에서 보자고 말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곳에 경호 목적의 도전자들이나 헌터들은 물론이고 저도 있으니 싸움이 벌어질 일은 없어요.
“…….”
그에 나는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경호라니?
사실상 이 지구에서 이쪽을 ‘경호’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지켜줄 수 있는 수준의 실력자가 있었나 의아함이 들었다.
하나, 그것도 잠시.
-……무, 물론 형식상의 경호예요. 다들 성윤 씨가 강한 건 알고 있지만,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그건 그것대로 견딜 수가 없─.
“알겠습니다. 뭐, 그것까지 제가 어찌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상대에게 인질이 될 만한 수준의 도전자들은 데려오지 마세요.”
-아,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일단은, 저를 포함해서 탑을 25층까지 오른 수준 높은 도전자들로 경호 인력을 구성했으니까요. 발목 잡을 일은 없을 거예요.
“그렇다면야 딱히 상관없습니다.”
그대로 나는 어찌 되건 간에 상관없다는 듯이 그녀의 말에 수긍했다.
물론 그녀의 말처럼 수준 높은 경호 인력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있거나 한 건 아니었다.
단지, 지구 출신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실력이 검증이 된 도전자들이라면 짐덩이가 되지는 않기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뿐.
“그럼 서울 헌터 협회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뚝-.
그것을 끝으로 이하연과의 통화는 끝냈다.
어차피 이제 지구에 들어온 무림의 해충을 박멸할 준비는 끝난 셈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나는 바로 시간 끌지 않고 단숨에 체내의 마력을 마기로 전화했다.
순식간에 내가 서 있는 공간이 일그러지며 새로운 공간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 접어드는 소용돌이 】
그리고.
치지지지지지지직……!
눈앞에 보이는 공간이 일그러지며 순간 이동을 준비하는 찰나에 나는 감각을 확장했다.
어느새 백학검선이 내준 비원의 시련까지 거치며 모든 능력치는 3,000을 넘어서 4,000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상위 신격이라고 해도 순수 신체 능력만으로 잠깐이나마 압도할 수 있는 수준에 가깝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
사실상 내가 가진 신체 감각으로는 행성 내에 있는 먹잇감을 탐색하는 것쯤은 손쉽다는 것이다.
‘그래도 진짜 무림 출신 도전자 하나 빼고 더는 없구나…….’
그제야 나는 지구 내에 더는 해충이 없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본디 무림인 출신의 도전자들은 대부분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므로 어딘가에 더 무림인들이 숨어 있지 않을까 했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았다.
서울 헌터 협회에서 느껴지는 무림인 출신 도전자의 존재감을 빼고는 그 어디에도 눈에 띄는 기운은 없다.
그것을 깨달은 나는 입가에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럼 더는 걱정할 필요 없지.’
다음 순간.
착-.
그대로 나는 공간을 완벽하게 도약하여 서울 헌터 협회의 옥상에 착지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야.”
그 순간이었다.
“네가 이 지구에서 가장 강하다는 도전자인 ‘사냥꾼’이 맞아?”
어느새 귓가에 들려온 어느 재수 없는 목소리에 나는 소리의 발원지로 눈길을 돌렸다.
“이곳의 세상에서는 검귀, 혹은 검신이라고 불리는 강자라고 하더니…….”
그곳엔 무림인 출신의 도전자답지 않게 너무나도 현대적인 복장을 취한 미청년이 막대 사탕을 우물거리며 서 있었다.
“흠-. 뭐, 그게 아예 허명은 아니었나 보다? 뭐, 너 정도의 수준이면 부하로 삼아줄 가치는 있네.”
하나, 그것도 잠시.
“그러고 보니 아직 내가 자기 소개는 안 했었지.”
어쩐지 저 너머에 서 있는 미청년은 이쪽을 품평하는 것 같은 말들을 내뱉더니 제멋대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는 어투로 말을 이었다.
“아! 참고로 나는 파천련의 부련주, 단우성이야. 기억해 두는 게 좋을걸? 어차피 네가 상관처럼 모시게 될 사람의 이름이니까.”
다름이 아니라…….
“야. 절대 까먹지 마라? 내가 이곳에 올 때마다 이제는 네가 내 부하처럼 행동해야 할 테니까. 알겠지?”
……눈앞에 있는 저 미청년은, 살인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신비한 재주가 있었다.
***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눈앞에 있는 상대의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 어떤 충동이 드는 순간이 말이다.
흡사, 신비를 목도한 것 같은 압도적인 충동이 몸에 감돌며 상대의 얼굴을 후려치고 싶게 한다.
‘아…….’
바로…….
‘진짜 살인 충동을 들게 하는 재주가 있긴 하네…….’
지금처럼.
“…….”
어느새 나는 머릿속이 어지러워짐에 헛웃음을 지었다.
‘이게 대체 뭐지?’
그럴 만도 했다.
갑자기 난데없이 이쪽을 보고는 지구에 올 때마다 부하처럼 부리겠다고 하다니?
어쩐지, 벌써부터 저쪽이랑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는 사실에 머리가 지끈거렸으나, 그마저 오래가지는 않았다.
“그게 그쪽이 할 말의 전부인가?”
그에 내가 가까스로 목구멍까지 차오른 분노를 삼키고는 그렇게 말하니 단우성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
“뭐? 그럴 리가? 내가 할 말이 이것뿐이라면 이곳까지 오지도 않았겠지. 당연하게도.”
“그럼 어째서 왔지?”
“이곳에 내가 온 것은 파천련의 뜻을 대표하여 지구와의 동맹 관계를 구축하러 왔을 뿐이야.”
“글쎄.”
그에 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비틀린 미소를 한 번 짓고는 가볍게 말했다.
“대체 그쪽이 지구에 뭘 줄 수 있다고 동맹 관계를 운운하는 거지?”
“지구의 존속에 관해서 힘을 빌려줄게.”
“?”
“그것뿐이야.”
단우성은 그게 무슨 말인지 설명해주겠다는 듯이 막대 사탕을 입안에서 굴리며 말했다.
“흔히 무림에서는 외적에게서 약자들을 지켜주는 대가로 보호비를 받지.”
“…….”
“파천황은 굴종의 대가로 지구의 존속을 위협하는 것들을 전부 없애주기로 약속했어.”
“뭔.”
어이없었다.
사실상 이곳은 내가 개념 신성들을 토대로 어느 정도의 외부 침입에 대해 대비까지 해 두었지 않은가.
그런데 저쪽이 이제 와 지구의 존속에 대해 외부의 적에 대해 보호를 해주겠다고 한들 딱히 와닿을 리 없었다.
그리고.
“개소리! 아까는 파천황까지 불러서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들겠다는 협박이나 했던 새끼가……! 어딜 감히 그딴 소리를 하고 있─.”
그 말을 들은 경호를 서던 도전자 중 하나가 욱하여 그렇게 말을 내뱉은 순간.
드드드―!
눈 깜짝할 사이에 단우성의 눈빛이 번뜩이며 건물 옥상의 일대에 무형의 압박감이 감돌았다.
“버러지가…….”
물론 그 무형의 압박에는 물리력이 하나도 없다.
단지, 단우성의 의념만으로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가벼운 압박만을 줄 뿐.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그 말을 내뱉은 남성 도전자의 안색이 창백해지다시피 하였다.
“─감히, 내가 언제부터 네놈에게 말하는 걸 허락했다고 그 혓바닥을 놀리고 있지?”
어느새 단우성은 싸늘해진 눈빛을 발하며 달라진 말투를 구사했다.
“고작해야 운 좋게 탑에 선택받은 것뿐인 놈들이 무얼 그리 떠드느냐.”
흡사, 여태까지 보여준 모습들은 가짜에 불과했다는 듯이.
“한낱 사술에 의존하는 쓰레기들 주제에 자기가 약한 줄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 역겹기 그지없군.”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단우성은 급속도로 기분이 나빠졌는지 진지하게 살의마저 드러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아마도 무림인 출신의 도전자들이 흔하게들 보이는 혐오감인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해 내가 무어라 할 틈도 없이 단우성이 휙 고개를 돌리더니 바뀐 말투로 말했다.
“너. ‘사냥꾼’. 그래서 어찌할 셈이지? 저 버러지 놈들과는 달리 나는 너에게는 기회를 줬어. 선택해. 이곳에서 나한테 다 같이 죽을지, 혹은 파천황에게 충성할지.”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게 본모습이라는 거네. 무림인답게도.”
사실상 눈앞에 있는 저 미청년은 이곳의 도전자들을 한꺼번에 없앨 생각도 하는 듯했다.
“그런데 그거 알려나?”
물론 나를 보고는 약간이나마 경박한 어조로 섞어서 말하는 걸 보니 충성 서약이라도 하면 싸울 생각을 접을 것도 같긴 한데…….
“굳이 따지자면 내가 더 많이 봐줬다는 것 말이야.”
글쎄.
딱히 나는 그래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 저 단우성은 일반적인 필멸자의 수준에 불과했으니까.
“……하. 봐줬다고? 고작해야 탑에게 선택받았을 뿐인 버러지가? 농담이 과하군.”
그러나 저쪽이 듣기엔 그렇지 않았던 것일까?
“네놈은 힘의 차이를 알 필요가 있겠군.”
어느새 단우성의 두 눈동자에는 짙은 살의가 일렁이고 있었다.
마치, 더는 봐줄 것도 없이 전부 몰살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그에 나는 입가에 한껏 조소를 머금은 채 읊조렸다.
“힘의 차이?”
정말이지, 재밌었다.
“그것참 재밌는 소리네.”
그도 그럴 것이…….
「초월과 죽음의 신이 어느 필멸자의 논리에 감탄하여 조소를 짓습니다.」
[ 너 따위가, 나에게 힘의 차이를 알려줄 수 있을 리 없잖아? ]굳이 서로 간의 ‘힘의 차이’를 따지자면 어느 쪽이 더 나을지는 뻔하니까.
「신성 이 사용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현실 세계에 말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단, 세상의 이치를 간섭하는 언령에는 매우 많은 신성력이 소모됩니다.」
《 짓눌려라. 》
다음 순간.
꽈아아아아아아앙───!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이 단우성의 몸에 집약되어 내리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