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82
380. 공략의 달인 (1)
눈 깜짝할 사이에 신성의 폭풍이 휘몰아치며 상공에서 형태 없는 힘이 내리 찍힌다.
「신성 이 사용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현실 세계에 말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단, 세상의 이치를 간섭하는 언령에는 매우 많은 신성력이 소모됩니다.」
《 짓눌려라. 》
그리고.
꽈아아아아아아앙───!
그에 따라서 단우성의 몸이 건물 옥상의 바닥에 처박히며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
그것도 아주 끔찍한.
꽈지직-.
그럴 만도 했다.
사실상 신성 의 힘은 신성에 대한 저항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는 절대적이라고 해도 되는 힘을 발휘하지 않던가.
가령, 천하오절이나 천마 같은 무림의 괴물 같은 실력자들쯤은 되어야 이에 대해 약간이나마 대항할 수 있을 터.
하지만 눈앞에 있는 상대는 그런 괴물은 아니다.
“약하네.”
아니.
굳이 따지자면 천하오절이나 천마 같은 이들이랑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게 느껴질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탑에게 선택받은 탓에 확실히 단우성은 기본적인 능력치 자체는 높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신체 능력이라거나 마력의 보유량 같은 지표 측면이 돋보이는 것일 뿐이다.
“이쯤이면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말을 했었는지 궁금할 지경이야.”
한낱 신체 능력, 혹은 마력의 보유량만으로 전투 능력에 대해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이쪽에 비해선 약하다고 할지언정 천하오절 같은 이들 또한 수준 높은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있었기에 나를 잠시나마 맞상대할 수 있던 것이다.
그러나 저쪽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은 탑에게 선택받은 끝에 도전자로서 각종 보상을 얻어 낸 듯했으나, 그마저도 딱히 효율적인 활용을 못 했는지 성장 결과물이 꽤 처참했다.
‘한심하긴.’
그에 나는 건물 옥상의 바닥에 짓눌린 채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단우성을 보며 말했다.
“고작해야 그까짓 수준에서는 나한테 힘의 차이를 알려줄 순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리고.
“그쪽은, 자기 자신에 대해 객관화를 해야 할 필요가 꽤 있어 보이네.”
그것이 저쪽의 프라이드에 엄청난 스크레치라도 낸 것일까?
“너─!”
어느새 단우성은 눈의 실핏줄이 터져 충혈되었음에도 이를 악물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딴 말을 네놈이 내뱉지 마라! 탑에 운 좋게 선택받은 잡종 주제에……! 감히─!”
심지어 그것만이 아니다.
신성 의 지배력에서 벗어나려 하는지 단우성은 강대한 마력을 곳곳에 흩뿌리고 있다.
건물의 옥상에 마력의 폭풍이 일어날 정도로.
그러나 심장에 신성력 하나 쌓지 않은 필멸자 주제에 신성 에서 벗어날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하.”
그에 나는 한심함과 지겨움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흔히 패배한 무림인 출신의 도전자들이 보이는 반응 중 하나니까.
가끔 보다 보면 무림인 출신의 도전자들은 패배의 원인을 늘 남 탓으로 메꾸려 하는 경향이 과했다.
“글쎄. 그건 너일 텐데. 탑에 선택받은 도전자치고는 너무 약하잖아?”
그것을 나는 가감 없이 생각이 드는 대로 말했다.
“개자식─! 죽인다! 죽여 주마! 이것만 풀리면 네놈은 내가 죽일 거라고─! 알겠어!?”
하나, 그것도 잠시.
“죽인다고?”
그 말을 들은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대꾸했다.
“그래-! 이딴 군소 차원에 있는 버러지 같은 것들까지! 전부! 그 벌레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겠─!”
다음 순간.
꽈아악-!
“아?”
그대로 나는 단우성의 왼팔을 붙잡고는 천천히 꺾었다.
콰지직!
“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걸로 멈추지 않았다.
“네가 해야 할 말은 죽이느니 어쩌느니 하는 게 아니지.”
순식간에 나는 이어서 단우성의 오른팔을 붙잡고는 싱긋 미소를 머금었다.
「스킬 ‘고문 기술’이 활성화됩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좀 더 자연스러운 고문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공포심을 심어 주기 쉬워지며 모든 종류의 고문 효율이 10% 상승합니다.」
“당장 너는 나를 보고 살려달라고 빌어야 하는 게 옳은 수순이 아닐까 싶네.”
“끄아아-! 이, 이거 풀어! 당장 손 놓으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쩔 건데?”
“───!”
꽈드득-!
눈 깜짝할 사이에 두 개의 팔이 분질러진 단우성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부들거렸다.
아마도 내가 준 고통이 너무나도 큰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은데…….
그딴 건 이쪽이 고려해야 할 바가 아니지 않은가.
「스킬 ‘고통 증폭’이 활성화됩니다.」
「이제부터 당신이 피해를 입히는 상대는 그 고통을 두 배로 느끼게 됩니다.」
꽈드드-.
그대로 나는 고문에 관련된 스킬들을 발동한 채 상대의 꺾인 팔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크흐흐흐흐.”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반복한 것일까.
“……너는, 지구 출신 도전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완벽하게 짓밟은 거야. 알아?”
어느새 단우성은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두려움 섞인 분노의 눈빛을 발했다.
“내가, 이곳에서 멀쩡하게 돌아가지 못한다면, 파천황께서는 네놈의 행패를 알아차릴 거야. 그리고 지구에 오겠지.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아니.”
“이제 지구는 아예 사라질 거다! 완벽하게! 이딴 곳은 고도로 발달한 문명을 빼고는 아무 가치도 없어! 단지, 그것뿐이었다고!”
“…….”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단우성은 이어서 실성한 듯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크흐흐. 네놈의 그 어리석은 선택이 모두를 죽이게 될 거라고……. 알겠어?”
그것을 들은 나는 피식 입가에 비웃음을 띠고는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그럴 리가.”
그리고.
“그걸 결정할 권한은 강자에게나 있지.”
그에 나는 이어서 싸늘한 웃음에 살의를 더하고는 단우성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
“그렇다면 고작 너 따위가 운운할 이야기는 아니잖아.”
다음 순간.
「신성 을 사용합니다.」
「신성 이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서 만물을 침식시킵니다.」
「신성 에 침식된 모든 것의 죽음을 주관할 수 있습니다.」
───!
“어차피, 너나 파천황이나, 나보다 강하진 않으니까.”
눈 깜짝할 사이에 단우성의 몸이 수백 갈래로 조각 나며 화려한 죽음을 맞이했다.
***
어느새 건물 옥상에는 웬 피 웅덩이 하나 빼고는 침묵만이 남게 되었다.
“…….”
그럴 만도 했다.
‘저게 대체 뭐지?’
서울 헌터 협회.
이곳의 건물 옥상에 경호 목적으로 소집된 도전자들은 하나같이 한국에서 엄청난 수준의 랭커로 취급받고 있었다.
시련의 탑을 20층 중반대 가까이 올랐다는 것만으로 결산 순위와는 상관없이 세계적인 랭커로 꼽히는 탓이다.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그래도 비공식적이라고는 할지언정 나름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한성윤의 경호를 위하여 타국에서도 몇 명의 도전자를 파견한 바였다.
프란츠 자신 또한 그랬다.
그러나…….
‘괴물…….’
눈앞에 있는 저 괴물 같은 남성만은 그 세계적인 랭커라는 틀에 가둬둘 수 없었다.
프란츠는 침음을 흘리며 저 앞에 서 있는 한성윤을 바라봤다.
수많은 지구의 도전자 중 단언컨대 저 남성만은 압도적으로 격이 다르다.
그것을 프란츠는 확신하고 있었다.
‘본디 무림 측의 도전자는 여러 차원 출신 가운데에서도 상대하기 까다롭다고 정평이 났을 텐데…….’
엄청났다.
‘고작해야 말 한마디로 저 수준의 무림 출신 도전자를 완벽하게 제압해낼 수 있다니.’
여태껏 탑을 오르며 수많은 도전자를 마주했던 프란츠마저도 저 남성만은 불가해의 영역에 있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지구만이 아니라 탑에서 가장 강할지도 모르지. 저건 규격 외야.’
아니.
굳이 이에 대해 따지자면 프란츠만이 느끼고 있는 감상은 아닐 터다.
아마, 이곳에 있는 도전자들이라면 하나같이 다 프란츠와도 같은 감상에 젖어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어느 도전자 중 하나는 불안해졌는지 한성윤에게 불안하다는 듯 물음을 건넸다.
“……한성윤 도전자님.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닙니다마는. 저 남자는 나름대로 파천련이라는 세력에서 중대한 직책을 맡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느 금발의 도전자 중 하나가 걱정된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사실, 무림 차원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게 아니라고는 해도, 파천황이라는 적수를 두는 것은 세계적으로 좋지 않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한성윤은 무표정하게 고개를 돌리고는 답했다.
“그래서요.”
“……그,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이에 대해 따로 생각하고 있으신 대책이 있으신지, 여쭤보고 싶─.”
“없습니다.”
“?”
그리고…….
“괜찮습니다.”
한성윤은 그딴 것은 상관없다는 듯이 감정 없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고작해야 저딴 것들이 제가 지키는 지구를 침공해 올 수 있을 리 없으니까.”
그다지 믿음이 가는 대답은 아니다.
사실상 그 어떤 생각도 없이 다른 세상에 적을 늘렸다는 뜻이지 않은가.
물론 어쩔 수 없긴 한데…….
설령, 그렇다고 해도 저 말에 누구 하나쯤은 너무 경솔했던 것 아니냐며 핀잔을 줄 수도 있을 것이었다.
“…….”
하지만…….
이곳에 소집된 도전자 중 그 누구도 저 말에 수긍하지 못했다는 기색을 내보이진 못했다.
굳이 따지자면 저 말에 대해 반박할 수 없다는 것이 컸다.
그도 그럴 게, 저 괴물 같은 남자의 말은 기이하게도 수긍이 가게 되는 점이 있었으니까.
프란츠는 저 말이 사실에 가깝다고 이성이 아닌 본능으로 실감했다.
“그리고.”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까다로운 적수를 둔 건 지구가 아니라 저쪽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저 괴물 같은 남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승리를 가정한 채 말하고 있었다.
“제가, 이번 일로 무림을 완벽하게 적대하게 되었으니까.”
……단, 이번에도 그 말을 부정할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도전자 한성윤이 절세고수를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초월]에 0.14% 가까워졌습니다.」
「복마일검 ‘단우성’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
어느덧 나는 단우성의 사령을 흡수하여 한 줌의 능력치로 바꿨다.
살짝이긴 해도 모든 능력치가 의미 있게 상승했다.
그리고…….
「진(眞) 혈천마검(S+)의 전용 효과 ‘혈식(血食)’이 활성화됩니다.」
「대량의 피를 흡수하여 아이템의 등급이 S+급(160,000/57,000)으로 성장합니다.」
‘딱히 나쁘진 않네.’
혈천마검 또한 성장했다.
여태껏 혈천마검의 전용 효과인 ‘혈식’을 사용해 둔 보람이 있었다.
아마도 무림 같은 곳에 한 번 더 다녀오게 되면 운이 좋다는 가정하에 혈천마검의 아이템 등급이 SS급으로 올라갈 수 있을 듯했다.
‘아.’
하나, 그것도 잠시.
‘그것도 또 아닌가.’
그에 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들고는 함선의 바깥을 바라봤다.
━……브리핑은 이상으로 끝입니다. 차원 요람이란 도전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 세계 각지에서 모인 도전자 여러분들이 이 지구의 희망입니다. 무운을 빕니다.
어느새 함대에 울려 퍼지는 브리핑의 끝을 알리는 음성을 끝으로, 짙은 안개가 깔린 바다 너머에 있는 거대한 붉은빛의 정육면체 구조물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새빨간 보석을 말도 안 되는 크기로 부풀려 놓은 것 같은 모습.
저것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실,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곳이 무림 같은 곳에만 있진 않지.”
다름이 아니라…….
“저곳도 재밌긴 하겠어.”
차원 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