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83
381. 공략의 달인 (2)
어느새, 나는 새빨간 보석을 닮은 ‘차원 요람’의 구조물을 보며 턱을 괴었다.
눈앞에 있는 저 거대한 보석같이 생긴 구조물은 탑이 주도하여 개최한 이벤트 중 하나.
……그리고 그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지구 내에 출현한 ‘차원 요람’으로 향하는 군함에 타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차원 요람에 도착하게 되었네.’
서울 헌터 협회에서 파천련의 행패를 막아낸 즉시 이리 오게 됐다.
현장에 같이 있었던 이하연이 한국 정부에서 서둘러 출발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나를 이곳에 데리고 왔으니 말이다.
사실상 반쯤은 끌려오다시피 이곳에 온 것인데…….
그에 나는 몇 분 전쯤부터 시야에 들어오게 된 ‘차원 요람’의 구조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하기야, 세상이 멸망할 수 있는 중대사안이니 시간을 낭비할 순 없겠지.’
딱히 불만은 없다.
본디 탑의 주도하에 개최되는 이벤트들은 하나같이 세계 각지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으니까.
오직 지구에 있는 소수의 인원만이 차원 요람에 입장할 수 있는 상황.
약간의 시간을 끄는 것만으로도 어딘가에서 실력 검증은 고사하고, 웬 신원 조회조차도 되지 않은 도전자 중 하나가, 저곳에 들어가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었다.
그야말로 그렇게 된다면 지구에 있어선 최악의 사태였다.
‘어찌 되었건 간에 내가 지구에 온 건 차원 요람에 입장하려는 것 때문이었으니 나쁠 건 없어.’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사실상 탑을 오르는 도전자는 누구든 간에 이벤트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차원 요람은 입장에 제약이 많았다.
그래도 나름대로 거목 미궁의 이벤트는 ‘자율 선택’이며, 지구의 멸망을 불러올 수준으로 심각한 이벤트는 아니었으나, 차원 요람은 대놓고 ‘필수 선택’에 세계의 존속까지 논하고 있었다.
‘아마도 탑은 이 이벤트로 언젠가 도태될 수준의 도전자들을 한꺼번에 털어 내고 싶은 것 같은데…….’
물론 과하게 긴장할 필요는 없다.
‘그래봤자 나랑은 상관없지.’
어차피, 내가 있는 동안에는 지구에서는 그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것은 탑이 개최한 ‘차원 요람’의 이벤트에서 있을 다른 세상과의 경쟁 또한 그랬다.
최소한 고대 신격, 혹은 그에 견줄 수 있는 상위 신격이라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쪽이 다른 세상과의 경쟁은 충분히 캐리할 수 있었다.
━……10분 후, 차원 요람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도전자 여러분은 준비되는 대로 ‘차원 요람’에 진입해주십시오. 부디, 지구를 구원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느새 나는 ‘차원 요람’으로 향하는 군함 내에 울려 퍼지는 안내음을 듣고는 고개를 들었다.
“참…….”
지구의 구원이라니?
어쩐지 살짝 오글거리는 느낌이 없잖아 있기는 했으나 사실이기도 했기에 딱히 이상하진 않았다.
실제로도 이곳의 함대에 탄 도전자들은 하나같이 지구의 운명이 걸린 탑의 이벤트에 참가하는 셈이니까.
그것은 이쪽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어쩐지, 기분이 묘하네.”
그에 나는 바다 너머에 둥둥 떠다니는 어느 붉은빛이 감도는 정육면체를 바라보며 눈매를 좁혔다.
‘그러고 보니 저 차원 요람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은 정해져 있다고 했었지…….’
다름이 아니라…….
‘그렇다면 캐서린 베넷이나, 혹은 다른 아는 도전자들을 볼 수도 있으려나?’
이곳에 와서 군함의 안내음을 통해서 들은 브리핑 내용 중 하나를 떠올린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급히 차원 요람에 진입할 도전자들을 차출해 낸 탓에 저곳에는 이미 십여 명 정도의 선발대가 들어가 있다고 했나?
어쩌면 저 너머에 있을 선발대 중 캐서린 베넷 같은 지인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나, 그것도 잠시.
“성윤 씨.”
눈앞에 있는 저 바다의 차원 요람을 보고 있자니 문득 청아한 음성이 들렸다.
그에 나는 고개를 돌려 그 소리의 발원지를 확인했고 이어 어느 익숙한 얼굴을 봤다.
……그곳에, 적잖게 긴장한 듯 얼굴빛을 굳힌 이하연이 이쪽을 바라보며 말을 건네고 있었다.
“어서 가야 해요. 이제는 도전자 중 대부분이 차원 요람에 진입할 준비를 끝냈다고 하던데……. 저희도 늦지 않게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그녀도 이제는 시련의 탑을 20층 중반대까지 오른 베테랑 도전자 중 하나임에도 그 얼굴에는 지울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아마도 탑이 대놓고 세상의 멸망이니 어쩌느니 떠들어댔으니 그녀 또한 이에 대해 크게 위기감을 느낀 것 같은데…….
구태여 이쪽이 그녀의 긴장감을 덜어줄 필요성을 느끼진 못했다.
“알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럼, 이제 들어가도록 하죠.”
단지, 압도적인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 모든 부정의 감정이 사라질 테니까.
***
촤아악-!
「권능 ‘강철의 날개’를 강하게 활성화합니다.」
순식간에 나는 강철로 이루어진 날개를 펼치고는 안개 깔린 바다 위를 비행했다.
굳이 흑마법 [접어드는 소용돌이] 같은 공간 이동 계통의 능력을 쓸 것도 없다.
그저, 몇 초를 그렇게 날아간 것만으로 나는 바로 붉은 보석 앞에 설 수 있었다.
“…….”
한데…….
왜인지 차원 요람에 진입하겠느냐는 시스템 메시지 같은 것은 나타나지 않았다.
본래 탑이나, 거목 미궁 같은 경우에는 진입을 묻는 시스템 메시지가 있었음을 생각하면 이질적인 상황.
하지만 이쪽은 이미 사전에 이하연에게서 어느 정도의 설명을 들어둔 바가 있기에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냥, 손을 대는 것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나.’
붉은 정육면체의 보석.
그곳에 내가 손을 뻗자마자 눈앞이 새카맣게 물들었다.
마치, 탑에 의해 새로운 층의 스테이지에 입장할 때처럼.
「입장 조건 만족.」
「차원 요람에 입장합니다.」
「도전자 한성윤의 힘에 대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춥니다.」
「도전자 한성윤의 모든 장비 및 모든 능력치를 일시적으로 대부분 봉인시킵니다.」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공간 곳곳에 널려 있는 형태 없는 힘이 몸을 조여왔다.
추측하건대 탑의 스테이지 중 특수한 곳, 혹은 비원의 시련이나 거목 미궁에 들어갈 때처럼 이쪽의 모든 능력을 제약하려는 것 같았다.
“봉인이라니.”
그러나…….
「초월 신화 이 활성화됩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의 행동에 의 신성 효과가 붙습니다.」
「외부의 간섭으로 실현되는 당신에 관한 모든 부정적인 변화를 부정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에게 의 신성 효과가 붙습니다.」
「외부의 현상은 당신의 것이 된 힘을 절대로 허락 없이 흉내 낼 수 없습니다.」
“너.”
그것도 잠시일 뿐이다.
꽈가가가가가각───!
「초월과 죽음의 신이 깊은 불쾌감을 표출합니다.」
[ 대체 누구 마음대로 개수작 부리는 거야? ]그에 내가 초월 신화 을 발동한 순간.
그대로 검은 공간 곳곳에서 뻗쳐오던 시스템의 제약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이어서 고대 신격의 격이 가미된 신성력이 한차례 울려 퍼지자 검은 공간 곳곳에 쩍쩍- 금이 갔다.
「…….」
「오류 발생.」
「차원 요람의 입장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여 도전자 한성윤을 퇴출시킵&@^…….」
이제야 저쪽도 내가 규격 외의 경우라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눈 깜짝할 사이에 시야 곳곳이 붉은색의 시스템 메시지로 물들며 나를 이곳에서 쫓아내려는 걸 느꼈다.
하나, 그것도 잠시.
그에 나는 초월 신화 에 이어 초월 신화 의 힘까지 덧씌우며 그 추방 의지를 거칠게 짓밟았다.
꽈지직-.
그리고 그것으로 서로 간의 힘겨룸은 끝났다.
「· · ·.」
「도전자 한성윤이 곧 차원 요람[E-01]에 입장합니다.」
「차원 요람[E-01]의 최초 입장 제한 인수 [30/30]을 채웠습니다.」
「차원 요람[E-01]에 당분간 더 지구 출신의 도전자들이 입장할 수 없게 됩니다.」
“이제야 제법 봐줄 만하네.”
그제야 나는 마음에 든다는 듯이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웃음기를 머금었다.
―허…….
그것을 본 담천우는 혈천마검의 검파를 파르르 떨더니 이윽고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그래……. 이제는 탑의 주관하에 있는 것마저 이리도 간단히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인가. 엄청나졌군.
그에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가볍게 대꾸했다.
“저도 이제 고대 신격 중 하나니까요. 이쯤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삼 놀랄 것도 없다.
이제는 나도 고대 신격의 경지에 들어온 것도 모자라 초월 신화 같은 일반적인 신화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능력을 지닌 것 아닌가.
그렇다면 탑의 페널티에 대항하는 것쯤은 당연했다.
고작해야 일개 도전자에 불과했던 시절에서 벗어나 우주적인 수준의 개념 신성을 이룩해 탑의 아성을 서서히 뛰어넘으려 하고 있으니까.
“물론 아직도 다른 고대 신격들에 비하면 부족하긴 한데…….”
그리고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탐욕에 찬 눈빛을 발했다.
“그것도 그리 오래가진 않을 겁니다.”
고대 신격.
설령, 탑이라고 해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우주적인 존재로 거듭난 신격의 경지를 일컫는, 초월의 경지를 뜻하는 말이었다.
아직은 그 고대 신격들의 세계에 아슬아슬하게 발을 걸치고 있으나, 그것도 오래가지는 않으리라는 걸 확신했다.
아마도 나는 고대 신격 중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경지를 이룩할 것이다.
“저는, 아직도 성장할 수 있는 길이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아니.
굳이 따지자면 나는 그 너머에 있을 새로운 경지를 바라보고 있다고 해야 할 터다.
신화 , 그리고 네크로맨시의 성장 능력을 토대로 하여 전투를 거듭하는 것만으로, 고대 신격의 수준을 확실히 넘어설 수 있을 테니까.
‘진짜로 기대되는 일이야.’
그에 나는 심장이 기분 좋게 박동하는 걸 느끼며 기대감을 만끽했다.
죽거나, 혹은 살거나.
둘 중 하나뿐인 극단적인 전투의 반복 끝에 나는 개죽음을 맞이하거나, 혹은 바라는 결과를 얻어낼 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그 결전의 순간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
본디 나는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에 대항하여 힘을 축적하는 것이기도 했다.
아직도 그 기괴하기 그지없는 고대 신격은 나를 살해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을 터.
설령, 내가 고대 신격이 되었다고 한들, 그 고대 신격과의 싸움에 결착을 내지 않는다면, 지구는 끝없는 위협에 시달릴 것이다.
그것을 나는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었다.
‘딱히 불안해할 일은 아닌가.’
그런데…….
어쩐지, 그게 딱히 싫지는 않았다.
되레 고대 신격 중 하나인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에게 승리를 거둔 끝에 얻을 보상이 기대될 수준.
그에 나는 그 격전의 끝에 얻어 낼 것들에 대해 생각하며 일말의 불안감마저 일종의 기대감으로 바꿨다.
‘그건, 달리 말하자면 내가 고대 신격을 살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일 테니 말이야.’
당연했다.
하이 리스크에는 언제나 하이 리턴이 따라오는 법이니까.
그것은 내가 탑을 오르는 도전자가 되었을 적부터 뇌리에 새겨두다시피 했던 법칙이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내가 무엇을 얻어 낼 수 있을지는 확실히 재미있을 것 같긴 하네.’
그렇다면 불안해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잖은가.
그에 내가 고대 신격과의 결전에 기대감을 품은 순간.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들이 나타나며 시야에 보이는 풍경이 달라졌다.
「차원 요람 에 입장했습니다.」
어느새 나는 검게 물든 공간에서 어느 검은빛이 감도는 들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이게 바로 차원 요람의 스테이지인 듯했다.
그것을 눈치챈 즉시 시스템 메시지를 전부 읽었다.
「차원 요람 의 도전 과제가 발생했습니다.」
「도전 과제 설명 : 지구 출신의 도전자들끼리 협력하여 차원 요람 내에 머무는 암흑황제를 암살하십시오.」
「도전 과제 경고 : 단, 차원 요람 에 있는 다른 차원의 도전자들이 암흑황제를 경호할 것입니다.」
「도전 과제 성공 조건 : 암흑황제를 암살할 것(0/1)」
「도전 과제 성공 보상 : 모든 능력치 +10 ·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B+) · 랜덤 아이템 박스(B+)」
그리고.
“…….”
다음 순간.
“뭔.”
그에 나는 눈을 찌푸리며 어이가 없다는 듯 침음을 흘렸다.
“암살이라니.”
도전 과제.
이것이 차원 요람 에 주어진 일종의 승리 조건인 것 같은데…….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들의 내용이 전부 진짜라면 그야말로 경시할 수 없는 일이다.
“엄청나네…….”
……사실은, 나는 암살에 있어선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고 해도 될 테니까.
“그냥, 이건 아예 대놓고 쉽게 클리어하라는 수준이잖아?”
그것도 목격자 하나 없는 암살이 특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