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84
382. 공략의 달인 (3)
「차원 요람 의 도전 과제가 발생했습니다.」
「도전 과제 설명 : 지구 출신의 도전자들끼리 협력하여 차원 요람 내에 머무는 암흑황제를 암살하십시오.」
「도전 과제 특징 : 단, 차원 요람 에 있는 다른 차원의 도전자들이 암흑황제를 경호할 것입니다.」
「도전 과제 성공 조건 : 암흑황제를 암살할 것(0/1)」
「도전 과제 성공 보상 : 모든 능력치 +10 ·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B+) · 랜덤 아이템 박스(B+)」
“…….”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들을 보며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참…….”
암살이라니…….
본디 나는 탑을 오르며 여러 차례 고도의 기법이 가미된 암살(?)을 해봤기에 꽤 암살의 달인이라고 불러줄 법도 했다.
그럴진대 차원 요람 내에서 주어진 도전 과제가 암살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잖은가.
“진짜 이건 너무 쉽지 않나?”
그냥 대놓고 날로 먹는 이벤트에 가깝다고 해도 되는 수준.
‘이건…….’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사실상 차원 요람에 진입한 찰나에 이쪽은 탑에서 얻은 것들을 전부 봉인되어야 했었다.
단지, 그것을 내가 초월 신화 을 발동하여 강제로 그 페널티를 부수었기에, 만전을 기할 수 있었을 뿐이지.
‘그야말로 엄청난 격차잖아.’
그리고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다.
최소한 차원 요람 내에서는 누구도 내가 지닌 암살 능력을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이다.
설령, 타 차원 출신의 도전자들이라고 한들, 탑에서 얻은 본래의 능력을 이쪽처럼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수는 없을 터.
그렇다면 이건 이쪽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
그리고 그것만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탑에서 도전자의 권한으로 얻어낸 수많은 장비도 쓸 수 없다는 것도 격차 중 하나일 터다.
마치, 게임에서 치트 모드를 사용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어쩐지, 나는 이쪽의 적으로 매칭되었을 다른 세상의 도전자들에게 동정심을 느끼며, 아주 약간이나마 그 적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표했다.
하나, 그것도 잠시.
‘일단은 해야 할 일은 해야지.’
어느새 나는 이곳에 머무는 게 딱히 이롭지 않다는 걸 눈치채고는 상념을 떨쳤다.
사실상 차원 요람 에서 이쪽이 받은 도전 과제는 한 나라의 황제를 살해하라는 것 아닌가.
굳이 이쪽을 추적하기 쉽게끔 같은 자리에서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다.
그게 아니라도 지구 출신의 도전자들이 어디에 모여있는지, 혹은 암흑황제라는 암살 대상이 어디에 있는지 정도는, 어느 정도 알아두어도 나쁘지 않을 터다.
그대로 나는 가볍게 지면을 박찼다.
「권능 ‘강철의 날개’를 강하게 활성화합니다.」
그리고.
“…….”
순식간에 하늘에 있는 구름층까지 날아오른 나는 눈을 찌푸렸다.
“이건 또 뭐야.”
그럴 만도 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암흑세계 내부의 전경은, 하나같이 칙칙한 색으로 도배되어 있었던 마계와도 비슷했으니 말이다.
단지, 이 암흑세계에 퍼져 있는 마기의 농도는 마계와는 달리 아주 옅은 축에 속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지.
그제야 나는 신체 감각을 끌어올리고는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마력의 파장을 뿌렸다.
‘진짜로 마계 같은 세계네.’
세상의 곳곳에 흩뿌려진 마기를 느꼈다.
아마도 이곳은 마계랑 비슷하게 마기가 행성의 밑바탕이 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 암흑세계의 어딘가에 있을 암흑황제라는 암살 대상조차도 마기에 크게 의존할 게 분명했다.
‘재밌네.’
그것은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
본디 나는 필멸자일 적부터 상대방의 마기에 확실히 카운터 칠 수 있는 스킬, 혹은 신화들을 많이 얻어내 가지고 있었으니까.
설령, 저쪽이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내가 마기에 대해 절대적인 대항 능력을 지닌 한, 패배할 일은 없다.
‘굳이 시간을 끌 필요는 없나.’
이쯤 되면 이곳 암흑세계의 위험도는 아예 없다고 해도 될 수준.
나는 이어 마력의 파장을 더 멀리 퍼뜨리며 감각을 동조하여 더 많은 정보를 알아냈다.
생물이라거나, 지형이라거나 하는 것들을 알아내는 걸 넘어서, 공기의 흐름에 섞인 마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느꼈다.
“…….”
그리고.
‘딱히 더는 알아볼 것도 없네.’
어느새 나는 암흑세계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아마도 암흑세계의 어느 황궁처럼 생긴 장소에 마기가 크게 밀집하고 있음을 보니 저쪽에 암흑황제가 있는 것 같은데…….
어쩐지, 지구 출신 도전자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 또한 암흑황제의 거주지로 보이는 장소의 가까이에 있었다.
그에 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선발대라더니…….”
그러고 보니 차원 요람 내에 진입하기 전에 군함에서 들은 브리핑 중에 그런 것이 있었다.
최소한 차원 요람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알아야 했었기에, 지구에서 당장 엄선할 수 있는 도전자들을 10명 추려서 이곳에 미리 보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선발대로 간 도전자들이 있기에 이쪽은 그 선발대에 합류하여 작전을 수행하면 된다고 말이다.
그것이 아예 틀리진 않은 듯했다.
‘딱히 선발대로 간 도전자들이 성과를 많이 낸 것 같진 않네.’
단지, 아직도 차원 요람이 내준 이 쉬운 도전 과제 하나 깨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아쉽게 느껴질 뿐이지.
‘……뭐, 지구 출신의 도전자들이 다 나처럼 페널티 없이 이곳에 온 건 아니니까.’
물론 이해되기는 했다.
이쪽은 초월 신화 의 능력을 토대로 하여 차원 요람의 페널티를 피하긴 했지만, 그것을 지구 출신의 도전자들이 따라 할 수 있을 리 없으니 말이다.
그랬기에 나는 딱히 생산적이지 않은 생각을 떨쳐 내고는 체내 마력을 마기로 전환하며 흑마법을 전개했다.
【 접어드는 소용돌이 】
다음 순간.
착-.
순식간에 나는 공간을 뛰어넘어 검은빛으로 물든 어느 숲에 착지했다.
그냥 한눈에 봐서는 그 어느 곳도 특별하지 않은 장소이긴 한데…….
그래도 고대 신격인 내 눈에는 전부 훤히 보인다.
이곳은 지구 출신의 도전자들이 모인 일종의 탐사 기지 같은 장소일 게 뻔했다.
“지구 출신 도전자인 한성윤입니다.”
실제로 딱히 다를 것은 없었다.
“출입하게 해주시죠.”
그 말을 내가 내뱉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숲의 곳곳에 걸린 보안 장치와도 같은 스킬들이 일부분 해제된 걸까?
그대로 숲의 공간이 쩍 갈라지더니 그곳에서 어느 백인 남성이 긴장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한성윤 님. 신분은 확실히 확인했습니다. 원래는 저희 측에서 찾아가려 했는데 직접 와주셔서 다행입니다.”
“그렇습니까.”
“……예. 부디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일단은 임시 기지 내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대로 나는 그 백인 남성의 뒤를 따라가며 기지 내부를 살폈다.
그래도 나름대로 지구 출신의 도전자 중 정예만을 모은 결과라는 것일까?
사실상 지구의 시설에 비해도 이곳은 어느 것 하나 꿇리는 게 없다고 해도 될 수준으로 현대적인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
그러나.
‘……어이없네.’
그에 나는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기지의 설비 수준이 이만큼이나 된다는 건 이곳에서 더 있을 생각이라는 거잖아.’
그럴 만도 했다.
차원 요람 의 도전 과제에 대해 쉽게 생각했다면, 저쪽이 저렇게나 느긋하게 기지의 설비를 이렇게 끌어 올릴 수 있을 리 없다.
아마도 암흑세계의 어딘가에 있을 암흑황제의 암살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 같은데…….
그것은 이쪽과는 상성이 별로인 전략이지 않은가.
‘고작해야 이 쉬운 도전 과제를 이렇게까지 시간을 끌 필요가 있었던가?’
그에 나는 기지 내의 기척이 어느 한 곳에 몰려있음을 눈치채고는 백인 남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
어쩐지, 아까부터 저 백인 남성은 긴장한 얼굴로 연예인 보듯이 힐끗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지구에서 나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려진 게 있다 보니, 이쪽을 실물로 보는 것이 신기한 듯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이쪽이랑 몇 마디라도 좋으니, 약간의 대화를 나누고 싶은 것 같은데…….
그딴 것을 할 틈은 없다.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습니다.”
“제, 제이슨입니다. 그냥 저는 편하게 불러주셔도 됩니다. 얼마든지 물어봐도 좋습니다.”
“……뭐,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도전자들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에 내가 그렇게 물음을 건네니 제이슨이 잠깐 걸음을 멈추고는 대꾸했다.
“회의실에 있습니다. 차원 요람의 도전 과제를 보셨으니 알겠지만, 저희 측이 암흑황제를 암살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게 있어서, 그에 대해 회의가 오가고 있…….”
“딱히, 그딴 건 암살에 필요가 없을 텐데.”
“……?”
“됐습니다.”
그대로 나는 제이슨의 눈동자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그렇다면 그 기지에 있는 회의실로 안내해주시죠.”
추측하건대…….
“그래야, 제가 해야 할 일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아마도 저들에게는 이쪽의 암살 기법에 대해 심도 깊은 가르침이 필요할 듯했다.
***
기지의 회의실.
“……도착했습니다.”
사실상 그곳은 작은 기지에 있을 회의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작은 건물에 가깝게 보였다.
“……한성윤 님이 온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을 터이니, 회의실 내에 들어가셔도 별 이야기는 없을 겁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만나 뵈어 영광이었습니다.”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알겠습니다.”
구태여 따지자면 저것도 차원 요람의 도전 과제를 늦게 깰 생각이기에 회의실마저도 작은 건물씩이나 되는 규모를 갖춘 것일 테니까.
“…….”
그리고.
그에 내가 작은 건물의 내부에 마련된 회의실의 문을 열어젖힌 순간.
눈앞에 있는 큰 원탁을 둘러싼 낯익은 인물들을 시야에 담을 수 있었다.
‘이걸 보고 예상대로라고 해야 하나…….’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대부분 다 아는 얼굴들이네.’
그래도 지구 출신의 도전자, 혹은 헌터들과도 인연을 쌓은 탓일까?
어느새 나는 이 회의실 내에 있는 이들에 대해 거의 다 알아볼 수 있음을 눈치챘다.
시련의 탑을 오르며 13층의 통합 시련에서 마주했던 미치모토 사치오, 혹은 지구에서 천신교랑 관련된 사건으로 안면을 텄던 첸 샤오링 같은 이들이 그랬다.
그리고 캐서린 베넷이라거나, 김승훈 같은 서로 친분이 어느 정도 쌓인 도전자들도 회의실 내에 있었다.
‘딱히 회의가 잘 되는 것 같진 않네.’
하나, 그것도 잠시.
“그래서 저 암흑황제의 거점까지 몰래 들어가서 정보 수집을 하게 했다고?”
“……제정신이 아니군요. 마이클. 저곳이 어떤 마경인지는 알고 있을 텐데요.”
“……뭐. 그래도 이해는 하겠다. 고작 한 사람의 목숨만이 아니라 지구의 존속이 걸린 사안이니 말이다. 그래도 선은 넘지 말아라.”
설마 암흑황제가 있는 곳에 도전자를 파견하여 정보 수집을 하게 했던 걸까?
회의실 내에 있는 도전자들이 상석에 앉아 있는 어느 흑인 남성을 보며 화내다시피 하고 있었다.
내가 회의실에 들어온 것마저도 눈치채지 못한 채로.
그에 마이클이라고 불린 회의실 상석에 앉은 흑인 남성이 눈을 찌푸리고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결정 번복 따윈 없다.”
마이클이 싸늘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나는 암흑세계의 중심부에 도전자들을 파견하여 정보 수집을 시키는 게 최선이라고 봤다.”
마치, 한낱 몽매할 뿐인 하층민을 바라보듯 경멸의 눈빛을 자아내며 말이다.
“……하. 멍청이가. 그러다가 도전자들이 죽는다고. 그것도 서른 명밖에 안 되어서 더는 보충할 수도 없는 도전자들이 말이야.”
그에 첸 샤오링이 으르렁거리듯이 말하니 이어 캐서린 베넷, 그리고 미치모토 사치오에 김승훈까지 그 의견에 동조했다.
“……이번엔 첸 샤오링의 말이 맞아요. 차원 요람 내에 들어올 수 있는 도전자의 수에 비해 이 정보 수집 작전은 너무나 과감해요. 대책 없죠.”
“그래. 지구의 존속이 걸린 일이니 민감해질 수는 있겠지. 다만, 이걸 가지고 도전자들을 생각 없이 희생시키는 건 말도 안 된다.”
“마이클. 당신의 주장은 미치광이의 헛소리에 가깝습니다. ……저 또한 은신 능력에 통달했으나 저 마경에서 정보 수집을 하다간 개죽음을 당할 거라고 봅니다.”
마이클은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그래……. 개죽음이라고? 지구의 운명이 걸린 일에서 시간을 들여 당장 쓸모없는 도전자들을 보내 정보 수집을 하자는 게 그리도 큰일인 줄 모르겠군. 한심하긴.”
어느새 마이클은 적의에 찬 눈빛을 발하며 말했다.
“세상의 운명을 네놈들이랑 짊어져야 한다는 게 한스러울 뿐이다.”
그리고.
“과연, 지구의 운명에 대해 이곳에 온 한성윤 도전자 또한 너희처럼 생각할 것 같나?”
그 순간이었다.
“한낱 쓸모없는 도전자들 열 명에게 정보 수집 임무를 맡기는 게 그리 클까?”
갑자기 마이클은 상석에 앉은 채 고개를 빙글 돌리더니 대뜸 이쪽을 바라보며 씩 미소를 지었다.
“글쎄. 아마, 세계 랭킹 1위의 도전자께서는 그 생각이 나랑 같은 것 같은데. 그렇지?”
굳이 따지자면 일종의 팀내 정치질과도 같은 상황인 것 같긴 했다.
‘뭔…….’
그러나 팀에서 자기 뜻대로 되게끔 정치질하는 일에 너무나 크게 몰입한 것일까?
그것도 일종의 스킬의 효과를 사용하여 눈에 보이지 않게 보이지 않는 압박까지 가하며.
이제야 막 회의실에 도착했을 이쪽을 보고 상황 설명 하나 없이 저딴 눈빛을 보내는 게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저게 지금 뭐 하는 거지?’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마이클이라고 하셨습니까.”
“아! 그렇습니다. 성윤 씨. 하하, 제가 상황 설명도 없이 의견을 물어봐서 당황하셨을 수도 있겠군요. 뭐, 회의실에 들어와서 한 이야기를 들었으니 아시겠지만, 저희는…….”
“궁금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기껏해야 암흑황제가 있는 곳에 도전자들이 목숨 걸고 정보를 수집하게 하느냐 아니느냐의 실랑이였을 것 아닙니까.”
“오! 맞습니다. 저 도전자들은 실로 이기적인 터라, 이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자기네들 목숨을 챙기려 들고 있으나, 성윤 씨의 의견을 다를 것이라고 봅…….”
“그딴 건 됐고.”
다름이 아니라…….
“한 가지, 마이클 씨에게 물어볼 게 있습니다.”
“……예? 대체 무슨 물어볼 것이 있─.”
“저한테 당장 살해당하고 싶은 겁니까?”
“?”
그것은, 맹수 앞에서 토끼가 눈을 부라리며 싸움을 거는 것과도 같은 의미이지 않은가.
“그냥, 순수하게 궁금해서 하는 질문이니, 스킬 효과는 이제 끄고 대답하셔도 됩니다.”
그에 나는 흥미에 찬 포식자의 그것과도 같은 눈빛을 자아내며 싱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