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86
384. 공략의 달인 (5)
굳이 시간 낭비할 것도 없다.
흔히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듯이…….
고대 신격만이 실행할 수 있는 암살 방법에 대해 입으로 떠드는 것보다는, 그냥 한번 저들에게 강의라도 하듯 직접 무엇을 하려는지 보여주는 게 나을 터다.
‘어차피, 직접 보고 나면 더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옳다느니 그르다느니 떠들진 않겠지.’
그것이 가장 확실하게 이쪽의 뜻을 설파할 수 있는 선택지이니 말이다.
“…….”
그다지 걱정되지는 않았다.
고작해야 이것은 암흑황제라는 어느 군주 하나를 죽이는 것뿐인 일이니까.
여태껏 탑을 오르며 마주했던 수많은 적 중에서는 어느 일국의 군주보다도 더 엄청난 권력을 쥔 이들도 있었으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한낱 암흑황제 같은 필멸자 수준에 불과할 적에게 시간을 더 소비할 필요는 없어.’
당연했다.
승자는 어디까지나 매번 이쪽이었지 않은가.
그렇다면 더는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냥, 이건 내가 날로 먹을 수 있는 수준의 도전 과제니까.’
그에 나는 입가에 가벼운 조소를 머금고는 회의실이 비치된 작은 건물을 빠져나온 순간.
치지지지지지직───!
【 접어드는 소용돌이 】
그대로 즉각 체내의 마력을 마기로 전환하고는 술식이 변형된 흑마법을 전개했다.
굳이 비유하자면 개인용 승강기를 다인용 승강기로 변화시킨 것이라고 해야 할까.어느새, 탐사 기지의 한가운데에 흑마법으로 이뤄진 검은빛의 공간 이동 통로가 열렸다.
이쪽이 보기엔 딱히 어렵지 않았다.
한데, 저들이 보기엔 다른 걸까?
“저건 또 무슨…….”
“공간 이동 계통의 능력이라고?”
“저 정도의 마력량을 가진 것도 모자라 공간 특화 능력을 지니고 있다니…….”
갑자기 내가 흑마법으로 공간 이동의 통로를 연 것을 본 다른 도전자들이 흠칫하며 놀라움을 표했다.
어째서 저러는 것인진 뻔했다.
아마도 이쪽과는 달리 보통의 도전자는 전투 능력뿐만이 아니라, 일종의 보조 능력까지 섭렵하는 경우가 없어서 그런 것 같은데…….
이쪽은 솔로 플레이가 일반적이다 보니 딱히 이것저것 가려가며 힘을 얻어 낼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네크로맨시나, 혹은 신화 같은 능력이 있다 보니 보조 능력을 갈고닦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그랬기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입술을 달싹였다.
“제가 황궁으로 가는 길은 열어놓았으니 이쪽으로 가면 됩니다.”
그리고…….
착-.
이내 내가 흑마법으로 이루어진 공간 이동의 통로를 넘어선 순간.
‘저곳인가.’
그제야 나는 암흑세계의 중심부에 있는 어느 도심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마치, 마계의 어느 도시에 더불어 다른 세상의 황궁을 반쯤 섞어 놓은 것 같은 모양.
그냥 언뜻 봐서는 그다지 특별할 것 하나 없는 궁전의 모습이겠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겉모양일 뿐이다.
“철벽같네.”
그럴 만도 했다.
눈앞에 보이는 저 너머의 황궁은 알 수 없는 결계나, 마법진 같은 것들로 보호되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어쩐지, 마계와도 닮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다르진 않은지 황궁은 결계나 마법진만이 아니라, 어느 마기 섞인 신성으로 보호되고 있었다.
그것도 꽤나 수준 높게 말이다.
‘고대 신격 중 하나인 마신에게 은총을 받은 건 아니야.’
굳이 따지자면 상위 신격 중 하나의 신성에 가깝다고 해야 할 터.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다름이 아니라…….
‘그럼 내가 뒷감당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거지.’
사실상 이쪽이 바라는 대로 칼춤을 춰도 딱히 상관없다는 것이다.
‘참, 기대되는 일이야.’
그런데 그것은 이쪽의 관점일 뿐이란 것일까?
어느새 이곳에 온 지구 출신의 도전자들은 하나같이 얼굴에 낙담의 빛을 머금었다.
심지어 예전에 탑을 오르며 같이 팀을 맺었던 이들마저도 이쪽이 암살에 성공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듯했다.
“……성윤 님. 오랜만에 뵈자마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마는. 암흑황제의 단독 암살에 대해서는 재고해주셨으면 합니다.”
어느새 이쪽에 다가온 미치모토 사치오는 암울한 얼굴빛으로 말했다.
“……저 또한 암살자로서 암흑황제를 습격해보려 했지만, 저 황궁의 삼엄한 보호 설비를 뚫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만이 아니다.
“……마이클, 저 작자의 도전자를 소모품으로 쓰자는 논리에는 화가 나지만, 이건 쉬이 결정할 사안이 아닙니다.”
그에 내가 무어라 대답하려는 순간.
“……그건 나도 동감이야. 한성윤. 그쪽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어도 이번에는 예외라고 생각해. 미안하게도.”
첸 샤오링이 불쑥 대화에 끼어들더니 이어 말했다.
“설령, 지구 출신 도전자 중 가장 압도적인 힘을 가졌다고 해도, 차원 요람에 의해 전투 능력이며 장비며 봉인된 상태에서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을 거야.”
왜인지 모르게 첸 샤오링의 표정에는 염려의 빛이 가득했다.
“그딴 식으로 지구 최고의 전력이라고 불리는 그쪽이 다치는 일은 내가 용납할 수 없어.”
마치, 내가 크게 다칠 수 있는 일에는 결사반대라는 듯이.
실제로도 그녀의 체내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거짓이 아닌 진짜였다.
어쩐지, 첸 샤오링이 이쪽에 신앙에 가까운 감정을 내보이는 걸 보니, 뭔가가 껄끄러운 감이 없잖아 있었다.
‘……첸 샤오링과는 그렇게까지 교류가 크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말이야.’
그럴 만도 했다.
첸 샤오링은 천신교의 사태로 얽히게 되었으나 이쪽을 숭배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니까.
굳이 따지자면 이하연이나, 혹은 캐서린 베넷 같은 서로 친분을 쌓은 이들이나 나에게 숭배의 감정을 가졌기에, 이질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천신교의 사태 이후에 어쩐지 지구에서 얻는 신앙이 늘어난 것 같은데.’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의문이 딱히 오래가진 않았다.
‘……뭐, 내 착각이겠지.’
이쪽은 자의식 과잉이 아니다.
고작해야 추측, 혹은 망상에 불과할 쓸데없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보다야 당장 눈앞에 닥친 일을 생각하는 게 옳을 터.
그제야 나는 고개를 한차례 젓고는 이어 암흑세계의 중심부에 있는 황궁을 바라보며 입술을 떼었다.
“아뇨. 제가 실패할 일은 없습니다. 고작 이딴 일에서는.”
한데…….
“하.”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지금, 지구의 존속이 걸린 일을 가지고 고작 이딴 일이라고 하셨습니까?”
그제야 나는 배후에서 들려온 어느 날 선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고 하니 한성윤 도전자에게는 정말 잘됐군요.”
어느새 이쪽이 흑마법으로 열어놓은 공간 이동 통로를 넘어온 마이클이 적의에 찬 눈빛을 번뜩이며 말했다.
“한성윤 도전자. 그럼 한 번 증명해보시지요. 당신이 얼마나 잘났기에 그딴 망발을 내뱉을 수 있는지. 어서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나는 입가에 피식 헛웃음을 머금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증명이라니…….”
그다지 화나진 않았다.
“그것참 재밌는 소리네요.”
단지…….
“알겠습니다.”
궁금해졌다.
“그렇다면야 바라는 대로 한 번 제가 어떤 사람인지 지켜보시죠.”
내가, 이곳에서 ‘진짜 암살’을 선보인 후에도, 저딴 식으로 계속 말할 수 있을지가 말이다.
「…….」
「스킬 ‘파천破天’이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부술 수 있는 것에 대한 한계가 사라집니다.」
「…….」
「스킬 ‘파괴의 상징’이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일정량의 마력을 소모하여 모든 종류의 능력이 파괴 보정을 얻습니다.」
「…….」
「전용 효과 ‘왜곡’이 활성화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지정한 공간에 비틀림을 일으킵니다.」
「※일정 이상의 비틀림을 일으킬 시 지정 공간이 소멸합니다.」
다음 순간.
꽈드드드드드드드───!
눈 깜짝할 사이에 공간 그 자체가 일그러지며 모든 것이 붕괴했다.
***
크라티아.
그야말로 그곳은 수많은 마도사의 이상향과도 같은 세계였다.
단지, 크라티아의 제국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누구나 마법을 배우고, 술식의 재능에 따라서 출세의 길이 열린다.
━크라티아의 마법사는 누구나 실력에 따라서 정당한 대우를 받는다.
이것 같은 말이 있을 정도.
‘……그래. 크라티아의 마법사는 누구나 평등하지. 그리고 누구보다 우월하고 말이야.’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다.
사실상 탑에게 선택받은 크라티아 출신의 도전자들은 황실에게 인정받음으로써 막강한 권력을 얻는다.
그저, 크라티아 출신의 도전자들은 더 강한 마법을 다룰 수 있다는 것만으로, 수많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
‘그러니 크라티아의 은총 덕에 내가 이곳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고 말이야.’
그래봤자 크라티아는 어디까지나 마법사에게나 이상향으로 불릴 법한 곳일 뿐이었다.
사실상 크라티아의 실력주의적인 대우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될 테니까.
단지, 술사로서 딱히 재능이 없다는 것만으로 기본적인 생활권마저도 박탈당하고, 한낱 노예처럼 마법사들의 소유물이 되는 세상이었다.
“…….”
서스티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라티아를 존중했다.
어차피 서스티안은 마법사로서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부류이니 말이다.
그 자신은 크라티아에서 일국의 왕과도 같은 권력을 가졌을진대 불만이랄 게 있을 리가 없잖은가.
심지어 크라티아의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수준을 자랑했기에 더더욱 그랬다.
설령, 탑에서는 군소 차원과도 같은 취급을 받는다고는 한들, 크라티아의 술사들은 우주에서 견줄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래……. 그랬어야 했다. 크라티아의 마법사는, 그 누구에게도 패배할 리 없어야 해. 그 어떤 상황이든 간에 변수를 통제하지 못할 리 없어.’
그랬기에 서스티안은 확신했다.
고작해야 다른 세상에서 온 도전자쯤은 마법사답게 충분히 철저한 대비로 막아낼 것이라고.
심지어 크라티아 출신 도전자들이 여럿 있다 보니 결계 마법이든 무엇이든 간에 암흑황제의 수호에 충분히 힘쓸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이내 눈앞에 보이는 저 황궁의 창문 너머에서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을 본 순간.
‘그러나, 저것은…….’
그대로 서스티안의 얼굴빛이 새하얗게 질렸다.
“저것은 대체 뭐란 말인가?”
콰지지지지지직───!
마치, 세계의 종말에나 어울릴 것 같은 끔찍한 광경.
하늘이 반으로 쪼개지며 그 사이로 공간이 일그러져 파괴된 파편이 보인다.
그야말로 세상 하나쯤은 충분히 없애버릴 것 같은 파괴의 재액이 황궁을 으깨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
그것이 서스티안이 간직하게 된 최후의 기억이었다.
***
순식간에 나는 오른손을 쭉 내뻗은 채 눈앞에 보이는 공간을 비틀었다.
「초월 신화 이 활성화됩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의 신성 운용에 의 신성 효과가 붙습니다.」
「※어느 상대를 지정하여 [4분] 동안 모든 종류의 격이 상대랑 동등해질 수 있습니다.」
「※단, 격의 상승으로 축적되는 부담을 버티지 못할 시, 의 힘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에게 의 신성 효과가 붙습니다.」
「※스스로 지닌 영격을 자유롭게 조율하여 다루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어느새, 초월 신화 까지 가미되어 공간의 비틀림이 가속되게 되었다.
‘재밌네.’
그리고 그에 나는 이어 눈빛을 크게 반짝이고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탑을 오르며 얻어 둔 어느 토착 신격의 전용 효과를 재차 써보니 꽤나 재미있었으니까.
어쩐지, 각종 파괴에 관련된 보정을 주는 스킬들을 발동한 것도 모자라, 초월 신화 까지 사용하여 공간을 으스러뜨리니, 상당히 재밌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콰가가가가가가각───!
아예 황궁을 감싸고 있었던 마기 섞인 신성의 비호는 이미 으깨져 사라진 상태.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황궁의 곳곳에 내재된 결계 마법이라거나, 혹은 요격용 마법진 같은 것도 속절없이 공간의 비틀림에 휘말리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시야에 보이는 모든 것이 으깨지며 기분 좋은 시스템 메시지들이 여럿 나타났다.
다름이 아니라…….
「도전자 한성윤이 마법사를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초월]에 0.009% 가까워졌습니다.」
「도전자 한성윤이 마법사를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초월]에 0.008% 가까워졌습…….」
「도전자 한성윤이 마법사를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초월]에 0.007% 가까워졌…….」
「…….」
어느새 황궁 내에 있었던 다른 세상의 도전자들이 대거로 사망한 것이다.
아마도 이쪽의 전용 효과 ‘왜곡’에 저항할 수 없었던 것 같은데…….
사실상 내가 가진 파괴 관련 보정 스킬들을 전부 발동한 상태이다 보니 딱히 이상할 건 없었다.
「스킬 ‘대자연의 순수 마나 징벌’에 의해서 도전자 한성윤이 ‘탈진’ 상태에 빠집니다.」
「스킬 ‘고대 악마의 저주 계약’에 의해서 도전자 한성윤이 ‘중독’ 상태에 빠집…….」
「스킬 ‘일곱 원혼의 환영 질주’에 의해서 도전자 한성윤이 ‘환각’ 상태에 빠…….」
이쯤 되니 대응 방식을 바꾸겠다는 걸까?
쏴아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황궁 측에서 수많은 마나, 혹은 마기로 이루어진 스킬들이나 마법들이 쇄도했으나 딱히 아무렇지도 않았다.
「초월 신화 이 활성화된 상태입니다.」
“이쯤이면 딱히 간지럽지도 않은 수준이네…….”
그럴 만도 했다.
초월 신화 이 있는 한, 내가 저까짓 공격들 따위에 당할 리 없으니까.
그대로 나는 개의치 않고 이어 공간의 비틀림을 더 가속한 채 1분의 시간을 보냈다.
「업적 ‘공간의 지배자’를 달성했습니다.」
「스킬 ‘공간 장악(A+)’이 생성됩니다.」
「…….」
그리고…….
「도전자 한성윤이 암흑황제를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초월]에 0.41% 가까워졌습니다.」
「암흑황제 ‘제르니엄’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
마침내.
이내 암흑세계의 중심부에 있는 황궁이 티끌 하나 남기지 않고 소멸된 순간.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들이 나타나며 차원 요람 의 스테이지가 끝났음을 알렸다.
「차원 요람 의 도전 과제를 클리어했습니다.」
「※도전 과제 성공 보상으로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했습니다.」
「※도전 과제 성공 보상으로 인벤토리에 ‘랜덤 아이템 박스(B+)’이 전송됩니다.」
「※도전 과제 성공 보상으로 인벤토리에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B+)’이 전송됩니다.」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하십시오.」
“끝났네.”
그에 나는 고개를 돌리고는 지구 출신 도전자들이 서 있는 곳을 바라봤다.
“자아…….”
그리고.
“이쪽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증명은 이쯤이면 충분한 것 같은데…….”
이내 내가 지구 출신 도전자들의 사이에 있는 어느 흑인 남성에게 걸어가서 말을 건 순간.
“그렇다면 이제 누가 증명해야 할 차례일 것 같습니까?”
“…….”
그대로 마이클은 말없이 흠칫하더니 이윽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눈동자에 지진을 일으켰다.
……단, 이번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저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