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87
385. 차원 경쟁 (1)
「차원 요람 의 도전 과제를 클리어했습니다.」
「※도전 과제 성공 보상으로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했습니다.」
「※도전 과제 성공 보상으로 인벤토리에 ‘랜덤 아이템 박스(B+)’이 전송됩니다.」
「※도전 과제 성공 보상으로 인벤토리에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B+)’이 전송됩니다.」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하십시오.」
차원 요람의 도전 과제를 완벽하게 끝낸 상황.
굳이 따지자면 이에 대해 하나같이 기뻐해야 하는 것이 옳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터.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서 있는 지구 출신 도전자 중 그 누구도 웃거나 기뻐하지 않았다.
“…….”
그럴 만도 했다.
이쪽이 십 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저 황궁을 박살 낸 걸 직접 봤으니 말이다.
그것도 장난치듯 간단히.
고작해야 고대 신격이나, 상위 신격도 아닌 한낱 필멸자들을 상대하는 일이었기에 딱히 어렵지 않았으나, 저쪽에서 느끼는 감정은 매우 극명했다.
그에 나는 은연중에 느껴지는 감정을 포착하고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내가 어떤 경지에 도달해 있는지 약간이나마 감을 잡은 것 같네.’
그것은, 강자 앞에서 약자가 품는 가장 원초적인 공포의 감정이었다.
‘참…….’
어이가 없었다.
사실상 내가 지구에서 가장 강하다는 것마저 서로 추측하에 알아낸 주제에, 이쪽의 진짜 실력 중 일부를 본 것만으로 저렇게 반응하다니 말이다.
이쪽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지 않은가.
어느새, 지구 출신 도전자들의 눈빛에 경외의 감정이 깃들며, 일종의 신앙과도 같은 감정이 흘러나왔다.
“그래서…….”
그리고.
“제가 해야 하는 증명이라는 건 이쯤이면 되었을 텐데.”
그것은 눈앞에 서 있는 마이클 또한 다르지 않았다.
“아직도 제가 뭔가를 더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
“그냥 편하게 말해도 됩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단지, 마이클이 내보이는 감정은 경외라거나, 숭배라기보다는, 순수한 공포심에 더 가까웠을 뿐이다.
“그렇다면야 다행이네요.”
그에 나는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떼었다.
“만약에 이래도 제 증명이 부족하다고 했다면 그쪽은 얼마나 잘났기에 그러는지 알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 말을 들은 마이클은 흠칫하며 턱을 덜덜 떨더니 이어 조용히 말했다.
“……죄, 죄송했습니다. 여태껏 제가 한성윤 도전자님에게 많은 결례를 끼친 듯합니다. 이에 대해 책임지고 통솔자의 위치에서 물러나겠─.”
아마도 이쪽을 도발한 것에 부담을 느끼고 이제는 물러설 요량인 것 같은데…….
“고작해야 그걸로 끝입니까?”
괘씸했다.
여태까지 비하성이 짙은 발언을 대놓고 내뱉다가, 이제 와 겁먹은 채 몸을 내빼다니?
눈앞에 있는 저 흑인 남성이 지구 출신 도전자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진작에 찢어 죽였을 것이다.
“그쪽이 바라는 대로 힘을 증명한 대가치고는 너무 값싼 것 같은데.”
“……큭. 그, 그렇다면, 제가 어찌해야 만족하실 수 있겠습니까.”
“간단합니다.”
“…….”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보상.”
“……예?”
“보상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대로 나는 마이클에게 빈손을 내밀며 탐욕에 찬 미소를 지었다.
“그쪽이 가진 것들 전부로.”
본디 피해 보상이라는 것은 확실하게 받고 넘어가야 하는 법이니까.
***
눈앞에 쌓인 수많은 아이템을 보며 나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이쯤은 해야 제대로 된 보상이지. 암, 그렇고말고.’
그럴 만도 했다.
어느새, 마이클에게서 피해 보상이라는 명목하에 기부(?)받은 아이템들의 성능에 대해 하나하나 확인을 마쳤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끝에 나는 마이클이 하나하나 괄시할 수 없는 높은 등급의 장비들을 바쳤음을 알아낼 수 있었다.
‘최저 등급이 B급으로 시작하는 아이템들뿐이니 어디에 써먹든 간에 효율이 높을 거야.’
흡족했다.
저 장비들은 직접 쓰든, 혹은 공양의 인장을 통하여 신성력으로 갈아 버리든 간에, 꽤나 높은 효율을 보여줄 터.
그렇다면 충분히 만족할 가치가 있잖은가.
그리고…….
‘사실, 진짜 제대로 된 보상은 따로 있지.’
그걸로 끝이 아니다.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
「등급 : B+」
「스킬을 지닌 존재들을 위해서 탑이 특별히 제작한 특수 물약.」
「복용할 시 보유 스킬 중 한 가지를 임의로 숙련도를 30% 상승시킬 수 있다.」
사실상 진짜 이득은 이쪽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내가 얻어 낸 스킬 숙련도 물약까지 합치면 어느 스킬 하나의 숙련도를 60% 상승시킬 수 있어.’
그럴 만도 했다.
시련의 탑에서 얻을 수 있는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은 도전자에게 있어선 천금과도 같은 가치를 지니니 말이다.
설령, 그게 어떤 스킬이라고 해도 그 숙련도를 고정된 값으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은, 고대 신격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매력적으로 느껴질 정도.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을 또 얻어 낸 건 엄청난 이득이야.’
그에 나는 뜻밖의 이득에 크게 즐거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만이 아니다.
아직도 보상들이 남았다.
「랜덤 아이템 박스」
「등급 : B+」
「랜덤으로 아이템을 뽑을 수 있는 특수한 상자다.」
「상자를 개봉할 시, 최소 D+급에서 A+급까지의 아이템 중 한 가지를 무작위로 얻는다.」
그다지 대단하다 부를 만한 아이템은 아니다.
눈앞에 있는 이 ‘랜덤 아이템 박스(B+)’는 진짜 말 그대로 ‘운’이라는 요소에 의존하여 아이템을 얻는 방식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운’이라는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서나 대단하다고 부를 가치가 없을 뿐이다.
이것도 통제된 ‘운’에 따라선 바뀐다.
「권능 ‘용사의 가호’가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행운이 일시적으로 격렬하게 상승합니다.」
바로…….
「신성 이 조건을 만족하여 자동으로 사용됩니다.」
「신성 이 일부 상황에 행운을 더하여 이로운 방향으로 조율합니다.」
「신성 이 도전자 한성윤의 모든 운에 관련된 능력을 크게 상향합니다.」
지금처럼.
파바방-!
「축하드립니다!」
「랜덤 아이템 박스의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아이템들을 뽑으셨습니다!」
이내 ‘랜덤 아이템 박스(B+)’를 사용한 순간.
그대로 이어 화려한 이펙트가 터지더니 최고 등급의 아이템을 얻었다.
그것을 본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검, 그리고 방패처럼 생긴 A+급 아이템 둘을 확인했다.
‘……뭐, A+급 아이템이 나온 것과는 별개로, 딱히 써먹을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리고.
「공양의 인장(SS-) 전용 효과 ‘공양(供養)’이 활성화됩니다.」
「자기 자신에게서 11개의 아이템을 공양받았습니다.」
「해당하는 아이템들을 신성력으로 치환하여 심장에 축적합니다.」
그대로 나는 방금 얻은 A+급 아이템 둘을 포함하여 써먹을 곳이 없는 장비들을 한꺼번에 신성력에 바쳤다.
‘그 외에는 다 영약 같은 일회성 아이템이니 그냥 먹으면 끝이겠네.’
어느새 수많은 아이템 중 대부분의 처분을 끝냈다.
그제야 나는 손에 쥔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B+)’을 섭취했다.
그리고 이어서 눈앞에 익숙한 시스템 메시지들이 나타나며 스킬의 목록이 보였다.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B+)을 섭취했습니다.」
「숙련도를 상승시킬 스킬을 선택하십시오.」
고민되었다.
내가 가진 스킬 중 대부분이 높은 수준의 등급에 도달해 있는 상태.
그 탓에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B+)’을 둘씩이나 적용할 수 있다면 엄청난 성장을 보일 것이 확실했다.
‘딱히 공격 스킬이나, 혹은 보조 스킬에 투자하고 싶진 않아.’
그에 나는 어느 바위 위에 걸터앉은 채 턱을 매만지며 생각했다.
단, 지난번과는 달리 이제는 스킬 간의 밸런스도 맞출 필요성이 있었다.
그냥 순수 공격 스킬에 가진 전부를 투자하는 것보다는 방어 계통의 능력도 어느 정도 갖추는 게 나을 터.
‘그럼 답은 정해져 있는 건가.’
다음 순간.
「선택 완료.」
「도전자 한성윤의 스킬 ‘충격 차단(S+)’의 숙련도가 60% 상승합니다.」
이쪽이 가진 방어 계통 스킬 중 가장 범용성 높은 스킬인 ‘충격 차단’의 스킬 숙련도를 올렸다.
「스킬 ‘충격 차단(S+)’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스킬 ‘충격 차단(S+)’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나이스.’
이제 스킬 ‘충격 차단’의 등급이 SS-급에 도달하게 된 상황.
신성에 관련된 능력에도 스킬 ‘충격 차단’을 발동할 수 있음을 고려하면 이는 방어 계통 능력 중에선 굉장히 쓸 만한 축에 속했다.
고작해야 스킬 ‘충격 차단’의 등급이 A-급이었을 적에도 모든 종류의 충격을 30% 차단했음을 생각하면 이제는 더 많은 방어가 가능해질 게 확실했다.
그에 나는 만족하고 보상의 정리를 끝내고는 고개를 들었다.
“…….”
어느새 암흑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었던 지구 출신의 도전자들이 한곳에 모였다.
본디 차원 요람 내에 선발대로 들어온 10명, 그리고 나 하나만이 이곳에 있었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이쪽이 얻어 낸 보상들을 정리하는 사이에 공간 능력자들이 각지에 있는 지구 출신 도전자들을 모아 온 것이다.
이곳에 이하연이나 다른 이들을 포함하여 지구 출신의 도전자들이 다 도착해 있었다.
“이제 와야 할 사람들은 다 온 것 같으니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제야 나는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는 잿빛의 포탈 앞에 선 채 걸음을 옮겼다.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갑시다.”
이제는, 본격적인 차원 요람의 클리어에 집중할 순간이었다.
***
「차원 요람 에 입장했습니다.」
「차원 요람 의 도전 과제가 발생했습니다.」
「도전 과제 설명 : 차원 요람 내에 있는 비석들을 올바르게 활성화하여 3분 후에 나타날 고대의 괴물을 물리치십시오.」
「도전 과제 특징 : 단, 차원 요람 에 있는 비석들을 올바르게 활성화하지 못할 시에는 고대의 괴물이 강해집니다.」
「도전 과제 성공 조건 : 고대의 괴물을 물리칠 것(0/1)」
「도전 과제 성공 보상 : 모든 능력치 +10 · 랜덤 스킬 서적(B+) · 차원 여행의 돌(A+)」
순식간에 잿빛 포탈을 넘어서 그 너머의 장소에 도착했다.
“…….”
마치, 어느 삿된 존재를 봉인하고 있는 거대한 신전과도 같은 모습.
‘고대의 괴물이라고 했었나.’
아예 곳곳에 뿌려진 피라거나, 신전의 중심부에 꽂힌 일곱 비석이나, 혹은 그 위에 있는 핏빛 근육으로 이루어진 구체를 보니 대충 짐작이 갔다.
‘대충 일정 시간이 지나면 출현하는 고대의 괴물이랑 싸우라는 거네.’
아마도 퍼즐 게임처럼 비석들을 올바르게 배치하여 3분 후에 나타날 고대의 괴물을 약화시켜야 하는 것 같은데…….
“윽. 징그러운데. 설마, 저기에서 고대의 괴물이라는 게 나타나는 거야?”
“음. 아마도 그럴 겁니다. ……단, 고대의 괴물이랑 싸우기까지 시간이 좀 있군요.”
“뻔하잖나. 고대의 괴물이 나타나기 전에 비석들을 퍼즐처럼 맞추어 그놈을 약화시켜야 한다. 확실하게.”
굳이 그래야 할 필요는 없다.
이쪽은 상대의 변신 시간을 기다려줘야 하는 만화 속 악당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시간을 질질 끌 것 없이 변신 전에 해치우는 것 또한 하나의 정답이다.
“그럼 어서 저희끼리 비석을 올바른 배치로 만들도록 하…….”
그에 나는 곧장 신전의 중심부 위에 있는 핏빛 근육 구체로 접근하며 그 말을 끊었다.
“─아뇨. 그럴 필요들 없습니다. 다 제가 있는 곳에서 잠깐 멀어지십시오.”
그리고.
“그걸로 충분할 겁니다.”
다음 순간.
“최소한 이 스테이지의 도전 과제를 깨기엔.”
그대로 나는 오른손을 굳게 쥐고는 이어 전력에 가까운 힘으로 격공권을 발휘했다.
쩌어어어어어어엉───!
눈 깜짝할 사이에 공기 찢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이쪽이 쏘아낸 격공권은 그 소리보다도 더욱 빨리 핏빛 근육의 구체에 닿았다.
……그리고, 그로서 도출된 결과물로, 핏빛 근육으로 이루어진 구체는 아예 박살이 나버렸다.
퍼버버벙-!
그것도 아주 완벽히.
「…….」
「차원 요람 의 도전 과제를 클리어했습니다.」
「※도전 과제 성공 보상으로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했습니다.」
「※도전 과제 성공 보상으로 인벤토리에 ‘랜덤 스킬 서적(B+)’이 전송됩니다.」
「※도전 과제 성공 보상으로 인벤토리에 ‘차원 여행의 돌(A+)’이 전송됩니다.」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하십시오.」
그에 나는 뺨에 튄 약간의 핏물을 대충 닦아 내고는 빙글 고개를 돌려 말했다.
“그냥, 기다릴 것 없이 이렇게 하면 바로 도전 과제를 끝낼 수 있잖습니까.”
그런데…….
내가 선보인 것 같은 이 ‘매우 효율적인 공략’은 다들 익숙하지 않은 걸까?
어느새 지구 출신 도전자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대부분 넋이 나가 있는 것처럼 변했다.
“그럼 이제 갑시다. 다음 스테이지로. 그래야, 시간 낭비가 되지 않을 테니까요.”
“………….”
마치, 이딴 말도 안 되는 일은 생전 처음 본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