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93
391. 27층 (2)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어느새 나는 차원 요람의 이벤트에서 승리를 거두고 지구에 돌아온 채였다.
이쪽이 느끼기에는 그저 당연한 승리일 뿐이었으나, 지구에 있는 이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세계 헌터 협회, “도전자 한성윤이 없었다면 차원 요람의 공략은 더 어려웠을 것”이라며 도전자 한성윤에 대해 예우를 표하여…….] [세계 최강의 도전자? 한국의 도전자 중 하나인 ‘한성윤’에 대하여 세계 최강이라는 말이 오가고 있으나 그 행방은 묘연한 것으로 알려져…….] [스사노오 길드의 수장. 미치모토 사치오, “도전자 한성윤의 실력은 가히 최고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라는 찬사를 내뱉어 화제가…….]“난리 났네.”
서울 중심에 자리 잡은 어느 화려한 호텔.
그곳의 객실에 비치된 소파에 걸터앉은 나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어째서인지 차원 요람의 이벤트를 끝낸 지 며칠밖에 안 되었을 터인데도, 인터넷 곳곳에는 이쪽에 관한 뉴스들로 꽉꽉 채워져 있었으니까.
‘설마 내가 차원 요람에서 활약한 게 이렇게까지 큰 파장을 일으킬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그럴 만도 했다.
사실상 탑의 주도하에 개최된 차원 요람의 이벤트는 내가 느끼기엔 가벼운 놀이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단지, 차원 요람의 이벤트에서 내준 보상들에 더하여 신성 , 그리고 고유 스킬 ‘선택과 집중의 비술(S)’을 얻어낸 덕분에 시간 낭비는 아니었을 뿐.
그다지 이벤트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
한데…….
‘이건 대체 뭐지.’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쪽의 관점이었을 뿐이다.
굳이 내가 번거롭게 포털사이트 같은 곳에서 직접 검색할 필요도 없다.
그냥 인터넷의 어느 사이트건 간에 접속하기만 하면 이쪽에 대해 떠드는 글들이 하나 가득 보이니까.
[다시 봐도 소름 돋는 한성윤 라이브 영상…gif]-캬. 한성윤이 미국에서 찍은 라이브 영상인데… 진짜 다시 봐도 미쳤다.. 대체 어느 수준이길래 뿔 달린 저 괴물을 한 방에 처리하지? 개신기함.
-니노노(slshsh88**) : 그때 저거 한성윤 라이브 방송 본 사람들은 알 거임 ㅇㅇ.. 그냥 저 사람은 사는 세계가 다름.. 세계 최강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음.
└시그룽(tlrmfjdj48**) : ㅇㅈ. 고작 말 한마디로 저 괴물을 한 방에 죽였잖음. 심지어 한성윤은 검을 주로 쓰는 스타일인데도. 걍 격이 다름.
└스타메이커17(tmxkapdlzjl17**) : 괜히 한성윤이 은연중에 세계 최강으로 불리게 된 게 아님. 진짜 괴물 같음.
└브레이크으으으(qmfpdlzm55**) : 크. 진짜 뽕 차네. 가끔 한성윤 보고 광적으로 찬양하는 빠돌이도 많이 보이는데, 요즘엔 진짜 나도 그 심정이 이해가 갈 정도임 ㅋㅋㅋ
“…….”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일종의 인기 급상승에 따른 재조명 효과라고 해야 할까?
갑자기 인터넷 곳곳에서는 내가 전투의 신이 보낸 사도를 살해했던 영상까지 재차 돌려보며 감탄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래도 나쁘진 않은가.”
그에 나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바라보며 눈빛을 반짝였다.
그렇지 않아도 신성 를 얻어야 했기에 지구에 있는 이들의 신앙심을 모을 필요성이 있었지 않은가.
솔직히 너무 갑작스러운 기색은 없잖아 있으나, 지금 같은 기류를 조성할 수 있다면야, 지구에 이쪽을 숭배하게끔 하는 일도 수월해질 터.
그렇다면 나쁜 일은 아니었다.
‘최소한 나에게 있어서 손해는 아니야.’
그러나…….
굳이 신경을 쓸 필요도 없다.
어차피 이쪽에 대해 지구에서 내리는 평가들은 완벽한 신앙이 될 수준이 아니라면 의미는 없으니 말이다.
단지, 내가 신성 를 얻을 수 있는 발판을 착실히 쌓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약간의 기대감을 느낄 뿐.
그것을 알고 있기에 더는 스마트폰의 화면에 떠오른 뉴스들을 더는 읽지도 않았다.
‘지구에 재차 들리게 될 사건이 생긴다면 그때는 많은 걸 얻어낼 수 있겠어.’
그대로 나는 소파에 늘어진 채 지구에 대해 생각하는 걸 멈췄다.
“그러고 보니 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았지…….”
그 대신에 시스템을 조작하여 차원 요람의 이벤트에서 얻은 어느 고유 스킬을 확인했다.
『고유 스킬 – 선택과 집중의 비술(S)』
『숙련도 – 100%』
『기본 효과 – 사용자의 능력에 대한 분배를 조율한다.』
『세부 효과(1) – 신체에 관련된 능력치를 스킬을 대가로 하여 영구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
『세부 효과(2) – 신체에 관련된 능력치를 권능을 대가로 하여 영구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
『세부 효과(3) – 신체에 관련된 능력치를 신성력을 대가로 하여 영구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
단…….
“별로네.”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사실상 고유 스킬 ‘선택과 집중의 비술(S)’은 신체 능력 하나에 올인하는 스타일의 효과를 가졌지 않은가.
그러나…….
이쪽은 네크로맨시의 고유 특성을 토대로 하여 신체 능력을 한계 없이 성장시킬 수 있는 것만이 아니라, 신성 나, 전용 주문 같은 강화 능력들도 많았다.
솔직히 말해서 장점을 느끼긴 힘들다.
‘그나마 써먹을 가치가 없는 스킬들을 신체 능력으로 치환할 수 있다는 점이 이점이려나.’
그걸로 고유 스킬에 대한 확인은 끝을 맺었다.
‘아쉽네.’
어쩐지 아까운 감이 없잖아 있었다.
본래 탑에서 이곳으로 돌아올 때는 꽤 재밌을 줄 알았으나, 새로운 신성을 얻은 것을 빼고는 소득이 그리 크지 않았다.
설령, 시간 낭비까지는 아니라고 한들, 이에 대해 더 높은 수준의 보상을 얻어 낼 수 없었던 것은 여전히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에 나는 눈매를 좁힌 채 피식 미소를 지었다.
“결국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가…….”
이쯤 되니 확실히 알게 된다.
이쪽에 비해 약한 적을 쓰러뜨리는 것을 가지고는 파격적인 보상을 얻어 낼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지름길 따위는 없었다.
고대 신격의 너머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면 나 또한 그에 걸맞은 위험 부담을 짊어져야 할 터.
그것을 알기에 나는 더 불만을 품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그렇게 해줘야지.”
본디 탑을 오르는 도전자에게 있어서 소망하는 바를 성취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니까.
「시간 종료.」
「시련의 탑으로 복귀합니다.」
시련의 탑의 새로운 층으로 나아갈 타이밍이었다.
***
「27층 대기실에 입장했습니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긴 했다.
어쩌면, 나는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말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증명의 신이 해주었던 말들이 머릿속을 떠돌며 고민을 가중시켰다.
━강해지는 것 외에 관심이 없는 너에게 새로운 신념이 깃들까?
본래 증명의 신은 나를 보고 강해지는 것을 추구한 끝에 극단적인 변화를 거칠 것이라고 했다.
그냥, 순수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면 망설임 하나 없이 모든 걸 집어삼킬 괴물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것이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어느새, 나는 탑을 오르며 강해지는 것 외의 가치를 전부 버린 끝에, 이곳에 도달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후회되진 않았다.
‘신념인가.’
그럴 만도 했다.
고작해야 탑을 오르는 도전자에 불과했던 나는 고대 신격의 경지에 올라섰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다.
여태껏 탑을 오르며 수많은 격전을 거쳐온 끝에 초월 신화라는 히든 카드 또한 얻었지 않은가.
그것은 내가 맞이하게 될 결말을 바꿀 힘이 있었다.
━이 또한 증명의 일환일 터이지. 재미있겠어. 이곳에서 너의 선택을 기다리마.
이제는 머나먼 과거처럼 느껴지는 증명의 신과의 대화를 떠올린 나는 어딘가에 답하듯 말했다.
“이것도 하나의 선택인 셈이지.”
그리고…….
“그냥, 압도적인 힘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넘어서는 선택 말이야.”
그대로 나는 탑의 석실 한가운데에 선 채 무표정함을 드러내며 선택을 마쳤다.
「시련의 탑 27층에 입성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시련의 탑 27층에 입성합니다.」
「난이도 – 어려움」
「해당 시련의 주제는 ‘배신’입니다.」
「도전자가 선택한 고행 끝에 만족스러운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27층.
본디 증명의 신이 최악의 결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던 층수에 입장한 것이다.
순식간에 탑의 석실이 아닌 어느 어두컴컴하기 그지없는 콜로세움 같은 곳으로 공간이 바뀌었다.
“…….”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다.
시련의 탑에서 27층의 시련에 배정해준 주제 또한 ‘배신’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마치, 이쪽이 누군가를 배신하게 될 것임을 알려주는 노골적인 암시 같다고 해야 하나.
그것을 본 나는 표정 없이 시스템 메시지들이 나타나는 걸 바라보았다.
「27층 시련을 시작합니다.」
「남은 시간 – 1일」
「시련 돌파 조건 – 남은 시간 안에 계약한 관리자들과의 전투에 완벽하게 승리할 것」
「시련 실패 조건 – 도전자의 죽음 혹은 남은 시간의 종료」
「시련 돌파 보상 – 신성이 뒤섞인 것(SSS+)」
「시련 실패 페널티 – 사망」
그러나…….
「초월 신화 이 활성화됩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의 신성 운용에 의 신성 효과가 붙습니다.」
「※어느 상대를 지정하여 [4분] 동안 모든 종류의 격이 상대랑 동등해질 수 있습니다.」
「※단, 격의 상승으로 축적되는 부담을 버티지 못할 시, 의 힘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에게 의 신성 효과가 붙습니다.」
「※스스로 지닌 영격을 자유롭게 조율하여 다루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형태 없는 힘을 영격으로 조율하여 해당 힘에 영격의 효과를 작용시킬 수 있습니다.」
다음 순간.
「신성 이 사용됩니다.」「신성 이 일대의 영역을 전용 전장으로 바꾸어 변화시킵니다.」
「신성 이 사용된 전용 전장에서 도전자 한성윤 외의 생명체는 ‘쇠약’ 상태에 빠집니다.」
「신성 이 사용된 전용 전장에서 도전자 한성윤의 개념 신성이 +100% 강화됩니다.」
순식간에 나는 초월 신화 에 더하여 신성 을 발동했다.
쿠구구구구구─!
그야말로 어두운 하늘 그 자체와도 같은 전경이 공간을 뒤바꾼다.
어느새 탑이 마련한 어두운 콜로세움은 신성 에 삼켜지다시피 하였다.
그리고, 그걸 보며 나는 신성 에 신성 을 뒤섞어서 시간을 멈추는 명령을 고했다.
「신성 이 사용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현실 세계에 말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단, 세상의 이치를 간섭하는 언령에는 매우 많은 신성력이 소모됩니다.」
《 정지해라. 》
한데…….
「…….」
「오류 발생.」
「시련의 탑이 오류 현상에 대하여 강제적인 개입을 시도합니다.」
그것을 마냥 지켜볼 생각은 없단 것일까?
「시련의 탑이 전용 권한 #A-002[오류 수정]를 발동하여 오류 원인을 삭제합니다.」
「시련의 탑이 전용 권한 #A-097[강제 진행]을 발동하여 27층의 시련이 강제 진행됩니다.」
「시련의 탑이 전용 권한 #A-104[강력 제재]를 발동하여 도전자 한성윤의 신성이 봉인됩니다.」
───!
눈 깜짝할 사이에 공간이 쩌어억- 갈라지며 그 사이로 압도적인 힘이 용암처럼 쏟아졌다.
흡사, 격노한 고대 신격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시련의 탑이 강제적인 개입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공간이 뒤틀리며 거대한 태풍을 직면한 것 같은 현상이 일었다.
그러나 의미는 없었다.
「초월 신화 이 활성화됩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의 행동에 의 신성 효과가 붙습니다.」
「외부의 간섭으로 실현되는 당신에 관한 모든 부정적인 변화를 부정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에게 의 신성 효과가 붙습니다.」
「외부의 현상은 당신의 것이 된 힘을 절대로 허락 없이 흉내 낼 수 없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신성 이 사용됩니다.」
「시간의 과거 개념에 간섭할 수 있습니다.」
「단, 신성 의 사용자와는 관련 없는 간섭일 시 신성 발동이 취소됩니다.」
쩌어엉……!
눈 깜짝할 사이에 신성 의 시간 간섭이 탑의 힘을 완벽하게 동결시켰으니까.
“…….”
그야말로 고대 신격이 되며 얻어 낸 압도적인 격의 집합이 탑의 강제 개입을 억누른다.
「…….」
「오류 수정 실패.」
「시련의 탑이 전용 권한 #A-002[오류 수정]의 발동이 취소됩%^!*…….」
「오류 수정 실패.」
「시련의 탑이 전용 권한 #A-097[강제 진행]의 발동이 취소됩#?*!&…….」
「오류 수정 실패.」
「시련의 탑이 전용 권한 #A-104[강력 제재]의 발동이 취소됩?*!$%…….」
“하.”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확실히 알았기에 참을 수 없는 웃음을 느꼈다.
「…….」
「다수의 고대 신격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수의 고대 신격이 당신이 쌓아 올린 드높은 신성과 영격에 찬사를 보냅니다.」
이 순간, 나는 시련의 탑이 강제로 시련에 개입하는 것마저 비틀어 내는,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낸 것이다.
그것도 아주 완벽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