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94
392. 27층 (3)
순식간에 붉은빛의 시스템 메시지들이 시야를 잠식하다시피 나타난다.
「······.」
「오류 수정 실패.」
「시련의 탑이 전용 권한 #A-002[오류 수정]의 발동이 취소됩%^!*······.」
「오류 수정 실패.」
「시련의 탑이 전용 권한 #A-097[강제 진행]의 발동이 취소됩#?*!&······.」
「오류 수정 실패.」
「시련의 탑이 전용 권한 #A-104[강력 제재]의 발동이 취소됩?*!$%······.」
그럴 만도 했다.
신성 에 의해서 시련의 탑이 부린 수작이 하나같이 다 동결된 상황.
사실상 시련의 탑 측에서 무얼 하건 간에 더는 통용되지를 않으니 저렇게 수많은 전용 권한의 발동이 취소될 수밖에 없었다.
“하.”
짜릿했다.
어느새 내가 시련의 탑이 쏟아 낸 힘을 막아 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는 게 말이다.
설령, 최상층 가까이에 있을 도전자라고 한들, 탑에 대항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터.
그러나 이쪽은 그렇지 않았다.
여태껏 승리를 거듭해 온 결과로 나는 고대 신격이라는 드높은 경지에 닿을 수 있었고, 그것은 우주의 개념 중 하나로 신성이 각인되어 불멸을 이루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간단할 뿐이었다.
「······.」
「다수의 고대 신격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수의 고대 신격이 당신이 쌓아 올린 드높은 신성과 영격에 찬사를 보냅니다.」
시련의 탑은 이제 나에게 있어서 더는 대항할 수 없는 존재 따위가 아니다.
「…….」
「시련의 탑이 도전자 한성윤에 대한 위험도를 크게 상향 조절합니다.」
「시련의 탑이 도전자 한성윤에 대한 고대 신격들의 관측 및 개입을 더는 허락하지 않습니다.」
「시련의 탑이 전용 권한 #B-421[신격 관측 및 개입 제한]을 발동하여 다수의 고대 신격들을 관측 영역에서 추방합니다.」
“참…….”
그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더는 시련의 탑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끔 두지 않았다.
쩌어엉───!
「초월과 죽음의 신이 시련의 탑의 같잖은 수작질에 정색합니다.」
[ ─내가, 그딴 수작을 부리는 걸 그냥 보고 있을 리가 없잖아? ]눈 깜짝할 사이에 신성의 파장이 울려 퍼지며 압도적인 격이 집약된 간섭이 이어진다.
그것은, 시련의 탑이라고 하여 없앨 수 있는 하찮은 간섭이 아니다.
그야말로 이건 초월 신화 , 그에 더하여 초월 신화 이 뒤섞인 비장의 패들 중 하나니까.
‘물론 신성의 소모에 더해서 격의 소모 또한 크긴 한데…….’
이쪽도 그 어떤 대항 수단 없이 새로운 층에 올라온 것은 아니다.
아니.
도리어 그 반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여태껏 탑을 오르며 나는 이 27층이 일종의 분기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수많은 패를 수중에 모아 온 것 아닌가.
승부수를 내던질 준비는 충분했다.
‘아직 버틸 수는 있어.’
한데…….
「오류 수정 실패.」
「시련의 탑이 전용 권한 #B-421[신격 관측 및 개입 제한]의 발동이 취소됩?*!$%······.」
「시련의 탑이 도전자 한성윤의 권한 바깥의 행사에 대하여 당장 그만둘 것을 강력권고합니다.」
그것이 저쪽의 심기를 거스른 것일까?
시련의 탑은 내가 하는 신성의 간섭을 거두길 종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그 말을 순순히 들어줄 생각은 아주 약간도 없었다.
“개소리.”
당연했다.
설령, 개념 신성에 더하여 초월 신화의 수많은 능력을 뒤섞어 탑에게 대항한다고 한들, 그건 어디까지나 버티기에 가까울 뿐.
솔직히 말해서 한계점 자체는 뻔했다.
어차피 신성 이나, 신성 은 신성력의 소모율 자체가 너무나도 높은 탓에 오래 쓸 수 없었다.
고작해야 앞으로 몇 분이나 사용할까.
‘그냥 이건 일종의 경고에 불과할 뿐이야.’
그러나 상관은 없었다.
본디 이쪽이 27층의 시련에 들어선 것은 탑의 수작에 대항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으니 말이다.
사실상 고대 신격이 되어 압도적인 격을 갖춘 시점에서 더는 바라지 않는다면 탑의 수작에 놀아나 줄 필요는 없었다.
그것을 확실히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그걸 탑도 알고는 있을 거야.’
최소한 나는 시련의 탑이 무엇을 하든 간에 이곳에서 도망칠 자신이 있었다.
시련의 탑을 쉬지 않고 올라오며 얻어 낸 패들은 아주 많았다.
고작해야 이딴 허술한 공간쯤은 당장에라도 고대 신격의 격이 가미된 흑마법으로 찢어 버리고 탈출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
이쪽이 바라는 것은 시련의 탑을 오른 끝에 그 꼭대기 층까지 도달하는 거니까.
그것이 내가 바라는 목표 중 하나인 이상에는 시련의 탑과도 완벽하게 대척점에 설 수는 없었다.
서로의 바라는 바를 어느 정도 조율하는 것이 베스트라고 할 수 있을 터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호감을 가진 다수의 고대 신격이 탑을 관측하고 있는 것만으로 바라는 바를 이루긴 쉬워지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러한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
「빛의 신이 당신의 선택에 놀라움을 표하고 있습니다.」
「어둠의 신이 당신이 받는 대우에 분노하여 시련의 탑에게 적대심을 드러냅니다.」
「마신이 당신의 완고한 의지 표출에 감탄하여 경쾌하게 박수를 칩니다.」
「용신이 당신이 핍박받는 상황에 못마땅함을 느끼며 시련의 탑에게 살의를 드러냅니다.」
어느새 이곳을 관측하게 된 다수의 고대 신격이 나에 대해 호의를 드러낸 것이다.
「다수의 고대 신격이 당신의 상황에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다수의 고대 신격이 당신의 시련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고대 신격이 시련의 탑에게 대가를 지불하여 시련 개입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다.
「다수의 고대 신격이 시련의 탑에게 대가를 지불하여 시련 개입을 시도합니다.」
「다수의 고대 신격이 시련의 탑에게 대가를 지불하여 시련 개입을 시도합…….」
「다수의 고대 신격이 시련의 탑에게 대가를 지불하여 시련 개입을 시…….」
순식간에 다수의 고대 신격이 시련의 탑에게 많은 대가를 지불하여 시련 개입을 시도한다.
「다수의 고대 신격이 시련의 탑에게 인과율에 따른 정당한 개입임을 주장합니다.」
그래서일까?
「…….」
「시련의 탑이 다수의 고대 신격의 강제 개입에 침묵합니다.」
「시련의 탑이 다수의 고대 신격의 인과율에 따른 시련 개입을 수긍합니다.」
「……시련의 탑이 #C-192[시련 진행 중지]를 발동하여 시련 내용의 진행이 멈춥니다.」
그대로 시련의 탑은 침묵 끝에 다수의 고대 신격들이 바라는 대로 하였다.
‘뭔.’
그것을 본 나는 어이가 없어서 내심 헛웃음을 머금었다.
사실상 이쪽이 다수의 고대 신격에게 바란 것이라고는 탑에게 눈치를 주는 정도지 않은가.
그럴진대 다수의 고대 신격이 이렇게나 적극적으로 나에 대해 도움을 주려고 하니 놀라울 수밖에 없잖은가.
‘설마 이게 이렇게 될 줄이야.’
하나, 그것도 잠시.
「시련의 탑이 당신을 침묵한 채 바라봅니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를 본 나는 눈빛을 가라앉혔다.
「시련의 탑은 당신의 위험 행동에 대해 조정이 필요함을 잊지 않을 겁니다.」
어이가 없었다.
“뻔뻔하네.”
조정이라니?
그에 나는 입가에 비틀린 미소를 띤 채 조소했다.
이쪽이 탑에게 격렬하게 대항한 것은 저쪽에서 먼저 개수작을 부렸기 때문이었지 않은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시련의 탑이 조정이니 어쩌느니 저렇게 재수 없게 나오니 슬슬 분노가 치민다.
“어쩌라고?”
그에 나는 아무것도 없는 어둠으로 가득 찬 천장의 공간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조정이니 어쩌느니 실컷 떠들기는 했다마는.”
그대로 나는 차분히 가라앉은 눈빛을 발하며 말을 이었다.
“그래봤자 나를 버릴 것도 아니잖아?”
당연했다.
여태껏 시련의 탑은 이쪽을 대체할 수 있게끔 하려 했으나 결국에는 그러지 못했다.
심지어 수많은 격전을 거친 끝에 나는 시련의 탑마저도 더는 쉬이 건드릴 수 없는 최고의 걸작이 되었다.
「시련의 탑이 당신의 말을 침묵한 채 듣습니다.」
“어차피 그쪽도 나에게 바라는 것들이 있는 거잖아?”
그것을 알고 있기에 당당할 수가 있었다.
“서로 바라는 게 있어서 여기까지 왔을 뿐이야.”
사실상 시련의 탑에 더는 일방적인 거래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면 서로 어느 정도 선은 지켜야지.”
서로 대등해질 필요성이 있다.
“더는 개수작 부리지 마.”
그리고…….
“어차피, 그쪽이든 이쪽이든 간에 이해의 일치가 없다면 불화만이 일어날 뿐이니까.”
그대로 나는 최후의 경고라는 듯이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더는 그 누구에게도 나는 통제당하지 않을 거야.”
그것으로 완벽한 끝이었다.
「…….」
「시련의 탑이 당신에 대해 일부분 정보를 상향 수정했습니다.」
「……시련의 탑이 #D-476[시련 개입 허용]을 발동하여 시련 내용이 대부분 변경됩니다.」
시련의 탑은 더 이상 이쪽의 말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단지, 27층 시련의 내용에 대해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인지하고는 그 내용을 변경할 뿐.
그리고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다수의 고대 신격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스템 메시지들을 띄웠다.
「다수의 고대 신격이 시련의 탑이 시련 개입을 허용한 것에 대해 충분히 만족했습니다.」
「다수의 고대 신격이 다수결 투표를 토대로 당신에게 만신전의 의뢰를 청합니다.」
「다수의 고대 신격이 다수결 투표를 마쳤습니다.」
「찬성 4. 반대 1.」
‘의뢰라고……?’
만신전.
갑자기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키워드의 등장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그에 대해 생각을 이어갈 틈은 없었다.
어느새 시련의 탑에 의해 조성된 공간이 일그러지며 전이가 시작되고 있었으니까.
「다수의 고대 신격이 27층 시련을 주관하여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다수의 고대 신격 중 대표로 어둠의 신이 선발되었습니다.」
「어둠의 신이 당신을 신성 영역으로 초대합니다.」
다음 순간.
쩌어어어어어어억-.
세상을 집어삼킬 것 같은 어둠이 공간 그 자체를 잠식하며 시야의 암전이 일었다.
“…….”
그런데 어째서인지 낯설지만은 않았다.
‘한 번 느껴본 적이 있는 기운이야.’
포근했다.
그에 나는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뜨고는 이어 어느 공간으로 전이했는지 살폈다.
오직 어둠으로 가득 찬 화원의 중앙에 검은 로브를 둘러쓴 여인이 하나 있다.
그제야 나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는 깨닫고는 긴장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
“……오랜만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저 여인은 아주 오랜만에 보는 고대 신격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어둠의 신이시여.”
다름이 아니라…….
「어둠의 신이 당신을 오랜만에 본 것에 크게 기쁨을 느끼며 손을 흔듭니다.」
[ 후후. 그래, 나의 마음에 드는 아이야. 오랜만이구나. ]어둠의 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