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4
003. 시련의 탑 (3)
「고유 특성 ‘네크로맨시(F)’를 발동합니다.」
「샌드 골렘의 사령을 흡수하시겠습니까?」
「Y/N」
“…….”
줄줄이 떠오른 문구에 잠깐 말문이 막히긴 했으나 이게 무슨 일인지는 짐작이 갔다.
줄곧 나는 가지지 못했어도 다른 플레이어들은 숨 쉬듯이 자연스레 쓰던 능력.
고유 특성이 구현된 것이다.
무려 7년 만에 습득한 고유 특성에 감정이 벅차올랐으나 이내 곧 그 마음을 추슬렀다.
자, 침착하게 생각하자고, 침착하게.
내게 고유 특성이 생겼다는 건 기뻐할 일이기는 해도 흥분해서는 안 된다.
“당장은 기뻐하기 이르지.”
차분해져야 한다, 지금은.
온몸이 으스러질 것만 같은 고통도 고통이지만 너무나도 피로했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것만 파악하고 대기실로 넘어가야 했다.
‘그래서 이 검은 안개가 내 고유 특성이라는 건가?’
휙휙.
의아해서 손으로 다시 검은 안개를 건드려도 봤으나 별 반응은 없다.
그야 그렇겠지.
이게 내 고유 특성이라면 고작 손으로 휘젓는다고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확인을 해 봐야 한다.
『한성윤』
『근력 – 9』 『체력 – 9』
『민첩 – 8』 『마력 – 7』
『고유 특성 – 네크로맨시(F)』
『스킬 – 고속 재생(E+)』
오랜만에 열게 된 상태창은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었다.
존재하지 않던 고유 특성이 생겼고.
스킬도 공백이 아니라 ‘고속 재생(E+)’이 생성됐다.
물론 능력치는 전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중요한 것은 ‘고유 특성’.
나는 그대로 고유 특성이라는 글귀만을 클릭해서 자세한 설명을 띄웠다.
『고유 특성 – 네크로맨시(F)』
『숙련도 – 0%』
『기본 효과 – 죽은 자의 혼을 흡수하여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세부 효과(1) –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으며 그 수치는 해당 특성의 랭크와 사령의 질에 비례한다.』
『세부 효과(2) – 혼을 보관하다가 쓸 수도 있으며 보관 용량의 한계치는 랭크에 비례한다.』
“이런 미친……!”
죽을 각오를 하고 싸운 끝에 얻은 보상은 실로 달콤했다.
다른 건 몰라도 ‘영구적인 능력치 상승’이라고 적힌 문구.
그걸 보니 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몇 년을 수련해도 올라가지 않았던 게 바로 내 능력치다.
그런데.
‘그런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니.’
진짜로 로또 맞은 기분이 따로 없었다.
이어서 나는 상태창의 스킬란에 적힌 ‘고속 재생’도 클릭했다.
『스킬 – 고속 재생(E+)』
『숙련도 – 0%』
『효과 – 치명상을 제외한 상처를 빠른 속도로 회복시킨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얻게 된 스킬도 평범하지는 않다.
재생 계열의 스킬은 귀하다.
전투 중에 다친 상처를 회복하는 스킬은 습득 조건이 어렵기에.
보통은 헌터들이 생사를 넘나드는 싸움을 반복하다가 습득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도 한 번에 얻은 것이다.
추가 돌파 보상이라는 것도 이런 수준이라면 다음 층은 얼마나 더 좋은 보상을 주는 걸까?
그리고…….
‘얼마나 더 위험해지는 거지?’
잘은 몰라도 시련의 탑이 이렇게 고유 특성과 스킬을 막 퍼줄 리는 없었다.
실제로도 샌드 골렘에게서 승리를 거머쥐었기에 이 보상들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고 말이다.
시련의 탑이 이 보상들을 걸고 짊어지게 한 리스크는 간단했다.
죽음.
처음부터 시련의 탑은 홀로그램 메시지로 리스크와 보상을 나타냈다.
승리한다면 ‘고유 특성’을 개방할 것이고 진다면 그대로 죽을 것이라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이 시련의 탑은 튜토리얼에서부터 이 체계를 주장하고 있는 거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위험해지고 내 목숨은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될지도 모른다.
“젠장…….”
얼마나 보상이 크든 간에 실패한다면 그대로 죽을 뿐.
던전과 다르게 한 번 깼다고 해서 그대로 탈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입에서 거친 소리가 나올 수밖에.
“빌어먹게도 불친절하네.”
부조리함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리스크.
무기력한 삶이 싫었고 괴수를 모조리 죽여 버리고 싶기에 헌터를 지망했다.
‘하지만 그것도 죽으면 헛수고일 뿐이지.’
아직은 그렇게 리스크를 짊어지면서까지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갈망하던 고유 특성과 스킬도 얻었으니 당연했다.
돌아가면 이것만으로도 그렇게 갈망하던 헌터는 될 수 있을 테니.
그러나.
“그걸 정하는 것도 살아남아야 가능한 거겠지.”
그러려면 가진 걸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사령을 흡수하겠냐는 메시지에 동의했다.
「샌드 골렘의 사령을 흡수하셨습니다.」
「현재 보유한 사령의 수 – 1/5」
「숙련도가 7% 상승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샌드 골렘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검은 안개가 내 몸으로 솟구쳤다.
스아아앗……!
검은 안개가 체내로 스며들며 기묘한 감각이 일었다.
‘고유 특성의 사용법은 바로 알겠네.’
그저 바라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껏 고유 특성을 이용해 온 플레이어들도 이 과정을 겪었겠지.
다만, 나는 그 과정을 조금 늦게 밟았을 뿐.
「보유한 사령을 사용하여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상승시킵니다.」
「근력이 3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2 상승했습니다.」
「현재 보유한 사령의 수 – 0/5」
몸이 한결 가벼워지며 곳곳에서 활력이 끓어올랐다.
알 수 없는 고양감이 전신을 지배했지만…….
‘굳이 지금 확인해 볼 필요는 없겠지.’
온몸이 상처투성이기에 상승한 능력치를 시험해 보진 않았다.
그러고는 샌드 골렘이 죽은 곳 뒤에 생성된 포탈로 걸음을 옮겼고.
포탈에 몸을 맡기는 순간.
「대기실로 이동합니다.」
주변의 풍경이 확 바뀌었다.
***
우우웅!
포탈을 넘어가자 보인 것은 정사각형 모양의 석실이었다.
「2층 대기실에 입장하셨습니다.」
「모든 상태 이상과 부상을 완벽하게 회복합니다.」
「회복 효과는 대기실에 상시 적용됩니다.」
허공에 그런 메시지가 떠오르더니 이내 모랫바닥에 쓸렸던 상처가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곳곳에 입었던 자잘한 상처들도 마찬가지.
‘별로 그렇게 놀랍지도 않네.’
슬슬 이 기현상에도 나름 익숙해지는 모양.
아예 통증이 사라지자 나는 이내 몸을 찬찬히 살폈다.
역시 메시지에 떠올랐던 것처럼 부상이란 부상은 전부 회복된 상태였다.
샌드 골렘과 싸웠던 게 꿈처럼 느껴질 정도.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건 지금 입고 있는 옷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사실.
싸움에서 찢어진 옷은 탑이 복구시켜 주지 않았다.
딱 상처만을 회복시켜 주겠다는 듯 바닥에 쓸리며 찢어진 옷자락은 그대로다.
모랫바닥을 뒹굴며 곳곳에 묻은 모래들을 탈탈 털어 냈다.
윽, 그 와중에 입에도 들어갔는지 목이 텁텁하다.
‘그래도 시련이 끝나면 몸은 회복시켜 준다는 건가?’
덕분에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던 것은 사라졌다.
그제야 마음이 차분해지며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공간은 꽤 넓은데 내부는 허전하네.’
대기실이 그저 기다리는 장소라고는 해도 황량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광경.
그나마 쉬라고 해놓은 것인지는 몰라도 석실의 구석에 침대가 있었다.
‘별로 좋은 침대도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침대가 있다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했다.
풀썩.
침대에 누운 채로 천장을 응시하자 이것저것 잡념이 많아졌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지? 탑은 나갈 수 있는 건가?’
그저 앞으로의 막막함에 대해서.
혹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나를 여기에 불렀지?’
어째서 왜 이 탑이 나를 여기에 데려다 놓았는지.
그러나.
“모르겠다.”
대부분은 결국 모르거나 손 쓸 수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됐다.
현실에 대해서도 그렇고 탑에 대해서도 그랬다.
다시 돌아갈 수 있는지는 고사하고 다음에는 또 뭐가 있을지도 모르니…….
그 어느 것도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천장을 응시하며 잡생각을 떠올리고 있을 때.
「모든 난이도의 튜토리얼 시련이 전부 종료됐습니다.」
「시련의 탑 전용 시스템을 활성화합니다.」
문득 그런 메시지가 떠오르더니 이어서 더 문구들이 나열됐다.
「지금부터 아래의 명령어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정보, 상점, 커뮤니티, 인벤토리, 시련.」
「명령어를 입에 담으면 자동으로 해당 명령어가 실행됩니다.」
그게 전부였고 그 이후에는 별다른 메시지가 없었다.
그제야 상념에서 깨어났다.
“……그래, 이제 슬슬 정신 차려야지.”
모르는 것과 손을 쓸 수 없는 것들은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
당장 중요한 건 살아남는 것이며 이 탑에 관해서다.
나는 누워서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시련.”
그렇게 말을 끝낸 순간 홀로그램 메시지가 나타났다.
「2층 시련 시작까지 – 23시간 21분」
「아직 시련을 선택할 수 없으니 대기해 주십시오.」
역시나 생각했던 것처럼 시련은 또 존재하는 것이다.
시련 자체는 예상했던 것이기에 곧바로 직관적인 명령어는 대부분 실험해 봤다.
인벤토리.
말 그대로 언제든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보관 공간인 듯했다.
게임의 인벤토리처럼 생긴 창이 나타나더니 거기에 물건을 넣을 수 있었다.
기겁하는 것도 잠시, 곧 인벤토리의 능력을 다 확인할 수 있었다.
‘확실히, 많은 양의 물건을 넣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좋기는 하네.’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유용한 수단이 생긴 건 확실했다.
상점.
이것도 꽤 직관적인 형태로 그냥 인터넷 쇼핑몰처럼 되어 있었다.
파는 것은 안 되지만 사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한 듯이 보였다.
사소하게는 작은 물건부터 해서 무기나 가구들까지 팔리고 있는 모양.
그 외에도 수많은 물품이 상점창에서 팔리고 있었다.
그러나 명령어를 다 써 보지도 않고 상점을 이용하기에는 좀 껄끄러웠기에 다른 명령어로 넘어가기로 했다.
남은 건 이제 두 개의 명령어였다.
정보, 그리고, 커뮤니티.
“정보라…….”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현 상황에 대한 정보.
직관적이었던 시련의 탑 명령어를 생각해 보면 정보도 유용할 듯했다.
하지만 막상 명령어를 말하니 나온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궁금한 내용을 작성해 주십시오.」
「작성된 질문은 발신이 완료되면 관리자가 답변을 보냅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질문권 – 1.」
정보라는 것은 그냥 관리자에게 궁금한 내용을 묻는 것이었다.
관리자, 관리자라.
시련의 탑은 던전처럼 초자연적인 현상이지만 누군가의 관리 하에 놓여 있다는 걸까.
잘 모르겠지만 이 또한 당장 고민해서 해결될 건 아니다.
일단 관리자의 존재는 둘째치고, 이 질문권이라는 건 쓰기에 따라서 유용할 것이다.
무슨 질문을 쓸까 곰곰이 고민하다가 문득 최하단에 써진 작은 글씨를 보고는 관뒀다.
「새로운 층에 들어설 때마다 질문권이 1회 추가됩니다.」
「질문권은 누적이 가능합니다.」
“음, 일단은 미뤄야겠네.”
내 손안에 질문권은 1회만 있으니 신중하게 쓰는 게 나았다.
누적이 가능하다는 문구도 보였고.
그럼 적어도 당장 쓰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일은 없을 터.
마지막으로 남은 커뮤니티를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았다.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난이도 – 어려움」
「2층 커뮤니티 (3971/4321)」
-이승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설명해주실 분?
-박진우: 씨발, 설마 이거 2차 대격변임?
-이희진: 님들 저 갑자기 능력치랑 스킬이 각성 시점으로 돌아갔는데 어떡하죠?
-박찬석: 뭐야, 시발. 내 상태창 돌려줘요.
-김승훈: ㄷㅊ 너만 그런 줄 아냐? 나도 상태창이 각성 때로 돌아갔다.
-현석진: 돌겠네, 시팔. 헌터도 아닌데 난 왜 끌려옴? 던전 같은 건 플레이어만 들어올 수 있다면서.
-박찬석: 플레이어도 아니라고? 근데 여긴 어떻게 끌려왔는데?
-현석진: 그걸 알면 내가 여기에 있겠냐 시발아? 그리고 튜토리얼 시작할 때 각성시켜주더라.
1초마다 새롭게 갱신되는 채팅을 보며 나는 눈을 깜빡거렸다.
‘커뮤니티라는 게 진짜 그 커뮤니티였다고?’
대부분이 혼란스러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무렇게나 막 채팅을 치고 있었다.
아비규환(阿鼻叫喚).
딱 그 말이 어울릴 정도로 커뮤니티의 분위기는 과열된 상태.
그러나 계속해서 떠오르는 채팅을 보며 얻을 수 있던 게 아예 없지는 않았다.
“나만 끌려온 건 아니었네.”
생각보다도 꽤 많은 이들이 끌려왔으며 헌터들도 있는 모양.
하지만 그들은 능력치나 스킬이 전부 사라졌다며 대성통곡하는 상황이었다.
잠깐이나마 그들이 구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피차 다를 것 없는 처지.
깔끔하게 헌터들에게 기대하는 걸 그만두었다.
다들 똑같이 끌려온 판에 누군들 남을 도와줄 수 있을 리 없으니까.
‘그러고 보니…….’
능력치 및 스킬 등을 각성 시점으로 되돌린다는 메시지도 있긴 했다.
‘물론 나는 각성했던 때랑 달라진 게 없어서 그대로였던 거 같지만.’
그 효과를 현직 헌터가 겪었다면 말 그대로 모든 걸 잃은 심정일 터였다.
그리고 개중에는 플레이어도 아닌 사람이 끌려왔다고도 한다.
거짓말일 수도 없는 게 수십 명이 그렇게 주장하고 있었다.
‘진짜 2차 대격변이라도 되는 걸지도.’
그렇지 않고서야 기존의 상식이 깨질 수가 없었다.
‘물론 2차 대격변인 걸 알아도 뭘 어떻게 할 수 없는 게 흠이지만.’
그래도 채팅방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나름 풍부했다.
다만, 그것도 잠깐일 뿐이었다.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채팅방의 혼란스러움은 줄지를 않았다.
‘아직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람이 많네.’
채팅방에서는 온갖 욕과 이게 2차 대격변이냐는 등의 실없는 소리만 쏟아져 나왔다.
또는 플레이어나 헌터들이 성실한 듯 능력을 돌려달라는 외침만 반복됐다.
물론 그들에게는 실성해도 이상할 것 없을 상황이겠으나 나는 아니다.
원래부터 가진 능력도 없었기에 잃게 된 것도 없었으니까.
그 덕분에 그나마 다른 이들보다는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래서야 더 얻을 것도 없겠네.”
그렇게 생각하며 커뮤니티를 끄고 잠깐 다른 명령어를 시험해 보려는 순간.
「관리자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커뮤니티 홀로그램에 그런 메시지가 큼지막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커뮤니티가 얼어붙으며 채팅이 뚝 끊겼다.
「채팅이 금지되었습니다.」
‘관리자 입장에, 채팅이 금지되었다니…….’
이건 또 무슨 개 같은 상황일까 하며 당황하는 것도 잠깐.
-■■■: 튜토리얼 시련을 돌파한 도전자들에게 전달 사항이 있겠습니다.
얼어붙은 커뮤니티에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