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400
398. 착생의 신 (4)
순식간에 하늘 너머의 공간이 찢어지며 압도적인 크기의 붉은 거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드드드───!
착생의 신.
어둠의 신이 알려주길 만신전 측에서 성유물들을 잔뜩 훔쳐서 달아났다는 배신자.
그것은, 그 어떤 불완전함 하나 없이 고대 신격의 수준에 닿은 불멸의 완성자였다.
“…….”
그리고.
“엄청나네…….”
그것을 본 나는 온몸의 피부로 오싹함과 호승심을 함께 느끼며 침음을 흘렸다.
‘설마 신성의 격이 이만큼이나 크게 차이가 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그럴 만도 했다.
이쪽은 이미 착생의 신을 보자마자 어떤 강함을 지녔는지 대략적으로나마 파악을 마쳤다.
신성의 깊이,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수많은 힘을 토대로 하여 사고를 거듭하니, 적과 나의 격차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냥, 내가 승리하는 경우의 수 자체를 기적으로 치부해야 할 수준이잖아…….’
서로 간의 간극이 꽤나 컸다.
본디 착생의 신이 백여 년 전에 고대 신격이 되었다고 했기에 이쪽과 비슷하거나, 혹은 그보다 약간 더 강한 수준이라고 추측했었다.
하물며, 스칸디아에 모인 상위 신격들을 빠짐없이 죽인 끝에 힘을 더 쌓았다 보니, 서로 대등하게 싸울 수도 있다고 여겼다.
착각이었다.
사실상 착생의 신은 개념화 그 자체를 흠결 없이 이루어 고대 신격의 불멸성에 도달한 것뿐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힘을 이룬 듯했다.
불행하게도.
‘환장하겠네.’
그리고…….
「착생의 신이 당신을 바라보며 격렬한 살의를 감추지 않고 표출합니다.」
[ 너, 어, 어───! ]착생의 신은 셋씩이나 되는 눈알들을 부릅뜬 채 폭풍과도 같은 고함을 내질렀다.
[ 감히─! ]단지,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삐걱거리는 압박감에 짓눌리며, 신성에 흔들림이 일어난다.
[ 만- 신- 전- 의─! 쥐- 새- 끼- 가──! 건- 방- 지- 게───!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 어- 딜- 내- 것- 을- 넘- 보- 느- 냐───! ]이내 착생의 신은 천공 너머의 틈새에서 서서히 몸을 내빼 대지에 가볍게 내려앉은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대로 스칸디아의 대지가 붕괴하더니 단숨에 흙의 해일이 되어 곳곳으로 뻗쳤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
흡사 종말의 서막처럼 느껴지는 끔찍한 광경.
눈 깜짝할 사이에 착생의 신이 내려앉은 일대의 반경이 흙과 모래, 그리고 먼지로 감싸여 시야에 의존할 수 없게 되었다.
고대 신격쯤 되면 시각 따위는 보조적인 감각에 불과할 뿐이라고는 하나, 그걸 감안해도 상대의 공격 반경 내에 머물러 줄 필요는 없을 터.
그렇기에 서둘러 강철의 날개를 펼치곤 하늘로 이동했다.
「권능 ‘강철의 날개’가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후우웅-!
그제야 나는 드높은 상공에서 착생의 신이 어떤 모습을 취하고 있는지 바라볼 수 있었다.
[ 아, 아, 아───!! ]착생의 신은 붉은 피부를 분노로 달군 채 신성을 사방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흡사, 이쪽이 스칸디아의 생명력을 갈취하고 상위 신격들을 다 살해한 것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듯이.
게다가 착생의 신은 흥분을 어찌해도 가라앉힐 수 없는지 언어를 이루지도 않은 괴성을 내지르며 짜증을 표했다.
하나, 그것도 잠시.
[ 버- 러- 지- 가───! ]착생의 신은 격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더니 이어 손아귀에 붉은 신성을 모은 채 대지를 짚었다.
「신성 을 발동하여 신성력과 생명력의 소모도에 비례하는 파괴 현상을 일으킵니다.」
[ 찢- 어- 주- 마───! ]다음 순간.
───!
순식간에 착생의 신이 내뿜은 붉은 신성이 엄청난 충격량을 머금은 채 사방으로 흙과 함께 쏟아졌다.
그냥 한눈에 봐도 쉬이 회피할 수 있는 좁은 범위의 공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간단했다.
다름이 아니라…….
「고유 스킬 ‘흘리기’가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최초의 일격에 한정하여 절대적인 카운터를 선사합니다.」
카운터였다.
고유 스킬 ‘흘리기’는 첫 번째 공격에 한하여 완벽한 카운터를 선사할 수 있지 않은가.
그에 나는 혈천마검, 그리고 파천검을 내뻗어 신성 의 붉은 기운을 후려쳤으나, 강렬한 반발을 느꼈다.
그그그-.
‘이건 또 무슨.’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다.
본디 고유 스킬 ‘흘리기’에 의해 신성 의 붉은 신성은 상대측으로 되돌아가야 했을 터.
그러나 이번에는 그리되지 않았다.
단지, 신성 의 붉은 물결은 약간 일그러지며 궤도를 미묘하게 수정했을 뿐이고, 카운터 따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쩌어어어어어어어어엉……!!
그에 나는 신성 의 여파를 아슬아슬하게 비껴낸 채 스칸디아의 지형지물이 처참히 파괴되는 걸 지켜봐야 했다.
“…….”
어이없었다.
사실상 네크로맨시로 얻어 낸 고유 스킬은 또 하나의 고유 특성이라고 봐도 되었다.
그 힘의 본질과 성장의 방향성, 사용자의 기량 등에 따라서는, 고유 특성이라는 건 개념 신성에 맞먹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 터.
그러나, 고대 신격 중 하나인 착생의 신이 가벼이 내뿜은 신성의 공능 앞에서는, 고유 스킬의 효과를 다 써먹을 수조차 없었다.
‘진짜 괴물이긴 하네…….’
이쯤 되니 실감이 확실히 되긴 했다.
이쪽이 적으로 상정하고 싸울 대상이 고대 신격이라는 불멸의 경지에 도달한 괴물 중의 괴물임을 살갗으로 느낀다.
단지, 시련의 탑을 오르며 나는 고대 신격 중 대부분을 수많은 제약이 붙은 상태로 마주하게 되어 잊고 있었을 뿐.
이것이 나의 적이다.
‘내가 시련의 탑이나, 인과율에 의한 제약 하나 없는, 고대 신격을 순수한 힘으로 상대하게 되는 날이 오다니.’
단.
“참…….”
그것은 어디까지나 순수한 감상이었을 뿐이다.
“재밌네.”
순식간에 나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기대감과 호승심으로 덮어씌운 채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이긴 했었지.”
이것은 일종의 필연에 가깝다.
사실상 시련의 탑을 오르길 멈추지 않는다면 나는 고대 신격 같은 강적과도 싸우게 될 것이다.
설령, 그게 아니라고 해도, 이쪽이 지구에 있다는 걸 아는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 같은 고대 신격이 언젠가는 크게 일을 낼 터.
“해보자고.”
그렇다면 이것은 성장의 기회일 뿐이었다.
“─내가, 고대 신격의 불멸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그에 나는 비틀린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검을 꽉- 쥐었다.
***
승리할 가능성은 흐렸다.
「스킬 ‘전투 가속’이 활성화됩니다.」
「스킬 ‘충격 차단’이 활성화됩…….」
「스킬 ‘순간 가속’이 활…….」
그것을 알기에 나는 스킬이나, 권능 스킬, 혹은 신성들을 아끼지 않은 채 전투에 임했다.
「사용자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강한 상대를 마주쳤습니다.」
「스킬 ‘불굴의 의지’가 활성화됩니다.」
설령, 이쪽이 가진 힘을 감춘다고 한들, 크게 의미 따위는 없을 테니까.
「전용 주문 발동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전용 주문 가 활성화됩니다.」
「전투 종료 시점까지 모든 능력치 및 모든 스킬 효율이 100% 상승합니다.」
‘고대 신격 중 하나인 착생의 신이 상대인 만큼 헛수작을 부릴 틈은 없어.’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쩌저저저저저저저정-!
「권능 ‘겨울의 왕’이 조건을 충족하여 자동으로 활성화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증폭되며 사용자는 냉기에 일절 영향받지 않습니다.」
「특수 권능 ‘단독 결투’가 강하게 활성화됩…….」
「상대와의 1:1 결투 상태에서 사용자는 신성의 소모 값이 15% 감소합…….」
「특수 권능 ‘전투 갈망’이 조건을 만족하여 활…….」
「전투 몰입이 쉬워지며 모든 스킬 숙련도 상승률이 300% 상…….」
다름이 아니라…….
「신격 전용 권능 ‘명부’가 활성화됩니다.」
「1,000m 내에 있는 모든 존재 중 최대 100명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사신의 명부에 적힌 존재들은 1분마다 죽음에 가까워지며 크게 쇠약해집니다.」
「사신의 명부에 적힌 채로 44분 넘게 전투를 지속한 이는 신성 에 침식됩니다.」
‘고대 신격이 개념화를 토대로 하여 이룬 불멸을 깨부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해.’
최상의 승리 조건을 알아내는 것이다.
눈앞에 있는 상대는 고대 신격 중 하나답게 개념화를 이루어 불멸성을 이루었지 않은가.
설령, 이쪽이 착생의 신을 죽인다고 한들, 저 괴물 같은 것은 개념 신성을 토대로 하여 되살아날 터다.
그것을 알기에 나는 신중을 가했다.
‘성공의 가능성은 하나야.’
이쪽이 가진 고유 특성, 그리고 그 본질에서 비롯된 개념 신성 중 하나는, 고대 신격의 불멸성 그 자체를 씹어 먹을 가능성이 있었다.
‘네크로맨시.’
간단했다.
신성 은 만물의 죽음을 주관하여 다룰 수 있다.
나는 수많은 사투를 거듭한 끝에 신성 그 자체도 죽음으로 물들일 수 있음을 알았다.
이쪽이 신성 을 토대로 하여 개념 신성의 불멸성에 흠집을 낼 수 있다면 승리로 이어지는 단 하나뿐인 길이 열린다.
‘사신의 명부, 혹은 그 외의 수를 써서 신성 을 침식시킬 수 있다면 승리의 가능성은 거머쥘 수 있겠지.’
해볼 만은 했다.
그에 나는 수많은 스킬과 권능, 그리고 신성을 온몸에 휘감은 채 한 줄기의 빛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그것을 본 착생의 신은 얼굴을 크게 찌푸리더니 이어 붉은 신성을 온몸에 감싼 채 발로 대지를 크게 내리찍었다.
다음 순간.
쿠구구구구구구구구궁-!
[ 날- 벌- 레- 가─! ]순식간에 스칸디아의 대지가 흔들리며 압도적인 충격파가 일대의 공간을 휩쓸었다.
「착생의 신이 당신에 대해 같잖음을 느끼고는 불쾌함을 드러냅니다.」
[ 까- 불- 지- 마- 라─!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다.
「신성 가 발동되어 생명력의 소모도에 비례하여 물리적인 타격이 크게 강해집니다.」
어느새 착생의 신은 오른손에 붉은빛으로 이루어진 몽둥이를 든 채 압도적인 힘을 발휘했다.
이쪽이 보기에는 신성 공능이 섞인 물리적인 일격은 그리 효율적인 선택은 아니다.
고작해야 착생의 신 같은 이처럼 신성 공능을 토대로 하여 물리적인 공격을 해봤자 상대의 신성이나, 신화에 가로막힐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사실상 고대 신격쯤 되면 신성의 격, 그리고 신성 공능에 대한 강화가 맞물려 가히 폭격에 가까운 살상력을 낼 수 있었다.
「…….」
「고유 스킬 ‘흘리기’가 활성화된 상태입니다.」
「설령 흘려보낼 수 없는 공격이라고 해도 흘려내는 게 가능해집니다.」
그것을 나는 온몸으로 체감하고는 겨우 고유 스킬 ‘흘리기’를 발동하여 힘의 여파를 바깥으로 비껴낼 수 있었다.
‘뭔…….’
그러나 완벽하지는 않았다.
어느새 나는 고유 스킬 ‘흘리기’를 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다쳤음을 알았다.
물론 권능 스킬 중 잿빌 선혈이 있기에 이까짓 부상의 회복쯤은 그리 어렵지 않긴 한데…….
눈앞에 있는 상대의 공격을 완벽하게 흘려낼 수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나니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사신의 명부에 의해 신성 이 침식될 때까지 기다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네.’
시간이 많지 않았다.
‘착생의 신은 이것도 전력이 아닐 확률이 높겠지.’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사실상 착생의 신이 선보인 신성이나, 혹은 신체 능력 같은 것은 본신의 힘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쪽이 상대의 신성과 능력을 알아내기 전에 되레 수중의 패를 전부 내보이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하나였다.
“모, 아니면 도인가…….”
다름이 아니라…….
「초월 신화 이 활성화됩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의 신성 운용에 의 신성 효과가 붙습니다.」
「※어느 상대를 지정하여 [4분] 동안 모든 종류의 격이 상대랑 동등해질 수 있습니다.」
「※단, 격의 상승으로 축적되는 부담을 버티지 못할 시, 의 힘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에게 의 신성 효과가 붙습니다.」
「※스스로 지닌 영격을 자유롭게 조율하여 다루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형태 없는 힘을 영격으로 조율하여 해당 힘에 영격의 효과를 작용시킬 수 있습니다.」
간단했다.
「지정 완료.」
「초월 신화 이 지정된 상대와의 격을 동등하게 조율하기 시작합니다.」
「※이제부터 [4분] 동안 모든 종류의 격이 눈앞에 있는 상대랑 동등해지며, 격의 상승이 크게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영격 불굴.
본디 고대 신격 중 하나인 마신과도 일시적으로나마 맞붙을 수 있게 해준 효과.
설령, 고대 신격 중 최상급 강자의 신성이라고 해도 따라잡을 수 있는, 치트키와도 같은 힘을 발동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