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404
402. 초월의 증명 (3)
그야말로 흔들림 없는 완벽한 우위였다.
───!
순식간에 스칸디아의 세계 그 자체를 짓뭉개버릴 광속도의 일격들이 쏟아진다.
그것은, 고대 신격 간의 싸움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을, 그냥 순수하기 그지없는 물리력만을 담은 맹공이었다.
본디 고대 신격이 되어 흠결 없는 개념 신성을 이루었다면 순수하게 물리적인 데미지는 의미 없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
오로지 순수하게 물리적인 주먹질만으로 고대 신격 중 하나인 착생의 신이 빈사 상태에 내몰렸으니 말이다.
‘그나마 착생의 신 같은 고대 신격은 온몸이 신성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신성력을 소모해 버티고 있는 것 같은데…….’
그리고.
‘그래봤자지.’
그것을 본 나는 한 줌의 여력도 남기지 않은 채 더 거칠게 주먹질을 해댔다.
착생의 신이 체내의 신성력 중 대부분을 사용하게 하여 신성 봉인 상태가 끝나도 더 이상 발버둥도 칠 수 없게끔 하는 것이다.
이쯤 되니 이쪽의 압도적인 감각으로도 스스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인지하는 게 불가능할 지경.
굳이 따지자면 스스로 온몸의 힘을 쥐어 짜내어 주먹질을 날리고 있다는 것 빼고는 그 어느 것도 느낄 수 없다.
‘참…….’
눈 깜짝할 사이에 이쪽이 서 있는 일대의 공간이 비틀리고 으깨지며 부서지고 있음만을 뒤늦게나마 알아차릴 수 있을 뿐.
‘엄청나네.’
고작해야 그게 전부였다.
고대 신격 중 하나인 착생의 신마저도 순수하게 압도할 수 있는, 오직 순수하게 신체 능력에 의존하여 빛의 속도에 닿은 순간.
사실상 그 순간을 기점으로 하여 나는 고대 신격의 개념 신성에 맞먹을 수 있는 이 고도의 발달을 이룬 물리력을 쉬이 조절할 수 없게 되었다.
‘어쩌면, 신성 의 발동 중첩은 상황에 따라서는, 적만이 아니라 아군까지도 휩쓸어버릴 수 있겠어.’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그렇지만…….’
이것은, 시련의 탑을 오르는 도전자이자, 수많은 개념 신성을 다루는 고대 신격이 된 나도 감당해 내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힘이라는 것이다.
‘그것뿐이잖아.’
상관없었다.
설령, 신성 의 발동 중첩으로 얻어 낸 힘을 조절할 수 없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힘을 조절하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즉, 이쪽이 지구나, 혹은 시련의 탑에서 치러지는 협동 시련에 있는 게 아니라면, 굳이 힘을 조절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뜻.
‘그렇다면 당장은 상관없지.’
바로─.
‘훌륭하게도.’
지금처럼.
꽈지지지지지지지직───!
어느새, 착생의 신은 신성 에 의해 그어진 가슴팍의 검은 흉터만이 아니라, 신체의 곳곳에 크고 작은 구멍이 난 채 울부짖고 있었다.
「착생의 신이 당신에 의해 한없이 큰 고통을 느끼며 울부짖습니다.」
[ 끄- 아- 아- 아- 아───!! ]눈앞에 있는 착생의 신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을 만큼이나 약해져 있었다.
‘그래. 이제는, 고대 신격이라고 해도 체내에 신성력이 남아돌 리 없겠지. 당연하게도.’
그리고…….
‘슬슬 싸움을 끝낼 시간인가.’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
「시간 종료. 」
「검은 순수의 거울(SSS+) 전용 효과 ‘순수의 절망’이 비활성화됩니다.」
「검은 순수의 거울(SSS+) 전용 효과 ‘순수의 절망’에 의해 사용자, 그리고 지정 대상에게 적용된 신성력의 봉인이 사라집니다.」
초월 신화 의 신성 효과 중 하나인 , 그리고 그에 이어 성유물 ‘검은 순수의 거울(SSS+)의 신성 봉인도 끝났다.
“…….”
간단했다.
어느새 나는 신성의 격, 그리고 그 너머의 본질적인 영혼의 격마저 크게 줄어든 걸 느끼고는, 엄청난 탈력감을 느꼈다.
마치, 신체 일부가 잘려 나간 것 같은 상실감을 느꼈으나, 그렇다고 하여 생각이나 행동을 멈추지는 않았다.
’해야 할 일은 다 했어.‘
그도 그럴 것이…….
‘그러니까…….’
이제 승부에 결착을 내야만 했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착생의 신이 어찌 되었는지 확인하는 게 다야.’
최후의 시간이었다.
성유물 ’검은 순수의 거울(SSS+)’에 의해 일어난 신성의 봉인은 끝났다.
고작해야 신성 을 써서 착생의 신을 끝장낼 수준의 힘만이 남아있다.
시련의 탑을 오르며 모아온 히든카드 중 대부분을 써버렸으니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 같은 건 없었다.
“…….”
가령, 고대 신격 중 하나인 착생의 신이 숨겨둔 패가 있다거나, 혹은 신성 회복 수단을 써낼 수 있다면 내가 승리하는 건 불가능해질 터다.
‘더는 할 게 없어.’
단지, 나는 지옥 같은 꼴이 되어버린 스칸디아를 눈에 담고는, 그 너머에 착생의 신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바라볼 뿐.
“…….”
그리고…….
“하.”
깨달았다.
눈앞에 보이는 착생의 신은 스스로 일어서는 것마저도 할 수 없을 만큼이나, 수많은 힘이 밑바닥을 내보이고 있음을 말이다.
사실상 착생의 신에게는 더 이 싸움을 이어갈 수 있는 숨겨둔 패나, 최후의 수단이 남아있지 않을 게 뻔했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그래.”
다름이 아니라…….
“내가…….”
그제야 나는 승리의 쾌락에서 비롯된 짜릿함, 그리고 고대 신격 중 하나인 착생의 신을 이겼다는 데 고양감을 느꼈다.
“이겼구나.”
착생의 신.
본디 우주의 섭리에 닿은 끝에 고대 신격이 되어 개념의 불멸을 이루어 낸 자.
어느새, 나는 그 어떤 흠결 하나 없는 고대 신격의 표본과도 같은. 저 괴물에게서 승리를 거둔 것이다.
***
착-.
순식간에 나는 스칸디아의 대지에 내려앉은 채 기운 없이 주위를 둘러봤다.
“…….”
본디 이쪽이 만신전 측으로부터 받은 의뢰는 고대 신격 중 하나인 착생의 신을 살해하는 것, 혹은 착생의 신이 훔쳐 간 성유물들을 탈환하는 것이었을 터.
설령, 착생의 신에게 승리를 거두었다고는 해도, 혹시 모르니 만신전 측의 성유물들을 몇 개쯤은 얻으려고 했다.
단…….
‘이건, 진짜…….’
헛수고였다.
어느새 나는 스칸디아의 대지 곳곳을 둘러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상 착생의 신이랑 싸우던 그 여파로 스칸디아 그 자체를 종말시키기 직전까지 몰아붙인 탓일까.
그야말로 최악에 가까운 모습이다.
‘심각하잖아…….’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아마, 착생의 신이 훔쳤을 것으로 보이는 만신전 측의 성유물들 또한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남은 게 없다.
고작해야 이쪽의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성유물이 파괴되어 녹아내리거나, 혹은 조각 난 흔적들에 불과했다.
‘일단은 나는 만신전 측에 성유물들을 되돌려줄 수는 없겠네.’
그럴 만도 했다.
신성 의 발동 중첩을 쓴 채 몇 번이고 착생의 신을 가격했다 보니, 그에 따라서 스칸디아의 자연이며 성유물들이며 가릴 것 없이 망가진 상황.
설령, 착생의 신을 살해하는 데 실패할지라도, 이쪽이 만신전 측의 성유물들을 가지고 간다면 시련 실패에 대해 약간의 보험쯤은 될 줄 알았으나, 불가능이었다.
그렇다면 해야 할 것은 간단했다.
「착생의 신이 당신에 대해 격렬하게 증오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 너, 어, 어……!! ]다름이 아니라…….
[ 버, 러, 지, 가……! ]간단했다.
이쪽이 가진 신성 을 토대로 하여 고대 신격 중 하나인 착생의 신을 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이어 나는 가벼이 도약하여 착생의 신의 가슴팍에 착지하고는, 그 절규에 가까운 발악을 보았다.
그대로 착생의 신은 살의와 증오로 가득 찬 음성을 건넸다.
[ 나는, 고대 신격, 이니……. ]그리고.
[ 되, 살, 날, 것, 이, 다……!! ]그것을 들은 나는 기가 차 답했다.
“대충 그쪽이 나한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정도는 알아.”
다름이 아니라…….
“그놈의 고대 신격이 되어 얻은 불멸성은 사라지지 않는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걸 운운하고 싶은 거겠지.”
아직도 눈앞에 보이는 저 착생의 신은 질리지도 않았는지 나에게 고대 신격이 되어 얻어 낸 불멸성이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알려주려는 것이다.
“굳이 더 이상 서로 입 아프게 떠들 필요는 없어.”
어이없게도.
“그렇잖아?”
그것을 들은 나는 흥미로워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승자는 나야.”
그리고.
「초월과 죽음의 신이 거대한 탐욕에 찬 눈빛을 번뜩이며 신성을 빛냅니다.」
[ 내가, 고대 신격의 개념 신성으로 이루어진 불멸성을 없앨 수 있는지는,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될 거야. ]그에 내가 신성 을 발동한 채 오른손에 든 혈천마검에 흘려보내는 순간.
「…….」
「빛의 신이 당신을 침묵한 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둠의 신이 당신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신이 당신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고 있습니다.」
「용신이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들이 나타나며 시선을 느꼈다.
내가 고대 신격 중 하나인 착생의 신을 살해하는 데에 다들 관심이 많은 걸까.
어느새, 하늘 너머로 수많은 신성이 별빛처럼 반짝이며 내가 서 있는 곳을 비추는 듯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내가 하려는 것에 대해 하나같이 신들이 낙관적인 반응만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
「오만의 신이 당신을 큰 불쾌함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교만의 신이 당신을 큰 짜증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영속의 신이 당신을 큰 두려움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쪽에 대해 불쾌함을 느끼거나, 짜증을 느끼거나, 혹은 두려움 같은 감정을 머금은 이들도 적잖다.
「다수의 고대 신격이 당신이 하는 모든 행동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래봤자 하는 일은 거의 비슷했다.
다수의 고대 신격이 저 하늘 너머에서 내가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따라서 나는 다수의 고대 신격이 보내오는 시선들을 한꺼번에 받아내며, 그딴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혈천마검을 치켜들었다.
「신성 을 사용합니다.」
「신성 이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서 만물을 침식시킵니다.」
「신성 에 침식된 모든 것의 죽음을 주관할 수 있습니다.」
다음 순간.
꽈드드드드드드드───!
[ -끄아아아아아아아───!! ]순식간에 나는 착생의 신의 가슴팍에 혈천마검을 내리꽂은 채 신성 을 더 크게 쏟아냈다.
그그그그그그그-!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는 않았다.
설령, 신성 에 침식되었다고는 한들, 고대 신격이 되어 이루어낸 개념 신성은 쉬이 이쪽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본디 착생의 신이 가졌던 붉은빛의 개념 신성이 크게 출렁이며 신성 에 침식되어 사라질 것을 거부하고 있다.
거칠게도.
‘슬슬 감이 오네.’
이쯤 되니 알게 된다.
‘고대 신격의 개념 신성쯤 되면 영구적인 상흔은 남길 수 있어도 완벽하게 소멸시키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건가.’
사실상 고대 신격의 개념 신성 그 자체를 아예 없애버릴 수는 없었다.
신성 의 공능에 의해 개념 신성이 오염되어도 아슬아슬하게나마 사라지지 않고 있다.
흡사, 어느 일정 조건을 채우지 못한다면 개념 신성을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는 듯이.
그렇다면 정답은 하나였다.
「초월과 죽음의 신이 강제로 개념 신성을 찍어누르고 집어삼킵니다.」
[ ─그냥, 이딴 개념 신성 같은 건 한꺼번에 집어삼키면 끝이야. ]다름이 아니라─.
「신성 이 발동되어 [착생의 신]에게서 개념 신성을 추출합니다.」
「신성 이 발동되어 [착생의 신]에게서 개념 신성을 추출합…….」
「신성 이 발동되어 [착생의 신]에게서 개념 신성을 추…….」
신성 , 그리고 그에 더하여 신성 을 토대로 하여 개념 신성 그 자체를 강제로 집어삼키는 것이다.
끄그그그그그그그그-.
다음 순간.
「…….」
「착생의 신 ‘디르모아’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도전자 한성윤이 고대 신격을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초월]에 21% 가까워졌습니다.」
그에 따라서 도출된 결과는 하나.
「…….」
간단했다.
「업적 ‘고대 신격 살해’를 달성했습니다.」
「전용 권한 #D-0007[보상 상승]이 조건을 만족하여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업적으로 얻는 보상 수준이 [SSS급]에서 [SSS+급]으로 상승합니다.」
「신격 전용 권능 ‘순수한 죽음의 구도자(SSS+)’를 습득합니다.」
……이 순간, 나는 이 우주에서 고대 신격을 살해할 수 있는, 단 하나뿐인 존재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