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408
406. 만신전 (3)
이적 제안.
이쪽은 이미 만신전 측의 새로운 주신이 되지 않겠느냐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은 채였다.
사실상 만신전의 새로운 주신 중 하나가 되는 것은 시련의 탑을 더 이상 오를 수 없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을 테니까.
‘대충 알 것 같네.’
그리고…….
‘시련의 탑이 아닌, 만신전 측의 새로운 주신이 된다는 것.’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그거야, 어둠의 신이나 마신, 혹은 용신 같은 고대 신격들은 내가 시련의 탑에 오르는 걸 끝내길 바라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지.’
다름이 아니라─.
“…….”
어느새 나는 시련의 탑, 혹은 만신전 중 어느 한 곳을 선택하여 스스로의 종착지를 결정해야 할 순간을 마주한 것이다.
‘만신전의 새로운 주신인가.’
그에 나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상념에 빠졌다.
‘그냥, 더 이상 시련의 탑을 오르길 포기한 채, 만신전에 새로운 주신 중 하나로서 자리를 잡고 편하게 지낼 수야 있어.’
그럴 만도 했다.
그야말로 시련의 탑은 도전자에게 한계 없이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는 곳이니까.
여태껏 시련의 탑은 이쪽이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한 채 시련에 계속해서 임할수록 더더욱 높은 보상을 내주었지 않은가.
‘하지만 제안을 받아들이면 지금처럼 시련의 탑을 오르길 거듭하며 한계 없이 어디까지고 강해질 수는 없게 되겠지.’
설령, 고대 신격이 되어 수많은 힘을 갖추게 되었다고는 한들, 그것 하나만은 결코 변하지 않는 진리와도 같다.
‘신화 이나, 네크로맨시 같은 성장 능력이 있으니 탑 없이도 강해질 수 있기야 하겠지만, 그게 쉬우리라는 생각되진 않아.’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신화 이나, 네크로맨시의 공능으로 한계 없이 강해질 수 있는 수단은 자체적으로도 갖추고 있다고는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련의 탑에 도전해 온 덕이다.
가령, 만신전 측에 소속되어 새로운 주신 중 하나로 활동하게 된다고 하면, 이쪽이 바라는 대로 수많은 싸움을 이어가며 강해질 수 있을까?
‘시련의 탑 없이도 지금 같은 수준의 적들을 상대할 수 있다고?’
그에 따라서 이어지는 해답은 하나.
‘그럴 리가.’
간단했다.
‘헛소리지.’
신화 이나, 네크로맨시를 비롯하여 수많은 성장 계통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시련의 탑 없이는 강해질 수 없다.
‘아마도 만신전 측에 들어가게 되는 시점부터는 신격들과의 목숨을 건 사투는 쉬이 접할 수 없게 되겠지.’
그리고…….
“…….”
그대로 나는 상념 끝에 도출된 결론을 곱씹어 보고는 눈빛을 차분하게 발했다.
흡사, 이것이 어둠의 신, 혹은 마신이나 용신처럼 내가 강해져 온 과정을 지켜본 고대 신격들이 건네는, 일종의 본질을 꿰뚫는 물음처럼 느껴진 탓이었다.
이제는 우주의 섭리에 닿은 고대 신격이 되었을진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더 강해져야 할 이유는 어디에 있냐는 물음 같지 않은가.
‘타당하네.’
그럴 만도 했다.
어째서 고대 신격 중 그 누구에게도 쉬이 천시받지 않을 수준까지 강해졌는데도 더 큰 리스크를 갖고서 이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지.
설령, 다수의 고대 신격 중 내게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이라고 한들, 그것을 이쪽보다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을 리는 없을 터.
‘스스로 고대 신격이 되었음에도 더 강해져야 하는 이유는,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거의 없다고 해도 될 테니까.’
납득했다.
스스로 고대 신격이 되어 개념화의 불멸성을 얻어낸 순간부터, 이쪽은 이미 더 강해지지 않아도 되는 힘을 갖춘 셈이니 말이다.
그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우주에서 고대 신격이 되었다는 게 의미하는 바를 알지 못한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멀리 왔으니까.
‘아마, 고대 신격 중 하나까지 살해하게 된 이 순간에 이르러서는 강해져야 할 명분 같은 건 더 없다고 볼 거야.’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이쪽은 시련의 탑, 그리고 만신전 측의 의뢰로 고대 신격 중 하나인 착생의 신을 확실히 살해했지 않은가.
그것도 아주 완벽히.
그렇다 보니 만신전 측의 어둠의 신이나, 마신 혹은 용신 같은 이들은 내가 몇몇 조건을 갖춘다면 시련의 탑을 더 오르지 않으리라고 확신한 것이다.
‘만신전 측의 새로운 주신이 되어 고대 신격 중 가장 강한 이들에게 비호를 받는다면, 시련의 탑이나 그 외의 적들을 신경 쓸 필요는 없게 되겠지.’
시련의 탑으로부터 어떤 보복이 이루어지거나, 혹은 시련의 탑에서 얻어 낸 나의 힘을 탐내고 있는,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 같은 괴물에게 더는 위협받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만신전의 새로운 주신 중 하나가 된다는 건 나한테 있어서 최상의 선택지 중 하나라는 건 알겠네.’
그것을 알고 있기에 다수의 고대 신격 중 일부는 이쪽이 만신전 측의 이적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확신하고 있을 터.
“만신전 측이 제게 무엇을 바라는지는 확실히 알았습니다.”
그러나…….
“저 또한 이에 대해 어떤 답을 할지 어느 정도 결론을 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신전 측의 이적 제안이 당장 동의하긴 애매했다.
“단, 만신전의 새로운 주신이 되게 될지는, 고대 신격들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눈 후에야 더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에 내가 아리아의 눈동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고 나니 그녀에게서 대답이 돌아왔다.
「암향의 신이 고귀하기 그지없는 위대한 존재의 뜻을 존중합니다.」
[ 알겠습니다, 귀인이시여. ]어째서 내가 만신전 측의 제안에 확답하지 않았는지, 혹은 그 외에 의문이 들 구석에 대해서도 일절 의문을 드러내지 않는다.
[ 한성윤 님이 바라시는 대로 만신전의 고대 신격들에게 안내하겠습니다. ]단지,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존중의 뜻을 내비치고는, 만신전의 끝에 있는 곳을 안내하겠다는 듯 걸음을 떼었을 뿐.
굳이 따지자면 경외, 혹은 미약한 숭배에 가까운 감정이 느껴질 지경.
이쪽이 거목 미궁에서 그녀를 마주했을 적과는 달리, 어둠의 신을 숭배하기에 내보이는 존중이 아니다.
‘참…….’
도리어 어둠의 신과는 관계없이 내가 고대 신격이 되어 이루어 낸 결과물을 알기에 내보이는 순수한 경외와 존중에 가깝다.
‘진짜 많은 것들이 바뀌긴 했어.’
그리고─.
「수많은 상위 신격이 당신을 경외와 공포, 그리고 미약한 존경심을 품은 채 바라봅니다.」
‘-설마, 내가 신들에게 이렇게까지 큰 경외심을 가지게 하는 날이 올 줄이야.’
……그것은, 만신전 측의 수많은 상위 신격이라고 하여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스스스-.
어느새 만신전 곳곳에서 수많은 상위 신격들이 본신을 드러낸 채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쪽이 아리아의 안내에 따라서 만신전의 중심부에 다가갈 때마다 수많은 상위 신격이 크나큰 경외와 공포의 감정을 빛냈다.
신앙 중 일부로 체내에 환원될 만큼의 강렬하기 그지없는 경외와 공포의 감정을 말이다.
그제야 나는 수많은 상위 신격들이 신앙이 될 만큼이나, 크나큰 감정의 빛을 발하는 모습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경천의 신이 당신이 갖춘 압도적인 힘을 느끼고는 감동에 찬 눈물을 흘립니다.」
[ 아아아……. 이 어찌 고귀하기 그지없는 힘……. 아름다울지어다……. ]혹자는, 내가 갖추고 있는 압도적인 힘 앞에서 감동에 찬 감정을 빛내며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성선의 신이 당신이 갖춘 압도적인 죽음을 느끼고는 크나큰 공포를 느낍니다.」
[ 이것이, 개념 신성 그 자체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우주에 단 하나뿐인 절대적인 죽음의 힘이란 말인가……. ]혹자는, 개념 그 자체의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신성 앞에 크나큰 공포를 느끼며 침음을 뱉는다.
「절연의 신이 당신이 갖춘 압도적인 신성 앞에서 미약한 존경을 내보입니다.」
[ 어마어마하군……. 설마, 백여 년도 살지 않은 필멸자 출신이, 신성의 격을 저렇게까지 쌓아 올렸다니. 과연, 이 우주의 섭리 너머에 닿을 수 있다는, 규격 외의 존재답군. ]혹자는, 이쪽이 가진 신성의 격 그 자체에 크게 감명받았는지 드물게도 순수하게 존경의 감정을 빛낸다.
“…….”
굳이 따지자면 나름대로 흥미롭긴 했다.
사실은, 나에 대해 수많은 상위 신격이 하나같이 부정적인 감정만을 드러낼 줄 알았기에 더 그랬다.
하나, 그 예상과는 달리, 만신전 측에 소속된 수많은 상위 신격들이 느끼는 그 하나하나의 경외와 공포, 그리고 존경이 체내의 신앙 중 일부로 환원되는 상황.
어쩌다 보니 상정 외의 이득을 얻어 낸 셈이지 않은가.
‘재밌네.’
그리고…….
―허…….
그것을 본 담천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뱉어낸 채 흥분에 찬 음성을 내었다.
―참, 네놈이 이 우주에서 어느 수준의 신성을 쌓아 올려왔는지, 한눈에 다 보이는 것 같군.
이쯤 되니 담천우의 음성에서는 고양감이 흘러넘치고 있을 정도.
―만신전. 시련의 탑이라고 한들 좌시할 수 없는, 우주의 상위 신격 중 대부분이 모여 있는 곳. 본디 시련의 탑에 얽혀 있다면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터인 곳이다.
시련의 탑에서 이쪽이 필멸자에 불과했을 적부터 강해지는 과정을 담천우는 에고 소드로서 지켜본 탓일까?
―한데…….
어느새 담천우는 이쪽이 여기까지 온 것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감격과 흥분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럼에도 네놈은 경외의 대상이 되었구나.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은 채 대꾸했다.
“뭐, 이제는 저 또한 고대 신격 중 하나니까요.”
시련의 탑에 선택받은 도전자에 불과했을 필멸자에서, 만신전 측의 새로운 주신이 될 수 있는 우주적인 존재로 거듭난 것이다.
설령, 시련의 탑에 소속되어 있는 걸 경멸하는 신격이라고 한들, 더는 내가 가진 힘을 부정할 수 없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알기에 기대가 되었다.
“그러니까…….”
그리고.
“다음은 지금보다 더 재밌어질 겁니다.”
그에 내가 아리아의 예의 갖춘 안내에 따라서 어느 거대하기 그지없는 신전의 석문을 열어젖힌 순간.
크그그그그그그그-.
눈 깜짝할 사이에 거대하기 그지없는 신전의 석문이 크게 소리를 내며 열리는 찰나에 그 너머로 수많은 신성의 빛이 폭발하듯 흘러나왔다.
“이제는 저 또한 이 우주의 고대 신격 중 하나로서 만신전의 고대 신격들을 마주하는 거니까.”
간단했다.
「…….」
「빛의 신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둠의 신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신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용신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오만의 신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교만의 신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영속의 신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고대 신격.
이 우주에 개념 신성 그 자체를 각인하여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불멸의 존재로 거듭난 것.
본디 일반적인 인간이나, 혹은 필멸자 같은 것 따위는 그 하나하나의 신성의 빛에 닿는 것만으로 피를 토해내며 처참히 죽어야 했을 힘의 발산.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만신전의 중심부에 느긋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은 채, 그 하나하나의 압도적인 신성의 빛을 마주했다.
「다수의 고대 신격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하.”
간단했다.
“오만의 신이니, 교만의 신이니, 영속의 신이니-.”
더 이상 나는 만신전에 있는 고대 신격들을 약자로서가 아닌, 이 우주의 고대 신격 중 하나로서 바라보고 있었다.
“시련의 탑에서 이쪽을 바라보며 시끄럽게들 떠들길래 대체 얼마나 강한가 했는데…….”
다름이 아니라─.
「초월과 죽음의 신이 다수의 고대 신격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너희들, 약하네? ]강자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