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409
407. 만신전 (4)
회의장.
아리아의 인도에 따라서 도착하게 된 만신전의 중심부는, 그야말로 거대하기 그지없는 회의장 같은 장소였다.
물론 이제는 아리아의 인도 또한 끝났기에 이곳이 진짜로 만신전의 회의장이 맞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리 보이긴 했다.
“…….”
실제로 만신전 측에 소속되어 있는 고대 신격들은 거대한 원탁 모양의 구조물을 둘러앉은 채 모여 있었으니 말이다.
‘참…….’
그리고.
「…….」
「어둠의 신이 당신에게 크나큰 자부심을 느끼며 어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합니다.」
「마신이 당신에게 깊은 흥미, 그리고 뜻밖의 즐거움을 느끼며 흥분에 찬 미소를 짓습니다.」
「용신이 당신에게 오랫동안 만남이 없음을 깨닫고는 미약하게 섭섭함을 느끼며 입술을 삐죽 내밉니다.」
‘오랜만이네.’
그제야 나는 고대 신격 중 알고 있는 이들의 얼굴을 보고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어둠의 신, 그리고 마신과 용신은 거대한 원탁에 둘러앉은 채 하나같이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은 채 소리 없는 재회의 기쁨을 표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만신전 중심부에 있는 고대 신격들이 다 하나같이 이쪽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신성으로 몇몇은 본신의 모습을 감추었나.’
아마도 만신전 측의 고대 신격 중 일부는 이쪽에 본신을 내보이기 싫은지 신성의 빛으로 온몸을 감춘 것 같은데…….
‘그래봤자지.’
가소로웠다.
눈앞에 보이는 이들은 이 우주에 개념 신성 그 자체를 각인하여 개념화의 불멸을 갖춘 압도적인 존재들이지 않은가.
고대 신격쯤 되는 이들이다 보니 신성의 격을 감추려 해도 어느 신화의 힘이나, 신성의 공능을 빌리지 않고는 쉬이 감출 수 있을 리 없다.
그리고 그에 더해 이쪽은 시련의 탑을 오른 끝에 스스로의 힘으로 고대 신격이 되었기에, 저들이 어느 수준의 신성과 영격을 가졌는지 대번에 가늠할 수 있었다.
“…….”
그러나…….
“하.”
이상했다.
“참…….”
설령, 내가 고대 신격 중 하나라고는 한들, 다수의 고대 신격이 흘려보내는 신성이 뒤섞인 적대심을 마주하고 있기에, 어느 정도는 압박감이 들어야 할 터.
“어이가 없네.”
그러나, 이곳에 있는 고대 신격 중 적잖은 이들이 이쪽에 신성의 빛을 발하며 압박감을 조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감 같은 건 하나도 들지 않았다.
“여태껏 시련의 탑에서 나를 보고 불쾌하다느니 어쩌느니 하길래 그 발언에 어울리는 힘을 가졌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리고…….
“너희들.”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초월과 죽음의 신이 다수의 고대 신격을 바라보며 싸늘한 조소를 짓습니다.」
[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나한테 그렇게까지 개소리를 지껄여 온 거야? ]만신전 측의 고대 신격 중 대부분의 힘은 이쪽이 가진 신성의 격이랑 비슷하거나, 혹은 그보다 살짝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고작해야 착생의 신, 혹은 그것보다 좀 더 강한 수준에 불과하네.’
느껴진다.
고대 신격 중 대부분이 거대한 원탁의 너머에서 신성의 빛으로 내뿜는 격은, 이쪽이 가진 신성에 비해 그리 높지 않은 수준.
설령, 이쪽이 고대 신격 중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갖추었다고는 하나, 그것이 저들이 가진 신성의 격이 상정 이하라는 걸 이해해줄 이유가 되진 않는다.
한데…….
「다수의 고대 신격 중 일부가 당신을 바라보며 크게 분노합니다!」
「다수의 고대 신격 중 일부가 당신을 바라보며 크게 분노합……!」
「다수의 고대 신격 중 일부가 당신을 바라보며 크게 분……!」
설마 이쪽의 판단과는 달리 고대 신격 중 대다수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까?
「…….」
「오만의 신이 당신에 대해 살의, 그리고 격노의 감정을 빛냅니다.」
「교만의 신이 당신에 대해 크나큰 적대심을 드러냅니다.」
「영속의 신이 당신에 대해 굴욕과 수치, 그리고 공포를 느낍니다.」
순식간에 다수의 고대 신격이 분노 섞인 신성을 내보내며 공간 자체를 일그러뜨릴 수준의 힘을 전개한다.
쿠구구구구구구구───!
그러나…….
“개수작 부리지 마.”
그것을 본 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찌푸리는 게 다였다.
「신성 이 사용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현실 세계에 말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단, 세상의 이치를 간섭하는 언령에는 매우 많은 신성력이 소모됩니다.」
《 치워, 전부. 》
그에 이쪽이 간지럽지도 않다는 듯 비웃음을 머금은 채 신성 을 발동하여 신성 배제를 선포한 순간.
꽈지지지지지지지직───!
그대로 고대 신격들이 쏟아낸 신성의 빛 하나하나의 흐름이 신성 에 의해 비틀린 채 붕괴를 맞았다.
쩌저적-.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이쪽이 신성 에 의해 고대 신격 중 대다수의 신성 흐름을 비틀어 붕괴시킨 탓일까?
눈 깜짝할 사이에 고대 신격 중 일부가 신성의 빛으로 감추어 둔 본신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래, 이게…….’
그제야 나는 흥미에 찬 눈빛을 발하며 그 고대 신격 중 신성의 베일이 벗겨진 이들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보았다.
‘진짜 오만의 신과 교만의 신, 그리고 영속의 신이 가진 본신의 모습이라는 건가.’
그것도 아주 확실히.
「오만의 신이 당신에 의해 신성의 베일이 벗겨졌음을 알아차리고는 크게 불쾌해합니다.」
[ 너……. 천한 것이. 감히, 이것이 누구의 옥체인 줄 알고 그 더러운 눈동자에 담으려 드느냐. 네놈의 분수를 알아라. 쓰레기가. ]그제야 커다란 원탁의 좌석 중 한 곳을 차지한 찬란한 금발의 미남이 살의를 담은 채 푸른 신성을 빛낸다.
「교만의 신이 당신에 의해 신성의 격이 한순간이나마 흐트러졌음에 깊은 굴욕을 느낍니다.」
[ 이! 한낱 시련의 탑에 종속되어 있을 뿐인 사냥개 따위가……! 감히 이 우주의 주인들을 빤히 바라보지 마라─! ]그 옆에 있는 어느 볼품없는 체격의 백발 남성이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인 채 격노의 함성을 토해낸 후.
「영속의 신이 당신에 의해 신성의 격이 흔들렸음을 느끼고는 크나큰 공포와 확신, 그리고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 ……이해했습니다. 결국, 시련의 탑 같은 괴이한 것이, 기어코 이 우주에 저딴 불순하기 그지없는 오염물을 냈다는 것. 더는 살려둘 가치 없습니다. ]어느새 그 반대편에 앉은 검은빛 머리칼의 남성이 차분하기 그지없는 음성을 내뱉으며 회색 신성을 싸울 것처럼 발했다.
「영속의 신이 당신을 만신전의 새로운 주신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철저하게 반대합니다.」
[ 하. 처음부터 이래야 했습니다. 이 우주의 균형을 깨뜨리는 저 오염물이 만신전의 새로운 주신이라니? 그딴 게 말이 될 리 없잖습니까! 저것은 배제해야 하는 불순물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 한낱 시련의 탑에 종속되어 다루어질 뿐인, 저딴 목줄 메인 개에게 새로운 주신의 좌를 내주겠다는 것, 그 끝에 남는 게 파멸뿐이라는 걸 모르겠습니까? ]그에 이어 영속의 신은 오만의 신, 그리고 교만의 신 또한 동의에 가까운 기색을 내비치는 걸 보고는 위기감에 찬 음성을 냈다.
「영속의 신이 당신한테 한없이 큰 적대감을 드러내며 신성의 힘을 서서히 끌어올립니다.」
[ 시련의 탑, 그 괴이하기 그지없는 괴물 또한 얻어 낼 수 없었던, 이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개념 신성을 소멸시키는 힘을 저놈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 한성윤. 고대 신격, 그 너머의 힘을 가질 수 있는 그릇. 시련의 탑이 만들어 낸 저 불순물이 어디에 닿을지는, 저희가 다 아는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때였다.
이내 영속의 신이 흥분, 혹은 두려움에 찬 음성을 내뱉은 순간.
여태껏 이쪽에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 온 만신전 측의 고대 신격 중 일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 더 시련의 탑이니, 혹은 고대 신격이니 하는 범주에 넣을 수 없는, 전지와 전능에 가까운 힘을 가지는 것. ]이쯤 되니 만신전 측의 고대 신격 중 대부분이 확실히 알아챘을 터다.
「영속의 신이 당신이 어디까지 강해질 것인지 확신에 찬 채 대답합니다.」
[ 그야말로 초월자이지 않습니까. ]오로지 나만이 신화 , 그리고 네크로맨시의 공능을 쌓아 올린 끝에서, 초월자로 거듭날 수 있음을 말이다.
***
순식간에 회의장 내에 적막이 감돌았다.
‘설마, 이곳에 와서 저 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그럴 만도 했다.
‘내가 초월자가 될 걸 확신했나 보네.’
초월자.
그것은 고대 신격의 너머에 도달해야 얻어 내는 게 가능한, 개념의 신성을 갈고닦은 끝에 도달할 수 있는 최후의 경지.
그렇다 보니 이쪽이 신화 , 그리고 네크로맨시의 공능을 토대로 하여 초월자가 될 수 있다는 것에 꽤 충격받았을 것이다.
‘우습게도.’
그리고.
「오만의 신이 당신을 바라보며 한없이 큰 초조와 불안, 그리고 불쾌함을 느끼며 침묵합니다.」
[ ……한낱 천한 것이 우주의 초월자로 거듭날 가능성 따위는 있을 리 없으나, 더는 저 천한 것이 기어오를 수 없게 벌을 주는 것은 나쁘지 않군. ]실제로 다를 바 하나 없었다.
「교만의 신이 당신을 바라보며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반발심을 적대적으로 표출합니다.」
[ ……하. 초월자라고? 저까짓 게? 감히, 이 우주의 주인들 앞에서 초월자를 논하겠다고? 그럴 수야 없지. ]어느새 오만의 신, 그리고 교만의 신은 아까와는 궤를 달리하는 초조함과 불안함, 그리고 살의를 빛내고 있었다.
「영속의 신이 당신에 대해 한없이 큰 살의를 드러내며 신성의 격을 가다듬습니다.」
[ 다들 동의하시니 다행이군요. 아마, 만신전의 주신 분들 또한 이에 다들 이견 없이 동의할 터. 그에 따라서 고대 신격인 초월과 죽음의 신, 한성윤을 즉결 처형하겠─. ]그러나─.
「어둠의 신이 만신전의 가치 없는 것들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합니다.」
[ ─대체 너희는 누구 마음대로 나의 총애를 받는 아이를 즉결 처형하겠다는 거니? ]그에 오만의 신과 교만의 신, 그리고 영속의 신이 대화를 조용히 관망하고 있었던 어둠의 신이 가벼이 신성을 내뿜은 순간.
───.
순식간에 한없이 차가운 어둠이 곳곳에 차올랐다.
[ ───!?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어느새 오만의 신과 교만의 신, 그리고 영속의 신은 소리 없는 어둠에 집어삼켜지다시피 한 채 구속되어 있었다.
신성의 공능, 혹은 신성의 격을 끄집어내거나 하는, 단 한 번도 저항이라고 칭할 만한 행동 하나 해 보지 못하고서 말이다.
그제야 이쪽이 서 있는 곳, 그리고 마신과 용신이 있는 곳을 빼고는, 사방에 도저히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어둠이 차올랐음을 알았다.
「어둠의 신이 더 이상 관심을 둘 가치 없는 것들을 바라보며 웃습니다.」
[ 후후……. 옳지, 옳지. 너희들은 더 떠들 필요 없이 그러고 있는 게 낫겠구나. 그것이 너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일이니.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격차였다.
“…….”
실감 났다.
눈앞에 있는 저 어둠의 신, 그리고 마신과 용신은 고대 신격 중에서도 규격 외의 힘을 가진 강자들이라는 것이 말이다.
설령, 만신전 측의 고대 신격들이 어둠의 신이 뒤통수를 칠 줄 몰랐기에 무방비했다고는 하나, 그럼에도 저 퍼포먼스는 예술에 가까운 기예였다.
[ 혹여, 만에 하나라도 너희에게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기에, 이곳에 서 있을 수 있게 해 준 것이었으나, 역시 아무 가치도 없는 이야기뿐이었지. ]어둠의 신은 툭- 툭- 커다란 원탁을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무심하게 말했다.
[ 시련의 탑이니, 혹은 새로이 나타날 초월자에 의해 너희 또한 불멸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느니, 따분한 이야기들만을 할 뿐. ]어느새 그녀는 검은 로브의 너머로 실망과 피로, 그리고 미약한 경멸에 찬 눈빛을 번뜩이고 있었다.
[ 하물며, 이 만신전의 주신들은 너희가 아닐 터인데도 제멋대로 우리들의 동의를 얻어 내려 했었지. ]어둠의 신은 더는 관심 없다는 듯 가벼이 말을 이었다.
[ 더는 내가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게 해 주렴. ]그리고.
「어둠의 신이 싸늘히 경고를 날립니다.」
[ ─그러다, 저 아이에게 너희들이 가진 신성을 하나하나 집어삼키게 하는 게 낫다는, 슬프기 그지없는 생각을 할 수 있잖니.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마신이 더는 그딴 것들은 좋다는 듯 턱을 괸 채 무심하게 말합니다.」
[ 아-. 그래그래. 그것도 나쁘진 않겠군? 만신전의 새로운 주신이 되는 대가로 한성윤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될 수 있으니. ]「용신이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어둠의 신에게 재촉합니다.」
[ 후우. 그딴 것들은 나중에 처우를 결정해도 되지 않아? 그보다는, 어서 저 후계자랑 이야기나 하게 해달라고. 그거 때문에 기다린 거니 말이야. ]이쯤 되니 마신, 그리고 용신 또한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한마디씩 거드는 상황.
그것을 들은 오만의 신과 교만의 신, 그리고 영속의 신은 발버둥을 치는 것도 멈춘 채 신음 하나 내지 않게 되었다.
흡사, 포식자 앞에 선 소동물이 겁먹은 채 경직되어 더 이상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 같은 모습.
하나, 그것도 잠시.
「어둠의 신이 당신을 보며 배시시- 미소를 머금습니다.」
[ 자……. 이제는, 이 따분한 이야기들이 끝을 맺었으니. 아이야, 너에게 대답을 듣고 싶구나. ]어둠의 신, 그리고 마신과 용신이 흥미에 찬 눈빛을 발하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 선택해주렴. ]어둠의 신이 몹시 궁금하다는 듯 흥에 찬 음색을 내며 말했다.
[ 만신전 측에 이적하여 새로운 주신으로서 지구, 혹은 그 외의 세상들을 다스리는 신이 되어, 이제 우리의 비호 아래에 평온하게 살아갈 것인지. ]고대 신격 중 가장 높은 위계를 이루어 낸 이들이 하나같이 흥미와 기대, 그리고 의문에 찬 시선을 보내오는 상황.
[ 혹은……. ]시련의 탑, 혹은 만신전 중 어디에 갈 것인지 선택할 시간이 온 것이다.
[ 여태껏 스스로 쌓아 온 모든 걸 전부 잃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시련의 탑에서 초월자라는 불확실한 것이 되고 싶은 것인지. ]그것도 아주 확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