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411
409. 상위 계층 (1)
순식간에 공간이 비틀려 변화한다.
「28층 대기실에 입장했습니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시련의 탑으로 다시 돌아온 거구나.’
어느새 이쪽은 시련의 탑의 28층 대기실로 이동을 끝낸 것이다.
사실 나는 만신전 측이 내준 추가 돌파 보상까지 확실히 받아낸 상황.
어차피, 만신전에 있는 어둠의 신과 마신, 그리고 용신은 추후에 재회하여 이야기를 나누면 되기에 미련은 없으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아-.”
그야…….
“살짝 아쉽긴 하네…….”
당연했다.
이쪽이 내뱉은 조롱에 만신전 측의 그 많은 고대 신격들이 어찌 반응할지까지는 보고 싶었으니 말이다.
만신전 측의 고대 신격 중 오만의 신과 교만의 신, 그리고 영속의 신은 나를 대놓고 경멸하여 적대했지 않은가.
엄청나게.
“참, 그 고대 신격 같지도 않은 것들이, 대체 얼마나 화냈을지 한번 봐둬야 했는데 말이야.”
한데…….
그것을 보고도 이쪽은 최후에 탑으로 돌아가기 직전에 이르러 선전포고를 날렸다.
다음에 다시 재회하게 될 때, 오만의 신과 교만의 신, 그리고 영속의 신을 하나하나 찢어 죽여버리겠다는, 엄청난 살의를 담아낸 채 말이다.
그 다수의 고대 신격들은 나한테 지금쯤 상상할 수 없는 분노와 굴욕의 감정을 빛내고 있을 터.
흡사 코앞에서 달콤하기 그지없는 디저트를 놓쳐버린 느낌.
‘아, 그래도 그렇게 아쉬워하진 않아도 되려나?’
하나, 그것도 잠시.
‘그야, 내가 바로 탑으로 돌아왔다 보니, 화풀이할 곳도 사라졌을 테니까.’
어쩐지, 이쪽이 만신전에서 나온 탓에 고대 신격들이 화를 표출하지도 못한 채 있을 것을 생각하고 나니, 그리 나쁘진 않았다.
“다음번에 다시 만날 때가 기대되네.”
그제야 나는 피식- 얕은 웃음을 지은 채 이어 인벤토리를 열고는 해야 할 일을 하나하나 해갔다.
‘굳이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어.’
그럴 만도 했다.
스스로 시련의 탑을 오른 끝에 저 최종층에 닿을 것임을 목표로 삼은 이상에는, 최대한 시련의 탑 내에서 효율적으로 행동하는 게 바람직할 테니까.
이 너머, 시련의 탑에 소속되어 있는 이들이나, 혹은 이쪽을 호시탐탐 노리는 고대 신격들이 기다리고 있을 터.
그렇다면 쉬는 것 따윈 사치였다.
‘우선은 해야 할 일을 끝내자.’
그대로 나는 인벤토리 내에 있는 시련의 탑 27층의 시련 클리어 보상을 하나하나 꺼내며 확인해 나갔다.
「찬란한 신성의 카탈로그」
「등급 : SSS+」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신성에 대해 특수한 기록이 되어 있는 카탈로그.」
「해당 아이템 내에 기록된 신성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시 전용 효과 ‘신성 관측’을 활성화할 수 있다.」
「신성 중 한 가지를 관측할 시, 해당 신성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고 사용 방식을 관측하는 게 가능하다.」
「해당 아이템 내의 신성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관측하기 전, 해당 신성을 가진 소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단, 신성 중 하나를 선택하여 관측을 끝낸 후에는 해당 아이템은 완벽하게 소멸하여 사라진다.」
“…….”
그리고.
‘신성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사용 방식을 관측할 수 있다니…….’
그에 이어 찬란한 황금빛을 머금은 화려한 외양의 서적인 ‘찬란한 신성의 카탈로그(SSS+)’를 본 순간.
‘혹시, 이거…….’
순식간에 나는 시련의 탑이 27층 시련의 클리어 보상으로 준 ‘찬란한 신성의 카탈로그(SSS+)’를 어떤 식으로 써야 하는지 깨달았다.
“설마, 시련의 탑이나, 고대 신격이 가진 개념 신성도 볼 수 있다는 건가……?”
간단했다.
이 ‘찬란한 신성의 카탈로그(SSS+)’ 내에 고대 신격, 혹은 시련의 탑이 가진 개념 신성이 기록되어 있을 터.
물론 아직은 사실이 아닌 추측에 가깝긴 한데…….
그것은, 이쪽이 시련의 탑이나, 고대 신격 같은 엄청난 힘을 갖춘 이들이 가진 신성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지 않은가.
‘……그들이 가진 공능이나 그 사용 방식에 대해 알아낼 수 있는 건 큰 이득이긴 해.’
아마, 이 우주의 어딘가에 있을 오만의 신이나, 교만의 신, 혹은 영속의 신 같은 고대 신격이 가진 힘을 알아낼 수 있다면 정보전에서 큰 이점을 얻을 터.
‘……그야, 내가 싸우게 될 대상이 어떤 신성을 쓰는지 미리 알아내고 대비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니까.’
단,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 ‘찬란한 신성의 카탈로그(SSS+)’를 일반적으로 사용할 시의 이야기일 뿐.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야.’
이것이 진짜 가치는 따로 있었다.
‘사용법에 따라선 용도도 달라지지.’
다름이 아니라─.
‘지금처럼.’
어느새 나는 인벤토리의 어딘가에 있을 어느 최고 등급의 아이템을 꺼낸 채 짜릿함에 찬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신성 복제의 고서」
「등급 : EX」
「시련의 탑이 가진 권능 중 하나인 ‘재현(再現)’의 극소 분량이 깃든 고서.」
「도전자 한성윤이 원하는 신성 중 한 가지를 임의로 재현하여 습득하는 게 가능하다.」
「※단, 신성 중 하나를 복제하여 습득한 후에는 해당 아이템 자체가 소멸하여 사라진다.」
신성 복제의 고서(EX).
그것은, 이쪽이 깊은 인연을 맺은 관리자 중 하나인 철혈의 군주의 비원을 클리어해 낸 끝에서 얻어 낸, 최상급 아이템이었다.
신성 중 한 가지를 재현해 낸 끝에 습득해 낼 수 있게끔 하는, 시련의 탑에서 얻어 낸 보상 중 가장 가치가 높은 아이템 중 하나.
이쯤 되니 슬슬 감이 왔다.
“…….”
이번에 이 ‘신성 복제의 고서(EX)’, 그리고 ‘찬란한 신성의 카탈로그(SSS+)’를 쓴 끝에 내가 무엇을 얻어 낼 수 있을지.
“사실, 이거…….”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확실하게 이해했기에 모순적이게도, 스스로 무엇을 얻어 낼 수 있을지 점점
“그냥, 이쯤 되면 이건 시련의 탑이 아예 나한테 대놓고 초월자가 되라고 준 혜택이지 않나?”
……그야, 이것은 이 우주에서 가장 강대하기 그지없는 힘을 가진 시련의 탑이나, 고대 신격이 개념 신성을 얻어 낼 기회니까.
***
의식이 흐릿해졌다.
굳이 따지자면 온몸이 푹- 물에 잠긴 듯 몽롱해져 사고를 이어 나갈 수 없어진다고 해야 할 수준.
눈앞에 있는 ‘신성 복제의 고서(EX)’, 그리고 ‘찬란한 신성의 카탈로그(SSS+)’를 십여 분 넘게 보고 있음에도 전혀 실감되지 않았다.
“…….”
어째선지 착생의 신을 더는 살아날 수 없게끔 살해하는 데 성공해 냈을 때보다도 수십 배 큰 심적 충격이 느껴졌다.
“뭔-.”
그럴 만도 했다.
“아니.”
이것은…….
“이거, 맞아?”
그야말로 밸런스 붕괴급 사태니까.
이 ‘찬란한 신성의 카탈로그(SSS+)’를 써서 시련의 탑, 혹은 고대 신격의 개념 신성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
단지, 해당 아이템이 가진 신성 관측의 공능이 다라면 이쪽이 그리 크게 심적 충격을 받지는 않았을 터.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시련의 탑, 혹은 고대 신격의 개념 신성 중 하나를 알아내면, 그 개념 신성을 어느 제약 하나 없이 얻어 낼 수 있다니.’
그것만이 아니라 이 ‘신성 복제의 고서(EX)’를 쓰면 나는 ‘신성 관측’으로 알아낸 개념 신성을 얻어 낼 수 있으니까.
‘순수하게 이건 규격 외의 힘이잖아…….’
단-.
‘시련의 탑 또한 이렇게 될 것쯤은 충분히 예상했을 것 같은데…….’
그에 따른 의문 또한 있다.
‘그럼 어떤 이유에서 시련의 탑은 나한테 이렇게까지 어마어마한 혜택을 준 거지?’
이쪽은 이미 시련의 탑한테 조종되지 않을 만큼의 힘을 손에 넣은 후이지 않은가.
‘이상하네.’
설령, 이제 시련의 탑이 내가 더 강해지게끔 상정 이상의 보상을 준다고 한들, 그리 크게 이득을 볼 리는 없다.
‘어차피, 그렇게 해봤자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의도대로 움직여 줄 생각이 없다는 걸 저쪽도 알 텐데 말이야.’
그야, 나는 이미 시련의 탑에 의해 손해를 보거나, 혹은 목줄이 매이거나 하지 않는, 이 우주의 고대 신격 중 하나니까.
“…….”
단…….
━시련의 탑이 도전자 한성윤이 해낸 일에 크나큰 찬사를 보냅니다.
그럼에도 하나만은 확실했다.
━시련의 탑이 도전자 한성윤이 여러 후보 중 압도적인 자격을 갖추었음을 확신합니다.
━시련의 탑이 도전자 한성윤이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임을 인정합니다.
━시련의 탑이 도전자 한성윤이 최종층에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실수, 혹은 우연.
━시련의 탑이 도전자 한성윤을 더는 배제하거나 부정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그딴 것이 아니다.
━시련의 탑이 도전자 한성윤을 최종 후보로 선택하여 이에 따라서 모든 제약이 해제됩니다.
당연하게도.
“…….”
어째선지 모르겠으나 시련의 탑은 내가 고대 신격 중 하나인 착생의 신을 살해한 것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것이 확실했다.
‘그래, 시련의 탑은, 아직도 나한테 바라는 게 있다는 거네.’
단, 그 사실 하나를 빼고는 그 무엇 하나 내가 당장 알아낼 수 있는 게 없기에, 그 어느 추측도 의미 없을 뿐.
‘그래봤자지.’
서둘러 답을 내릴 필요 없었다.
‘당장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그야…….
‘초월자.’
그래봤자 내가 바라는 것은 하나니까.
‘그것만이 내가 신경 써야 하는 목표니까.’
이 우주에 단 하나뿐인 초월자로 거듭난 끝에 그 누구 하나 나를 적대할 수 없게 되는 것.
‘그것뿐이야.’
그것이 다이지 않은가.
시련의 탑이 나한테 무엇을 바라든 상관할 바는 아니다.
어차피, 그 무엇 하나 남의 의도대로 흘러가게끔 할 생각이 없으니까.
그제야 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상념을 끊어 낸 채 인벤토리 내에 남은 다른 아이템들까지 하나하나 확인을 마쳤다.
「특수 능력치 상승 물약」
「등급 : SS-」
「탑이 특수 능력치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도전자를 위하여 만들어 낸 물약.」
「복용할 시 특수 능력치 중 한 가지를 임의로 지정하여 +100 상승시킬 수 있다.」
살짝 밝은 회색빛이 나는 물약.
「어둠이 가득 찬 고리」
「등급 : SS-」
「어둠의 신이 어느 한 사람만을 위하여 정성껏 만들어 낸 방어 계통의 성유물.」
「도전자 한성윤이 사용할 시 전용 효과 ‘깊은 밤의 장막’을 활성화할 수 있다.」
「사용자의 신성력을 대가로 발동되며 신성의 공능 중 하나를 지정하여 집어삼킬 수 있다.」
「※단, 해당 아이템은 발동 후 바로 소멸하여 더 쓸 수 없게 된다.」
흡사, 어둠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실재하는 물질로 화하여 성유물이 된 듯 보이는 팔찌.
‘시련의 클리어 보상은 이걸로 끝났나.’
그리고.
「…….」
「개념이 +100 상승합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나는 회색빛이 감도는 ‘특수 능력치 상승 물약(SS-)’을 사용하고는 이어 ‘어둠이 가득 찬 고리(SS-)’를 손목에 찼다.
‘신성의 배제. 단 한 번뿐이라고는 해도 나쁠 건 없지. 뭐, 성유물 효과 자체는 확실히 히든카드로 써먹을 가치가 있어.’
이쯤 되면 시련의 탑 27층 시련의 클리어 보상 중 단 하나를 빼고는 다 확인을 마쳤다고 해도 될 터.
“기대되네.”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초월과 죽음의 신이 기대에 찬 눈빛을 반짝입니다.」
[ ─내가, 시련의 탑, 그리고 고대 신격들이 가진 신성 중 어떤 걸 얻어 내게 될지. ]어느새 새로운 개념 신성을 습득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