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421
419. 선택의 장 (1)
선택의 장.
시련의 탑이 상층부까지 온 도전자들에게 준 ‘시련 테마’를 고를 수 있는 하나의 혜택이자, 새로운 분기점이라고까지 칭해진 능력이었다.
본디 전용 권한 ‘#D-0007[보상 상승]’이나, 전용 권한 ‘A-0107[초월 스킬]’ 같은 힘들은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을 터.
즉-.
「전용 권한 #G-1047[선택의 장]이 조건을 만족하여 자동으로 발동합니다.」
「전용 권한 #G-1047[선택의 장]이 도전자 한성윤의 ‘고유 키워드’를 토대로 하여 세 가지의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전용 권한 #G-1047[선택의 장]에 의해 세 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를 시, ‘시련 테마’를 확정시킬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련에 들어설 때마다 시련 테마를 고를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분기점으로서 도전자에게 어떤 특별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세 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십시오.」
「1. ■■■.」
「2. 혼돈의 ■$」
「3. 천부적인 재능」
확실하게도.
「선택 완료.」
「시련 테마의 자율 선택이 이루어졌습니다.」
「고유 키워드 ‘■■■’에 따라서 시련 테마가 ‘태초의 시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실제로 저 시스템 메시지로 이루어진 세 선택지 하나하나부터가, 시련의 탑이 한 개인의 생애와 성향, 그리고 적성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고유 키워드의 발현이지 않은가.
‘……그때,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시련의 탑은 내가 가진 고유 키워드 중 대부분을 확인할 수 없게 했지.’
이전에 알아낸 바로는 시련의 탑은 한 개인의 생애와 성향, 그리고 적성을 보고서 고유 특성을 개화시킨다고까지 했을 터.
‘……아마, 탑이 내가 어떤 고유 키워드를 가졌는지 알아낼 수 없게끔 했다면, 그럴 이유가 있었을 거야.’
그것은, 시련의 탑이 나한테 네크로맨시의 공능을 개화시킬 수 있는, 어떠한 가능성을 보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었다.
‘……저쪽에서 내가 가진 고유 키워드에 대한 정보를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결국에는 해답을 알아내는 건 시간 문제겠지.’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그렇다면야, 알아내야지.’
생전의 이야기라고는 하나 시련의 탑을 최상층에 가까이 올라간 담천우 또한 이에 대한 정보가 사실임을 입증해준 바였다.
‘그게 내 방식이니까.’
새로운 시련을 거듭할 때마다 선택의 장으로 각 고유 키워드에 따른 시련 테마를 몇 번 보다 보면 해답에 다다를 것이다.
「…….」
「전용 권한 #G-1047[선택의 장]이 시련 테마 ‘태초의 시대’의 형성을 시작합니다.」
「전용 권한 #G-1047[선택의 장]이 시련 테마 ‘태초의 시대’의 형성에 필요한 요소를 불러옵니다.」
한데…….
「오류 발생.」
「전용 권한 #G-1047[선택의 장]이 시련 테마 ‘태초의 시대’의 형성에 필요한 요소 중 일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전용 권한 #G-1047[선택의 장]이 시련 테마 ‘태초의 시대’의 형성에 필요한 요소 중 일부를 도전자 한성윤의 인벤토리에서 불러옵니다.」
“?”
흔히들 세상사가 생각대로 쉬이 흘러가지 않는다고 하듯이-.
「…….」
「전용 권한 #G-1047[선택의 장]이 도전자 한성윤의 인벤토리에서 ‘레메게톤’을 불러왔습니다.」
「전용 권한 #G-1047[선택의 장]이 도전자 한성윤의 인벤토리에서 ‘레메게톤’을 불러왔으므로 보상 산정에 추가 보정이 붙습니다.」
「전용 권한 #G-1047[선택의 장]이 시련 테마 ‘태초의 시대’의 형성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
시작부터 어딘가 이상했다.
‘아니…….’
어이가 없었다.
‘이건 또 뭔데……?’
처음이었다.
새로운 시련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요소 중 하나를 도전자에게 지불시키다니?
여태껏 시련의 탑을 오르며 예측 외의 상황은 셀 수 없이 겪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경우는 본 적이 없었다.
‘레메게톤이라고?’
하물며, 이쪽이 가진 레메게톤이라는 건 마신에게 받은 과거의 기록을 살펴볼 수 있는 기물이기에, 저렇게 소모되는 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이걸 수락할 리가 있-’
하나, 그것도 잠시.
「전용 권한 #G-1047[선택의 장]이 시련 테마 ‘태초의 시대’를 ‘레메게톤’을 중심으로 하여 형성합니다.」
‘-어?’
갑자기 시련의 탑 측에서 레메게톤을 주축으로 삼아서 새로운 시련을 만들어 낸다는 문구를 보니 심경에 변화가 일었다.
츠츠츠-.
그야, 레메게톤을 토대로 시련 테마를 형성하겠다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레메게톤이 하나의 시련으로서 구현된다는 것과도 다름없으니까.
“…….”
그리고-.
「시련의 탑 36층에 입성합니다.」
「난이도 – 어려움」
「해당 시련의 주제는 ‘태초의 시대’입니다.」
「도전자가 선택한 고행 끝에 만족스러운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36층 시련을 시작합니다.」
「남은 시간 – 1년」
「시련 돌파 조건 – 신들의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는 것」
「시련 실패 조건 – 도전자의 죽음, 혹은 남은 시간의 종료」
「시련 돌파 보상 – ■」
「시련 실패 페널티 – 사망」
태초의 시대.
오직 레메게톤 외에는 알아낼 방도가 없다고 생각했던 시대.
어느새, 이 우주에 시련의 탑이 존재치 않았을 머나먼 시간대의 이야기가, 새로운 시련이 되어 펼쳐진 것이다.
***
사아아-.
순식간에 새로운 시련의 스테이지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탑에서 마련해 준 칠흑빛의 무기질적인 대기 공간이 아닌, 서늘한 바람이 제법 세게 휘몰아치는 어느 호숫가의 정경이 비친다.
본래는 새로운 시련이 시작됨에 따라서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내는 게 우선적인 과제였을 터.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느 이름 모를 호숫가에서 시선을 거둔 채, 시야의 한구석에 남아있는 시스템 메시지들을 다시금 보며 상념에 빠졌다.
“…….”
레메게톤(Lemegeton).
그것은, 마신의 성유물과도 같은 마도서이자, 우주의 수많은 기록이 새겨진 아이템이었다.
실제로 이쪽이 마계에 갔을 적에 마신 또한 레메게톤을 건네주며 그리 말해주었지 않은가.
─그래, 정식적인 이름으로 부르자면, 이건 레메게톤이다.
─모든 악마적인 존재의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일종의 권한이자, 내가 가진 기억을 직접 볼 수 있는 책이지.
─탑의 시작, 그리고 그 너머의 기원까지, 너는 그 전부를 직접 몸으로 겪을 수 있는 거다.
마치, 탑의 시련처럼 말이지.
마신, 혹은 어느 악마적인 존재의 흔적이 있다면, 우주의 비사들을 어느 것이건 간에 생생하게 열람할 수 있는 어느 권한이 담긴 서적이라고 말이다.
─레메게톤은 이 우주의 모든 기록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탑의 기원은 물론이고, 어둠의 신 혹은 용신 같은 고대 신격에 관한 기록도 보관되어 있지.
최소한 악마가 얽힌 일은 전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너로는……, 그것들까지 전부 읽을 수는 없겠지.
아직은 너의 수준에 허락된 기록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설령, 시련의 탑의 기원이라고 한들, 레메게톤을 사용하기에 마땅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면,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다고 했을 터.
“……설마, 마신에게 받은 레메게톤을 이렇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쓰게 될 줄이야.”
그에 나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상념에 잠겼다.
‘……새로운 시련을 형성하는 데 레메게톤을 쓴 게 이득일지, 아니면 손해일지는,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야.’
그다지 새로운 시련의 형성에 레메게톤을 소모한 일을 크게 후회하지는 않았다.
‘실질적으로 탑의 시련은 어느 과거의 기록을 생생하게 관측하는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어느 과거의 기록을 한 번 더 되풀이하는 거랑 다름없으니까.’
사실상 시련의 탑이 레메게톤을 중심으로 하여 새로운 시련을 형성했다면, 이것은 내가 알아내야 했을 어느 과거의 기록을 되풀이하여 경험해 볼 기회이니 말이다.
그리고, 레메게톤이 우주의 기록을 생생하게 겪어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해봤자.
탑의 시련에 비할 바는 아니다.그도 그럴 게, 시련의 탑에서는 어느 과거의 기록을 되풀이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쪽이 가진 네크로맨시의 공능이나, 신화 을 발동하는 게 가능하니까.
‘그보다는, 어떤 이유에서 새로운 시련의 형성에 있어서 레메게톤이 쓰이게 되었는지가 더 중요하지.’
단…….
‘어째서, 선택의 장으로 내가 가진 고유 키워드 중 하나를 고른 게, 태초의 시대라는 시련 테마로 이어진 거지?’
선택의 장, 그리고 고유 키워드 중 한 가지를 고른 끝에 도출된 결과물이, 시련 테마 ‘태초의 시대’라는 건 생각을 수없이 거듭해보아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잖은가?
본디 선택의 장으로 고를 수 있는 세 가지의 선택지는, 한 개인의 생애와 성향, 그리고 적성을 함축해 낸 고유 키워드로 이루어져 있을 터.
그렇다면 이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이거, 그쪽이 시련의 탑을 오를 때도 종종 본 적이 있는 경우입니까?”
그에 나는 혈천마검의 검파를 툭- 건드리며 말을 건넸으나 그리 긍정적인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허. 그럴 리 있겠느냐? 시련의 탑을 오를 때, 본좌는 네놈처럼 이리 괴이한 경우는 한 번도 본 적 없느니라.
“그렇습니까?”
―……그래.
다만, 이 선택의 장으로 인한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탑이 보기에는 이것이 네놈의 고유 키워드에 가장 알맞은 시련이라는 뜻이겠지.
그것은, 아마도-.
“-한마디로 말해서 시련의 탑이 보기에는 제가 본질적으로 신들이랑 제법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이쯤이면 오히려 흥미로움이 느껴질 지경이다.
━0. ■■■.
이쪽이 가진 저 블랙박스로 감추어진 정체 모를 고유 키워드가, 시련의 탑이 보기에 신들과도 연관이 있다면 알아낼 가치는 있었다.
‘시련의 탑이 어떤 까닭으로 제 고유 키워드를 그리 판단했는지는, 이제부터 새로운 시련을 클리어하는 과정에서 알아가면 되겠지.’
이 이상으로 생각해봤자 더 의미 있는 해답이 나올 리 만무하니, 새로운 시련을 클리어하는 데 집중해야 할 차례일 터.
‘신들의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는 게 시련 클리어 조건이었지.’
대충 새로운 시련의 스테이지 배경은 추측이 갔다.
‘즉-.’
그럴 만도 했다.
‘그것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장소에서 신들 간에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고 말이야.’
어느새, 저 하늘의 너머에 신성으로 행성을 감싸는 대결계가 펼쳐진 게, 선명하게 보였으니까.
‘신성의 공능, 그리고 모종의 힘으로 세계 그 자체를 벗어날 수 없게 신성 영역을 쳐둔 건가?’
아마, 행성 단위의 신성 영역을 구축한 채 신들끼리 사투를 벌이고 있지 않을까 싶다.
‘대단하네.’
저 신성으로 이루어진 결계는 고대 신격인 어둠의 신이나, 마신이라고 해도 쉬이 벗어날 수 없는 정교함을 가지고 있었다.
‘본래라면 저런 수준의 신성 영역을 쓸 수 있는 고대 신격이, 어딘가에 하나쯤은 있다고 생각하는 게 옳겠지만, 그럴 리는 없다고 봐야겠지.’
물론 어둠의 신, 아니면 마신 같은 이들은 저 신성으로 이루어진 결계에 갇히기 전에 탈출할 수 있을 테니, 그리 크게 의미 있는 가정은 아닐 터.
‘시련의 탑이 아무리 초월적인 구조물이라고 해봤자, 정식 신격 이상의 위계에 도달한 존재들을 재현해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까.’
하물며, 시련의 탑이 정식 신격이나 상위 신격 같은 존재들을 재현해 낼 리는 없기에, 이곳에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다 신성의 수준에 하자가 있을 가능성이 클 터였다.
‘그냥, 이 신들의 전장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나 조용히 지켜보면서, 유사 신격이나 잔뜩 죽이는 게 베스트겠지.’
그리고-.
‘그렇다면 우선은 가볍게 탐색부터 하…….’
그에 신성, 그리고 마력 같은 기운들을 더 이상 누구도 느낄 수 없게끔 감추며 발을 떼는 순간.
저벅, 저벅-.
[ -이상하군. ]그때였다.
[ 신성이나, 마나는커녕 살아있는 생명체인지조차도 도저히 판별할 수 없는 존재라니.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린 어느 목소리의 주인을 본 나는 눈을 부릅뜬 채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 ……참으로 수상쩍은 자로군. ]그럴 만도 했다.
[ ……어째서 이곳에 왔는지, 그리고 어느 진영 소속이며, 어느 개념을 주관하는 신격인지까지 하나하나 해명해야 할 거다. ]다름이 아니라-.
「증명의 신이 정체 모를 존재를 바라보며 경계심에 찬 경고를 건넵니다.」
[ 그러지 않으면 그대를 적대 진영 소속 신격으로 간주하여 죽일 것이니. ]증명의 신.
본디 시련의 탑을 오르며 내가 처음으로 얽히게 된 신격이자, 수많은 도움을 준 고대 신격에 가까운 상위 신격이…….
이 순간, 시련의 탑에 의해 어설프게 재현된 가짜 따위라고는 볼 수 없는, 휘황한 신성의 빛을 흩뿌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