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43
042. 던전 공략 (1)
사실, 지구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기는 했다.
시련의 탑은 여전히 많은 보상을 주고 있고 이제는 시련에 도전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사라진 상황.
분명히 8층 시련에 도전한다면 꽤 이득을 볼 것이다.
그러나.
‘7층 시련 수준의 난이도라면 돌파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
그게 문제였다.
만약에 7층 시련 수준의 난이도라면 8층은 돌파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설상가상으로 그런 상황에서 이계의 도전자 같은 놈이 또 난입할 수도 있고.
여러모로 그냥 도전하기는 껄끄러운 상황이었다.
적어도 좀 더 성장해 보고 지금 얻은 힘에는 확실히 적응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련의 탑이 아니라 던전이 더 성장하기 적합하니 돌아가는 것일 뿐이다.
또한, 그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프로그: 와, 7층 시련에서 뒤지는 줄 알았네……. 당분간 시련의 탑 좀 벗어나서 바깥에서 파밍 좀 해야겠음.
-헌터의정석: ㅇㅇ, 그게 좋을 듯. 바깥에서 아이템 운반도 가능하니 그게 효율적이지.
-니면상고블린: 헌터 마켓 이제 조졌다 ㅋㅋ, 최하급 아이템 마켓에 전부 쏟아내야지.
-프로그: ㄹㅇ 탑에서 얻은 아이템 덕분에 돈 좀 짭짤하게 만져볼 것 같음.
-힘숨찐: 템빨로 무장해서 8층 시련도 깨야지. 나도 원래 스펙 되찾을 때까진 탑 좀 올라야 할 듯. 껄끄러워도 강해지려면 이 방법이 최고임.
-수색대장: 난 스펙은 다 되찾았는데, 그냥 탑 올라가려고 함. 맨날 던전 도느니 여기에서 탑 오르는 게 더 돈도 잘 벌리고 강해지기도 쉬울 듯.
-헌터의정석: 그래도 혹시 모르니 현실에서 템 파밍은 해서 올라가셈.
시련의 탑에 올라가겠다는 이들은 현실에서 어느 정도 대비하려고 있는 상황.
아이템을 정비해서 8층 시련을 깨는 편이 이득이라고 전부 한결같이 말하고 있었다.
사람 생각이란 것이 전부 거기에서 거기여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나저나 꽤 많이 탑을 올라가겠다고 하네.’
본래 스펙을 되찾기 위해서, 혹은 더 좋은 돈벌이 수단이라 여겼기 때문에.
서로 올라가는 이유는 다르지만, 탑을 스스로의 의지로 올라가겠단 사람은 많았다.
“……내가 비정상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나.”
순전히 강해지고 싶단 열망만으로 올라가겠단 사람도 보이는 만큼 그게 더 확실히 체감됐다.
시련의 탑에 적응한 사람들은 다들 이 탑을 인생역전의 기회로 보는 것이다.
‘나도 비슷한 부류이기는 하지.’
탑에 오르는 것도 더 강해지고 싶기에 그런 거니 말이다.
뭐, 그렇다고 무작정 싸움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때였다.
-도닥붕: 근데 바깥은 지금 시련의 탑 때문에 난리 난 거 같던데.
‘오.’
바깥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있는지 화제가 현실로 바뀌었다.
흥미로운 주제였기 때문에 나도 잡생각을 떨쳐 내고 이내 대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헌터의정석: 시련의 탑 때문에 정부랑 헌터 협회에서 화들짝 놀랐더라. 일반인도 끌려가는 던전은 처음이라나 뭐라나.
-백발백중: 와, 님 벌써 귀환했다 돌아왔음? 왜 그렇게 자세히 암?
-헌터의정석: 나는 7층 시련이 좀 빠르게 깰 수 있어서 하루만 귀환해서 상황만 슬쩍 파악했음.
-도닥붕: 와, 부럽네. 근데 그래서 협회랑 정부에서 무슨 방침이라도 내렸음?
-헌터의정석: ㅋㅋ, 걔들이 뭘 할 수 있겠냐. 헌터들도 막 끌려오는 판에. 그냥 기본적인 지침만 알려주고 최대한 원인 규명해보겠다고 하는 게 끝이지, 뭐.
-준비된짐꾼: 원래부터 정부는 아무것도 못 했지, 협회도 비슷하고. 그나마 쉬움 난이도 선택하면 쉽게 돌아올 수 있다고 하더라.
-헌터의정석: 소문으로는 쉬움 난이도는 벌써 대부분 15층 돌파했다고 하던데, 보통 난이도 도전자들도 10층은 넘었고.
-도닥붕: 미친, 다들 꿀 오지게 빠네. 난 여기에서 뒤질 뻔했는데.
오랜만에 얻은 쓸모 있는 정보였다.
‘바깥에도 슬슬 시련의 탑에 대해서 알려졌구나.’
그걸 일반인들도 확실히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신기했다.
물론 정부에서는 이 현상에 대해서 대비책을 내놓을 수 없던 모양이다만.
‘그거야 뭐 당연한 거겠지.’
대격변 같은 현상을 인간이 대비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헌터의정석: 헌터 마켓에서 최하위 등급의 아이템 가격이 조정되기 시작했으니 주의하셈.
-중고상인: ㅋㅋ, 쉬움이랑 보통에서 도전자들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면서 물건들 가격 낮아짐.
-도닥붕: 그건 또 뭔……, 미치겠네, 진짜로.
-프로그: 엥, 그럼 F급 아이템은 별로 돈이 안 되는 건가……?
-중고상인: ㅇㅇ, E급 아이템도 곧 조정될 예정이니 D급부터만 무사할 듯.
-관리자아들입니다: 헌터 등록하려는 놈들도 많아져서 헌터되려면 최소 한 달 대기해야 하고, 시련의 탑 출신자인지 아닌지도 작성해야 할 거야.
일전에 예상했던 것처럼 바깥에서는 시세도 바뀐 모양이다.
“그나마 전부 예전에 선점해 둬서 다행이네.”
헌터 등록도 아이템 매각도 나는 예전에 다 처리해 둔 바였다.
한 달이란 대기 시간을 거쳐서 헌터 등록을 할 필요도 없고 하급 아이템들의 가격이 조정된다고 하여 절망할 필요도 없었다.
‘귀환석을 써서 돌아갔던 보람이 있네.’
만약에 판단이 조금만 느렸다면 꽤 상황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저런 귀찮은 일들도 직면해야 했을 테고.
그렇지만 대비해 둔 덕분에 당장은 그런 사사로운 것은 제쳐 둘 수 있게 됐다.
“당장은 성장에만 집중하면 되겠지.”
당분간 이런저런 화제에는 관심을 끄기로 해 뒀다.
「도전자 한성윤, 귀환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귀환석을 소모하여 지구로 귀환합니다.」
당장은 새로운 변화에 대비하기도 급급할 테니까.
***
「도전자 한성윤의 주거지로 귀환했습니다.」
예전에 한 번 보았던 메시지를 보며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두 번째이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이전보다 더 적응이 쉬웠다.
“음, 역시나 이번에도 들고 올 수 있었네.”
이번에도 침대 주변에 들고 있던 아이템들이 떨어져 있었다.
천둥의 검, 은밀한 사냥꾼의 방패, 암살자의 망토, 신속의 장화, 연철의 펜던트 등등.
본래 착용하고 있던 아이템들은 전부 성공적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뭐, 이번에는 그다지 아이템을 팔 수는 없을 거 같지만.’
아직은 도움이 되는 아이템들이다 보니 당장은 판매할 생각이 없었다.
“후우…….”
원룸의 텁텁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나는 무엇부터 할지 떠올렸다.
청결의 돌을 가지고 왔으니 샤워는 굳이 할 필요도 없겠고…….
남은 시간 또한 넉넉한 것은 아니니 이런저런 휴식을 취하기는 힘들었다.
이번 귀환은 전과는 다르게 순전히 성장만을 위해서 한 것이다.
‘허투루 쓸 수는 없어.’
최대한 효율적인 동선을 짜서 움직여야만 했다.
강해지려면 던전을 드나들어야 하는데 던전은 입장이 힘들기 때문이다.
파티도 있어야 하고 막 헌터가 된 이라면 파티원이 반드시 동참해야 한다.
최소 2인 이상의 파티로만 첫 던전 공략을 개시할 수 있다는 것이 헌터 업계의 룰이다.
실전에서 공황을 겪는 초보 헌터들이 적지 않기에 생긴 조치였다.
‘문제는 이 파티를 구한다는 개념이 쉽지 않다는 건데…….’
마석 분배 및 보상 분배 등의 문제들도 그렇고 파티는 여러모로 껄끄러웠다.
만약에 악질인 헌터라도 걸리면 살인이 날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고.
그런 만큼 보통 초보 헌터들은 첫 공략을 위해서 여러모로 인맥을 다져 두는 편이었다.
길드든 아니면 다른 곳을 통한 파티원 알선이든 간에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인맥이 아예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젠장.”
무능력한 플레이어에게 인맥이란 건 사치에 불과했던 만큼 현재 상황이 곤란했다.
또한, 이 파티원의 문제를 해결해도 던전 알선도 어렵다.
특정 길드에서 관리하는 던전도 있고 협회에서 관리하는 공용 던전도 있지만…….
이 부분도 문제라고 할 만한 부분은 존재했다.
일부 사람들만 이용하는 던전은 비교적 이용하기 편하다.
길드에 소속된 이들만 이용하는 곳이니 신청만 해 두면 바로 던전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
그렇지만 협회 같은 단체에서 제공하는 공용 던전은 다르다.
공용 던전은 긴 시간을 기다려야 사용할 수 있으며 대부분 성장 효율도 나쁘다.
그도 그럴 것이 질이 좋은 던전은 대부분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완전히 첩첩산중이네.”
한숨을 내쉬며 나는 이내 원룸의 베란다로 나가서 창문을 열었다.
풍경은 썩 좋진 않았지만 텁텁한 공기는 좀 가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좀 편해졌다.
“이걸 어째야 하나…….”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야 한다지만, 필요한 모든 것이 부족하다.
이제 와 길드 및 단체에 들어가서 인맥을 쌓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니, 아예 인맥이 없는 것도 아니긴 한데.’
조금 석연찮은 인연이기는 해도 솔직히 인맥이 있기는 했다.
시련의 탑에서 얻게 된 유일무이한 인맥이 말이다.
―나중에 지구로 돌아가신다면 백은 길드의 이하연을 찾아주세요.
4층 시련에서 만났던 팀원 중에 그랬던 사람이 있었다.
커뮤니티에 친구 추가도 해 뒀기에 여전히 기억에 선명하게 그 말이 새겨져 있었다.
물론 그 이후에는 말을 걸기 껄끄러웠기에 제대로 대화는 못 했었지만.
그쪽에서 몇 번 연락하려고 했지만, 나는 그때마다 바빠서 제대로 응답해 주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이하연이 나중에라도 연락을 달라며 전화번호를 남겼었다.
만약에 탑에서 빠져나간다면 연락을 달라며 줬던 것이기에 기억해 두고 있었다.
실력도 그럭저럭 괜찮았으니 지금쯤이면 지구로 귀환했을지도 모르고.
‘4층 시련에서 도움을 줬으니 한 번쯤 연락해도 되지 않을까.’
본래라면 연락하지 않았겠지만, 생각보다 더 인맥이 절실했다.
어쩔 수 없이 이내 스마트폰을 꺼내서 연락하려는 순간이었다.
위이잉……!
「긴급 재난 문자」
「현재 경기도 의정부 직동근린공원에 감지하지 못한 D급 게이트가 발생했습니다.」
「발생한 게이트의 수는 셋이며 모두 영구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부류의 던전입니다.」
「시민 여러분은 해당 공원에는 출입 금지 및 안전사고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아니, 잠깐만.”
스마트폰의 진동과 함께 떠오른 문자를 본 나는 눈을 부릅떴다.
방금은 그냥 인맥을 통해서 어떻게든 파티를 구한 후 공용 던전에 들어가려고 했었지만…….
‘인근에서 게이트가 발생했다면 얘기는 달라지지.’
헌터들에게 있어서 예상하지 못한 게이트의 발생은 핫타임이나 마찬가지다.
감지하지 못한 게이트는 어떤 단체가 아니라 주변에 있는 헌터들에 의해서 처리된다.
만약에 이게 도움도 안 되는 재난이라면 헌터들은 인상을 썼겠지만.
‘예상하지 못한 게이트의 발생은 꿀이 뚝뚝 떨어지는 현상이지.’
본래는 철저히 누군가의 관리하에 있을 던전을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상황.
그러니 헌터들은 소집령이 떨어지기 전에 바로 팀을 꾸려서 인근의 게이트로 향한다.
아직은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지 않은 던전을 이용하기 위해서 말이다.
재난이라고는 한들 인근에 사람이 없다면 누군가 휘말리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헌터들에게는 꿀 이벤트라 불리는 거겠지.’
게임으로 따진다면 경험치 두 배의 이벤트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그런 상황에서는 팀도 즉석에서 꾸리게 되지만, 그런 건 더는 중요하지 않았다.
곧장 나는 스마트폰으로 헌터 협회의 사이트에 들어가서 관련 글을 검색했다.
「현재 세 명 있는 파티에서 유틸성 좋은 근접형 헌터 한 명 구합니다.」
「의정부 직동근린공원에 있는 긴급 발생 게이트에서 듀오 뛰실 D급 이상의 헌터 구합니다.」
「다섯 명 있는 파티에서 회복계 및 방어계 헌터를 구하고 있으니 문의해주세요.」
발생한 지 몇 분도 안 되었음에도 구인에 관련된 글이 넘쳐났다.
전부 이 인근에서 발생한 게이트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이들만 모았는데도 그랬다.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이 초대박 이벤트에서 한몫 챙기려 하는 상황.
그러니 나도 이번에는 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굳이 이런 이벤트를 놓칠 수는 없지.”
새롭게 얻은 능력도 확인하고 동시에 성장도 할 수 있다면…….
‘마다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어.’
곧장 구인하는 글들을 둘러보며 이내 원룸 안에 있던 장비들을 챙겼다.
최초의 던전 공략을 시작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