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46
045. 던전 공략 (4)
우우웅…….
보스룸으로 이어지는 붉은색의 포탈을 넘어선 순간.
이내 눈앞에 나타난 광경에 나는 눈을 빛낼 수밖에 없었다.
“크르르륵…….”
돌을 투박하게 다듬은 듯한 조잡한 의자 위에 앉은 괴물이 낮게 울음을 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리자드 맨보다 서너 배는 클 법한 괴물을 바라보며 옆에 있던 이철원이 눈을 부릅떴다.
“역시나……. 리자드 맨이 많이 나온다 싶더니만, 리자드 킹이 나왔군요.”
정석대로의 전개라고 해야 하나?
‘리자드 킹이라.’
딱 예상했던 정도의 괴수였기에 별로 감흥은 없었다.
리자드 킹은 모두 기본적으로 리자드 맨의 상위 호환에 해당하는 괴수다.
유틸성 스킬이 꽤 많으며 무기술도 일반적인 리자드 맨보다 서너 배는 위협적인 수준.
일시적으로 적을 속박할 수도 있고 독기를 분출하여 중독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뭐, 여기까지만 듣는다면 엄청 까다로운 상대가 아니냐고도 할 수 있겠다만…….
‘리자드 킹은 그렇게 어려운 상대가 아니야.’
한 번도 상대해 본 적이 없는 나지만 확신할 수 있는 바였다.
헌터 협회 및 각종 길드에서도 숙련된 B급 헌터라면 솔로 플레이로 잡을 수 있다고 명시했을 정도.
속박 스킬도 그렇고 독기 분출 스킬도 그렇고…….
종류는 다양할지언정 모두 수준은 썩 높지 않아서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스킬 몇 개만 갖추면 손쉽게 사냥할 수 있다고도 했지.’
시련의 탑에서 얻게 된 능력들이 그것보다 못하다곤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순수한 D급 헌터인 이철원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내게 물음을 건네 왔다.
분명히 둘이서는 리자드 킹을 공략하기 힘들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거겠지만…….
그런다고 해서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잠깐만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예? 아, 아니. 구체적인 플랜 같은 건 없으신가요? 보조라도……!”
“그다지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물러서 있다가 위험할 것 같을 때 도와주신다면 그걸로도 충분합니다.”
순수하게 시련의 탑에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할 기회인 만큼…….
이철원에게 도움을 받아서 쉽게 공략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또한.
‘사실, 썩 오랫동안 공략할 적도 아닌 거 같고.’
현재 가지고 있는 기술을 모조리 펼치면 금방 잡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크륵, 크르륵!”
쿵.
리자드 킹이 심기가 불편하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서며 지면을 울려 댔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고, 공격 신호입니다. 조심하셔야 하……!”
콰아앙!
이어지는 이철원의 말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나는 자리를 박찼다.
공격 신호 같은 건 진즉에 이해하고 있었다.
“바람의 은총.”
「스킬 ‘바람의 은총’이 활성화됩니다.」
「모든 속도가 10% 상승합니다.」
「현재 스킬 중첩 진행도 – 1/7」
몸을 감싸는 은은한 바람과 함께 발끝이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그때였다.
“크르륵.”
투우웅-!
짧게 울음이 울리는 동시에 리자드 킹의 주변으로 묘한 파장이 퍼졌다.
「스킬 ‘둔화의 파장’에 노출됐습니다.」
「모든 속도가 25% 둔화합니다.」
‘또 디버프 계열의 스킬인가…….’
예전이었다면 짜증을 내며 대응법을 생각했겠으나 이제는 달랐다.
‘무시하면 그만이지.’
「스킬 ‘강제 돌파’가 활성화됩니다.」
「둔화 스킬의 사용자보다 플레이어의 마력이 두 배 이상 높습니다.」
「모든 속도 25% 둔화의 효력이 사라집니다.」
“크르륵!?”
둔화 효력이 사라짐과 동시에 나는 온몸의 마력을 크게 돌렸다.
마력 회로 스킬을 통해서 좀 더 몸을 강화하기 위해서였고…….
이어서 마력이 온몸을 한 번 크게 돈 순간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춰서 오른손에 든 검을 리자드 킹을 향해서 휘둘렀다.
만약에 상대가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D급 괴수였다면 여기에서 끝났겠지만…….
카아앙!
‘오…….’
리자드 킹은 금방 냉정함을 되찾곤 내 검격에 대응했다.
길쭉한 직도(直刀)를 내뻗어서 내 검을 막은 것이다.
흠, 역시나 이전에 보아왔던 괴수들처럼 쉽게는 당해 주지 않는다.
‘그럼 좀 더 수준을 올려 주는 수밖에.’
천천히 할 것도 없이 리자드 킹의 직도에 검을 맞댄 채 나는 입술을 달싹였다.
그리고.
「스킬 ‘바람의 은총’이 중첩됩니다.」
「모든 속도가 60% 상승합니다.」
「현재 스킬 중첩 진행도 – 6/7」
이어서 바람의 은총 스킬의 효과를 거의 최대 중첩에 맞춰 놓고 뒤로 물러섰다.
리자드 킹의 이목을 끌어내 빈틈을 보이게 할 미끼를 소환하기 위해서.
「사령을 여럿 소모하여 해골병을 소환합니다.」
「현재 보유한 사령의 수 – 21/30」
순식간에 차곡차곡 쌓아 둔 사령이 여럿 사라지며 지배자 후광으로 얻은 ‘소환사’ 특성이 발동했다.
달그락, 달그락.
바닥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그곳에서 작은 해골이 일어났다.
화르르.
그리고 해골의 눈동자가 있었을 자리에서 새하얀 불꽃이 피어오른 순간.
금방 소환된 해골이 리자드 킹을 향해서 내달리기 시작했다.
‘흠, 직접 조종이 불가능한 자동 전투 방식의 소환수인가…….’
굳이 전투 중에 집중력을 분담할 필요성이 없다 보니 썩 괜찮았다.
다만, 그 효율성이 문제라고 해야 하나?
콰아앙-!
곧장 리자드 킹에게 돌격한 해골은 직도에 얻어맞곤 크게 휘청이며 무너졌다.
「소환한 해골병이 소멸했습니다.」
사령을 몇이나 소모하여 소환했다는 결과물이라고 보기엔 좀 빈약했다.
물론…….
‘그 정도로도 값어치는 충분하지만.’
쿠후우웅……!
해골이 크게 휘청인 직후에 나는 곧장 리자드 킹에게 접근했다.
생각보다 더 위협적인 속도로 달려온 해골을 떨쳐 내느라 큰 동작을 펼친 후다.
이전과는 다르게 자세도 크게 흐트러졌으며 빈틈도 꽤 많이 생겼다.
‘충분히 해치울 수 있어.’
재사용 대기 시간이 부여되기 전까지 ‘바람의 은총’에서 중첩을 올린 만큼 꽤 빨랐다.
그리고.
「신속의 장화(C+) 전용 효과로 순간 속력이 상승합니다.」
7층에서 얻은 아이템의 효과마저 겹쳐지니 바람이 발끝에서 맴도는 듯했다.
그러니 그 모든 속력을 담은 일격의 위력은…….
「던전 보스 ‘리자드 킹’이 사망했습니다.」
「다음 던전 보스의 등장은 14일 후입니다.」
꽈드드득-!!
뭐, 말할 것도 없이 발군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다.
쿵.
“…….”
리자드 킹의 목을 베어 낸 나는 얼굴에 튄 피를 닦아 내며 헛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이론상 어렵지 않으리라곤 생각했지만 실제로 쉽게 쓰러뜨리니 기분이 묘했다.
‘생각보다 스킬 합성으로 얻은 것들이 더 강력한데?’
강인한 눈은 그냥 안력을 강화해 주는 느낌밖에 없었다면 강제 돌파는 다르다.
이전에는 취약했던 둔화 및 속박 계열의 스킬에서 한결 편해진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물론 그것도 안 통하는 상대가 있겠지만, 그걸 대비해서 항마력을 구매했으니까.’
심지어 스킬 합성이 아니라 7층에서 얻은 보상들도 엄청났다.
바람의 은총은 여섯 번째 중첩까지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속도를 올릴 수 있고 신속의 장화는 그런 스킬에 큰 시너지를 부가해 준다.
강제 돌파, 그리고 바람의 은총만 해도 사기적인 조합인데…….
‘네크로맨시의 소환사 특성을 발동하니 더 파괴적이야.’
그저 눈속임에 불과했다곤 해도 소환사 특성으로 소환한 해골도 꽤 쓸모 있었다.
단 일격에 부서졌으나 살짝 위협을 가하는 식으로 쓰기는 충분했고.
여러모로 내게는 만족스러운 전투였다고 할 수 있었다.
뭐, 네크로맨시의 새로운 능력이 좀 빈약하단 느낌이 있기야 했다만…….
그거야 천천히 보완해 가면 될 뿐이니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어, 어어어…….”
그렇게 만족스러움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니 이철원이 눈을 부릅뜬 채 경악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그 말에서 나는 꽤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이철원의 물음에 딱히 내가 해 줄 수 있는 답이라곤 없었다.
‘그냥 할 수 있어서 했을 뿐인데…….’
이철원에게 있어서는 어쩌면 생각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해는 어느 정도 됐다.
뭐, 보스 공략은 그 기회를 얻기도 힘들뿐더러 제대로 공략하기도 힘들다고 하니까.
그러나 나는 현재 C급 헌터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 무력을 소유하고 있다 보니 그렇게 큰 감흥은 없었다.
물론…….
“……호, 혹시 신분 세탁이라도 하신 고위 헌터라도 되는 겁니까?”
이철원은 그런 대답에 만족할 것 같진 않았지만 말이다.
“아뇨, 그런 거 아닙니다. 어디에 소속된 유망주도 아니고요.”
“그, 그렇지만……. 이 정도로 강하시면 고작 C급에서 그치실 정도는 아닐 텐데……?”
“글쎄요, 저도 최근에 확 강해져서 제가 얼마나 강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거짓말이다.
얼마나 강한지 정도는 나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아마도 A급 헌터에 근접하는 무력을 완성해 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시치미를 뚝 뗀 것은 그다지 내 정보를 알려 주기 싫다는 걸 어필하기 위해서였다.
“그나저나 이제 보스도 공략했으니 던전의 소유권도 얻을 수 있겠군요.”
그리고 동시에 나는 대화의 화제를 던전으로 돌렸다.
더 나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보다야 던전에 관해서 떠드는 것이 나을 터다.
“게이트의 소유권은……. 예, 그렇겠네요. 지속형 게이트이니 한성윤 헌터님이 알아서 처분하실 수 있을 겁니다.”
듣던 중에 반가운 소리였다.
그렇지 않아도 꽤 돈이 필요했던 시점이다.
‘팔 수 있으면 팔아 버리는 게 낫겠지.’
차라리 그렇게 해서 시련의 탑에 아이템을 더 사 가는 편이 이득이다.
팔지 않고 이용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개인이 게이트를 점령해서 쓰는 건 현실적으로 힘든 얘기다.
관련 절차를 밟기도 어렵고 또 그만큼 수고를 들이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굳이 내가 이 게이트를 점령한 채 이용한다고 해도 썩 도움이 되진 않는다.
‘고유 특성도 곧 이런 던전에서는 성장하기 더 힘들어질 테니…….’
실제로도 사령 보관의 한계치에 다다라서 일부분 사령을 흡수했음에도 능력치가 오르지 않았다.
그만큼 현재로서는 이러한 던전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단 것이다.
“게이트 점령권에 관해서는 제가 뭘 더 말할 게 없을 것 같네요.”
“흠, 그럼 제가 게이트 점령권을 가져가는 거로 해도 불만이 없으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애초부터 던전 공략도 혼자 하신 거나 다름없으니…….”
오히려 부산물이라도 챙길 수 있다면 그게 다행인 거라는 듯한 어조였다.
“그럼 이제 리자드 킹의 부산물을 챙겨서 나가도록 하죠.”
그 말에 이철원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내가 리자드 킹의 사체로 다가갔다.
뭐, 부산물을 챙기는 건 덤이고 본론은 이쪽에 있다.
「리자드 킹의 사령을 흡수합니다.」
「숙련도가 11% 상승합니다.」
‘역시나.’
리자드 맨은 0.7%의 숙련도밖에 주지 않았는데 리자드 킹은 다르다.
숙련도 또한 흡족할 정도로 내 주었기에 나는 이내 만족했다.
이어서 리자드 킹의 심장 부근을 열어서 마석을 채취하기 시작하며 나는 네크로맨시를 발동했다.
「리자드 킹의 사령을 흡수하여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상승시킵니다.」
「근력이 2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1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4 상승했습니다.」
「마력이 4 상승했습니다.」
「내구가 5 상승했습니다.」
흡수한다고 해도 별로 성장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 다른 사령은 보호막 같은 효과를 위해서 남겨 두겠지만…….
리자드 킹의 사령은 흡수해서 능력치를 향상시키는 것이 나았다.
애초부터 현실로 돌아온 것은 성장 및 새로운 능력에 적응하기 위함이었으니까.
‘흠, 그래도 능력치가 꽤 오르네.’
그때였다.
「리자드 킹이 보유하고 있던 스킬 중 한 가지를 흡수합니다.」
뜬금없이 떠오른 메시지에 이내 나는 눈을 부릅떴다.
“……?”
낮은 확률로 흡수한 사령의 스킬 중 한 가지를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상상하지도 못했던 추가 보상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