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47
046. 계약 (1)
의정부 직동근린공원, 게이트 밀집 구역.
“하아암…….”
의정부 헌터 협회의 게이트 관리팀 팀장 심우진은 하품하며 공원 곳곳에 놓인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모두 헌터들이 진입해서 공략 중인 게이트였다.
‘지루해.’
주변에 있는 관리팀 팀원들은 전부 잔뜩 긴장한 채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었으나 심우진은 따분할 따름이었다.
긴급 발생 게이트라며 세간에선 꽤 떠들썩한 모양이지만…….
‘뭐, 별로 이변이랄 것도 없는 모양이네.’
벌써 삼 년째 긴급 발생 게이트를 관리해 온 그의 눈에 현 상황은 평범했다.
어느 것도 특별할 것 없는 수준의 게이트라고 해야 하나?
특이점이 있다면 이번에 발생한 것이 지속성 게이트라는 것뿐이었다.
지속성 게이트란 곧 생성된 자리에서 반영구적으로 유지되는 던전이다.
그런 만큼 협회. 혹은 길드에서 비싼 가격으로 던전을 매수하기도 한다만…….
‘그거야 나랑은 관계없는 얘기지.’
헌터 협회에서 지속성 게이트를 공략한다고 한들 그가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실적이 올라가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물질적인 보상을 얻는 것도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상 실적은 이어서 도착할 게이트 공략팀이 싹 가져가는 체계이니 당연했다.
‘후, 공략팀은 게이트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수수료를 받기라도 하지…….’
게이트 관리팀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그저 긴급 발생한 게이트들을 공략팀이 도착할 때까지만 관리하다가 끝날 뿐.
특별 수당이나 보너스 같은 개념도 아예 없기에 심우진으로서는 뚱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 긴급 게이트 발생 시점에서 소집된 헌터 중 누군가 게이트를 완벽하게 공략하여 매수하게 된다면 공략팀이 아니라 관리팀 소관이 되기에 얘기가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피식.
“그런 건 A급 헌터가 있어야 가능한 거고.”
긴급 게이트 발생이랍시고 돈 좀 벌어 보겠다고 모인 헌터 중 그만한 실력자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때였다.
‘……응?’
뜬금없이 공원 내부에 있던 게이트에서 두 명의 헌터가 나왔다.
그에 심우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뭐지? 벌써 사냥을 끝냈을 린 없는데 왜 나온 거야?’
그러나 그런 의문도 잠시였을 뿐이다.
“……어, 어어?”
이어서 두 헌터가 나온 게이트의 색이 푸른색에서 잿빛으로 바뀌었다.
심우진이 알기로는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조건은 정해져 있었다.
“보스룸의 공략이 완료되었을 때…….”
그리고…….
그 공략이 끝난 후, 지속성 게이트가 보스 몬스터의 생성 대기 시간을 부여했을 때다.
그 말은 곧 지속성 게이트의 공략을 둘이서 끝냈다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이런 미친……!”
이내 그 사실을 깨달은 심우진은 함박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삼 년 만에 게이트 관리팀의 관리하에 게이트 공략자가 나온 것이다.
***
게이트에서 바깥으로 걸어서 나오는 동안 나는 웃음을 그칠 수 없었다.
『스킬 – 심안(D-)』
『숙련도 – 0%』
『효과 – 전투를 개시할 시, 보이지 않는 범위의 공격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바로 리자드 킹을 흡수하며 얻게 된 새로운 스킬 때문이었다.
‘설마하니 리자드 킹을 흡수하고 바로 스킬을 얻을 줄이야.’
확률상의 문제 때문에 스킬 흡수 같은 건 고려하지도 않았는데…….
어쩐지 시련의 탑에 들어간 이후부터 운이 좋아진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단번에 스킬이 흡수되니 입가에서 웃음이 그치지를 않는다.
‘나중에 리자드 맨의 사령들도 전부 흡수하면 스킬을 더 얻을 수도 있겠지.’
덤으로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스킬도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새롭게 얻은 ‘스킬 합성’을 다시 확인해 볼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이 느껴졌다.
‘역시 던전 공략을 하는 건 옳은 판단이었어.’
본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보상을 얻었으니 나로서는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만족스러움을 느끼며 게이트 바깥으로 나온 순간이었다.
“자,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성이 헐레벌떡 뛰어오며 그리 말하더니 이내 물음을 건네 왔다.
“호, 혹시 이 안에서 게이트 공략이 완료된 게 맞습니까?”
그 말에 고개를 돌리자 옆에 있던 이철원이 갸웃하며 말했다.
“죄송한데 누구신데 그런 걸 묻는 거죠?”
그제야 남성이 흠칫하며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대꾸했다.
“아, 실례했습니다.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이 공원의 긴급 발생 게이트를 관리하러 온 헌터 협회 게이트 관리팀 팀장 심우진이라고 합니다.”
“게이트 관리팀……?”
“예, 맞습니다. 하하, 아까는 제 팀원이 게이트 관리를 하고 있어서 미처 인사드리지 못했습니다.”
“…….”
아무래도 던전 공략을 끝마쳤단 걸 알아차리고 뛰어온 모양인데…….
‘마침 잘됐네. 그렇지 않아도 게이트 점령권을 어떻게든 처분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아도 찾아가려고 생각해 뒀던 바다.
만약에 내가 길드 소속이라면 그곳에 매각했어도 되겠지만…….
현재 내가 게이트 점령권을 매각할 수 있는 건 헌터 협회가 최선이니 말이다.
그때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이철원이 입을 열었다.
“혹시 게이트 점령권을 매입하고 싶으셔서 오신 건가요?”
“맞습니다. 두 분께 매각 제안을 하고 싶어서…….”
“그럼 그건 제가 결정할 게 아니겠군요.”
“예?”
“던전 보스를 공략한 건 여기에 계신 한성윤 헌터님 혼자십니다.”
“……!”
그 순간 심우진의 눈길이 내게 쏟아졌다.
“호, 혼자서 공략하셨다면 설마 A급 헌…….”
또 오해할 것 같아서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딱 잘라서 답했다.
“아뇨, C급 헌터입니다.”
“예? 아, 그, 그러셨군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 일단 본론으로 넘어가죠. 게이트 점령권을 얼마에 매입하고 싶으신지부터 말해 주시죠.”
심우진은 크게 당황한 눈치였지만 그다지 더 얘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현실로 귀환하기 전에 보았던 커뮤니티의 대화가 떠올리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 그렇지 않아도 시련의 탑 때문에 도전자 출신인지 전부 파악하고 있다던데…….
‘괜히 시련의 탑 출신인지 의심해 봐야 내가 귀찮아질 뿐이야.’
그렇다면 해당 주제에 관해서는 어떻게든 관심을 덜어내야 했다.
얼른 화제를 돌리니 심우진도 이어서 본론을 꺼냈다.
“흠흠, 그럼 딱 본론만 말씀드리자면 저희 게이트 관리팀에서는 12억 정도에 해당 게이트를 매입하고 싶습니다.”
‘오…….’
생각보다 더 큰 금액에 내심 나는 놀라움을 느꼈다.
D급 게이트의 점령권을 12억에 사려고 하다니…….
‘고작 이 정도의 게이트에 그만큼 액수를 쳐 준다고?’
그 정도 금액이면 C급 던전도 매입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그걸 나한테 지불하겠다고 하니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꽤 높은 금액이네요. 좋습니다, 매각하도록 하죠.”
그걸 겉으로는 나타내지 않고 최대한 담담한 듯 행동했다.
“제안에 응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매매 계약은…….”
“제가 좀 바빠서 되도록 빠르게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계약서를 준비할 테니 근처에서 하시겠습니까?”
“그러는 게 낫겠군요.”
곧 있으면 다시 탑으로 복귀해야 하는 몸이다.
‘굳이 매매하는 걸 질질 끌 필요는 없겠지.’
이어서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기다리겠다며 심우진 팀장이 물러나고…….
“와, 대단하시네요. 현장에서 매매 제안하는 건 저도 처음 봤습니다.”
대화가 끝난 후, 이철원이 다시금 감탄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가요? 보통 던전 공략이 끝나면 다들 이러지 않나요?”
“그거야 수준 높은 헌터들이 그렇고요. 저희 같은 하급 헌터는 그렇지 않죠.”
그 말은 곧 내가 보통의 하급 헌터들과는 다른 이레귤러란 뜻이다.
“……일단은 부산물부터 정산하도록 하죠. 어쨌든 게이트 출입권을 따내신 건 이철원 헌터님이셨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마석 매각은 제가 해도 될까요? 아는 곳에서 팔면 시세보다 좀 비싸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음……. 상관은 없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뭘 믿고 남에게 마석 매매를 맡기냐고도 할 수 있겠다만…….
현재 나는 그다지 돈이 궁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석 매매에 써야 할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니 내게는 이득이다.
‘매매 계약으로 얻을 돈을 생각하면 더 그렇지.’
던전 공략으로 버는 돈보다는 게이트 점령권으로 얻는 돈이 더 클 것이다.
그런 만큼 마석 같은 부산물은 알아서 처리해 준다는 만큼 적당히 맡기는 것이 나을 터다.
“마석의 개수는 이 자리에서 확인을 마쳤으니 연락처를 주신다면 제가 나중에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연락처도 교환한 후, 이철원은 곧 자리를 떠났다.
어쨌든 간에 던전 공략은 끝났고 더 얘기할 것은 없기 때문이다.
남은 건 이제 게이트 점령권에 관한 매매 계약뿐인데…….
“그것도 빠르게 마쳐야지.”
남은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현실에서 머무를 수 있는 동안 이득을 많이 봐 둬야 해.’
지금처럼 우연히 긴급 게이트가 발생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다.
결국에는 질 높은 게이트를 드나들려면 인맥은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대비를 해야 하기는 하겠지.”
그리고 그에 관해서는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매매 계약은 일사천리로 끝났다.
“계약대로 돈은 내일까지 입금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심우진 팀장은 매매 계약이 성사되며 싱글벙글 웃기 시작했고…….
나는 어쨌든 간에 빠르게 매매할 수 있었단 것에 의의를 뒀기에 나름대로 만족했다.
그런데 매매 계약을 끝내고 카페를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한성윤 헌터님, 혹시 소속이 없으시다면 헌터 협회에 들어오지 않으시겠습니까?”
“……헌터 협회 직속으로 들어오라는 겁니까?”
“예, 맞습니다. 협회에 등록된 정보를 보니 최근에 등록되신 헌터던데……. 저희 측에서 최대한 대우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그 말에 나는 잠깐 고민하듯 입을 다물고는 고민했다.
이후에 좀 더 원활하게 활동하려면 어딘가에 소속되어야 하는 건 맞다.
‘그럼 협회 소속이 되더라도 상관은 없겠지.’
벌써 헌터 협회에서만 두 번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으니 흔들리긴 했다.
김인후 감독관에 이어서 심우진 팀장마저도 나를 스카우트하려고 하니…….
그렇지만 어딘가에 소속된다는 것은 좀 껄끄러웠다.
특히나 직속 헌터로서 활동하게 된다는 건 그만큼 행동 제약이 생긴다는 거기도 하고.
‘프리랜서에 가까우면서도 던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헌터 협회라는 것이 그만큼 자유도가 높은 집단이냐가 문제였다.
그리고 적어도 내 머릿속의 헌터 협회는 그렇게 자유도 높은 집단이 아니었다.
좀 고민되기야 했지만 결국 선택을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정해도 될 일이고, 아직은 생각해 둔 것도 있으니까.’
헌터에게 있어서 인맥이 꽤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면 나도 그걸 활용해야 했다.
“……당장은 결정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해합니다. 실력 있는 헌터가 직속 계약을 하는 건 고민되겠죠.”
“그렇지만 나중에라도 좋은 관계를 맺고 싶으면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하, 나중에라도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심우진이 웃음을 지으며 카페를 나간 후,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현재 내게 유일한 인맥이라고 할 수 있는 이에게 연락하기 위해서였다.
「4층에서 만났던 한성윤입니다. 이하연 씨, 귀환하셨다면 잠깐 만나실 수 있을까요?」
시련의 탑 4층에서 만났던 팀원, 이하연.
그녀에게 접선을 시도해 볼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