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50
049. 관리자 (1)
화염아귀(火焰亞龜).
누군가는 이 괴수를 지옥에서 올라온 괴물이라고 부르고…….
또 누군가는 이 둔하게 생긴 괴물은 오로지 살육만을 위해서 태어났다고 말한다.
그럴 만도 했다.
C급 게이트에 주로 서식한다는 괴수라지만 그 본질적인 전투 능력은 동급의 헌터로는 버티기도 힘든 수준이기 때문이다.
괴물 중의 괴물이며 수많은 헌터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겨 준 존재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
화염 아귀를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입을 모아서 이렇게 말한다.
―만약에 화염 아귀가 서식하는 던전에 들어갔다면 좋은 결과는 바라지 말 것.
날붙이로는 절대로 죽일 수 없을 것 같은 단단함은 물론이고…….
온몸에 뒤집어쓴 검은 겁화(劫火)는 헌터들에게 있어서는 불길함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근접전도 우수하며 움직임도 잽싸고 심지어 넓은 범위로 불을 내뿜는 비상식적인 괴물.
그것이 바로 화염 아귀라는 괴수였다.
그런데…….
꽈아아아앙……!
“키, 키에에에에엑!?”
그런 화염 아귀가 단 한 사람에 의해서 학살당하고 있었다.
검이 휘둘러지는 동선은 눈으로 좇을 수도 없다.
꽈르르르릉……!
「천둥의 검(C) 전용 효과 ‘전격 부여’가 발동합니다.」
「타격 판정이 발동한 적에게 ‘전격’을 부여합니다.」
순식간에 조각나는 화염 아귀의 몸통이나 검에서 번뜩이는 번개를 보며 무언가 죽었다는 것을 뒤늦게 인지할 뿐.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화염 아귀의 사령을 모두 흡수했습니다.」
「숙련도가 9.6% 상승합니다.」
벌써 순식간에 세 마리의 화염 아귀가 죽은 모습을 본 이하연이 경악했다.
“말도 안 돼…….”
고작 막 헌터 라이센스를 취득한 사람이 보여 줄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서포트 계열의 마법사 중에서는 엘리트라 불린 이하연이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정상이 아니야…….’
현재 눈앞의 남성은 일반적인 헌터의 범주를 넘어섰다.
괴물을 학살하는 괴물이라고 해야 하나?
“꽤 수준이 괜찮네.”
그 악명 높은 화염 아귀를 죽이고도 오히려 이 정도는 해 줘야 한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한성윤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이게 진짜 어려움 난이도의 도전자라는 거겠지…….’
그 미친 것 같이 강하던 화염 아귀도 단숨에 토막 내는 괴물 같은 무력을 보며 실감했다.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었던 거야…….’
이하연이 무리하며 길드 내 최고의 계약 조건을 준 것은 결코 실수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 괴물 중의 괴물인 도전자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단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한성윤 씨는 더 성장할 거야. 그건 틀림없어.’
시련의 탑의 등반을 결심한 자다.
금방 한성윤은 한계를 돌파해서 더 높은 경지로 향할 것이다.
이하연은 눈을 반짝이며 거침없이 나아가는 한성윤의 사냥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그녀의 마음을 들끓게 만드는 사냥이었다.
막 헌터 업계에 들어섰을 때의 고양감이 떠오른다고 해야 할까?
검은 불꽃을 내뿜는 괴물들을 도륙하며 번개를 머금은 검을 휘두르는 한성윤은…….
“와…….”
한때 헌터로서의 성공을 꿈꿨던 이하연에게 동경을 심어 주기 충분했다.
***
꽈드드득……!
“후우우…….”
다섯 번째 화염 아귀를 마무리한 나는 숨을 내뱉으며 웃었다.
「화염 아귀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숙련도가 3.2% 상승합니다.」
그 악명 높던 화염 아귀답게 놈들이 준 숙련도는 적지 않았다.
‘리자드 맨들을 학살한 것보다 이놈들을 잡아서 얻은 숙련도가 더 많겠네.’
한 마리에 3.2% 정도의 숙련도를 주니 흡수할 때도 능력치를 꽤 올려줄 터다.
단단했던 몸뚱이를 생각한다면 내구 능력치를 크게 올려주겠지.
‘오랜만에 효율적으로 사냥해 보네.’
아낌없이 주는 화염 아귀들의 사체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나는 이내 상태창을 열었다.
오랜만에 고유 특성의 숙련도가 얼마나 올랐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고유 특성 – 네크로맨시(D)』
『숙련도 – 49.8%』
‘벌써 이만큼이나 숙련도가 쌓였나…….’
시련의 탑도 성장하기 좋은 장소이긴 했으나 현실도 꽤 괜찮았다.
적절한 난이도의 게이트에 진입할 수만 있다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일단 주변에 있는 화염 아귀는 전부 정리한 건가?’
더 화염 아귀가 오지 않는 것을 보니 주변에는 더 괴수가 없는 모양.
이내 나는 상태창을 끄고 뒤에 서 있던 이하연에게 다가갔다.
“일단 주변에 있던 화염 아귀는 다 사냥한 모양입니다.”
“…….”
“화염 아귀의 사체에서 부산물을 챙기고 안쪽으로 진입하죠.”
“…….”
그러나…….
“이하연 씨?”
이하연은 넋을 잃은 것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뭐지? 화염 아귀를 쉽게 정리해서 놀란 건가?’
하긴, ‘작은 악마’라고 불릴 정도인 괴수를 꽤 빨리 사냥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렇지만 단순히 놀랐다는 수준이 아니라 무언가 혼을 빼앗긴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뭐라고 해야 하나 싶은 순간.
“예? 그렇죠……. 전부 정리했으니 안으로 더 들어가야겠죠.”
그제야 이하연이 정신을 차렸다는 듯 뒤늦게 내 물음에 답했다.
그러더니 이내 이하연은 품에서 작은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아공간 주머니」
「등급 : C-」
「현대 마도 공학의 정수가 깃든 주머니다.」
「최대 500kg을 수용할 수 있는 아공간을 내포하고 있다.」
「단, 아공간에는 살아 있는 무언가를 넣을 수는 없다.」
“아공간 주머니…….”
그토록 구하기 힘들다던 아공간을 내포한 아이템이 눈앞에 나타났다.
“길드에서 지원받은 거예요. 이 정도면 충분히 사체를 담을 수 있겠죠.”
이어진 이하연의 부연 설명을 들은 나는 아공간 주머니를 받았다.
본래는 그냥 화염 아귀의 몸을 칼로 도축해서 마석만 꺼내서 가려고 했지만…….
“그럼 일단은 마석을 꺼내지 않고 통째로 주머니에 넣죠.”
이 정도의 수납량을 가지고 있는 아공간 주머니라면 그럴 필요는 없었다.
스르륵…….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화염 아귀의 사체를 나는 주머니에 다 담았다.
‘인벤토리 같은 것보다는 못해도 꽤 쓸 만하네.’
개인에게 귀속된 아공간에는 미치지 못해도 이건 이것대로 꽤 쓸 만했다.
“사체도 전부 챙겼으니 다시 움직이죠.”
이어서 나는 검을 꽉 쥔 채 몸을 움직였다.
‘언덕이라지만 어차피 던전인 이상엔 끝이 있는 법이지.’
물론 시련의 탑처럼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같은 건 일절 알려 주지 않았지만…….
스스로 움직여야 할 곳 정도는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저쪽인가?’
마력 회로를 통해서 마력의 밀도가 높은 곳을 감지해서 그쪽으로 걸어갔다.
보스룸은 마력 밀도가 높은 공간에 있을 확률이 높으니 망설임은 없었다.
그리고…….
“키에에에에엑……!”
그런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고 곧바로 적중했다.
곧장 언덕을 넘어가니 화염 아귀들이 달려왔다.
물론 나는 그런 화염 아귀들을 씩 웃으며 맞이했다.
꽈아앙―! 콰드득―! 쩌어억―!
「숙련도가 3.2% 상승합니다.」
「숙련도가 3.2% 상승합…….」
「숙련도가 3.2% 상…….」
몇 번의 숙련도 상승 메시지를 보니 또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보유할 수 있는 사령의 수가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현재 보유한 사령의 수 – 30/30」
귀환해서부터 모아온 사령이 전부 차오른 것이다.
‘원래는 던전을 클리어하고 전부 흡수하려고 했는데…….’
더는 사령을 더 흡수해서 모아 둘 수 없게 되었다.
‘어쩔 수 없네.’
「보유한 사령을 모두 사용하여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상승시킵니다.」
「근력이 4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3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4 상승했습니다.」
「마력이 6 상승했습니다.」
「내구가 7 상승했습니다.」
모든 사령을 흡수했지만 아쉽게도 이번엔 ‘스킬 흡수’가 되지 않았다.
반복적인 사령 흡수 때문에 확률은 충분했을 텐데 실패한 것이다.
‘역시나 두 번이나 스킬을 흡수하는 건 욕심이었나?’
아쉬움이 들긴 했으나 굳이 거기에 연연할 필요는 없었다.
이내 미련을 떨쳐 내고 다시 움직이려는 순간이었다.
“……?”
더 마력의 밀도가 짙은 곳으로 가려고 그쪽을 바라보니 붉은색의 포탈이 보였다.
한 번은 이전에 보았던 포탈이었다.
‘보스룸?’
설마하니 이렇게 빠르게 나올 줄은 몰랐지만…….
“저게 보스룸인 것 같은데, 어쩌시겠어요……?”
뭘 해야 하는지는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알 수 있었다.
“예정대로 들어가서 게이트를 파괴해야죠.”
두 번째 귀환의 사냥도 슬슬 끝마칠 때였다.
***
나는 화염 아귀의 사체를 모조리 아공간 주머니에 넣은 후 움직였다.
어쨌든 간에 게이트를 파괴할 수 있다면 금방 끝내고 나가는 편이 나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속형 게이트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발생한 게이트는 방치하면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둘 순 없지.’
성장이 중요하다곤 해도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고 싶지는 않았다.
심지어 그것이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부류라면 더더욱 그랬다.
우우웅……!
보스룸에 들어선 순간부터는 공간이 확 달라졌다.
울퉁불퉁했던 언덕에서 습한 동굴로 변한 것도 그렇지만…….
‘무슨 마력이…….’
무엇보다도 주변을 떠다니던 마력의 농밀함이 짙어졌다.
끈적끈적할 정도로 농밀해진 마력이 온몸을 휘감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간에 썩 좋다고는 빈말로라도 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보스는 안 보이는데…….’
좀 찝찝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별다른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적이 안 보이니 주의하세요.”
“아, 네. 그러도록 할게요.”
일단 이하연에게 주의하라고 해 두고 검을 꽉 쥔 채 전투태세를 취했다.
그 순간이었다.
「스킬 ‘심안’이 활성화됩니다.」
“……?”
뜬금없이 활성화된 스킬에 그제야 나는 이전에 얻은 스킬을 떠올렸다.
‘리자드 킹한테서 흡수했던 스킬인가?’
전투할 때만 발동한다고 하던 액티브 형태의 스킬인데…….
그게 단순히 전투태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발동하는 모양.
‘독특한 메커니즘이네.’
그렇게 신기한 발동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찰나였다.
“……!?”
순간적으로 ‘심안’ 스킬이 경종을 울리며 위쪽에서 무언가 날아온다고 알렸고…….
이어서 섬찟함에 몸을 뒤로 내빼며 위를 본 순간 나는 경악했다.
콰아아아앙―――!
‘이건 또 뭔……!’
그 어떤 전조도 없이 떨어진 거대한 불덩이가 땅과 부딪히며 충격파를 자아냈다.
물론 맞기 전에 피했던 덕분에 열풍을 맞는 수준이었지만…….
‘만약에 맞았다면……?’
심지어 사령도 전부 써서 보호막을 발동할 수도 없었던 걸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
“괘, 괜찮으세요!?”
깜짝 놀랐는지 이하연의 걱정스러운 음성이 들렸지만, 그에 집중할 틈은 없었다.
“키에에에에……?”
동굴의 천장에서 푸른 불꽃을 두른 아귀(亞龜)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두 발은 천장에 붙어 있으며 기척도 거의 없던 탓에 당할 뻔한 것이다.
심지어 검은 불꽃을 두르고 있던 화염 아귀랑은 명백히 다른 모습.
‘보스 몬스터였던 건가…….’
즉, 일반적인 화염 아귀랑은 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처, 천장에 괴수가……!?”
이내 이하연도 그걸 봤는지 소스라치게 놀랐다.
“한성윤 씨, 이건 이레귤러 보스에요……!”
“알고 있습니다.”
고작 C급 던전에서 나올 만한 놈은 아니다.
그것은 던전에 대해서 이론적인 지식만 가지고 있는 나도 알 수 있었다.
“버프 스킬을 쓸까요? 실적 증명은 나중에 하더라도……!”
“……아뇨, 그럴 것 없습니다.”
그래, 잠깐 당황한 것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방금 위험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기습’이었기 때문이다.
“잠깐이면 됩니다. 기다려주시죠.”
“……네? 설마 저걸 혼자서-”
그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나는 입을 열었다.
“순간 가속.”
「스킬 ‘순간 가속’이 활성화됩니다.」
“삼절.”
「스킬 ‘삼절三絶’이 활성화됩니다.」
곧장 나는 마력 회로를 통해서 모든 마력을 스킬에 때려 붓기 시작했다.
두 스킬은 전부 내가 애용하는 공격용 스킬인 만큼 강력했다.
심지어 그 공격적인 스킬에 마력 회로의 효과도 더해졌으니 어지간한 괴수도 한 방에 죽을 수밖에 없을 터다.
그러나…….
“바람의 은총.”
「스킬 ‘바람의 은총’이 활성화됩니다.」
「모든 속도가 70% 상승합니다.」
「현재 스킬 중첩 진행도 – 7/7」
「모든 중첩이 이뤄졌으므로 ‘바람의 은총’에 하루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부여됩니다.」
그 상태에서 끝내지 않고 나는 모든 스킬을 전부 사용했다.
그리고 이어서 발을 움직인 순간에는…….
「신속의 장화(C+) 전용 효과로 순간 속력이 상승합니다.」
쩌어어어어억―――!
「던전 보스 ‘푸른 겁화의 아귀’가 사망했습니다.」
「던전 보스는 더 등장하지 않습니다.」
「3시간 후, 던전이 붕괴합니다.」
천장에 붙어 있던 던전 보스의 몸이 절반으로 쩍 갈라져서 내장을 쏟아냈다.
후두둑…….
“제가 말했잖습니까.”
비처럼 쏟아지는 내장을 온몸에 뒤집어쓴 나는 이내 입을 열었다.
“잠깐이면 끝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