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51
050. 관리자 (2)
「던전 보스 ‘푸른 겁화의 아귀’가 사망했습니다.」
「던전 보스는 더 등장하지 않습니다.」
「3시간 후, 던전이 붕괴합니다.」
뒤늦게 방금 떠올랐던 메시지를 읽으며 나는 옷의 소매로 얼굴에 튄 피를 닦았다.
얼굴만이 아니라 온몸에 피가 흥건했지만 전부 닦을 순 없었다.
‘하필 청결의 돌을 집에 놓고 와서는…….’
생각보다 깔끔하지 못했던 전투 탓에 복장이 더러워지니 좀 심경이 복잡했다.
물론 안전히 사냥을 끝마쳤단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심안 스킬이 없었으면 고작 복장이 아니라 꽤 다쳤을지도 모르니.’
고속 재생 스킬이 있다곤 해도 방심할 순 없었다.
방금 시야 밖에서 공격한 것이 보스 몬스터가 아니라 탑의 괴물이었다면…….
‘분명히 크게 다쳤겠지.’
생각하지 못했던 공격이었다곤 하나 싸움을 곱씹으며 단점을 개선해야 했다.
이내 얼굴의 피를 닦으며 생각을 끝낸 나는 던전 보스에게 다가가서 사체를 수거했다.
「푸른 겁화의 아귀의 사령을 흡수합니다.」
「숙련도가 22% 상승합니다.」
덤으로 사체를 아공간 주머니에 넣으며 던전 보스였던 놈의 사령도 흡수해 뒀고.
‘이걸로 끝인가?’
당장은 던전 공략이 일단락된 듯한 모양새였다.
바깥에 있던 화염 아귀도 꽤 죽였고 안에 있던 던전 보스도 죽였으니…….
심지어 곧 던전도 붕괴한다니 더 던전에 볼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
그런 내가 그렇게 움직이는 사이에도 이하연은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었던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듯이…….
“도대체 이게 무슨…….”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이하연을 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현재 이하연이 보여 주는 반응은 모두 과하다 싶을 정도였다.
‘8층까지 올라오며 이 정도는 얼마든지 봤을 텐데…….’
그런데 문제는 그 모든 반응이 가식적인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어째서?
잠깐 의문을 가졌지만 그걸 곰곰이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어려움 난이도 도전자들이면 이 정도는 하지 않습니까?”
눈앞에 내 의문에 대해서 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아뇨. 어려움 난이도에서도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을 거예요.”
“다들 시련이 다르다고는 해도 대부분 개인 시련에서 이 정도는 해 봤을 텐데?”
“농담이죠……?”
“진심입니다.”
“…….”
이하연은 내 대답에 흠칫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이런 짓을 몇 번 반복할 수 있음 모두 결산판에서 순위권에 머무르고 있겠죠. 대부분 이렇게까지 강한 괴수를 압도하는 건 불가능해요.”
그런가?
‘잘 모르겠는데…….’
시련의 탑은 멀쩡한 곳이 아니다.
얼핏 보기에는 난이도 조절 같은 것도 있어 친절한 시스템 같아도 그 본질은 도전이다.
늘 한계를 시험하는 시련을 이겨 내야 하고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러지 못하는 자는 살아남을 수 없고 그럴 수 있는 자는 강해진다.
그것이 내가 시련의 탑에 적응하며 얻게 된 진리였다.
‘그럴 수 있는 사람만이 보상을 가질 수 있지.’
괜히 시련의 탑에서 ‘어려움 난이도’라고 해 둔 것이 아니다.
다른 난이도보다 몇 배는 어렵고 늘 목숨을 천칭에 올려 두고 투쟁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내가 알 수 없다는 듯이 이하연을 바라보자 곧 답변이 돌아왔다.
“어려움 난이도에서도 개인 시련은 일정하지 않아요.”
“알고 있습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던 바였다.
모두 각각의 시련에서 개인마다 다른 내용의 시련을 돌파해야 했으니 말이다.
“시련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사람들은 통과해도 썩 좋은 보상을 얻지 못하죠.”
“그렇죠. 추가 보상 같은 것도 없을 테니.”
“그런 사람들이 탑에서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에요.”
“……?”
“시련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사람은 이후의 시련 수준이 조정돼요.”
“그게 무슨…….”
“지금껏 포섭했던 도전자들을 통해서 통계를 낸 것이니 확실하다고 봐도 좋아요.”
그렇게 말을 한 이하연은 이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설명하자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하연의 설명은 이랬다.
쉬움 난이도에서도 시련을 준수한 성적으로 돌파한 이들은 이후의 시련이 상승세를 타서 어려워지고…….
그렇지 아니한 이들은 힘겹게 통과했던 시련이 점점 쉬워진다고 말이다.
심지어 성향 및 특색으로도 시련의 성향이 점점 변화한다는 것도 있었다.
“제 경우가 그랬어요. 시련이 전투에서 곧 미궁을 탐색하고 출구를 찾는 것 같은 부류로 달라졌죠. 시련 수준에 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어려움 난이도인 만큼 시련은 어렵겠지만 이전이랑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흠…….”
“반대로 성적이 더 좋은 도전자는 더 시련이 어려워지고 전투에 특화되겠죠.”
“그리고 동시에 시련 보상도 더 좋아지겠군요.”
“어려움 난이도 도전자에 대해서는 통계를 낼 수 없지만……. 그럴 거예요.”
“결국, 어려움 난이도에서 시련 결과가 좋지 않으면 난이도가 조정된다는 거군요.”
그건 곧 내가 시련을 전부 잘 통과해서 더 난이도가 올랐단 뜻이기도 했다.
어이가 없긴 했지만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어쨌든 간에 보상도 올랐단 것은 그만큼 시련이 더 성장하기 좋게 변했다는 것이니.
“방금 한성윤 씨가 했던 건 50위 안에 있는 랭커들이나 할 수 있는 기예일 거예요.”
즉, 어려움 난이도 도전자 중에서도 특별하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시련을 통과할수록 한성윤 씨는 더 강해지실 거예요. 이제 시련의 탑에는 진심으로 탑을 오를 사람밖에 남지 않았으니까요.”
대부분 귀환석을 사서 현실로 복귀하고 있는 상황.
그러니 탑을 오르는 이들은 그럴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내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
“물론 그만큼 시련의 위험도도 오를 테고요. 그러니 좀 더 조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
“한성윤 씨가 성장해서 더 강해지는 것을 곁에서 더 오랫동안 보고 싶거든요.”
이어서 이하연은 배시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단순히 계약자로서 그런 게 아니라 한 명의 헌터로서 응원하는 거예요.”
“……뭘 걱정하는 건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습니다.”
도전자들이 탑을 오르는 것에 욕망을 품게 되었듯 나도 똑같았다.
당한 것은 똑같이 돌려주고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예전부터 각오한 바였다.
“다른 도전자들이 악독해지는 만큼 저도 그렇게 될 겁니다.”
“그건 다행이네요. 자, 그럼 이제 나가죠. 곧 던전도 붕괴할 테니까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보스룸을 나서는 이하연의 뒤를 따라갔다.
두 번째 귀환의 마지막 일정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
천보산의 던전을 공략한 후…….
남은 하루는 나름대로 나도 던전을 드나들지 않고 평범히 보냈다.
「헌터 협회가 ‘시련의 탑’을 측정 불가의 재앙이라고 발표하여 큰 화제가…….」
「시련의 탑, 그것은 무엇인가? 일반인도 각성할 수 있는 인생 역전의 발판?」
「현재 쉬움 난이도 및 보통 난이도의 도전자가 확보되었다고 알려져…….」
시련의 탑에 대해서 이런저런 정보들을 알아내는 등 할 것은 꽤 많았다.
또한…….
「통장 잔액 – 12억 3,263만 원」
“진짜로 들어왔네…….”
귀환했던 동안 벌었던 모든 돈이 입금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이트 점령권을 판 것은 물론이고 마석 같은 괴수의 부산물도 팔아서 얻은 것이다.
‘생각보다 더 들어온 금액이 많네.’
게이트 점령권은 그렇다고 쳐도 마석으로 번 돈이 꽤 짭짤했다.
분명히 헌터로서 활동하게 된다면 이것보다 많은 돈을 벌 것이다.
그러나…….
‘고작 여기에서 멈출 순 없지.’
더 강해질 수 있는데도 이런 곳에서 멈추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시련의 탑을 오르고 또 올라서 더 강해질 것이다.
그것이 내가 목표로 삼은 것이었으니 포기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
부르르……!
책상 옆에 두었던 스마트폰이 진동하며 문자가 왔음을 알렸다.
연락 올 사람도 없는 만큼 그 문자의 주인이 누군지는 뻔했다.
‘이하연 팀장이겠지.’
그리고 그 예상은 곧장 적중했다.
「백은 길드의 던전 사용에 관해서는 자격 증명이 끝났어요. 이제부터 한성윤 씨가 원할 때 바로 던전을 이용할 수 있을 거예요.」
“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제 귀환할 때마다 어디에서 던전을 사용할 수 있나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네.’
이내 나는 씩 웃음을 지으며 알겠다고 답변을 보냈다.
그리고 곧 탑으로 돌아갈 테니 사라져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자도.
그에 대해서 이하연은 알고 있던 만큼 짧게 답했다.
「기다리고 있을 테니 돌아오시면 언제든 연락해 주세요.」
물론 오랫동안 기다리게 할 생각은 없었다.
이제 시련에는 ‘대기 시간’이 사라졌다.
즉, 시련을 도전하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런 만큼 나도 중간에 등반을 멈출 생각은 없었다.
그러니 곧 한계에 봉착할 테고 그때 바로 현실로 복귀할 터였다.
‘곧 돌아올 테니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지는 않겠지.’
물론…….
“그것도 나중의 이야기겠지만.”
「5분 후, 시련의 탑으로 복귀하게 됩니다.」
예전에 그랬듯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며 떠오른 메시지에 나도 슬슬 채비했다.
현실로 가지고 왔던 모든 물건을 착용한 채 남은 시간의 종료를 기다렸고…….
「시간 종료.」
「시련의 탑으로 복귀합니다.」
그 메시지들이 떠오른 찰나에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
잠깐 감았던 눈을 뜨니 작은 원룸에서 익숙한 대기실로 이동되어 있었다.
‘두 번째라 그런지 이것도 꽤 적응됐네.’
특별한 감상을 느낄 것도 없이 나는 이내 명령어를 발동했다.
“시련.”
「8층 시련에 응하시겠습니까?」
그 메시지에 응하기 전에 나는 내 장비를 슬쩍 살폈다.
좀 불안하긴 하다만 이 수준으로도 충분히 8층 시련에 도전할 만하다고 느꼈다.
‘뭐, 바깥에서 꽤 성장하고 왔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온갖 괴수들의 사령을 흡수해서 성장한 만큼 걱정할 것은 없었다.
이어서 나는 시련에 응하겠냐는 메시지에 곧장 긍정했다.
그런데…….
곧 나타날 포탈을 생각하며 움직일 준비를 하는 순간.
「시련의 분기점을 선택하십시오.」
「서사」
「전투」
「공략」
“……?”
뜬금없이 분기점을 선택하라며 선택지들이 떠올랐다.
‘뭐지?’
잠깐 당황했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그러고 보니 분기점이라는 시스템이 생긴다고 했었지.’
눈앞에 떠오른 것은 8층에 다다르며 추가된 시스템 중 하나였다.
물론 이것에 관해서도 예전에 고민했던 바가 있었기에 선택은 빨랐다.
「‘전투’의 분기점을 선택했습니다.」
‘네크로맨시의 효율을 올리려면 전투로 가야겠지.’
「도전자 한성윤의 모든 개인 시련이 ‘전투’에 집중됩니다.」
「한 번 선택한 분기점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다지 분기점을 변경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얼른 새롭게 얻은 스킬들을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만을 할 뿐.
그런데…….
「도전자 한성윤은 ‘선구자’의 자격이 있습니다.」
무언가 이상했다.
“……?”
그대로 시련에 돌입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관리자 면담이 시작됩니다.」
「전투 분기점의 관리자 중 적합한 면담 상대를 찾고 있습니다…….」
“관리자……?”
분명히 이전에 탑에서 한 번 존재감을 드러냈던 이였다.
채팅방을 얼리고 질문권에 대답하며 늘 도전자들 사이에서 말이 많던 존재이기도 했고.
그런 존재랑 내가 면담한다는 것은 철저히 예상외였다.
탑을 관리하는 존재와의 면담이라니…….
「탐색 완료.」
「전투 분기점의 관리자 ‘철혈의 군주’와의 면담이 시작됩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향의 전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