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54
053. 8층 (1)
세 개의 권능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는 금방 결정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상황에서 쓸 수 있을 법한 권능은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권능 : 명경지수(C-)’를 구매했습니다.」
「1,000 SP가 차감됩니다.」
“역시 이게 제일 좋겠지.”
1,000 SP를 써서 권능을 구매했다는 메시지를 바라보며 나는 씁쓸히 웃었다.
아무것도 사지 않는 것보다는 일단 명경지수의 권능을 사는 것이 나으리라 판단했다.
본래는 8층에 그냥 도전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좀 더 신중해져야 해.’
철혈의 군주를 만난 후부터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곧 몰려올 이계의 도전자들은 물론이고 계층 난입에도 대비해야 한다.
‘아이템은 당장 올려 봤자 제대로 쓰지도 못하겠지만 권능은 다르지.’
어떤 상황에서도 ‘합리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는 권능, 명경지수.
실질적 전투력을 올려 주진 않겠지만 이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능력이다.
어쨌든 간에 흔들리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니.
‘아예 아무것도 대비하지 않는 것보다는 이렇게라도 하는 게 낫겠지.’
“상태창.”
『한성윤』
『후광 – 지배자』
『근력 – 63』 『체력 – 61』
『민첩 – 63』 『마력 – 59』
『내구 – 58』
『고유 특성 – 네크로맨시(D)』
『고유 권능 – 스킬 합성』
『권능 – 명경지수(C-)』
『스킬 – 자세히 보기』
“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오른 능력치도 흡족했지만…….
나는 그것보다는 그 아래에 있는 ‘권능’에 집중했다.
『명경지수』
『등급 : C-』
『어떤 상황에서도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해진다. 분노 및 혼란 같은 상태 이상들이 전투 중에는 반감되며 전투 몰입도가 상승한다.』
‘계약자 전용 상점에서 봤던 거랑 별로 다른 건 없네.’
추가된 설명은 ‘전투 몰입도가 상승한다.’라는 문구가 전부였다.
그 외에는 상점에서 봤던 기본적인 설명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신 내성 스킬 같은 것보다 좀 더 쓸모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건 나중에 직접 시련에서 확인해 봐야 알 수 있을 터다.
좀 걱정되는 부분은 있었지만 그렇게 찝찝하지도 않았다.
‘뭐, 어쨌든 간에 권능이라고까지 명명된 능력이 좋지 않을 리는 없을 테니…….’
그런 만큼 나도 이제 슬슬 제정신을 차려야 했다.
‘이계의 도전자든 뭐든 간에 어차피 해야 할 건 정해져 있었어.’
탑을 오르는 것을 제외하고는 당장은 더 할 것이 없었다.
나중에 다른 세계의 도전자와도 경쟁하게 된다는 것을 내가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이계의 도전자가 출현할 시, 이제부터는 알림도 뜬다고 했다.
‘그럼 내가 아니라도 곧 그 존재를 알게 되겠지.’
대비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테고 말이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이내 8층 시련에 도전하려고 했다가 멈췄다.
문득 잊고 있던 무언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아니지. 생각해 보니 아예 없는 건 아니었네.”
아직은 탑에서 커뮤니티를 통해서 정보를 수집하지 않았었다.
‘흠……. 한 번 커뮤니티를 살펴보는 것도 괜찮겠지.’
어쩌면 관리자랑 만났던 사람이 ‘이계의 도전자’에 대해서 알렸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난이도 – 어려움」
「8층 커뮤니티 (377/521)」
-짬뽕그릇: 와, 뭔 시련의 탑 출신자들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냐? 헌터 협회랑 길드들에서 날뛰고 있던데?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의 떡밥이 채팅창을 메우고 있었지만…….
‘오?’
이 주제에 관해서는 나도 어느 정도 궁금한 것이 있었기에 가만히 지켜봤다.
-와그작: 뜬금없이 협회 갔더니 시련의 탑 출신자냐고 캐물으면서 계약하자고 하더라.
-단풍잎: ㅇㅇ, 나도 원래 소속되어 있던 길드에서 팀장직 맡을 생각 없냐고 하더라.
-짬뽕그릇: 웬 팀장직? 아, 도전자들 포섭하란 건가?
-단풍잎: 맞음. 막 내가 어려움 난이도 도전자니깐 어떻게든 몇 명 데려와 달라던데. 돈 지원은 빵빵하게 해주겠다고.
-와그작: ㅎㅎ, 형님……. 그 길드 계약금 어떻게 됩니까?
-단풍잎: 결산 순위 800위 따리한테 계약금 얼마인지 알려줄 것 같음? ㅅㄱ하셈.
-와그작: 이 개새끼가?
“흠…….”
간만에 정보가 있나 싶어서 들어온 것인데 꽤 흥미로운 내용이 보였다.
‘슬슬 어려움 난이도 도전자들도 몸값을 올려서 소속을 찾으려고 하는 건가?’
바깥에 있을 때는 이하연이 끙끙대는 것 같았는데…….
다들 이제 분위기가 도전자들을 우대해 주는 쪽으로 기울어서 그런지 도전자란 것을 알리고 다니는 듯했다.
‘원래도 헌터였던 사람도 많은 거 같은데 이적하려고 하나 보네.’
만약에 이하연이 이곳에서 포섭 활동을 할 시, 꽤 많은 이들을 데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걸 빼고는 별로 얻을 정보도 없네.’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서 그런 것인지 대부분 결산 순위를 보니 낮은 사람들이 많았다.
‘이제 진짜 8층으로 진입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이내 커뮤니티를 끄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IiIiIiIiIiiI: 그런데 선구자들은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걔들도 뭐 보상 같은 거 받았을 텐데…….
-슬라임대마왕: 모르지, 뭐. 아는 놈한테 들은 얘기로는 후광이란 게 뭔 고유 특성 같은 능력이라고 하던데.
-국수집막내아들: 어, 그거 나도 들었음. 뭔 후광 선택? 같은 거 해서 레벨업이란 거 할 수 있게 됐단 놈도 있던데.
-빡빡E: 소문으로는 막 스킬도 합성하는 놈도 있다던데…….
-슬라임대마왕: 그거 소문이 아닐 텐데……. 전에 오춘석인가 뭔가 하던 랭커가 그렇게 떠들던데. 스킬 합성 능력 생겼다고.
-빡빡E: 나도 그거 봤음. 오춘석은 일반인이어서 그런지 정보 푸는 게 좀 관대했지.
-취두부성애자: 하여튼 천상계 랭커들은 얻은 게 많다는 뜻이네. 하, 난 아직도 내 스킬 전부 복구하지도 못했는데. 부럽다.
‘이건 상정 외인데……?’
뜬금없이 ‘선구자’들에 대해서 얘기가 오가는 걸 보며 눈을 찌푸렸다.
설마하니 ‘후광’에 대해서 정보들이 풀리고 있을 줄이야…….
이전에는 그러지 않았기에 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조심성이 없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풀어 놓는 건지 모르겠네.”
후광 ‘사냥꾼’ 혹은 후광 ‘지배자’의 고유 권능에 대해서 조금씩 말이 나온 상황이다.
‘선구자가 된 사람들 중 누군가는 이런저런 정보들을 풀었단 거겠지.’
그럼 곧 후광 및 고유 권능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가 나올 수도 있을 터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소문은 짙어질 테고 그만큼 많은 추측이 난무할 테니.
그만큼 후광이나 고유 권능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정체가 알려질 것이다.
‘뭐, 그래도 상관은 없지만…….’
그것을 알아낸다고 해서 그렇게 내게 큰 타격이 오는 것은 아니다.
레벨업이니 뭐니 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스킬 합성’은 알고 있다고 해서 대처할 수 있는 부류가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스킬 간의 조합으로 다른 스킬을 생성할 수 있는 권능일 뿐이니.
물론 조합 공식이 있는 것 같으니 그것을 연구해 볼 수는 있을 터다.
‘잠깐만……. 그럼 이하연한테 나중에 스킬 조합 공식을 물어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스킬 조합 방식에 관해서 이것저것 알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이득이다.
심지어 그것만이 아니다.
좀 더 도전자들을 포섭해서 다른 후광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귀환했을 때는 꽤 현실에서 얻어갈 게 많은 것 같은데?’
그런 생각에 내가 꽤 만족스러움을 느끼고 있는 순간이었다.
-닭둘기: 그러고 보니 랭커 중에 다들 그래도 꽤 많이 말하고 다녔는데…… . ‘사냥꾼’이라는 닉네임 쓰는 도전자는 말을 아예 안 하네.
또 한 번 주제가 바뀌며 이제는 내 이야기가 나왔다.
“……뜬금없이?”
대화의 주제들이 시시각각 바뀌는 것이 혼란스러웠지만…….
그런 갑작스러운 화제의 전환이 익숙하다는 듯 전부 나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백수헌터: ㄹㅇ……. 사냥꾼은 말하는 걸 아예 못 봤다. 커뮤니티만 12시간 보는 놈인 내가 보증한다. 걔는 채팅 아예 안 쳤음.
‘그렇긴 했지.’
아예 채팅을 치지 않고 눈으로 슬쩍 커뮤니티를 확인하기만 했을 뿐.
그 이외에 커뮤니티에서 특별하게 활동했던 기록은 없었다.
-구르르릇: 조심성이 많은 거겠지. 걔는 맨날 결산 순위에서도 10위 안에만 들던 도전자잖아. 별로 남한테 뭘 알려주고 싶지 않은가 보지.
-야가다꾼: 사냥꾼 그 새끼는 괴물이야……. 그냥, 그냥 괴물임. 뭔 씨발, 결산 등급이 저따위일 수 있냐. 말도 안 돼.
-뇌피셜마법사: ㅇㅇ, 내 생각엔 사냥꾼은 국내 헌터 중에서도 10위 내에 들던 실력자였을 듯. 반박할 시, F급 헌터임.
-미친놈을보면짖는개: 뇌피셜 마법사가 또 나대네. ㅋㅋ, 10위는 에바야.
-뇌피셜마법사: ㄴㄴ, 10위 맞음. 그 뇌제(雷帝) 아니냐? 클리어 속도 보면 뇌제 같은 스피드 계열의 헌터 같은데? 최근에 그렇지 않아도 뜬금없이 뇌제도 활동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하더만 …….
-푸디이잉: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중소 길드의 길드장 급은 될 듯?
-야가다꾼: 아, 저런 괴물 새끼가 있으니깐 내 결산 순위가 이런 거 아냐. 제발 얼른 지구로 돌아가라고.
“…….”
솔직히 얼마 전만 해도 내 신상이 알려지는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이 커뮤니티의 채팅들을 보니 그런 불안감이 아예 싹 사라졌다.
‘국내 10위 헌터니 중소 길드의 길드장이니 아예 뇌제라고까지 하네.’
도대체 결산 등급을 보고 뭘 연상했는지 모르겠지만 전부 틀렸다.
고작 C급 헌터일 뿐인 내 진짜 정체에 대해서는 아예 알아내지도 못하니…….
“당장은 신상이 알려질 일은 없겠네.”
적어도 무슨 단서를 주지 않는 한은 그럴 터다.
이내 시답잖은 대화들을 좀 더 지켜보던 나는 이내 커뮤니티를 껐다.
이제 더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8층 시련에 응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시련의 탑 8층에 입성합니다.」
「난이도 – 어려움」
「해당 시련의 주제는 ‘섬멸’입니다.」
「도전자가 선택한 고행 끝에 만족스러운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이어서 망설이지 않고 8층 시련이 있는 포탈로 들어섰다.
그러자…….
“…….”
달그락, 달그락…….
밤이 된 초원에 들끓는 수십 마리의 해골 병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제히 나만을 바라보며 뼈다귀밖에 없는 몸을 천천히 이끌며 다가오고 있었다.
「8층 시련을 시작합니다.」
「시련 돌파 조건 – 스켈레톤을 소환하는 리치를 격파할 것」
「시련 실패 조건 – 도전자의 죽음」
「시련 돌파 보상 – 모든 능력치 +2」
「시련 실패 페널티 – 사망」
“물량 공세인가?”
그렇게 썩 강할 것 같지 않은 해골 병사들을 보며 나는 눈을 찌푸렸다.
‘애매한데.’
고작 이런 놈들로는 네크로맨시의 숙련도를 올리는 것도 힘들고…….
그렇다고 해서 능력치를 올리는 것도 쉬울 리가 없었다.
사실상, 한 번 쉬어가는 스테이지라고도 할 수 있었다.
“별로 이득도 안 되는 시련이네.”
그렇게 툴툴거렸지만 내심 나도 기대하는 것은 있었다.
바로 네크로맨시의 숙련도를 올리는 것이다.
‘20% 가까이 숙련도를 올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것만으로도 곧 네크로맨시의 등급이 또 성장할 터다.
물론 이 해골 병사들이 얼마나 숙련도를 주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이만큼 많은 숫자라고 한다면 네크로맨시 숙련도를 100%까지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망설이지 않아도 되겠지.”
나는 웃음을 지은 채 이내 해골 병사들을 향해서 달렸다.
드디어 기다리던 8층 공략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