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61
060. 또 다른 관리자 (1)
「축하드립니다, 시련의 탑 9층을 돌파하셨습니다.」
승리의 메시지가 떠오른 것을 본 순간 확신할 수 있었다.
‘해냈다…….’
드디어 이 빌어먹을 이계의 도전자를 또 죽였다는 것을.
그걸 본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대신에 곧장 노인의 시체로 손을 내뻗었다.
처음 이계의 도전자를 마주쳤을 때랑은 다른 섬전과도 같은 움직임이었다.
「도전자 ‘백선학’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숙련도가 27% 상승합니다.」
네크로맨시로 사령을 흡수하는 동시에 시체가 연기처럼 변해서 흩어졌다.
이전에도 검은 기사의 시체가 사라졌으니 또 그러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또 백선학의 시체 또한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런데…….
“이게 되네……?”
그것과는 별개로 사라지기 직전에 사령을 흡수할 수 있었다.
그에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아예 시체랑 함께 네크로맨시의 표식도 사라지길래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여겼는데…….
그렇지 않았다.
「계층 수준을 고려하여 현 시간부로 네크로맨시의 제약이 해제됩니다.」
「이계에서 온 도전자를 사살할 시, 사령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이계의 도전자도 사령을 흡수할 수 있었다.
단지, 이전에는 탑이 이계의 도전자에 한정하여 제약을 두었을 뿐인 듯했다.
‘역시나 내가 죽인 건 뭐든지 사령을 흡수할 수 있나…….’
그렇지만 반대로 내가 죽이지 않은 것은 뭐든 간에 사령을 흡수할 수 없다.
현재 9층 스테이지인 경기장 외벽에 쌓인 본래 시련 목표였던 트롤들만 보더라도 그걸 알 수 있었다.
명백히 죽어 있음이 확실함에도 사령을 흡수할 수 있다는 표식이 뜨고 있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손을 뻗어서 네크로맨시를 발동해 봐도 별다른 반응도 없었다.
‘어쨌든 간에 숙련도도 27%나 얻었고……. 나쁘지는 않네.’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강했던 탓인지 꽤 네크로맨시의 숙련도도 많이 올랐다.
벌써 C급인 만큼 숙련도를 올리기 힘들어질 터였으니 만족스러운 보상이었다.
「난이도와 보상의 수준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보상의 내용을 전부 수정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것도 있었지.”
5층에서 봤던 시련 보상을 수정한다는 메시지를 보며 나는 기대감을 품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보상으로 수정이 되려나…….’
5층만큼 고전했던 것은 아니니 그렇게 상승폭이 클 거라 생각하지는 않으나 기대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현재 내가 쓰는 주력기인 삼절 스킬 또한 5층 보상으로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보상 수정을 완료했습니다.」
「순차적으로 보상이 지급됩니다.」
“…….”
그런 만큼 이어서 떠오른 문구에 나는 입을 꾹 닫고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돌파 보상으로 스킬 ‘육감(C+)’이 생성됩니다.」
「돌파 보상으로 ‘35,00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추가 돌파 보상으로 ‘1,000 SP’를 획득하셨습니다.」
「대기실로 이동하십시오.」
“육감이라.”
이내 보상으로 뜬 스킬을 확인한 나는 눈매를 좁혔다.
예상했던 것처럼 그렇게 보상의 상승폭이 큰 것은 아니었지만…….
본래 보상이었던 ‘야수의 본능’과도 그렇게 큰 차이가 없는 듯 보였다.
‘뭐, 큰 상관은 없나……. 좋은 게 좋은 거겠지.’
물론 그것도 나중에 대기실에서 확인해 보면 될 뿐이라 생각했다.
우우웅……!
9층 스테이지 경기장의 중앙에 나타난 포탈을 보며 나는 걸음을 옮겼다.
“…….”
어느새 승리의 쾌감은 줄어들었고 마음은 덤덤해져 있었다.
막상 긴장했던 것처럼 무림맹 대원로라고 했던 백선학이 강하지 않아서였을까?
그다지 흥분되지도 않았고 전투 내내 침착함을 유지하며 잘 싸웠던 것 같았다.
만약에 좀 더 판단력이 떨어졌거나 냉정함이 부족했더라면 졌던 건 나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삼절 스킬을 쓰기 직전에 보았던 검을 감쌌던 기운은 꽤 놀라운 위력이었다.
‘심지어 그전에는 웬 번개도 검을 휘감았었고…….’
그렇지만 그 검을 휘감았던 번개는 곧장 무언가에 방해를 받은 듯 사라졌다.
‘계층 난입에도 페널티가 있는 거겠지.’
몇 층이나 낮은 도전자의 계층에 난입할 수 있는 것에 어떤 제약도 없을 리가.
실제로 5층에서도 검은 기사가 제약이 있다는 듯 중얼거렸던 것도 고려해 보면 무언가 제재를 당했음이 명확했다.
‘대기실로 돌아갔을 때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네.’
그때였다.
「관리자 ‘백학검선(白鶴劍仙)’이 당신의 싸움에 감명받았습니다.」
“……?”
뜬금없이 그런 메시지들이 떠오르더니 곧 여러 문구가 시야를 가렸다.
「관리자 ‘북부의 괴물’이 곧 당신의 분투에 열광합니다.」
「관리자 ‘늦은 밤의 지배자’가 당신의 활약을 재밌어합니다.」
「관리자 ‘검은 군도의 영웅’이 당신의 전투 센스에 갈채를 보냅니다.」
“이게 무슨…….”
지금껏 떠오르지 않았던 문구였기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보았던 ‘철혈의 군주’가 이런 식으로 메시지를 보냈던 적이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철혈의 군주에게 초대되었을 때였다.
아예 새롭게 접하는 메시지다 보니 관리자들이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에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그러고 보니 그때 그런 메시지가 있었지.’
「시스템 확장이 시작됩니다.」
「관리자들이 시련을 관측할 수 있게 됩니다.」
9층 대기실에서 보았던 문구를 떠올린 순간…….
나는 왜 이런 메시지들이 떠올랐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제 관측이 가능해져서 메시지를 띄울 수 있는 건가……?’
그때 철혈의 군주도 8층 밑에 있는 도전자들은 시련 관측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즉, 이제 시련 관측이 가능해졌으니 관리자들도 다른 이들의 시련을 관측한 것이다.
그중에 우연히 내가 있는 시련을 관측하고 있던 것뿐이고 말이다.
‘어처구니가 없긴 한데……. 그것밖엔 설명할 길이 없네.’
누군가 싸움을 보고 있었단 것이 얼떨떨했지만 별로 상관은 없었다.
어쨌든 간에 누군가는 이 싸움을 보고 꽤 감탄했다는 것 아닌가?
오히려 늘 인생에서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내게는 뿌듯함마저도 느껴졌다.
관리자 같은 존재들도 나를 인정하도록 했다는 것이 살짝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관리자 ‘철혈의 군주’가 계약자에게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것에 눈을 찌푸립니다.」
‘역시나 철혈의 군주도 보고 있었나……?’
철혈의 군주는 그런 관심이 불쾌하다는 듯 그런 메시지를 띄웠다.
「관리자 ‘철혈의 군주’가 계약자에게 홀리지 말라고 합니다.」
흡사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줬다는 것으로 구박을 받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아, 예…….”
살짝 위축된 나는 그 말에 알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뭐, 사실상 나한테 뭘 주고 내 시련을 관측하는 것도 아니니깐…….’
그 순간이었다.
「관리자 ‘백학검선(白鶴劍仙)’이 계약자 전용 상점에 권능을 추가해 주고 싶어 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
뜬금없이 떠오른 메시지에 나는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이건 또 무슨…….’
생각하지도 못했던 메시지에 당황했지만 이내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
「(!) 권능 목록은 다른 관리자와의 후원 및 거래로 채울 수 있습니다.」
권능 목록의 아래에 있던 문구를 떠올린 나는 눈매를 좁혔다.
‘관리자와의 후원 및 거래로 권능 목록을 채울 수 있다던 게 이런 거였나…….’
즉, 백학검선이란 관리자는 내게 권능을 후원해 주는 것이다.
‘어째서지?’
거래도 아니고 후원 같은 것은 무조건 관리자의 손해가 아닌가?
「관리자 ‘철혈의 군주’가 불만스럽게 권능을 받아도 된다고 합니다.」
“……그냥 받아도 된다고요?”
방금도 관리자들을 견제한 것을 보니 괜히 그랬던 것은 아닐 텐데…….
왜 갑자기 철혈의 군주가 생각을 바꿨는지가 궁금했다.
「관리자 ‘철혈의 군주’가 권능이란 것은 계약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후원하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환심?’
알 수 없었다.
계약을 끝낸 도전자에게 환심을 사서 좋을 것은 없을 것 같은데…….
“혹시 또 관리자랑 엮이게 될 일이 있는 겁니까?”
그 말에 답한 것은 철혈의 군주가 아니었다.
「관리자 ‘백학검선(白鶴劍仙)’이 꽤 많아질 것이라고 하며 수줍게 웃습니다.」
“…….”
그렇게 말하니 왜 권능을 추가해 주는 것인지 알 것 같았다.
「관리자 ‘철혈의 군주’가 심지어 권능을 사는 데 소모된 SP는 권능을 판매한 관리자에게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어서 철혈의 군주가 한 말까지 들으니 이내 확신할 수 있었다.
「관리자 ‘철혈의 군주’가 그렇게 제공되는 권능은 그렇게 좋은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닐 테니 부담가지지 말라고 합니다.」
‘그냥 별로 좋은 권능을 받는 것도 아니고 환심을 사기 위해서, 라…….’
일단 권능이 추가되어서 나쁠 건 없는 만큼 꽤 괜찮은 조건이긴 하겠지만…….
결국, 내게 무언가를 바라고 주는 것이란 사실은 명확해졌다.
‘그럼 망설일 것도 없지.’
「관리자 ‘백학검선(白鶴劍仙)’의 권능 추가를 수락했습니다.」
「계약자 전용 상점의 ‘카테고리 : 권능’에 ‘검기상인劍氣傷人’이 추가됩니다.」
‘검기상인?’
알기 어려운 능력이었지만 뭐 일단은 대기실에서 알아보면 될 터다.
“일단 감사히 받겠습니다.”
「관리자 ‘백학검선(白鶴劍仙)’이 싱긋 웃으며 은혜를 잘 기억해 달라고 합니다.」
「관리자 ‘백학검선(白鶴劍仙)’이 그럭저럭 도움이 될 테니 잘 써 보라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잘 쓰겠습니다.”
물론 그게 쓸 만한 것인지 아닌지를 보고 쓸지 안 쓸지를 정하겠지만…….
당장 관리자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도 좀 그러므로 형식상으로나마 예의를 차렸다.
혹시나 다른 관리자들도 권능을 주지 않을까 했는데 딱히 더 줄 것 같진 않았다.
‘아까 띄웠던 감탄사를 빼고는 더 떠오르는 메시지도 없고…….’
이제 슬슬 대기실로 돌아가도 상관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 말이 나오니 쏜살같이 누군가 내게 메시지를 날렸다.
「관리자 ‘철혈의 군주’가 돌아가서 꼭 추가된 권능을 확인하라고 합니다.」
「관리자 ‘철혈의 군주’가 분명히 자신의 권능도 도움이 될 것이라 합니다.」
“그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죠.”
어쨌든 간에 철혈의 군주는 내가 계약한 관리자였다.
그런 만큼 그녀의 권능은 쓸 만한 것을 골라서 다 써 먹을 심산이었다.
이어서 나는 짧게 작별을 고한 채 포탈에 들어섰다.
그리고…….
「10층 대기실에 입장하셨습니다.」
「시스템 확장이 시작됩니다.」
「공용 구역에 입장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
늘 그렇듯 포탈을 넘어오니 익숙한 내 대기실이 나타났다.
‘근데 혹시 여기에서도 관리자들이 관측을 할 수 있나……?’
그런 생각을 하니 좀 뻘쭘해져서 나는 입을 열었다.
“혹시 아직도 보고 계십니까?”
그러나…….
“…….”
그런 물음이 무색하게 그 누구의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크흠.”
괜히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을 무시한 채 나는 얼른 계약자 전용 상점을 켰다.
일단은 관리자 백학검선에게서 받은 권능 및 새롭게 해금된 권능 목록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계약자 전용 상점 ‘카테고리 : 권능’을 열람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권능 목록을 확인한 순간…….
「카테고리 : 권능」
「목록(1/3)」
「권능 : 명경지수(C-) [소유]」
「권능 : 강철의 혼(A+)」
「권능 : 겨울의 왕(D+)」
「권능 : 검기상인劍氣傷人(C+)」
“오……?”
후원받은 권능의 등급을 확인한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권능 : 검기상인劍氣傷人(C+)」
「가격 : 1,500 SP」
「설명 : 일류의 무인들이 쓸 수 있다는 검기(劍氣)의 능력이 권능으로서 화한 결과물입니다. 일반 검기보다 강력하며 이를 얻을 시 도검류를 마력 혹은 내공 등의 기운으로 강화할 수 있습니다.」
“…….”
다른 것도 아니고 도검류에 마력을 주입할 수 있으며 검기(劍氣)라는 기술을 쓸 수 있게 된다는 권능이었다.
‘상상했던 것 이상인데……?’
별로 도움이 될 것이 아니라던 말과는 다르게 꽤 쓸 만했다.
8층과 9층을 돌파하며 얻은 SP로 살 수 있는 만큼 더 매력적이기도 했고.
그렇지만 아직은 속단할 수 없기에 이어서 권능 목록을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이전과는 달리 권능 목록은 물 흐르듯 넘어갔고 이내 새로운 권능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게 다 뭐야…….”
곧 권능 목록의 페이지에 들어선 권능들을 본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